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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결코 멈출 수 없어

IT'S MY PLEASURE

On July 21, 2017 0

부끄럽지만 결코 멈출 수 없어

 

스트라이프 패턴 핑크 로브는 NBA,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과 이너로 입은 점프슈트는 모두 엣지마인.

이 랑 영화감독, 32세

길티 플레저가 셀프 올 누드 제모라고요. 듣기만 해도 눈물이 찔끔 나는데 언제부터 즐겨 한 거예요? 20대 초반요. 사춘기 때부터 성기 주위에 털 나는 게 싫었어요. 처음 봤을 때는 경악했죠. 면도기로 밀었는데, 그럼 피부 위에 보이는 부분만 깎이고 엄청난 속도로 다시 자라잖아요? 근데 속살 부분이니까 예민해서 부어 오르기도 하고. 어릴 때는 아파하고 고민만 하다가 성인이 되고 나서 제모와 왁싱의 세계에 눈뜬 거죠. 

굳이 셀프로 하는 이유가 있나요? 자세도 불편할 거 같은데. 일단 숍은 비싸잖아요. 1회당 10만원 정도로 알고 있는데, 왁싱 받아도 제가 만족스러운 수준의 ‘올 누드’ 상태가 유지되는 기간은 짧은 편이거든요. 왁스로 한번 쫙 밀고 그다음부터는 털을 하나씩 족집게로 뽑아요. 이틀에 한 번, 20개 정도씩요. 

뽑을 때 어떤 쾌락을 느껴요? 아프죠.(웃음) 아, 아프지 않은 부위도 있어요. 저는 그냥 성기 주위에 털이 없는 제 상태를 좋아하는 거 같아요. 미적으로요. ‘얼굴부터 발까지 살색’인 느낌? 다른 부위는 제모 안 해요? 겨드랑이는 레이저 했고, 다리랑 팔은 털이 있는데 거의 관리
안 해요. 올 누드 제모를 할 때만큼의 쾌감이 없어요. 나만이 제대로 관찰하고 들여다볼 수 있는 곳을 관리한다는. 

꽤 오랫동안 셀프 올 누드 제모를 해왔는데, 신체에 변화가 있나요? 이제는 털이 직모로만 자라요. 바빠서 관리를 소홀히 할 때면 머리카락처럼 자라더라고요. 쭉쭉. 그리고 척추를 숙인 자세를 오래 하니까 목 뒤가 뻐근해요. 나이 들수록 ‘혼자는 못하겠다, 빨리 돈 많이 벌어서 숍 다녀야지’ 생각했어요. 

‘길티 플레저’ 인터뷰이로 섭외했는데 어쩐지 그저 ‘플레저’만 있어 보여요. 그런가요? 근데 죄의식까지는 아니지만 셀프 올 누드 제모를 할 때 제 자세나 모습을 누가 봐도 당당하지는 않아서.(웃음) 누가 묻지 않은 이상 굳이 “저 셀프 올 누드 제모 합니다”라고 말하지도 않고, 취미라고 공공연히 말할 것도 아니고요. 저 스스로에게는 마치 명상의 순간처럼 제 몸을 돌보는 소중한 시간인데, 이틀에 한 번씩 각 잡고 앉아서 자신의 성기를 거울로 들여다보며 털을 뽑는 인간이 지구상에 얼마나 있을까 싶어요. 

정말 혼자 있을 때만 해야겠네요. 지금은 혼자 살아서 괜찮고요. 가족들이랑 살 때 좀 불편했죠. 제모하고 있는데 갑자기 엄마나 언니가 들어 온다거나 왁싱하던 중에 왁스가 떨어져서 하의 탈의한 채로 살금살금 나갔는데 엄마랑 마주친다거나. 

인터뷰 나가고 제모 제품 CF 들어오면 좋겠어요. 진짜요.
SJW

 

 

화이트 슬리브리스 원피스는 MM6, 레드 스트랩 샌들은 바바라.

