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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테토의 물물기행 12탄

현대미술가 이배

On November 03, 2017 0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달의 현대미술가 전광영에 이어 이번 달에는 ‘숯의 화가’로 불리는 전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이배를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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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우리의 것을 알고 지켜나가기 위한 길라잡이 ‘마크 테토’. 한옥에 살며, 한국의 고가구를 모으고 우리의 전통 악기인 거문고를 배우기까지 한국의 문화에 푹 빠져 있다. 더불어 한국의 작가와 작품을 보다 많은 한국 사람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매달 <리빙센스>에서 ‘마크 테토의 물물기행’이라는 칼럼의 스피커로 활약하고 있다. 이달에 만난 작가는 미국과 프랑스에서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작가 이배. 1956년 경북 청도에서 태어나 올해 62세인 작가 이배는 2000년 국립현대미술관이 주는 ‘올해의 작가상’을 수상했고, 2014년 프랑스의 ‘페르네 프랑카 재단’에서 한국 작가로는 이우환에 이어 두 번째로 개인전을 열었다. 2015년에는 유럽 최대의 동양 미술관인 파리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에서 한국 작가로는 처음으로 개인전을 열었다. 그리고 내년에는 유럽에서 손꼽히는 현대미술관으로 샤갈, 조르주 브라크 등 20세기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마그 재단 미술관’에서 아주 큰 개인전을 앞두고 있다. 1년의 절반을 파리에서 거주하는 작가 이배가 마침 전 세계적인 영향력을 가진 파리 페로탱 갤러리(Galerie Perrotin)와의 전시 작업을 위해 고향 청도에 있는 작업실을 찾았다는 소식을 듣고 마크 테토가 한걸음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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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식 저장고로 쓰였던 청도의 작업실.

곡식 저장고로 쓰였던 청도의 작업실.

M 안녕하세요. 작가님! 오래전부터 작가님을 만나고 싶었어요. 마침 한국에 들어오셨다고 해서 부리나케 달려왔습니다. 반갑습니다. 원래 공부를 못하는 사람들이 가방은 크잖아요(웃음). 그래서 제가 작업실이 쫌 많아요. 파리, 청도, 대구, 서울, 뉴욕에 작업실이 있어요. 1년의 반 이상은 파리에 있고요. 마침 한국에 들어왔을 때 마크 테토 씨를 만날 수 있어서 기분이 좋습니다.

M 대단하세요! 노마드, 그러니까 유목민의 삶을 살고 계시네요(웃음). 이곳 청도에서 태어나고 자라셨나요? 1956년 청도에서 태어났어요. 산과 들, 강이 지천이었죠. 문명을 벗어나 온전한 자연 속에서 흙을 밟으며 성장했어요. 전기를 처음 접한 게 제가 아홉 살 때였어요. 피아노라는 악기를 본 건 열다섯 살 때였죠. 중학교 때 그림을 그린다고 하니 시골 어르신들 생각에는 귀신이 들렸다고 생각했는지 무당을 불러다 굿을 했어요(웃음).

M 한국 영화에서 굿하는 장면을 본 적이 있어요. 어린 나이에 너무 무서우셨겠어요. 정말 무서웠어요. 돼지머리를 앞에 두고 무당이 굿을 했는데요. 그때 미술 선생님이 저희 아버지를 설득했어요. 미술을 공부해서 대학교를 나오면 학교 선생님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겨우 승낙을 받을 수 있었어요. 당시 어르신들은 가난을 면할 수 있는 방법은 공부밖에 없다는 믿음이 있으셨거든요. 그 덕분에 대구로 미술 유학을 갔고 서울 홍익대학교 서양학과에 입학했어요. 그 당시 등록금이 20만원대 초반이었어요. 부모님께서 과수원을 하셨는데 사과를 가득 실은 달구지 8대분을 팔아 등록금을 마련해주셨죠. 그래서 부모님께 보답하려고 같은 대학의 대학원을 졸업하자마자 선생님이 되었어요. 서울 종로구 혜화동에 있는 경신중학교였어요.

