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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시카와에 가면

On January 31, 2017 0

과거와 현재, 고요함과 활기, 자연과 인공의 미가 한데 어우러진 일본의 이시카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무엇이든 볼 수 있고, 할 수 있고, 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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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 아침, 무사 마을 나가마치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이른 아침, 무사 마을 나가마치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 이른 아침, 무사 마을 나가마치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이른 아침, 무사 마을 나가마치에서 등교하는 학생들을 만났다.
  • 활기로 가득한 와지마 아침 시장을 조금 벗어나니 한적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활기로 가득한 와지마 아침 시장을 조금 벗어나니 한적한 강이 흐르고 있었다.
  • 노토라쿠 료칸의 모든 방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노토라쿠 료칸의 모든 방에는 차를 마실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어 있다.
  • 21세기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초겨울 일본의 모습. 21세기 미술관으로 향하는 길에 만난 초겨울 일본의 모습.
  • 노토 반도에서 경관이 가장 훌륭하다는 노토콘고에 자리한 소박한 상점.노토 반도에서 경관이 가장 훌륭하다는 노토콘고에 자리한 소박한 상점.


법적으로 어른이라 할 만한 나이가 되어 다닌 해외여행 중 대부분은 일본이었다. 그중에서도 두 번의 오사카행을 빼면 목적지는 모두 도쿄였다. 가깝고, 편하고, 귀여운 것이 즐비하며, 맛있는 것도 많은 데다, 혼자여도 여럿이어도 괜찮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서울처럼 대도시라는 점이 묘한 안도감을 주었다. 그러니까 여태까지는 일본 여행을 다녔다기보다는 도쿄 여행을 다녔다는 게 맞는 말일 거다. 올해도 역시 한 번의 도쿄 여행을 다녀왔다. 그리고 두 번째 여정을 시작할 때쯤 진짜 일본의 매력은 지방 소도시에 있다는 누군가의 여행기에 귀가 솔깃해졌다. 그리고 무작정 도쿄도 오사카도 아닌, 이시카와라는 생소한 도시로 첫 여행을 떠났다.

생각과 발길이 머무는 대로, 이시카와의 여유

인천공항에서 겨우 1시간이면 도착하는 이시카와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경한 기운을 풍겼다. 공항을 조금만 벗어나면 금세 무인양품이나 돈키호테, 프레쉬버거 같은 흔한 체인점이 물욕을 자극하는 도쿄와 달리 이곳은 고요한 산과 바다, 그리고 오래된 주택이 말없는 인사를 건넸다. 지난 450여 년 동안 전쟁과 지진에서 살아남은 몇 안 되는 지역답게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은 자연과 옛 건물이 평화로운 분위기를 풍겼다.

그 정취에 취해 우선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하며 첫 번째 숙소인 노토라쿠 료칸으로 향했다. 이시카와 현의 노토 반도에 자리한 이 료칸은 일본에서도 흔치 않은 바다의 온천인 와쿠라 온천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도착하자마자 눈앞에 바다가 펼쳐진 노천탕에서 첫날의 긴장감부터 풀었다. 따뜻하고 향기로운 온천욕을 즐기고 난 뒤 좋은 재료로 정성을 담아 만든 가이세키 요리를 맛보고, 해안길을 따라 산책을 이어갔다. 다음 날 아침 역시 같은 코스를 반복했다. 사람이나 자동차 소리보다 바람과 파도 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온천 마을에서의 여유로운 하루는 오랜만에 더없이 평온한 기분을 만끽하게 했다.

완벽에 가까운 힐링을 하고 나니 유독 여행만 오면 부지런해지는 몹쓸 기운이 발동했다. 대도시가 아니니 아무것도 할 게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막상 찾아보니 의외로 볼 것도, 살 것도 많았기 때문. 먼저 운이 좋으면 화려하게 치장한 게이샤를 만날 수 있다는 히가시차야 거리나 에도 시대 무사가 실제로 살던 저택을 그대로 보존한 무사 마을 나가마치, 일본의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겐로쿠엔, 그리고 와지마 아침 시장 등 오랜 세월을 품고 있는 장소부터 산책하듯 둘러봤다.

