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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색

On November 02, 2017 0

매년 파란만장한 한 해를 거듭하고 있는 스물여덟, ‘이팔’ 청춘 한해가 마침내 눈부신 제 빛을 발했다.

 

이너로 입은 화이트 티셔츠는 올세인츠, 옐로 무스탕 재킷은 인스턴트펑크, 네크리스는 모델 소장품.

 

 

후드 풀오버 톱은 발렌시아가, 블랙 와이드 팬츠는 뮌, 벨트는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더비 슈즈는 엠포리오 아르마니.

 

레드 컬러 재킷과 팬츠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블랙 티셔츠는 유니클로, 레드 스니커즈는 컨버스.

레드 컬러 재킷과 팬츠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블랙 티셔츠는 유니클로, 레드 스니커즈는 컨버스.

레드 컬러 재킷과 팬츠는 모두 장광효 카루소, 블랙 티셔츠는 유니클로, 레드 스니커즈는 컨버스.

블루 터틀넥 니트 톱은 뮌, 체크 패턴 팬츠는 코치, 버건디 슈즈는 에이레네.

블루 터틀넥 니트 톱은 뮌, 체크 패턴 팬츠는 코치, 버건디 슈즈는 에이레네.

블루 터틀넥 니트 톱은 뮌, 체크 패턴 팬츠는 코치, 버건디 슈즈는 에이레네.

테이블 위 작은 공책이 하나 놓여 있다. 표지를 젖히자 기다란 선들이 그려진 새하얀 종이가 펼쳐진다. 얇디얇은 페이지가 켜켜이 쌓여 두툼한 한 권을 이뤄낸다. 그러나 여전히 안은 텅 비어 있다. 하루의 일과, 생각나는 대로 끄적거린 낙서. 막연하게 주어진 자유를 마주하자 펜 끝이 쉽사리 움직이지를 않는다. ‘그래, 이걸 적어보자.’ 고심 끝에 정한 주제는 다름 아닌 ‘다짐’이다. 어느 방향을 향해 얼마만큼의 보폭으로 내디딜지 차근차근 한 문장씩 써 내려간다. 굳은 의지만큼 선명한 검은 잉크가 공책을 빼곡히 물들인다. “가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틈나는 대로 열심히 써보려는 편이에요. 힙합은 글과 음악이 결합된 참 좋은 장르죠.” 다짐을 곧 가사로 전하는 한해에게 이와 같은 공책은 결코 한 권만이 아니다.

두껍고 묵직한 맹세를 꾸준히 기록해 방 안 깊숙이 차곡차곡 쌓아두었다. 산체스, 키겐과 함께 ‘팬텀’의 멤버이자 <쇼미더머니 시즌 4>와 <쇼미더머니 시즌 6>, 무려 두 번이나 치열한 경쟁에 뛰어든 참가자. 그의 행적이 음악을 향한 남다른 열정을 입증한다. “사실 어릴 적부터 음악을 해온 건 아니에요. 그저 평범한 20대 대학생일 뿐이었어요. 남들처럼 ‘난 커서 뭐하지?’라는 막막한 생각을 하면서 지냈죠. 그러다 언젠가 ‘아, 음악을 해야겠다’는 갑작스러운 확신이 들었어요. 줄곧 힙합을 좋아하고 많이 들었으니 왠지 저도 잘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무모한 자신감이 생겼거든요.” 과감했던 동시에 어쩌면 그는 당연한 선택을 했다.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One Sun’ 가사가 말해주듯, ‘나다운’ 일을 하기 위해서였을 테다. “그렇다고 해서 일시적인 감정이나 충동에 의해 힙합을 하고 싶지는 않아요. 세월이 흘러도 오래도록 멋스럽고, 변함없이 매력적인 영원한 음악적 대상이 되길 바라요.”

그간 한해의 발자취를 지켜본 사람이라면 이러한 그의 말들이 조금 의아할 법도 하다. 열망 하나로 무작정 상경한 래퍼 지망생이자 의욕적인 시도의 음악을 선보이던 팬텀 내 그. 지난 두 모습과 달리 한층 의연해진 태도가 눈에 띈다. “팬텀으로 활동할 당시에는 멤버 형들과 상의해야 하는 게 많았어요. 그렇기 때문에 거쳐야 할 단계가 훨씬 복잡했죠. 그런데 이젠 전부 혼자 하니까 제 성향이나 의견이 있는 그대로 대중에게 전달되잖아요. 책임감의 무게도 더해진 것 같아요. 아무리 멋지고 그럴듯한 무대나 곡일지라도 결국 스스로와의 접점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과욕을 부리지 않게 됐어요.” 한해가 가리키는 지향점은 ‘특별함’이 아니다.

진솔한 노랫말로 듣는 이가 ‘불편하지 않은’ 음악. 이처럼 자연스러운 편안함을 강조하는 그의 관념은 ‘남자친구’ ‘평양냉면’ 등에 비유되는 특유의 담백한 매력을 설명한다. “삶 자체에 대한 노하우가 생긴 거 같아요. 예전에는 작은 일에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반면 지금은 정말 행복해요. 스스로를 돌아보면서 뜻깊은 경험을 했고, 음악을 대하는 저만의 방식이나 자세를 터득하는 계기가 됐어요.”

어느새 공백을 가득 메운 한해의 다짐이 기어코 한 권을 완성한다. 아직 채 모자란 듯, 그는 또 다른 공책을 펼쳐 빈 페이지들을 확인한다. 그리고 다시 한번 쉴 새 없이 옮겨지는 무수한 글자들. 그때, 칠흑처럼 또렷하던 검정 잉크가 차츰 다른 빛으로 변한다. 빨갛고, 노랗고, 파랗게 저마다의 색을 갖춘 단어와 문장들은 이제 우리를 향해 환히 노래하며 빛을 낸다.

매년 파란만장한 한 해를 거듭하고 있는 스물여덟, ‘이팔’ 청춘 한해가 마침내 눈부신 제 빛을 발했다.

Credit Info

EDITOR
PARK SO HYUN
PHOTOGRAPHER
KIM HYUK
STYLIST
RYU SI HYUK
MAKEUP
SEO EUN YOUNG
HAIR
KWON YOUNG EUN

2017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PARK SO HYUN
PHOTOGRAPHER
KIM HYUK
STYLIST
RYU SI HYUK
MAKEUP
SEO EUN YOUNG
HAIR
KWON YOUNG 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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