M 와! 중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재직하다 어떤 계기가 있어서 파리로 떠났나요? 작품 활동을 하고 싶었어요. 1989년에 파리로 갔어요. 제가 떠날 때 다시 한국에 돌아오지 않으려고, 가지고 있던 모든 재산을 팔았어요. 뭐라도 있으면 혹시 어려울 때 돌아올까 봐서요. 그러고는 그곳에 가서 진짜 굉장히 어렵게 생활했어요. 불어를 쓸 줄 모르니 말도 안 통했고 극심한 생활고도 겪었어요. 무엇보다 작가로서 엄청난 고뇌의 시간을 보냈어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이배 작가의 작품 ‘이수 뒤 푸’.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이배 작가의 작품 ‘이수 뒤 푸’.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는 이배 작가의 작품 ‘이수 뒤 푸’.

M 한국에서의 안정적인 직업을 정리하고 그토록 하고픈 작품 활동을 위해 파리까지 가셨는데 언어나 돈 문제 말고 어떤 점이 작가님을 힘들게 했나요? 없는 살림을 쥐어짜서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독일의 현대미술관을 1년간 돌아다녔어요. 이 거대한 유럽 미술권에서 문화적 토양이 다른 내가 과연 살아남을 수 있을까, 존재할 수 있을까에 대해 고민하며 굉장히 절망했어요. 제가 유화를 아무리 잘 그려도 수세기 전부터 구축되어온 서양 미술을 따라가기가 힘들었죠. 나는 누구며, 여기는 왜 왔으며, 무엇을 할 수 있을까를 엄청나게 고민하면서 계속 메모를 했어요. 여느 날과 같이 고민을 하며 집 앞의 ‘브리콜라주’라는 가게를 무심코 지나갔는데요. 건물을 짓는 시멘트하고 못을 파는 큰 가게예요. 그 앞에 바비큐용 숯을 팔고 있는 거예요. 그냥 그걸 하나 샀어요. 그걸로 대학 시절 데생을 하던 기억을 떠올리며 그림을 그려봤어요.

M 그때 지금의 작가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숯’을 만나셨군요! 네. 유화물감은 조그마한 게 2만~3만원 하는데 숯은 한 포대가 2000~3000원 하거든요. 입에 겨우 풀칠을 하고 사는데 작가라서 그림은 그려야겠고요. 가난한 화가에게 최상의 재료였어요. 서양 미술이 ‘색’의 세계라면 동양 미술은 ‘먹’의 세계예요. 글씨부터 산수화, 풍경화도 다 먹으로 그렸죠. 그 먹을 만드는 재료가 숯이에요. 숯을 딱딱하게 굳힌 다음 돌 위에 물을 넣고 갈면 먹이 되죠. 먹, 그러니까 숯은 한국,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지역에서만 쓰이는 미술 재료예요. 그중 특히 한국에서는 숯이 문화뿐 아니라 일상생활과도 연관이 많아요. 옛날엔 아기가 태어나면 대문에 숯을 매달아 걸었어요. 아들이 태어나면 그 사이사이에 고추를 끼우기도 했어요. 된장, 간장을 담글 때도 독 안에 숯을 넣어놓았어요. 숯이 나쁜 박테리아를 죽이거든요. 그리고 때때로 밥을 할 때도 숯을 넣었어요. 한옥을 지을 때는 땅을 2m 정도 파고요. 1m에서 1.5m 이상 숯으로 채운 다음 소금을 뿌렸어요. 그 위에 흙을 덮고 탄탄히 다진 다음 한옥을 짓는 거죠. 그렇게 하면 집에 벌레가 생기지 않아요. 습도의 밸런스도 맞춰주고요. 숯의 미네랄이 올라와서 공기도 쾌적해져요.

매년 파리, 청도, 대구, 뉴욕, 한국을 돌아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는 숯의 화가, 이배.

매년 파리, 청도, 대구, 뉴욕, 한국을 돌아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는 숯의 화가, 이배.

매년 파리, 청도, 대구, 뉴욕, 한국을 돌아다니며 작품 활동을 하는 숯의 화가, 이배.

작품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숯. 사진 속 숯은 가야산 해인사 인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작품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숯. 사진 속 숯은 가야산 해인사 인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작품의 중요한 재료가 되는 숯. 사진 속 숯은 가야산 해인사 인근에서 만들어진 것이다.

