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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통의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FINDING MOON CUP

On September 27, 2017 0

생리통에 괴로워하던 지난 10여 년. 과연 생리컵이 그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지난해부터 트위터 타임라인에 심심찮게 등장한 생리컵. 이 물건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생리통이 없어졌다’는 어느 한 선구자의 증언 때문이었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책상 서랍, 파우치, 집 안, 차 안 어디에든 게보린을 상비해둔다. 여러 소염 진통제 중 이 연보라색 알약이야말로 생리통의 원인으로 알려진 프로스타글란딘을 가장 빠르게 제압하기 때문이다. 생리 첫째 날이면 중·고등학생 때는 항상 양호실 신세였고, 대학생 때는 자체 휴강도 불사했다. 한약을 지어 먹을 때는 확실히 고통이 덜했지만 안 먹는 순간 원상 복귀. 그렇게 10여 년을 보내온 나였으니, 생리통이 없어진다는 증언이 어떻게 들렸겠는가. 검색 결과, 2016년 7월 국내에서 생리컵 판매가 중단되었고 해외 직구를 통해 3만~5만원대에 구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솔직히 20만원이었다 해도 주저 없이 구매했으리라. 그만큼 나는 매달, 그날이 괴로웠다.

생리컵 구매를 결심한 또 다른 계기는 생리대에 처리된 화학 약품이 생리통과 냄새를 유발한다는 뉴스였다. 지난 3월 김만구 강원대 교수가 진행한 ‘생리대 방출 물질 검출 시험’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국내에서 시판 중인 제품 11가지 모두에서 스티렌 등 독성이 포함된 휘발성 화학 물질이 검출된 것. 게다가 이 실험은 밀폐 공간을 사람의 체온인 36.5℃로 설정해 진행한 실험이었는데,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대부분 몇 시간 정도의 텀으로 생리대를 교체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4백 배 넘는 농도의 독성 물질에 노출될 위험이 있다는 말이 뒤따라왔다. 그 순간, 고등학생 때 친구들과 나눈 대화가 머리를 스쳤다. “생리대는 2시간에 한 번은 꼭 바꾸는 게 좋대” “정말? 생리대 은근히 비싸잖아. 그걸 2시간마다 어떻게 바꿔?” ‘아, 그게 독성 물질 때문에 나온 말이었구나’ 하는 생각이 드니 아찔해졌다. 그 말을 무시하지 않고, 설사 생리대 교체 시점이 아닐지라도 2시간마다 바꿨다면 생리통에서 좀 더 일찍 해방될 수 있었을까?

국내에서 생리대는 의약외품으로 지정돼 제조사에서 전 성분을 공개할 의무가 없다. 사정은 미국도 마찬가지인 듯하다. 도대체 왜, 뭐가 들었길래? 첫 방송부터 큰 호응을 얻은 온스타일의 여성 건강 리얼리티 <바디 액츄얼리>에서 언급한 사례가 주목할 만하다. ‘지구를 위한 여성의 목소리’의 알렉산드라 스크랜턴은 미국 시판 생리대 4종에 대해 독성 물질 실험을 한 결과 모든 제품에서 발암 물질인 스티렌, 생식기 질환 유발 물질인 클로로메탄, 아세톤 등 유독성 물질이 검출됐음을 밝혔고, 뉴욕주 하원의원 캐럴린 맬로니는 생리대의 전 성분을 공개하는 법안을 9번이나 발의했지만 9번 모두 기각됐다. 세계 여성의 권익 신장을 위해 9번이나 재도전한 그의 열정에 경의를 표하는 한편 ‘왜 뭐 때문에’ 매번 기각됐을까, 그 이유를 헤아려보자니 피가 거꾸로 솟는다.

그렇다면 생리컵은 안전할까? 의료용 실리콘으로 만들었다면, 주기적으로 소독만 제대로 한다면 ‘그렇다’고 한다. 적어도 생리컵이 최초로 개발된 1930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탐폰의 부작용인 독성쇼크증후군 같은 사례가 나오지는 않았다. 선구자들은 생리컵에 적응만 한다면 상상치도 못했던 자유를 만끽할 것이라 입을 모은다.

생리컵이 도착했다. 기자를 천직으로 여기고 사는 내게 새로운 경험은 언제나 즐거운 일이건만, 10년 전쯤 탐폰으로 갈아타려다 실패한 뒤 어쩐지 삽입형 생리용품에는 의구심을 품었던 터라 손가락 두 마디만 한 실리콘을 한동안 들여보다 삽입을 시도했다. 초심자의 행운이 따랐는지 예상보다 수월하게 생리컵이 자리 잡았고 조금 움직이다 보니 정말 ‘안 한 것’처럼 편안해졌다. 이달에 유독 생리통이 덜한 건 플라시보 효과일까? 몇 달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적어도 생리용품의 선택지가 추가됐다는 사실 때문에 몸과 마음이 한결 자유로운 기분인 것만큼은 확실하다.

생리통에 괴로워하던 지난 10여 년. 과연 생리컵이 그 탈출구가 될 수 있을까?

Credit Info

EDITOR
SIN JEONG WON
일러스트
PARK DA SOM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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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 JEONG WON
일러스트
PARK DA S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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