여 연 희 모델, 26세

‘길티 플레저’라 하면 대부분 고칼로리 디저트, 쇼핑 중독 등을 떠올리기 마련인데, ‘식물’에 대한 길티 플레저를 가졌다는 점이 독특해요. 본인의 길티 플레저에 대해 설명할 수 있나요? 처음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됐을 때는 마냥 좋았어요. 그런데 여기에 꽂혀 끊임없이 사들이다 보니 화분이 너무 많아 일일이 신경 쓰기 어려워지더라고요. 저도 사람인지라 일정이 바쁠 때도 있고, 점점 시드는 식물을 보면서도 어쩔 수 없이 내버려뒀죠. 매번 큰 죄책감을 가지는 동시에 또 다른 욕심이 생겨요. 

정확히 주제와 들어맞네요. 그럼 이러한 길티 플레저를 갖게 된 계기는 뭔가요? 독립해 혼자 살게 되면서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졌어요. 친한 언니가 플로리스트인데, 식물이 집 안 분위기를 환하게 해줄 거라면서 꽃 시장에 같이 가보자고 하더라고요. 별 기대 없이 따라가 화분을 보고 있으니 ‘힐링’되는 기분이 드는 거예요. 그래서 중독된 것처럼 하나둘씩 집에 들였죠. 그게 시작이었어요. 

사실 식물은 관리하기 번거롭잖아요. 귀찮은 일일 텐데도 나만의 길티 플레저로 꾸준히 행하게 되는 이유가 있다면 무엇일까요? 저 취미로 꽃꽂이도 해요. 길티 플레저는 아니지만요. 꽃이나 식물을 세심하게 관리하고 신경 쓰는 제 모습이 스스로 만족스러워요. 대견한 느낌? 예전에 그저 예쁘다는 이유로 이파리가 커다란 ‘극락조화’라는 식물을 사온 적이 있는데요. 크기를 가늠하지 못해 무작정 집에 들인 지 얼마 안 돼서 죽었어요. 그 이후로는 수용이 가능할 정도의 화분만 사자는 나름의 규칙을 세웠죠. 인간의 궁극적 목표는 행복이잖아요. 죄책감을 조금 느끼더라도, 차차 개선하며 결국 기쁨을 얻는다면 기꺼이 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PSH

 

 

비비드한 옐로 컬러 원피스는 플라스틱 아일랜드, 골드 네크리스는 도나앤디.

레 이 디 제 인 가수, 34세

화장품에 남다른 애정을 가졌다고 들었어요. 어떤 점에서 ‘길티’와 ‘플레저’를 느끼는 건가요? 제게 길티 플레저란 의무감과 비슷한 의미이기도 해요. 오랜 기간 뷰티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다 보니 발 빠르게 뷰티 트렌드를 체크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있거든요. 그래서 너무 좋고 관심이 가서라기보다는, 집념과 같은 관점에서 처음 화장품을 사 모았죠. 이제는 지인들에게 어떤 제품이 좋은지 조언해주고, 정보를 전해주면서 보람을 느껴요. 반면 외모에만 치중할 거라는 이미지와 편견을 스스로 불러온다는 점에서 죄책감이 들기도 하고요. 

본업이 뮤지션이다 보니 여러모로 고민이 많겠네요. 길티 플레저를 갖게 된 후 자신에게 생긴 변화가 있나요? 이전과 달리 요즘은 ‘덕후’ ‘마니아’ 같은 말들이 좋은 뜻으로도 쓰이잖아요. 어떠한 문화에 조예가 깊다는 징표이기도 하니까요. 특정 분야에 열광한다는 건 그게 무엇이든 긍정적인 것 같아요. 저 또한 ‘이러면 안 되는데’라며 죄책감을 가지면서도, ‘내가 좋은 건데 뭐’라고 스스로를 응원해요. 음악이든 뷰티든 좋아하는 일에 당당할 수 있는 과감한 태도를 얻은 것 같아요.