청도 작업실에 이어 대구시 중구 봉산동의 우손갤러리를 찾은 마크 테토.

청도 작업실에 이어 대구시 중구 봉산동의 우손갤러리를 찾은 마크 테토.

청도 작업실에 이어 대구시 중구 봉산동의 우손갤러리를 찾은 마크 테토.

M ‘숯’이 이렇게나 다양한 방법으로 쓰였는지 몰랐어요. 네. ‘숯’은 하나의 물성을 지닌 사물이 아닌 제가 살아온 동양의 문화예요. 사실 이역만리에서 한국 작가로서 이미지를 굳히는 게 많이 힘든 일이에요. 그래서 한국에서 온 작가로서 우리 문화권과의 연결고리가 있는 ‘숯’을 재료로 선택했어요. 또 늘 자연 속에서 자란 제 성장 배경 때문인지 저의 작가적인 감성을 바탕으로 카오스 상태의 자연을 하나의 예술로 표현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숯을 사용해 어려서부터 보고 자란 고향 청도의 감나무를 그렸고요. 랜드스케이프(Landscape), ‘불의 근원’이라는 뜻의 ‘이수 뒤 푸(Issu du Feu)’라는 작품들이 있어요.

M 캔버스 위에 숯이 붙어 있는 작품이지요? 네. 숯을 톱으로 썰면 단면이 나오잖아요. 그걸 캠퍼스 위에 붙이고요. 아라비아고무라고 자연 상태의 나무에서 나오는 액인데 이게 풀 같은 역할을 해요. 이걸 물에 개서 숯 위에 올리고 사포로 갈아요. 울룩불룩한 숯들이 갈리면서 굴곡들 사이가 메워지고요. 그 위에 다시 아주 얇은 페이퍼로 표면을 깎아 광을 낸 작품이 ‘이수 뒤 푸’라는 작품이에요.

M 숨겨져 있던 나뭇결들이 작가님에 의해 세상 밖으로 나오게 되었네요. 그런데 보통 숯이라고 하면 검기 마련인데 이 작품에서는 보는 각도에 따라 다른 빛을 내요. 나무는 광택이 안 나는데 숯은 광택이 나요. 숯이 엄청나게 강한 압력을 받으면 다이아몬드가 된다고 해요. 그냥 불로 굽는 게 아니라 이글루와 같이 흙으로 만든 큰 가마에서, 1000℃ 이상의 고온 상태로 도자를 굽듯이 굽는 거예요. 15일 동안 불을 떼고 다시 15일간 식혀서 순수한 탄소만 남게 하죠. 이렇게 만든 ‘숯’은 한 가지의 검은색이 모든 색을 포용해 100가지의 색이 들어가 있어요. ‘빛’도 머금죠. 그래서 많은 분이 제 작품을 검은색이 아닌 빛으로 그린 그림이라고 표현해요. 상징적으로는 ‘숯’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물건의 마지막 모습이에요. 현실성과 일상성을 모두 벗어버린 순수성을 지닌 물건이죠. 죽은 물건이 아니고 불을 붙이면 다시 불이 붙는, 에너지가 있는 물건이에요. 결국 제게 ‘숯’은 생성과 소멸을 반복하는 생명의 에너지를 의미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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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4 ‘이수 뒤 푸’와 달리 광택을 내지 않은 숯과 흰 여백의 앙상블로 완성되는 작품 ‘랜드스케이프’.

1,2,3,4 ‘이수 뒤 푸’와 달리 광택을 내지 않은 숯과 흰 여백의 앙상블로 완성되는 작품 ‘랜드스케이프’.

