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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미술이 왜 뜨느냐고 물으신다면

On August 27, 2008 1

"선생님, 원고 좀 써주세요. ‘아시아 미술’이 주제인데 근 몇 년 동안의 흐름을 쫙 훑어주시면 돼요.” 머릿속이 빙빙 돌았다. 대동여지도를 그리는 것도 아닌데 책 한권분량을 고작 2페이지로 축약하라니. 하지만 아시아아트가 정확히 왜 트렌드가 됐는지 아는 이는 거의 없을 게다. 그래서 쓰기로 했다.

가깝지만 먼 당신, 멀지만 가까운 당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 문구가 가장 적절하게 적용될 수 있던 분야를 나는 미술이라고 생각했다. 그 동안 우리는 피카소나 앤디 워홀 등 유럽과 미국의 미술을 접할 기회가 많았던 반면, 아시아 미술은 상대적으로 만날 기회가 적었으니까. 그만큼 대한민국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아시아보다 유럽이나 미국 미술에 경도되었다는 거다. 이것을 전문 용어로 ‘사대주의’라 부른다. 하지만 이제 ‘가까운 당신’이 결코 멀지 않게 느껴진다. TV, 신문, 잡지 할 것 없이 아시아 미술에 대한 보도가 약방의 감초처럼 소개되고 있어서다. 하지만 일본현대미술은 물론 중국현대미술의 열풍, 제2의 중국으로 불리는 베트남 현대미술, 친디아 아트 등 우리가 접하는 아시아 현대미술은 미술시장, 특히 미술경매 낙찰 소식이 대부분이다.


지난 5월 14일 뉴욕 소더비의 ‘아시아 현대미술’ 경매에서 일본 팝(J-POP) 아티스트 무라카미 타카시의 조각 작품(My Lonesome Cowboy)이 아시아 현대미술 작품 가운데 최고가를 갱신한 1백58억에 낙찰됐고, 5월 25일 홍콩 크리스티 이브닝세일에서 쩡판즈의 <가면시리즈 6번>은 선배의 최고가를 뛰어넘은 7천5백37만 홍콩달러(중국의 대표적 블루칩 작가인 유에민쥔의 <굉굉>은 지난해 홍콩 소더비 경매에서 64만 달러로 낙찰되어 최고가를 기록했다.), 인도의 수보다 굽타의 회화 <시무다 파르>가 12억원, 홍경택의 <도서관 2>가 6억 3천만원에 도장 찍혔다.

아시아 현대미술은 아트옥션, 즉 거액의 낙찰 보도를 통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했다. 2007년 세계 경매 낙찰총액으로 볼 때 미국과 영국이 70%를 장악하고 있다. (미국이 41.7%, 영국이 29.7%를 점유했다.) 두말할 나위 없이 세계미술 경매시장의 중심을 뉴욕과 런던의 크리스티와 소더비인 셈이다. 그렇다! 아트의 중심은 ‘나일론’이다.(뉴욕(NY)과 런던(LONdon)의 합성어인 ‘나일론’이야말로 패션과 문화의 중심을 뉴욕과 런던을 삼고 있음을 시사하는 게 아닌가.) 각설하고, 인류의 고상함과 순수함의 마지막 보류라고 생각했던 아트는 이미 ‘시장경제’에 편집된 지 오래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미술시장’의 역사는 1백년 정도. 하지만 ‘본격적인’ 미술시장은 1950년을 기점으로 형성되어 꾸준히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그럼 잠깐, 독자의 이해를 돕고자 20세기 미술시장에 통용되어온 모더니즘/포스트모더니즘 도식을 차용하여 미술시장의 흐름을 언급해 볼까.


모더니즘의 주류는 각국의 유명 미술관과 국제전(1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베니스비엔날레)을 통해 주목받은 작가들-작고작가이건 현존작가이건-의 작품들이었다. 이론으로 무장한 ‘유파’들이 엄청 많았는데 이 점은 모더니즘 미술시장이 이론(작가, 작품론, 미술사 등)을 기반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아무튼 모더니즘 미술시장에선 ‘미술관급 작가’의 작품은 오늘날과 달리 2차 미술시장(경매)이 아닌 1차 미술시장(상업화랑)을 중심으로 거래되었다. 그리고 이 시기에 형성된 1차 미술시장은 포스트모던 시기로 접어들면서 더욱 넓혀나갔다. 일명 ‘미술백화점’으로 불리는 아트페어다. 오늘날 최고로 손꼽는 바젤 아트페어는 포스트모던 태동기인 1969년에 탄생했다. 다양한 상품이 진열된 거대한 백화점처럼 다양한 작품이 진열된 미술백화점(아트페어)에서 소비자 혹은 관찰자는 각국의 작품을 구입할 수 있었다. 그러다 돌연 ‘큰손’이 등장했다. 포스트모던 미술시장의 특징 가운데 하나인 ‘큰손’ 컬렉션을 통해 영국의 젊은 아티스트(yba)를 표방하는 데미안 허스트와 미국현대미술을 대표하는 제프 쿤스, 급기야 일본현대미술의 대명사 무라카미 타카시, 중국현대미술의 1세대인 아이 웨이웨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포스트모던 미술시장은 아시아 현대미술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21세기에 접어들면서 이전에 투자된 아시아 현대미술은 그야말로 ‘대박세례’를 맞았다.

