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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규의 섬

On May 29, 2017 0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는 사람처럼 소도 힐링한다. 일본의 최남단 섬, 이시가키에는 일본 최고의 와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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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지 좀 추천해줘.” 친구들은 피처 에디터를 ‘놀고 먹고 쉬기 전문가’로 여긴다. 부정할 수는 없다. 우리는 매달 ‘어디 가서 뭘 해야 가치 있고 보람 있는 시간을 보냈다고 만족할 수 있을까’를 염두에 두고 기사를 쓴다. 그 답이 (나의 앞뒤 사정 같은 건 따지지도 않고) 자판기처럼 바로 툭 나오기를 기대하는 듯 싶어 간혹 부담스럽기는 해도 여행지를 추천하는 건 언제나 즐거운 일이다. “어떤 데로 가고 싶은데?” “바다도 산도 숲도 있는 곳인데 좀 조용하면 좋겠어. 제주도는 이미 자주 갔고 또 너무 관광지 같기도 하고. 비행시간으로 지치는 건 싫으니까 아시아권이면 딱이겠는데….” “그럼 이시가키 섬이네.” “어딘데? 일본이야?” 

이시가키는 일본의 최남단 섬으로 직항이 없어 오키나와에서 국내선으로 갈아타고 1시간쯤을 더 가야 한다. 그 과정이 조금 번거롭고 비용이 추가되기는 하지만, 있을 건 다 있으면서 적막하고 아름다운 그 섬에 도착하기만 하면 내내 오기를 잘했다는 말만 나온다. 차로 해안 도로를 따라 섬을 돌면 2시간이면 충분한 이 섬의 평균 시속은 40km/h. 서울에서라면 답답하겠지만 이시가키에서는 바다와 산, 한가로이 풀을 뜯는 말, 농가, 그 모든 것과 어우러진 하늘을 눈에 담느라 이보다 속도를 더 높일 수도 없다. 외지인을 위한 속도인 걸까. 그 덕분에 머리와 가슴에는 여백이 생기고 그 공간에는 이 섬의 풍경이 들어찬다. 

이제는 배를 채울 차례. 이시가키에는 소고기, ‘이시가키 와규’가 있다. ‘고베 와규’는 일본 3대 와규 중 하나인데, 이것은 사실 이시가키에서 나고 자란 송아지를 데려다 키운 소의 고기다. 3박 4일을 묵었던 이시가키 에어비앤비 주인에게 이시가키 와규 전문점을 소개해달라 부탁해(여담: 그 집 주인이 건물 1층에서 타이 레스토랑을 운영했으나 거기서 한번도 식사를 하지 않아 미안했다. 한 번쯤은 먹을 생각이었지만 그 작은 섬에서도 가보고 싶은 식당이 너무 많았던 탓이다) 한적한 시내의 건물 8층에 위치한 스테이크 전문점을 찾았다. 워낙 높은 건물이 없는 동네라 8층인데도 전망이 몹시 좋았다. 고기에서 단맛이 날 수 있다는 것을 이날 처음 알았다. 이런 환경에서 스트레스 없이 자랐을 테니 고기 맛이 좋을 수밖에. 사탕수수 정도의 단맛과 향은 침샘을 자극해 고기가 더 부드럽게 식도로 넘어가게 도왔다. 그걸 먹은 날부터 오키나와로 돌아가는 공항 터미널에서까지 우리는 메뉴판에 이시가키 와규가 보이면 무조건 주문부터 했다. 물론 인스타그램 업뎃도 잊지 않았다. “내 주변 고기 마니아를 다 데려와 먹이고 싶네” 하는 허세 멘트까지 곁들여서. 

이시가키와 오키나와 어느 식당을 가나 항상 보이는 음식 중 또 하나는 ‘고야’였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여주로 불리는 이 채소는 오키나와 특산품이자 장수 식품으로 ‘여기에까지 고야를 넣네’ 할 정도로 널리 쓰인다. 쌉쌀한 맛에 브로컬리와 비슷한 식감이 먹다 보면 적응도 되고 나중에는 맛있다고 느껴지기까지 하지만 오키나와 시내에서 파는 ‘고야맛 소프트아이스트림’은 절대 비추다. 그 아이스크림 하나로 ‘평생 장수’를 보장받을 수 있다고 해야만 끝까지 먹을 수 있는 맛이니까.

물 좋고 공기 좋은 곳에서는 사람처럼 소도 힐링한다. 일본의 최남단 섬, 이시가키에는 일본 최고의 와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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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SIN JEONG WON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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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N JEONG W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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