  • 1,2,3,4 ‘이수 뒤 푸’와 달리 광택을 내지 않은 숯과 흰 여백의 앙상블로 완성되는 작품 ‘랜드스케이프’. 1,2,3,4 ‘이수 뒤 푸’와 달리 광택을 내지 않은 숯과 흰 여백의 앙상블로 완성되는 작품 ‘랜드스케이프’.
  • 숯 조각을 길게 이어붙인 설치 작품. 숯 조각을 길게 이어붙인 설치 작품.
  • 1990년대 중반, 숯으로 그렸던 고향 청도의 감나무 그림 앞에 선 이배 작가와 마크 테토. 
1990년대 중반, 숯으로 그렸던 고향 청도의 감나무 그림 앞에 선 이배 작가와 마크 테토.
이배 작가가 즐겨 먹었던 고향 청도의 감. 2000년 청도에 머물며 100여 점이 넘는 감 그림을 그렸다. 모두 길바닥에 떨어져 썩거나 말라가는 감이었다. 하찮을 수 있는 자연이라도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이배 작가가 즐겨 먹었던 고향 청도의 감. 2000년 청도에 머물며 100여 점이 넘는 감 그림을 그렸다. 모두 길바닥에 떨어져 썩거나 말라가는 감이었다. 하찮을 수 있는 자연이라도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이배 작가가 즐겨 먹었던 고향 청도의 감. 2000년 청도에 머물며 100여 점이 넘는 감 그림을 그렸다. 모두 길바닥에 떨어져 썩거나 말라가는 감이었다. 하찮을 수 있는 자연이라도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M 작가님 말씀대로 1차원적인 검은색이 아니라 보다 보면 블랙홀처럼 빠져들어요. 그때 하신 프랑스에서의 작업이 한국에는 어떻게 알려지게 되었나요? ‘숯’을 만나게 되었지만 여전히 화실이 없었어요. 프랑스 국방성에 편지를 써서 2차 세계대전 시기 탱크를 만들던 공장을 빌렸어요. 그곳에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10년간 그림을 그렸어요. 얼마나 열심히 그렸는지, 사람들이 저보고 미쳤다고 했어요. 그때 정말 행복했어요. 작가의 삶이 곧 작업이잖아요. 참 열심히 살았어요. 파리의 화랑 여기저기에서 조그마하나마 전시를 할 기회도 얻었죠. 그러다가 2000년도 어느 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전화가 왔어요. 매년 작가 한 명을 뽑아 <올해의 작가전>을 여는데 제가 선정이 됐다는 거예요. 제가 어떻게 선정이 되었는지 어리둥절했지요. 큐레이터 18명이 투표를 해서 표를 제일 많이 받는 사람이 뽑히는데 제가 많이 받았나 봐요. 그때 처음 서울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고, 그 이후 그림이 팔리기 시작했어요. 해외에서도 조금씩 알려졌고요. 주 고객층인 미국 맨해튼의 상류층은 ‘자연’에 대한 동경이 매우 높은데 제가 숯으로 작업을 한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는 거 같아요.

M 이때부터 작가님이 ‘숯의 화가’로 불리게 되었군요. 그리고 지금은 프랑스 정부에서 영구 임대해준 아틀리에도 있고요. 프랑스는 외국 작가에게 문화적인 혜택을 많이 주는 나라예요. 정부와 기업은 물론 지방자치단체까지 컬렉션에 나서는 등 현대미술에 대한 지원을 아끼지 않아요. 문화는 산업사회의 광고판이에요. 한 나라의 경제 척도를 보여주는 것이 바로 문화예요. 식민지 시대부터 이를 잘 알고 있었던 프랑스죠. 이를 벤치마킹한 미국은 아이젠하워가 대통령이 되고 난 다음인 1961년 베니스 비엔날레에 미 하원의원 151명을 데리고 갔어요. 엄청난 문화 정책을 펴면서 엄청난 작가들을 자국으로 데려간 거죠. 그래서 지금의 미국이 세계 미술의 중심이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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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배 작가가 즐겨 먹었던 고향 청도의 감. 2000년 청도에 머물며 100여 점이 넘는 감 그림을 그렸다. 모두 길바닥에 떨어져 썩거나 말라가는 감이었다. 하찮을 수 있는 자연이라도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이배 작가가 즐겨 먹었던 고향 청도의 감. 2000년 청도에 머물며 100여 점이 넘는 감 그림을 그렸다. 모두 길바닥에 떨어져 썩거나 말라가는 감이었다. 하찮을 수 있는 자연이라도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 이배 작가가 즐겨 먹었던 고향 청도의 감. 2000년 청도에 머물며 100여 점이 넘는 감 그림을 그렸다. 모두 길바닥에 떨어져 썩거나 말라가는 감이었다. 하찮을 수 있는 자연이라도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이배 작가가 즐겨 먹었던 고향 청도의 감. 2000년 청도에 머물며 100여 점이 넘는 감 그림을 그렸다. 모두 길바닥에 떨어져 썩거나 말라가는 감이었다. 하찮을 수 있는 자연이라도 예술가의 감성으로 인해 그 속에 숨겨진 아름다움을 끄집어낼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었던 작업이었다.
  • 2018년 3월 마그 재단 미술관의 총 8개 방에서 열릴 전시 스케치.
2018년 3월 마그 재단 미술관의 총 8개 방에서 열릴 전시 스케치.
  • 2015년 파리의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 전경. 2015년 파리의 국립 기메 동양 박물관에서 열렸던 전시 전경.
숯으로 그림을 그리고 아크릴 미디엄을 붓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배 작가.

