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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RNAL SPIRIT

On May 16, 2017 0

공간은 인물을 대변한다. 타투이스트 도이, 판타, 브라운피넛 3인의 작업실을 찾아 타투이스트로서 직업에 대한 견해를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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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tooist DOY

사랑을 받는 이에게서는, 사랑을 전할 줄 아는 능숙함이 분명 엿보인다. 테이블 위 가만히 놓인 <성경>, 다녀간 이들의 정다운 흔적 등 그의 작업실에 넘치는 온기와 사랑은 결코 하나님만의 것이 아니다. 수채화 타투를 본격적으로 국내에 알린 장본인이자 섬세한 표현법으로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타투이스트 도이. 독실한 크리스천인 그가 ‘타인의 몸에 그림을 그리는 일’을 한다는 게 사실 조금 의아스러웠다. “타투를 시작한 건 금전적 가치 때문이었어요. 단순히 돈과 관련된 것이 아닌, 예술인에 대한 상대적 저평가를 이야기하는 거예요.” 진중하고 또렷한 목소리에서 확고한 철학이 느껴진다.

“처음에는 다른 사람 몸에 평생 남을 그림을 그린다는 게 중압감을 주기도 했어요. 그런데 문득 이 정도의 책임감과 강박은 어떤 직업이든 가질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디자인을 해온 덕분에 개인을 위한 가치 있는 무언가를 만드는 일에 익숙한데, 타투의 영속성은 제 작품의 가치가 누군가와 공존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큰 매력으로 작용하죠.” 도이는 ‘타투가 없는 타투이스트’다. 종교적 이유는 아니지만, 당분간 이를 유지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 “대한민국에서 타투는 아직 부정적 인식이 강한 게 사실이에요. 좋지 않은 시선을 바꾸기 위해서 음란하거나, 혐오스럽거나, 반종교적인 작업은 하지 않아요. 제가 타투가 없는데 타투 작업을 하는 것도, 어쩌면 어느 정도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해서요.”

두 아이의 아버지이기도 한 그는, 딸에게 스스로를 ‘화가’라고 소개한다. “제가 작업한 손님 중 한쪽 팔 전체에 화상을 입은 여성분이 있었어요. 커다란 흉터가 있어 이를 덮는 타투를 하고 싶다고 하셨죠. 몇 번에 걸쳐 작업을 완성하고, 시간이 흐른 어느 날 그분이 인스타그램에 사진을 찍어 올리셨더라고요. 올해 들어 가장 잘한 일이라면서요. 직업이란 자신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고 봐요. 저희 어머니는 제 인스타그램을 매일 확인하며 지지해주시고, 제 딸은 친구들에게 자랑해요. 무엇보다 그림을 그리는 타투이스트로서 저는 제 직업에 자긍심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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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tooist PANTA

‘한 사람이 오는 건 그 사람의 삶 전체가 오는 것’. 어느 커다란 광고판 위 이와 같은 문구가 적힌 걸 본 적이 있다. 어떤 인물의 개성을 응집해 드러낸다는 점에서, 확실히 타투 행위와 일맥상통하는 바가 있다. 동화 속 어여쁜 소녀를 마주하게 될 듯한 분홍빛 작업실. ‘판타의 비밀의 방’이라는 이곳에서 타투이스트 판타는 사람들의 다양한 삶을 맞이한다. “저를 찾아주는 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모두 이해하고자 해요. 거기서 떠오르는 영감도 있고, 그래야 온전히 한 사람만을 위한 타투 작업이 되니까요.”

판화를 공부했고, 아동 슈즈 디자이너였던 그녀는 패션에도 조예가 깊다. 그러나 현재 직업, 타투이스트에 대한 판타의 사명감은 그 어느 누구보다 투철하다. “작업을 하기 전 가장 먼저 할 일은 ‘충분한 대화’예요. 직접 그 사람을 만나서 얘기를 나누고, 개인 특유의 분위기에 어울리는 타투를 제안하죠. 가끔 ‘이렇게 해주세요’라며 기존 도안을 가져오는 분들이 계세요. 하지만 누군가를 위해 탄생한 그림을 똑같이 베끼는 건 저뿐만 아니라 다른 타투이스트와 손님에게도 절대 안 될 일이에요.”

한층 격양된 목소리의 그녀는 미숙한 기술 혹은 가벼운 태도로 작업에 임하거나, 상업용으로 홍보를 일삼는 타투이스트들에 책임감의 당위성을 알리고 싶다고 한다. “타투이스트를 화려하고 멋지게만 생각하는 이들이 있어요. 하지만 정말 힘든 점이 많거든요. 좀 더 진중한 자세로 타투이스트라는 직업에 접근하기를 바라요.” 타투이스트를 ‘걸어 다니는 작품을 탄생시키는 작가’라고 칭하는 그녀. 판타는 그야말로 ‘본투비 타투이스트’임에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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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ttooist BROWN PEANUT

서교동의 한 골목 안 지하 작업실. 여느 어두컴컴한 타투 숍과 별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면, 문 뒤로 펼쳐지는 광경에 놀라게 될 것이다. 브라운피넛의 공간은 한마디로 흡사 ‘갤러리’를 연상시킨다. 직접 고른 프레임 속 그림을 빼곡히 걸어둔 벽면, 빈티지한 멋이 느껴지는 조명과 소품까지. ‘타투’ 하면 떠오를 법한 위태로운 장면은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제가 처음 타투를 접했을 때만 해도 하위문화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했어요. 점차 사람들의 인식이 개선되면서 타투이스트의 개념도 바뀌었죠. 위생이나 기술 등 타투에 대해 다들 세밀히 신경 쓰게 되었어요.”

사진을 전공한 유학파 출신 타투이스트 브라운피넛은 캐나다에서 돌아와 최근 자신의 이름과 같은 ‘브라운피넛’이라는 크루를 만들었다. 다른 아티스트와 함께 작업실 안 그는 복잡하게 얽힌 형태의 패턴 타투를 만들어낸다. “점, 선, 면의 변형을 보면서 영감을 받아요. 제가 정교한 문양의 만다린 타투 작업을 전문으로 하다 보니, 배우고 싶다는 연락이 많이 오거든요. 그런데 막상 만나보면 그림이나 예술을 좋아하기보다는 특정 이점만을 좇고 타투이스트를 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더라고요. 좀 아쉽죠.”

물론 브라운피넛에게도 ‘처음’은 있었다. 그의 첫 작업은 지인의 이름을 새기는 일이었다. “잉크가 번져 알파벳 ‘M’이 그냥 네모가 됐어요. 많이 미숙했던 때니까요.” 하지만 타투이스트로서, 브라운피넛에게 무엇보다 중요한 건 그림의 심미성이나 완성도가 아니다. 타투를 하는 주체와 받는 객체 간 교류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훗날 제가 죽어도 제 작업은 남아 있잖아요. 타투란 두 사람 그리고 작업물 사이 소통의 방식이자 교감의 형태인 거죠.”

Credit Info

EDITOR
PARK SO HYUN
PHOTO
KIM YEON JE

2017년 0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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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PARK SO HYUN
PHOTO
KIM YEON J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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