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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CENT OF MEMORY

On May 29, 2017 0

때로는 향기로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찰나를 소환하는 향이 있다.

여행의 시작

은은한 장미 향이 코 끝을 맴돈다. 튀일리 공원에서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코를 간질이던 그 향이다. 바람이 향기를, 향기가 추억을 맴돌게 한다. 그 덕분에 직장 상사의 언제나 똑같은 레퍼토리도, 남자친구와의 의미 없는 투닥거림도, 매일 똑같이 굴러가는 듯한 하루도 튀일리 공원에 있는 듯 가벼워진다. 장미 한 다발 대신 탐스러운 향기를 선물하고 싶었다는 그의 마음과 우아하면서도 따스한 향기가 더해져 마음이 살랑인다. 나를 만나는 누군가도 이 향에 이끌려 간질간질한 추억 하나 떠올리기를 바라며, 메종 프란시스 커정 아라 로즈 향수를 뿌리고 출근한다.
메종 프란시스 커정의 아 라 로즈 70ml 25만5천원.

 

연애의 시작

우리는 한곳을 보고 있다. 그의 손에 들린 디퓨저에서 한 방울씩 떨어지는 향이 우리를 은은하게 감싼다. 노라 존스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톡톡 떨어지는 빗소리가 아득하다. 우리는 말이 없고 손끝은 맞닿아 있다. 그 순간 느껴지는 짜릿함과 떨림이 깨질까 싶어 우리는 손끝의 촉감에만 집중한다. 향수에서 퍼져 나오는 사랑스러운 장미 향은 온전히 그 공간을 우리의 것으로 만들어준다. 연애의 시작은 ‘우리 사귀자’가 아니라 손끝이 맞닿아 짜릿한 순간이 아닐까. 찰나 우리를 감싼 향기를 우리는 사랑의 향으로 기억하며 살아가니 말이다. 오늘 우리의 공간에는 어떤 향이 머물고 있을까.
불가리의 로즈 로즈 100ml 19만9천원.

 

 

 

그리움의 시작

상쾌한 비누 향에 뒤를 돌아본다. 그는 꼭 비누로 세수를 했다. 비누 향은 향수나 화장품의 그것과 다른 무언가가 있다 했다. 비누 향과 그의 체취가 레이어링돼서 그를 만들었다. 그래서 은은하고 깨끗한 비누 향이 나면 나도 모르게 뒤돌아본다. 그를 다시 만난 것처럼. 방금 샤워하고 나온 듯 깨끗하고 신선한 느낌. 그 느낌이 좋은 건지, 예전 비누 향이 그리워서인지 나도 비누를 집는다. 부드러운 거품을 한 가득 만들어 뽀득뽀득 닦고 나니 화이트 프리지어 부케 향과 막 익은 듯한 배의 시원함이 감싼다. 이제는 너를 기억하는 향이 아닌 나를 위로하는 나의 배스 솝의 선물이다.
조말론 런던의 잉글리쉬 페어 앤 프리지아 100g 3만3천원.

 

고민의 시작

초여름 한낮, 와이너리를 거닐고 아이스 와인을 마신 그날, 우리는 기분 좋게 취해 있었다. 과일의 들큰한 향과 와인의 청량감이 잊히지 않는 날이었다. 시간은 느리게 흘렀고, 공기는 빠르게 가벼워졌다. 수많은 고민이 한낱 먼지가 되어 날아갔다. 달콤하고, 따뜻하고, 상쾌한 시간이었다. 그날의 기분을 그대로 품은 향기를 만났다. 한없이 내가 작아지는 날, 다른 이들은 뭐든 척척 잘하는 것 같은데 나만 자꾸 뒤로 가는 것 같은 날, 일어나지 않은 일에 겁먹어 고민의 무게가 버거운 날, 나를 상쾌한 그곳으로 데려간다. 프리지어의 달콤함이 더해진 마크 제이콥스 페어를 선택한 이유다.
마크 제이콥스의 페어 100ml 8만원.

때로는 향기로 기억되는 순간이 있다. 그리고 그 찰나를 소환하는 향이 있다.

Credit Info

CONTRIBUTING EDITOR
MOON EUN YOUNG
PHOTOGRAPHY
HONG SEUNG JO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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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NTRIBUTING EDITOR
MOON EUN YOUNG
PHOTOGRAPHY
HONG SEUNG J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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