숯으로 그림을 그리고 아크릴 미디엄을 붓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배 작가.

숯으로 그림을 그리고 아크릴 미디엄을 붓는 과정을 반복하는 작업에 매진하고 있는 이배 작가.

M 최근에는 어떤 작업을 하세요? 지금까지의 작품이 ‘숯’이라는 물성을 차용해서 작가적인 감성을 입힌 거라면 요즘은 숯을 먹처럼 갈아서 손으로 그리고 있어요. 그다음 아크릴을 바르고 다시 숯으로 그리고를 반복하죠. 인간의 행위를 캔버스에 기록하고 보존하려 해요. 보통 서양에서는 물건을 오래 보존할 때는 ‘밀랍’을 하는데요. 그 밀랍의 현대적인 방식이 아크릴 미디움이라는 거예요. 서양의 오일 페인팅은 캔버스 앞으로 튀어나오거든요. 동양화의 먹은 종이 안으로 흡수돼요. 표면에 쌓이지 않죠. 지금 제가 하는 방식이 바로 동양화처럼 숯을 작품 안으로 집어넣는 발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어요.

M 깊이와 조용한 울림이 느껴져요. 내년에는 엄청난 전시를 앞두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각국을 대표하는 미술관으로 미국 뉴욕에 ‘구겐하임 박물관’이 있다면 파리에는 ‘마그 재단 미술관’이 있어요. 이곳에는 스위스 대표 작가인 알베르토 자코메티의 작품이 1700여 점, 스페인의 대표 작가인 호안 미로의 작품이 2000여 점 있어요. 최근에는 세계적인 대지 미술가 크리스토와 장-클로드 부부의 전시가 열렸었고요. 이곳에서 내년 3월 17일부터 개인전을 열어요. 8개의 방에 설치 작품과 회화 등을 두루 채울 예정이에요. 이게 제일 큰 전시고, 비슷한 시기인 3월 15일에는 파리 페로탱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열어요. 또 홍콩 바젤 아트페어에도 참여할 예정이고요. 내년 3월에만 전시가 3개나 열려요(웃음).

M 멋져요. 영광입니다. 그리고 인고의 시간을 거쳐 지금의 전성기를 맞으신 작가님을 늘 응원합니다. 파리에서의 첫 10년 동안엔 그림 한 점 팔리지 않았어요. 새벽이든 밤이든 화실에서 그림만 그렸어요. 잠깐 집에 들를 때마다 딸아이가 집에 자주 놀러오라고 할 정도였죠. 앞으로도 늘 이렇게 우직하게 작품 활동을 하고 있을 거예요. 어떻게 만난 ‘숯’인데요. 오늘 대화 즐거웠습니다. 감사합니다.

마크 테토(Mark Tetto)

마크 테토(Mark Tetto)

JTBC <비정상회담>의 훈남 패널로 이름을 알린 마크 테토. 한국에 산 지 7년째로, 예스러운 한옥의 매력에 푹 빠져 북촌 한옥 마을에 살고 있다. 한국 특유의 미학과 기품을 품은 작품을 좋아한다. 그리고 매달 한국 작가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나눈 대화를 <리빙센스> 독자와 공유한다.

매달 미국인 마크 테토가 도예, 공예, 회화, 가구 등 한국 작가의 공방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달의 현대미술가 전광영에 이어 이번 달에는 ‘숯의 화가’로 불리는 전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이배를 만났다.

Credit Info

기획
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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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현 기자
사진
김덕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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