몇십 년에서 길게는 몇백 년 전의 시간에서 멈춘 듯 당시의 모습을 그대로 품은 명소는 하염없이 걷다가 가장 마음에 드는 자리에 눌러앉아 망상에 잠기기 좋았다. 그중에서도 눈앞에 파도가 들이치는 모래사장을 차로 달릴 수 있는 치리하마 나기사에서 시원한 드라이브를 마친 뒤 아무도 없는 애매한 자리에 앉아 바라보던 바다는 이번 여행 중 손에 꼽을 최고의 순간이었다. 영화 <안경>에서 바다를 두고 ‘아무것도 없어서 좋을는지도’라고 말한 주인공의 대사가 완벽히 공감되는 기분이라고 하면 이해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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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미술관에는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취향대로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21세기 미술관에는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취향대로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 21세기 미술관에는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취향대로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21세기 미술관에는 다양한 사람이 각자의 취향대로 공간을 즐기고 있었다.
  • 수영장처럼 보이게 착시 효과를 낸 이 작품은 밖에서도, 아래 공간에서도 감상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릭(Leandro Erlich)의 대표작 ‘Swimming Pool’. 
수영장처럼 보이게 착시 효과를 낸 이 작품은 밖에서도, 아래 공간에서도 감상이 가능하다. 아르헨티나의 작가 레안드로 에를릭(Leandro Erlich)의 대표작 ‘Swimming Pool’.
  • 일본의 3대 정원 가운데 하나인 겐로쿠엔에서 만난 귀여운 중학생들. 일본의 3대 정원 가운데 하나인 겐로쿠엔에서 만난 귀여운 중학생들.
  • 도나무 넝쿨로 덮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도노키.도나무 넝쿨로 덮인 이탈리안 레스토랑 부도노키.
  • 21세 기미술관의 티켓과 팸플릿. 21세 기미술관의 티켓과 팸플릿.
  • 무려 8km에 달하는 치리하마 나기사 드라이브 웨이. 무려 8km에 달하는 치리하마 나기사 드라이브 웨이.
  • 아무 생각 없이 파도 소리만 듣기에 좋은 바다는 이시카와의 매력 중 하나다. 

아무 생각 없이 파도 소리만 듣기에 좋은 바다는 이시카와의 매력 중 하나다.


먹고, 보고, 사고, 이시카와의 활기

그렇게 평온하면서 한편으로는 무기력한 여행으로 마무리될 줄 알았던 코스는 이름부터 현대적 공간임을 내세우는 21세기 미술관과 가나자와 역의 쇼핑몰에서 전에 없던 활기를 찾았다. 겐로쿠엔 바로 옆에 자리한 21세기 미술관은 역사와 전통으로 소비되는 이시카와의 작은 도시 가나자와에 갑자기 나타난 UFO 같았다.

거대한 원형 유리 건물 안에는 아니쉬 카푸어나 세지마 가즈요 같은 세계적인 아티스트의 작품과 가나자와에서 활동하는 신진 작가의 작품이 어우러져 있었다. 이곳은 취향과 목적에 따라 나만의 작품을 감상하기 좋은 곳이다. 흥미로운 작품을 두고 골몰하거나, 사진을 찍거나, 카페에서 차와 디저트를 즐길 수도 있고, 기념품점에서 나를 위한 선물을 살 수도 있다. 물론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첫날의 다짐을 잊고 이 모든 것을 즐기며 시간을 만끽했다.

마지막 날 저녁, 21세기 미술관에서 되살린 물욕의 불씨를 가나자와 역에서 하얗게 불태웠다. 여기는 도쿄가 아니니 쇼핑은 하고 싶어도 못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역 부근에 있는 백화점과 쇼핑몰에는 시부야의 편집 매장 못지않은 브랜드가 즐비해 있었다. 무인양품부터 니코앤드, 스투시, 마거릿 호웰까지 예상치 못한 반가운 만남에 양손은 무거워졌다. 역에서 멀지 않은 오미초 시장 부근에 꽤 많은 하이 브랜드가 자리하고 있으니, 이 지역에서도 쇼핑은 아쉽지 않게 할 수 있다.

정적과 활기를 적당히 오가며 완성한 이시카와 여행은 다시 아와즈 온천 마을의 료칸 ‘호시’에서 고요하게 마무리했다. 아무리 좋은 여행이라도 공항에 닿는 순간 퍼지는 피곤함은 어쩔 수 없는 것으로 여겼는데, 이번 여행만큼은 꽤 많이 이동했음에도 조금의 피로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건 아마 조급함이 없었기 때문일 거다. 어딜 가든, 무엇을 보든 여유를 가지고 온전히 나의 생각과 기분에만 집중한 건 처음이었다. 이시카와는 누구에게나 그런 여유를 만들어주는 여행지였다. 그리고 아마 2017년의 벚꽃은 도쿄의 나카메구로나 서울의 여의도가 아닌, 이시카와의 겐로쿠엔에서 보게 될 것 같다. 1시간 만에 갈 수 있는 최고의 선택이니 말이다.

 

더 많은 여행 정보는 J-Route 홈페이지(http://www.welcometojapan.or.kr/jroute/)와 J-Route 페이스북(www.facebook.com/joinjroute)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과거와 현재, 고요함과 활기, 자연과 인공의 미가 한데 어우러진 일본의 이시카와에 다녀왔다. 그곳에서는 무엇이든 볼 수 있고, 할 수 있고, 쉴 수 있다.

Credit Info

EDITOR
KANG YE SOL
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2017년 01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KANG YE SOL
협조
일본정부관광국(JN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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