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adar

SECOND HELSINKI

On November 03, 2017 0

사람들이 묻는다. “헬싱키의 뭐가 좋아?” 분명한 건 뉴욕만큼 헬싱키도 살면서 한 번쯤 머무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

3 / 10
/upload/nylon/article/201710/thumb/36356-264111-sample.jpg

 

 

사주만 봤다 하면 가장 먼저 튀어나오는 단어인 ‘역마살’. 그 덕분인지, 나는 돈을 조금만 모으면 항공권 예약 사이트를 들락거리며 다음 여행지를 정하고, 그 여행을 실현하는 일을 삶의 큰 낙으로 여기며 살았다. 하지만 나는 아시아의 월급쟁이. 한 달씩 여름휴가를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거리가 멀다고 비즈니스 클래스를 결제할 형편도 못 된다. 아시아권으로의 여행 정도야 홧김에 떠날 수도 있지만, 그 외에는 뚜렷한 목적, 치밀한 계획, 확고한 의지 없이는 어렵다. 그래서 ‘어쩌다 보니’ 2년 연속으로 핀란드에, 헬싱키에 다녀온 게 새삼스러울 따름이다.

지난해에는 핀에어를 타고 런던디자인페스티벌에 취재를 갔다가 돌아오는 편에 스톱오버로 5일간 머물렀다. ‘헬싱키 여행’ ‘핀란드’ ‘헬싱키 맛집’을 키워드로 열심히 검색했지만, 정말 핀란드에는 호수와 나무, 사우나밖에 없는지 내 마음속에 ‘Must Go Place’로 저장할 만한 스폿은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핀란드에서 ‘뭘 할까, 뭘 볼까’ 하는 고민은 런던에서 고된 일정을 소화하는 동안 희석돼버렸고, ‘그래, 너무 많은 걸 보는 것도 공해지. 휴가라 생각하고 쉬엄쉬엄 다니자’ 하는 생각으로 헬싱키 반타 공항에 내렸다. 반전은 다음 날 오전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Design District Helsinki)’ 스티커가 붙은 디자인 숍을 탐험하면서 시작됐다.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는 핀란드 디자인 스타일과 제품을 경험하거나 구매할 수 있는 곳으로 패션 브랜드, 앤티크 숍, 뮤지엄, 레스토랑, 갤러리 등 매장 2백여 곳이 가입해 있다. 가입 매장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디자인 디스트릭트 헬싱키 지도만 손에 넣으면 2~3일 일정은 금세다. 게다가 실용적이고 심플하기로 유명한 북유럽 디자인 제품을 보다 많은 선택지 안에서 서울보다 훨씬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는 장점도 매력적이다(사상 최대 해외 쇼핑으로 결국 오버차지를 물어야 했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진심으로).

음식이라고는 연어와 청어뿐이라던(푸디인 내게는 공포에 가까운) 소문은 뭐든 좀체 과하게 꾸미는 법이 없는 핀란드 스타일에서 비롯한 오해임을 알게 됐다. 헬싱키에서 묵었던 ‘호텔 인디고 헬싱키-불러바드(Hotel Indigo Helsinki-Boulevard)’ ‘F6’ ‘클라우스 케이(Klaus K)’에서의 조식은 모자람 없이 훌륭했다.

3 / 10
/upload/nylon/article/201710/thumb/36356-264119-sample.jpg

 

 

신선한 채소와 과일, 우유와 요거트, 연어, 청어 혹은 흰송어, 핀란드식 전통 빵과 바게트, 달걀 요리 등을 마리메코와 이딸라 식기에 담아 즐겼다. 그러면 직원이 다가와 어제 딴 베리로 만든 스무디라며 한 잔씩 권했다. 핀란드는 버섯과 베리의 나라. 야생 버섯과 베리 채집이 합법인 이 나라에서는 계절마다 다른 종류의 베리가 시장에 등장하고 다양하게 요리되어 식탁 위에 오른다.

핀란드인 대부분이 5시 이전에 퇴근하고, 저녁 시간은 가족이나 친구와 보낸다. 상점도 7시 무렵이면 문을 닫고 레스토랑은 예약하지 않으면 헛걸음하기 일쑤.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라 24시간 슈퍼는 존재하는데, 9시면 술 냉장고에 자물쇠를 채우니 그전에 사야 한다. 조금 비싸더라도 다양한 맥주와 안주 등 저녁거리를 찾는다면 밤 9시까지 문을 여는 스토크만 백화점 지하 식품관이 답이다.

