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본문바로가기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유투브 네이버포스트

통합 검색

인기검색어

HOME > Radar

special

TATTOO

On May 30, 2017 0

3 / 10
/upload/nylon/article/201705/thumb/34662-232074-sample.jpg

 

 

인간에게는 기록의 욕구가 있다. 시대, 성별, 나이와는 무관한 원초적 본능과도 같은 것이다. 작은 방 안 어린 소녀 안네는 “종이는 인간보다 잘 참고 견딘다”고 말하며, 묵묵히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기장에 매일을 적어두었다. 반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를 통해 이른바 ‘소통’하는 현대인은, 맛있는 음식을 보거나 아름다운 풍경을 마주할 때 가장 먼저 사진을 찍어 순간을 포착하려 한다. 그뿐만이 아니다. 머릿속 문득 떠오른 영감을 간직하기 위해 예술가들은 시를 쓰거나 그림을 그리고, 노래한다. 지도, 서적 등의 형태로 역사를 남기는 사람도 있다. 이처럼 아주 오래전부터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으로 끊임없이 기록하고 기억해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정확하고 뚜렷한 성질을 지닌 기록의 매개체로서, 결코 잊을 수 없는 ‘타투’를 택하기도 한다.본능적 욕구에서 비롯된 것일지라도, 타투를 하는 이유는 한층 세부적으로 나뉜다. 과거 옛 부족민은 주술이나 부족의 징표로 신체 위에 상징적 문자를 남겼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기하학적 문양의 문신을 일련의 관습적 요소로 여겼다. 하지만 현대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은 표피 아래 잉크를 주입하는 다소 잔인한 이 행위를 즐기기 시작한다. 영화 <메멘토> 속 단기기억상실증을 앓는 주인공이 말 그대로 ‘잊지 않으려’ 온몸에 글자를 새기듯, 지난날의 고된 경험이나 사랑하는 대상의 부재, 일상적 충고 등 기억해야 할 무수한 것들을 영원히 메모해두고자 타투를 행한다. 스스로에 대한 증명으로 삼는 이들도 있다. 

대부분은 타투를 지닌 사람들이 자유롭고, 개인주의적이며, 사교적이지 못할 것이라 예상한다. 특히 부정적 인식이 채 가시지 않은 대한민국에서는 불가피한 관념과도 같다. 그러나 놀라운 점은, 오히려 반대의 경우가 더 많다는 사실이다. 타투를 결심한 자들은 자유롭지 못하고, 타인의 시선에 민감하며, 무언가 공유할 대상을 늘 그리워한다. 그리고 이러한 결핍들을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타투를 감행한다. 깊은 속내를 끄집어내 커다란 그림으로 응축시키거나, 내재된 불만을 해소할 궁극의 도피처로서 일종의 도전을 시도하는 것이다. 실제로 심리학에서는 타투 행위를 자해와 같은 맥락의 반사회적 인격장애 증상의 하나로 간주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흥미로운 건 ‘예뻐서’라는 단순한 이유다. 지우기 어려운 특성상 타투는 반드시 신중을 기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영구성은 어떤 이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큰 장점으로 작용한다. 편리한 액세서리 아이템이 되기 때문이다. 사실 타투가 패션의 일부라는 생각은 꼭 오늘날 탄생한 현대적 발상이 아니다. <문신의 역사>의 저자 조현설 교수는 책을 통해 이렇게 말한다. “코를 꿰는 것, 귀를 처지게 늘이는 것, 아랫입술을 둥근 진흙 원반을 넣어 기형적으로 늘이는 것 또는 고리를 끼워 목을 늘이는 것 등등. 이런 행위들은 문신과 마찬가지로 넓은 의미에서 복식문화의 한 표현들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가 의문스럽게 생각하는 것은 왜 그런 고통스러운 신체변형술이 아름다움이라는 이름으로 강행되는가 하는 점이다. 바로 이 의문에 대한 해답이 욕망의 간접화다.” 주술의 효과에 대한 절대적 신뢰, 부족민과 결속력을 다지려는 의지, 통과 의례를 거친 뒤의 자긍심, 평생 기억하고 싶은 대상을 기록하고자 하는 집착, 심미성 추구 등 각기 다른 타투의 목적은 결국 모두 ‘욕망’을 향해 있다. 

타투에 투영된 인간의 내면은 이토록 긴밀하다. 매달 다양한 이슈를 기록하며 표현의 욕구를 해소하는 <나일론> 에디터로서, 우리는 인간의 깊숙한 본성을 탐닉할 수 있는 ‘타투’에 주목했다. 혐오스럽고도 찬연한 아름다움을 가진 살갗 위 기록. 그 현주소를 짚어보는 것을 시작으로 뮤지션 요조와 베이빌론, 레스토랑 D_51의 셰프 동경진, 불타바 대표 강승헌, 작가 봉현, 화가 김희수, 일러스트레이터 민재기와 그림 책방 베로니카 이펙트를 운영하는 유승보까지 각 분야의 8인이 지닌 다양한 개성별 타투를 담아냈다. 이 밖에도 욕망 실현의 주체가 되어주는 타투이스트 도이와 판타, 브라운피넛 3인의 작업실을 찾고, <나일론> 에디터들이 직접 타투 체험에 나서기도 했다. 한번쯤 타투를 고민해본 적이 있거나 곧 추진할 예정이라면, 이달의 <나일론> 스페셜 이슈가 어떠한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 짐작한다. 타투에 관심조차 없다 해도 상관은 없다. ‘만약 나라면 무엇을 새길 것인가’라는 가정을 떠올려보는 것만으로도, 자각하지 못했던 스스로의 욕망과 결핍을 마주할 수 있을 테니까.

Credit Info

EDITOR
PARK SO HYUN
PHOTO
SHUTTERSTOCK

2017년 05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PARK SO HYUN
PHOTO
SHUTTERSTOCK

0 Comment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