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샴푸 없이 살아보기

On March 20, 2015 0

게을러도 머리만큼은 매일 감았던 에디터, 샴푸 없이 살아본 ‘노푸(Nopoo)’ 도전기.

 

 

노푸, 반전은 없었다.

뷰티 어시스턴트 에디터 박지혜

나른한 오후 2시, 카페에 앉아 누군가를 기다린다. 약속한 시간이 가까워질수록 괜스레 긴장되는 마음에 애꿎은 휴대전화만 만지작거렸다. 이내 멀리서 느껴지는 한 시선. “에이, 설마… 아니겠지” 제발 아니길 바랐던 그가 뚜벅뚜벅 소리를 내며 나를 향해 걸어온다. “저 오늘 소개팅하기로 한….” 노푸 체험기 칼럼과 내 첫 만남은 딱 이랬다. 원하지 않아도 정해진 시간을 함께 보내야 한다. 그렇게 울며 겨자 먹기로 내 ‘샴푸 없이 살기’는 시작됐다.


일단, 욕실에 있는 샴푸와 린스부터 보이지 않는 곳에 뒀다. 눈에 밟히면 자꾸 쓰고 싶어질 테니까. 그 대신 그들이 떠난 자리에는 욕실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베이킹 소다와 식초가 자리를 잡았다. 이상적인 노푸 방법은 오로지 물로만 머리를 감는 것이지만, 두피가 기름진 나로선 샴푸 역할을 하는 베이킹 소다와 린스를 대신할 식초가 절실하다.


첫날은 머리 감기에 앞서 낯선 두려움이 밀려왔다. 호흡을 가다듬고 고개를 한껏 숙여 평소에는 잘 하지도 않던 두피 브러싱까지 시전했으니 말이다. 그다음 물로 두피를 충분히 적시고, 베이킹 소다를 희석한 물로 두피를 벅벅 문질렀다. 희한하게도 분명 머리를 감고 있는데 찝찝하다. 마치 사용하고 난 프라이팬을 세제 없이 맨손으로 닦는 것 같다. 머리카락은 비누로 머리 감을 때만큼이나 뻑뻑해졌다. 식초를 희석한 물로 머리를 헹구자 머릿결이 한결 부드러워졌지만, 손에 시큼하게 밴 식초 냄새는 피할 길이 없다.

 

이렇게 머리를 감는 데 소요된 시간만 무려 30분. 공들인 노력 덕분인지 머리를 말리자 예상과 달리 기름지지 않는다. 어라, 나 의외로 노푸 체질인가? 세상에서 노푸가 제일 쉬웠다며 체험기가 시시하게 끝날 것을 우려한 오만한 생각과 달리 앞으로 겪을 노푸로 가는 길은 난관투성이다. 위기는 둘째 날부터 찾아왔다. 머리를 감고 말릴 때부터 첫날과는 확연히 다르다. 머리가 살짝 기름진 듯했지만 누가 작정하고 들여다보지 않으면 모를 수도 있을 것 같다.

 

가끔가다 지하철이나 공공장소에서 미칠 듯이 머리가 가려운 것만 빼면 괜찮았다. 아무도 날 쳐다보지 않는 틈새에 머리 매무새를 가다듬는 척하면서 자연스럽게 머리를 긁는 스킬도 터득했으니까. 다음 날 머리는 더욱 기름졌다. 아니, 이건 누가 봐도 안 감은 머리다. 두피의 묵은 노폐물이 빠져나오는 현상이라니, 힘들어도 이 시기를 잘 넘겨야 한다. 왠지 전보다 머리카락이 덜 빠지는 것 같기도 하고. 뭐, 이건 기분 탓일 수도 있지만. 하지만 내 노푸 체험은 겨우 4일 만에 끝이 났다.

 

머리가 기름져서 손으로 만지는 대로 굳는 것은 예삿일이요, 은은한 머리 냄새와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가려움은 적당히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만지면 아픈 두피 뾰루지까지 생기고 나니 어쩔 수 없이 백기를 들었다. 그렇게 4일 만에 샴푸로 머리를 감자 도중에 미션을 포기했다는 죄책감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행복만 남았다. 애당초 노푸는 지성 두피에겐 맞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며 위로해본다. 샴푸의 소중함만 깨닫고 멈춘 나의 씁쓸한 노푸 체험기다.