훈제 연어 150g과 치즈, 핀란드 로컬 맥주 두어 병을 사 호텔 방에서 홀로 마지막 만찬을 즐겼다. 맥주를 홀짝이며 또 한번 생각했다. ‘이렇게 맛있는 것을 자기네(핀란드인)끼리만 먹고 살다니.’ 내 발로 헬싱키에 오지 않았다면(워낙 알려지지 않았을뿐더러, 알리려고도 안 해서) 평생 몰랐을 호사를 잔뜩 누리고 서울로 돌아왔다. 핀란드에 다녀온 이후 난 어느새 민간 핀란드 홍보대사가 되어 언젠가 꼭 다시 그곳을 찾겠다는 간절한 바람을 대놓고 말하기도, 혼자 되뇌기도 했다.

하늘에 있던 애덤 스미스가 내 마음을 알아준 걸까.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지난 8월, 화보 촬영지가 헬싱키로 정해졌다. 동행한 스태프는 모두 같은 질문을 했다. “북유럽 좋죠. 근데 핀란드에 뭐 있어요? 검색해도 아무것도 안 나오던데.” 매번 웃으며 답했다. “좋아할 만한 모든 것이 핀란드에 있다”고. 실제로 핀란드는 ‘은근히’ 한국인과 잘 맞는 나라다. 여자 스태프는 주로 마리메꼬, 이딸라 등 핀란드 대표 브랜드 숍에서 쇼핑을 즐기고 마켓 홀 광장과 공원을 산책했다.

포토 스태프는 한가로운 도시의 사람과 풍경을 담는 일에 열중하다 저녁이면 사우나에서 전신에 자작나무질을 하며 피로를 풀었다. 이튿날에는 취향 따라 흩어졌다. 산이 좋은 이들은 차로 30분 거리의 ‘눅시오(Nuuksio) 국립공원’에 가서 트레킹을 하고 호수를 바라보며 소시지를 구워 먹었고, 걷는 게 좋은 이들은 헬싱키 항구에서 페리를 타고 하루 코스로 에스토니아 탈린에 다녀왔다. 그 일행이 돌아오는 배 안의 면세점에서 위스키와 샴페인을 사온 덕에 밤늦도록 술 마시며 수다를 떨다 지쳐 잠에 들었다. 잘 있니, 516호? 아침마다 트램 소리를 들으며 유리창을 열 때 참 좋았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묻는다. “핀란드에는 뭐가 있어?” “헬싱키의 뭐가 좋아?” 이런 질문은 이제 내게 “미국에는 뭐가 있어?” “뉴욕의 뭐가 좋아?”와 같다. 즐기고, 보고, 먹고, 마실 것은 충분하다. 결국 여행은, 그곳에서 누구와 어떤 경험을 나누는지의 문제가 아니던가. 분명한 건 미국보다, 뉴욕보다 우리에게 덜 알려졌을 뿐 뉴욕만큼 헬싱키도 살면서 한 번쯤 머무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 그러니 속는 셈치고 짐을 꾸려 헬싱키로 향해보시기를.

STOPOVER FINLAND

우리나라에서 핀란드에 가장 빠르게 닿는 방법은 핀에어를 이용하는 것이다. 핀에어는 헬싱키를 경유해 유럽 전역을 잇는 항공사. 그 때문에 이를 이용하는 고객을 대상으로 핀란드 관광청은 얼마 전 ‘스톱오버 핀란드(Stopover Finland)’ 프로그램을 론칭했다. 5시간에서 5일까지, 핀란드에 머무는 시간에 따라 패키지 프로그램을 이용해 난탈리, 라플란드 등 핀란드 주요 도시뿐 아니라 에스토니아 탈린, 스웨덴 스톡홀름을 방문할 수 있는 유용한 서비스다. 스톱오버 핀란드를 이용하면 지루한 경유 시간이 생각지도 못한 멋진 경험을 한 값진 시간으로 변모할 것이다. 자세한 내용은 스톱오버 패키지 제휴사 웹사이트(finlandtours.fi)에서 확인할 수 있다.

사람들이 묻는다. “헬싱키의 뭐가 좋아?” 분명한 건 뉴욕만큼 헬싱키도 살면서 한 번쯤 머무르기에 충분히 매력적인 도시라는 것.

Credit Info

EDITOR
SIN JEONG WON
PHOTO
LEE SHIN JAE

2017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SIN JEONG WON
PHOTO
LEE SHIN JAE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

댓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