21세기 국제미술계는 1세대 중국현대미술이 바통을 이어받은 2세대 중국현대미술과 인도, 베트남, 러시아현대미술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데 이 역시 유럽과 미국의 큰손 컬렉터의 전략적 투자로 인해서다. 유럽과 미국의 큰손은 아시아 현대미술을 블루오션으로 보았던 것. 하지만 무엇보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희망은 자국 컬렉터 층의 점증적 증가에 있다. 큰손 컬렉터를 언급하면서 간과할 수 없는 게 바로 2차 미술 미술시장인 미술경매다. 놀라운 노릇은 유럽에 3백여 개와 미국에 3백여 개, 총 6백여 개의 경매회사 가운데 1998년부터 컨템퍼러리 아트를 독립적으로 경매에 올리기 시작한 소더비와 크리스티가 매출의 80%를 차지하고 있다는 거다. 아트옥션이 현대 미술의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자, 이제 국내 언론들이 왜 미술경매를 통해 아시아 현대미술을 보도하게 되었는지 알았는가. 그리고 아트옥션이나 아트펀드 등 미술투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지도 알았는가. 하지만 왜, 하필이면, 아시아 현대미술이 블루오션일까. 유럽과 미국의 현대미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아시아 현대미술이 국제미술계에서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국제미술계는 아시아 현대미술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한 것일까? 유럽과 미국이 현대미술의 헤게모니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미술은 유럽과 미국의 잣대로 평가되었다는 말이다. 아시아 현대미술이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지금도 그 잣대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 일례로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고 있는 일본-팝(J-POP)이나 ‘냉소적 리얼리즘’과 ‘정치적 팝 아트’라는 문구들로 묶이는 중국현대미술을 보자. ‘일본 팝’이나 ‘정치적 팝아트’는 60년대 미국의 ‘팝 아트’ 연장선으로 간주되고 있다. 국제미술계에서 주목받는 아시아 현대미술은 서구의 현대미술 흐름을 벗어난 게 아니란 거다.

혹자는 아시아 현대미술을 경제적 측면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국제미술계 또한 경제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아시아에 주목한다고 말이다. 어떻게 순수한 미술을 ‘돈’과 결부시킬 수 있느냐고? 앞서 말했다시피 포스트모던 현대미술은 ‘미술시장’에서 형성된다. 그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 보자. 1970년대 말 ‘아이디어가 곧 아트’라는 슬로건으로 등장한 ‘개념미술(Concept Art)’은 매우 급진적인 사조였다. 그러나 그 급진적 미술사조는 미술시장에 커다란 문제점을 불러 일으켰다. 참고로 당시 미술시장은 기존의 그림과는 달리 숫자나 문자가 적힌 개념적인 작품이 주류를 이루었는데 포스트모던 미술시장에 새롭게 등장한 컬렉터들은 급진적인 개념미술 작품보다는 이전 컬렉터들처럼 그림을 사고자 했던 거다. 따라서 수요와 공급을 담당하는 미술시장은 ‘그림에 굶주린’ 새로운 수요층을 위해 작가에게 그림제작을 요구했고, 결국 80년대에 접어들면서 새로운 구상화들(이탈리아의 트랜스 아방가르드, 독일의 새로운 야수파, 프랑스의 새로운 형상, 미국의 새로운 이미지 등)이 등장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그 새로운 구상화들은 ‘그림에 굶주린’ 수요층에게 불티나게 팔렸고.

하지만 오늘날 미술평론계는 80년대 ‘새로운 구상화들’에 관해 별다른 논의를 하지 않는다. 새로운 구상화들은 미술시장의 요구에 의해 ‘만들어진’ 미술사조였기 때문이다. 이 점은 매우 중요하다. 오늘날 국제미술계에 부상하는 아시아 현대미술 역시 이 점에 주의해야만 한다. 왜냐하면 현재 미술시장은 자본주의 논리를 따라 이윤에만 급급해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싸잡아 말할 수 없지만 아시아 현대미술을 컬렉팅하는 적잖은 유럽과 미국의 큰손 컬렉터는 아시아 현대미술에 ‘투자가치’를 염두에 두고 있다. 이미 그 현상은 중국현대미술에서 부분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유럽과 미국의 큰손 컬렉터들이 90년대 구입한 중국현대미술 작품을 21세기에 출현한 중국인 신흥부자(컬렉터)에게 경매를 통해 고가로 판매되고 있는 거다. 따라서 만약 질적인 작품을 제작하고자 하는 작가나 질적인 작품을 사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들은 미술시장의 전략에서 거리두기를 해야만 한다. 아트는 ‘작품의 질’에 더 많은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 돌아오는 9월 국내여행이나 해외여행을 떠나는 독자들을 위한 아시아 현대미술 팁을 제공한다. 아시아 현대미술의 축제라고 할 수 있는 비엔날레들이 줄줄이 열리기 때문이다. 9월 5일 광주비엔날레, 9월 6일 부산비엔날레, 9월 9일 상하이비엔날레, 9월 11일 싱가포르비엔날레, 9월12일 서울 국제 미디어 아트 비엔날레, 9월 13일 오픈하는 요코하마트리엔날레가 바로 그것. 그 비엔날레들은 국제전이란 점에서 아시아 이외의 유럽과 미국미술의 흐름도 조망할 수 있다.

- 류병학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류병학
류병학

1 Comment

윤솔지 2008-12-13

화려한 프린트들이 눈에 쏙쏙~ 갖고 싶네요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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