 

 

 

거품 중독에서 벗어나니 모근에 힘이 생기다.

뷰티 에디터 윤새롬

 

샴푸 없이 머리를 감은 지 2주 차. 결론부터 말하면 절반의 성공이었다. 노푸를 시작하기 전, 걱정스러운 마음에 인터넷을 찾아봤더니 반응은 극과 극이었다. 뾰루지와 비듬만 남기고 실패한 경우가 있는가 하면 탈모가 완화되는 놀라운 효과를 경험하는 이들도 있었다. 만약 전자의 경우처럼 된다면 어깨 위에 눈처럼 소복이 쌓일 생각에 끔찍했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너무 서두르지 않고 시간을 두기로 했다. 3일은 샴푸의 양을 절반으로 줄이고, 나머지 4일은 엄지 손톱만큼의 샴푸를 물에 개어 머리를 감았다. 거품이 풍성하게 나야 머리를 제대로 감는 것 같았는데, 기름기가 약간 남는 느낌이 들었지만 생각보다 괜찮았다. 거품이 나지 않으니 오히려 두피를 마사지하면서 깨끗하게 씻어낸 것 같달까.


일주일간의 적응 기간을 보낸 뒤 본격적으로 노푸에 돌입! 마트에 들러 베이킹 소다와 식초 한 병을 구입했다. 세숫대야에 물을 가득 담고 베이킹 소다를 1티스푼을 넣고 골고루 저은 다음, 샴푸를 물에 개어 머리를 감은 것처럼 똑같이 머리를 감았다. 결과는 그야말로 멘붕. 빨랫비누로 머리를 감은 것처럼 머리카락이 뻣뻣해지면서 머릿속에 넣은 손가락도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엉킨 머리를 그대로 두고 일단 두피를 꼼꼼히 마사지한 다음 흐르는 물에 헹궜다. 그리고 새로 담은 물에 식초를 두세 방울 떨어뜨리고 두피를 피해 머리카락을 헹구자 금세 부드러워졌다. 하지만 두피 부분에는 식초 물이 닿으면 안 되기 때문에 여전히 두피 부분은 머리카락이 뻣뻣해서 억지로 브러시를 이용해 빗었다(정말 눈물이 핑 돌 정도였다). 당황하긴 했지만 머리를 말리고 헤어 오일을 바르니 느낌은 생각보다 괜찮았다.


고비는 4일째에 찾아왔다. 아침저녁으로 하루에 2번씩, 아무리 박박 문질러도 기름 쩌는 냄새가 진동했고 간지럼이 극에 달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염려하던 비듬은 생기지 않았다는 것. 더는 참을 수가 없어 다섯째 날, 계면활성제가 없는 천연 샴푸를 물에 개어 감았더니 한결 나아졌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을 간신히 넘기고 2주가 넘어가자 어느 정도 적응이 되면서 노푸의 장단점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일단 단점은 머릿결이 심하게 상한다는 것. 베이킹 소다 때문에 가뜩이나 뻣뻣한데 머리카락 길이까지 길어서 엉키기 일쑤였다.

엉킨 머리를 브러시로 억지로 빗으니 설상가상으로 머리 끝이 더 심하게 상했다. 긴 머리라면 모발 끝에 상한 곳은 잘라내고 시작하거나, 모발 아래쪽에만 컨디셔너를 쓰는 것도 방법. 반면 긍정적인 변화는 모근이 튼튼해졌다는 것. 예전에는 머리를 감으면 하수구가 가려질 정도로 머리카락이 많이 빠졌는데 그 양이 현저히 줄었고, 무엇보다 가르마 부분이 촘촘해졌다. 딱히 발모에 효과가 있는지는 증명되지 않았지만 모근에 힘이 생기고 머릿결이 차분해진 덕분일지도. 좀 더 적응되면 물로만 감아보려고 생각 중. 2주일간의 도전 후 생각보다 할 만하다고 느꼈다. 가끔씩 샴푸가 생각날 때도 있지만 당분간 계속 노푸에 도전해볼 계획이다.

 

 

Credit Info

월간 나일론

디지털 매거진

EDITOR YUN
SAE ROM, BAK JI HYE
PHOTOGRAPHER
CHO HANG SUK
EDITOR YUN
SAE ROM, BAK JI HYE
PHOTOGRAPHER
CHO HANG S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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