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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SE IS A ROSE, ROSE IS MORE

On October 18, 2017 0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는 크고 붉은 자신의 꽃잎을 활짝 펼쳐 무대 위 선명한 빛으로 피어났다.

드래그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모지민의 모습. ⓒLEE KANG HYUK

드래그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모지민의 모습. ⓒLEE KANG HYUK

드래그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모지민의 모습. ⓒLEE KANG HYUK

작은 손짓 하나에도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이 느껴진다. ⓒCHUN HIM CHAN(GRAYGRAPHY)

작은 손짓 하나에도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이 느껴진다. ⓒCHUN HIM CHAN(GRAYGRAPHY)

작은 손짓 하나에도 특유의 섬세한 표현력이 느껴진다. ⓒCHUN HIM CHAN(GRAYGRAPHY)

클래식 발레를 전공한 모어는 드래그 문화에 무용을 접목한 새로운 드래그 아트를 선보인다. ⓒPARK SOL NAE

클래식 발레를 전공한 모어는 드래그 문화에 무용을 접목한 새로운 드래그 아트를 선보인다. ⓒPARK SOL NAE

클래식 발레를 전공한 모어는 드래그 문화에 무용을 접목한 새로운 드래그 아트를 선보인다. ⓒPARK SOL NAE

어두운 방 안, 테이블 위 빨간 장미 한 송이가 놓여 있다. 이를 발견한 한 소녀가 말한다. “와, 예쁘다!” 같은 광경을 마주한 어느 화가의 첫마디는 이러하다. “새하얀 꽃병에 담아두면 색이 더 돋보일 텐데.” 노신사는 어쩐지 처연한 눈빛이다. “머지않아 곧 시들어버릴걸.” 눈을 감고 상념에 잠긴 시인도 운을 뗀다. “칠흑처럼 깜깜한 곳에 이토록 흐드러지게 피어난 꽃이라니.” 제각기 다른 문장 사이, 짐작하건대 모어는 틀림없이 이렇게 말할 테다. “참 아름답다. 나처럼 말이야.”

진한 메이크업과 화려한 복장, 과장된 몸짓. 동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의 고유한 문화로 여겨지던 드래그(Drag)는 이제 하나의 공연 예술 분야로 자리 잡았다. 그중 ‘드래그 아티스트’라는 다소 생소한 단어를 만든 장본인이자 해당 신에서 가장 주목받는 인물이기도 한 ‘모어’, 모지민. 공연마다 만개하듯 아름다운 실루엣을 자아내는 그를 보고 있자면, 꽃의 여왕 장미가 단번에 떠오른다.

“맞아요, 장미와 저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깊숙이 닮은 관계죠. 사실 아티스트라는 말이 조금 어색하기도 해요. 제 입으로는 선뜻 말하기 어렵지만, 오랜 기간 무용을 해왔고 이를 일련의 문화이자 예술인 드래그와 접목했기 때문에 드래그 아티스트라고 불리게 된 거예요. 위대한 아티스트에 비해 아직 문화를 개척한 인물은 아니니, 호칭이 아직 그저 부끄럽네요.”

이태원 클럽 글램, 트랜스 등에서 꾸준히 선보인 드래그 쇼부터 양희은의 곡 ‘봉우리’를 재해석한 을지로 문화 공간 신도시에서의 공연, 각종 전시를 여는 갤러리와 여러 뮤지션의 뮤직비디오 속 행위예술적 퍼포먼스까지. 드래그 아티스트로서 모어는 이름만큼이나 다양한 무대를 넘나든다. 섬세하고 상냥한 평소 모지민의 모습과 사뭇 다른 과감함이 느껴진다. “소름, 세련, 사랑 같은 2음절 단어를 좋아해요. 그래서 활동명을 정할 당시에도 ‘더욱’이라는 뜻의 ‘모어(More)’를 떠올렸죠. 시처럼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게 마음에 들더라고요. 직설적이고 거침없는 표현보다 은유와 비유를 즐기는 편이에요.”

여성이라는 공통된 주제를 상징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그는 온갖 수단을 총동원한다. 하이힐, 가발 등의 소품과 헤어, 메이크업을 포함한 공연 내 모든 요소는 전부 직접 준비한 것들이다. “2000년에 처음 드래그 쇼를 시작했어요. 저뿐 아니라 드래그 퀸 대부분이 스스로 공연 준비를 하는데, 그렇다고 이들의 드래그 쇼가 다 아트로 승화되는 건 아니에요. 바이올렛 차츠키처럼 진짜 멋진 드래그 아티스트가 존재하는 반면, 아직은 쇼맨에 가까운 드래그 퀸도 있죠. 전 저만의 아름다움을 찾아내 예술가로서 무대를 완성하고, 특별함과 차이를 두려고 해요.”

아름답지 않은 건 하고 싶지 않다는 절대적 심미주의 아티스트. 모어에게 아름다우며 예쁜 것을 의미하는 기준은 무엇일까. “제가 추구하는 미는 일반적 시선의 그것과는 정반대 개념이에요. 말하자면 괴기스럽다 못해 오히려 추한 것에 가까운 대상이죠. 이러한 것을 주제로 자주 공연을 하는데, 관객은 이상하고 난해하다 할지라도 전 분명 아름답게 보이기 위해서 하는 일이에요. 결코 남들이 이해하지 못한다 한들 아트로 승화한 그 대상이 제게 충분히 비범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지면 만족해요. 저만의 이런 키치함이 좋고, 그래서 늘 ‘Kitch is my life’라는 말을 모토로 삼고 있어요.”

오래도록 방 안은 암흑으로 가득해왔다. 그런 와중에도 장미는 자신의 아름다움을 과시하며 사람들의 궤변에 한 치 흔들림 없이 커다란 꽃잎을 펼친 채 놓여 있었다. 계단을 따라 내려간 어두운 클럽 무대 위 모어 또한 마찬가지다. 보는 이마저 붉게 물들이는 그의 독보적 예술 행위는 무엇보다 환하고, 누가 봐도 단연 아름답다.

드래그 아티스트 모어는 크고 붉은 자신의 꽃잎을 활짝 펼쳐 무대 위 선명한 빛으로 피어났다.

Credit Info

EDITOR
PARK SO HYUN
PHOTO
KIM HYUK
ASSISTANT
PARK JI YOUN

2017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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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PARK SO HYUN
PHOTO
KIM HYUK
ASSISTANT
PARK JI YO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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