각자의 길티 플레저를 실행하는 과정이 모두 다른데, 레이디 제인의 길티 플레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듣고 싶어요. 앞으로 계속할 생각이 있는지도 궁금하고요. 쇼핑을 할 때, 분명 이미 있는 컬러나 제품인데도 또 사요. 마치 그게 없는 것처럼 시치미를 뗄 때도 있고요. 화장품에도 유통 기한이 있잖아요. 그래도 패키지가 너무 예뻐서 사온 그대로 보관해두는데, 지난번에는 5년 동안 포장조차 뜯지 않은 걸 겨우 꺼냈어요. 나중에 보면 수많은 제품이 다 제 히스토리 같고, 괜스레 뿌듯한 마음이 들어요.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도 꾸준히 화장품은 모을 예정이에요. 이게 바로 제 ‘플레저’니까요.
PSH

 

 

비라이트 블루 재킷과 쇼츠, 벨트는 모두 우영미, 화이트 슬리브리스 톱은 코스, 양말은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스트랩 슬라이딩 슈즈는 올세인츠.

윤 정 재 모델, 22세

‘모델’이라는 직업에 대해 ‘식단 관리를 철저히 할 것이다’ ‘끊임없이 운동을 할 것이다’와 같은 선입견이 있잖아요. 그런데 애니메이션을 즐겨 본다고 해서 굉장히 의외였어요. 추억 속에 사는 것 같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상상력이 풍부하다는 소리도 꽤 듣고요. 한번 애니를 보고 나면 한 달 이상 거기에 빠져 있거든요. 여운이 느껴져 등장하는 캐릭터가 주변 사람과 오버랩되어 보이는 경우도 종종 있고, 이미 몇 번 본 건데도 계속 다시 보기도 해요. 음악까지 찾아 들으면서 온통 그 애니에 빠져서는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일 때도 있어요. 그런데 오히려 여기에 더 재미를 느껴 즐겨 봐요. 

보기와 달리 ‘오타쿠’ 기질이 있네요. 애니메이션 말고 나만의 또 다른 길티 플레저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어떤 면에서는 애니보다 게임을 더 좋아해요. ‘오버워치’ 같은 최신 게임은 별로 안 내키고, 닌텐도가 처음 출시됐을 때 그 게임을 즐겨 모았거든요. 보관해두는 장이 하나 있어 모아둔 게임을 보면 정말 만족스러워요. 애니와 관련해서는 거기에 나온 OST 음반을 사기도 하고, 혼자 걸으면서 들을 때 그 어느 순간보다 행복한 기분이 들어요. 낚시도 좋아하는데. 저 최악인가요? 

최악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매력적인데요. 길티 플레저라고 고백하면서도 죄책감을 전혀 느끼지 않는 것 같아서요. 피해를 주는 건 아니잖아요. 스스로 죄책감을 느낀다기보다는 주변 시선 때문에 길티 플레저를 갖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전 애니를 보고 OST 음반만 사도 정말 행복하거든요. 그런데 친한 여자 친구들은 ‘워스트 남편감’이라고 놀리고는 하죠. 제 나이가 스물둘인데, 아직 젊잖아요. 취향에 대한 죄의식을 느낄 필요도 없고 그런 감정이 들기에는 만족감이 대단해요. 나이가 들어 다른 길티 플레저를 찾는다면 바뀔 수도 있겠지만, 전 현재로서는 제 길티 플레저를 통해 죄책감조차 잊을 만큼 행복해요.
P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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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LTY BUT PLEASURE

부끄럽지만 결코 멈출 수 없어

Credit Info

EDITOR
SIN JEONG WON, PARK SO HYUN
사진
KIM YEON JE
스타일리스트
RYU SI HYUK, YEON MI RYUNG
헤어
KANG RI NA, JANG HAE IN
메이크업
SEO OK, JANG HAE IN
어시스턴트
KIM SUN HEE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SIN JEONG WON, PARK SO HYUN
사진
KIM YEON JE
스타일리스트
RYU SI HYUK, YEON MI RYUNG
헤어
KANG RI NA, JANG HAE IN
메이크업
SEO OK, JANG HAE IN
어시스턴트
KIM SUN H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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