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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베리아 겨울 여행,

횡단 열차에 올라 공상의 말을 달리자

On October 12, 2017 0

태초의 자연과 가장 가까운 땅, 동시에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땅. 이런 아이러니를 가진 땅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시베리아, 그 신비로운 지역이 가진 색채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때 가장 아름답게 드러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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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원 이광수는 1920년대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 오른 감회를 훗날 소설 《유정》에 이렇게 명기했다. “기쁨을 가진 사람이 지루해서 못 견딜(시베리아의) 이 풍경은 나같이 수심 가진 사람에게는 공상의 말을 달리기에 가장 합당한 곳이오.” 소설의 주인공이 가진 울적한 사연을 차치하면, 그의 표현은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즐기는 올바른 방법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다. 이국적인 자작나무 숲 또는 광활하게 펼쳐진 얼어붙은 대지를 끝없이 달리는 색다른 경험. 그리고 거대한 대륙 위에서 간헐적으로 느껴지는 외로움과 고독에 익숙해져보자. 바쁜 일상 속에서 깊어지지 못하고 끊어내야 했던 생각의 폭은 시베리아의 푸른 눈인 바이칼호만큼이나 넓고 깊어진다. 그래서 진짜 여행 애호가들이 즐기는 것이 ‘시베리아 횡단 열차’라고들 한다. 시차 변화만 일곱 번, 철도의 총 길이는 9288km. 지구 둘레의 4분의 1에 이르는 세계에서 가장 긴 철도. 여행객은 6박 7일 기차에서 보내며 블라디보스토크, 상트페테르부르크, 이르쿠츠크, 바이칼호, 사할린 등을 돌아볼 수 있다.

시베리아를 여행하며 겪게 되는 경험에는 문학적인 요소가 포함되어 있을지도 모르겠다. 톨스토이는 시베리아에서 영감을 받아 《전쟁과 평화》를 썼다. 도스토옙스키는 시베리아 땅에서의 유형 생활을 마친 후 《죄와 벌》을 발표했다. 푸시킨과 체호프 역시 시베리아를 말하지 않고는 그들에 대해 논할 수 없다. 문학 거장들이 남긴 이야기들과 한때 세계를 호령했던 나라, 러시아의 문명이 군데군데 자리해 여행의 풍미를 돋운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했던가.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하는 여행은 콘텐츠라는 자원을 품고 있는 공간으로 읽힌다.

 

Travel point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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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건축물을 간직한 시베리아의 파리, 이르쿠츠크 이곳이 시베리아의 파리라 불리는 이유는 시내를 메우고 있는 아름다운 건축물과 독특한 건축미를 뽐내는 정교회 성당들 때문. 1890년대 고종의 특명으로 이곳을 방문했던 민영환의 기록에 따르면 이 도시는 120년 전에도 ‘호사스럽고 휘둥그레한 곳’이었다. 파스텔톤으로 칠해진 목조 저택과 청동으로 만든 동상, 깔끔하게 유지되고 있는 거리가 남아 당시의 번영을 말해준다. 이곳은 지금도 여전히 시베리아의 주요 관광지로 추천할 만한 곳이다. 데카브리스트 박물관, 꽁꽁 언 바이칼호의 빙판 위로 달리는 버스를 타고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알혼섬’ 투어도 즐길 수 있다.

 

Travel point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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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에 절정을 이루는 시베리아의 푸른 눈, 바이칼호 러시아인의 평생소원 중 하나가 바이칼호에서 죄를 씻는 것이란 말도 있다. 러시아 민족에게 ‘죄를 씻는 물’이라 불리며 성스럽게 여겨질 만큼, 이곳은 크고 맑다. 40m 아래까지 눈으로 보일 정도라고. 이 거대한 호수가 절경을 보여주는 때는 얼음이 가장 두껍게 어는 2월이다. 이 얼음이 어찌나 단단한지, 러일전쟁 중에는 얼음 위로 철로를 깔아 운행하기도 했다. 바이칼호의 절정기가 오면 샤먼바위인 ‘부르한’ 주변으로 얼음이 그려낸 아름다운 경관을 감상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바이칼호 위를 걸어볼 수도 있다. 연어과의 일종인 오믈(Omul)을 맛보고, 물범 네르파와 인사를 나누는 행운을 잡을 수도 있다. 이 호수가 더욱 성스러운 이유는 아마 추운 공기 위로 움트는 생명의 역동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바이칼호 백배 즐기기  환 바이칼 관광 열차
바이칼호 서쪽을 지나는 관광 열차. 약 100km 구간을 시속 20km 속도로 운행해 가까이서 바이칼호를 천천히 감상할 수 있다.

 바이칼호 백배 즐기기  바이칼호 빙상 투어
사륜구동 차를 타고 신령한 바위라 불리는 부르한 바위, 사자바위를 거쳐 하보이곶까지 둘러볼 수 있다. 빙판 위에서 즐기는 점심식사, 빙판을 약간 깬 얼음으로 끓여 먹는 차 한 잔이 별미.

 

Travel point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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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푸드를 맛볼 수 있는, 기차역 노점상 시베리아 횡단 열차에도 식당 칸이 있다. 식사와 간식거리, 안주류, 컵라면, 보드카 등을 판매한다. 여행 중 먹을 음식을 갖고 다니는 러시아의 문화 덕분에 식당 칸은 보통 여행자들 차지다. 여행 내내 식당 칸에서 먹는 음식에 질렸다면, 기차역 노점상을 이용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시베리아 횡단 열차는 대개 한 역에서 2~3분만 머무르므로 내리지 못하지만, 큰 역사에서는 종종 30여 분간 정차하기도 한다. 이런 역들에서는 러시아 전통 만두, 빵, 달걀, 소금에 절인 돼지비계(살로) 등 요깃거리 등을 판매한다. 이국의 여행자들을 위해 만들어진 음식이 아닌 ‘로컬푸드’를 맛볼 수 있는 방법이다.

 

Travel point 04

안톤 체호프의 필적을 좇아, 시베리아의 변방 도시 사할린 일제강점기 일본의 점령지였던 사할린. 수십만 명의 한인이 강제징용돼 노역에 시달리다 광복 후에도 고국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한때 먹을 것도, 배울 것도 없는 유배지였던 이곳은 우리가 떠날 시베리아 여행에서는 빼놓지 말아야 할 곳 중 하나로 자리 잡았다. 러시아의 대문호 안톤 체호프는 모험을 위해 사할린에서 몇 달간 머물렀다. 그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에서 강제징용된 사람들을 보고 저서 《사할린 섬》을 집필해 그들의 참상을 역사에 남겼다. 후에 차르 정부가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려 나서기도 했으며, 이 후 사할린은 이 위대한 문학가를 기리는 문화 도시로서의 역할을 해나가고 있다. 이국적인 나무들 속에서 산림욕을 즐길 수 있는 타이가 숲, 안톤 체호프의 박물관과 공원 등 호젓하게 걸으며 상념에 빠져도 좋을 만한 스폿들이 자리하고 있다.

《시베리아 문학기행》 이정식 지음 | 서울문화사

《시베리아 문학기행》 이정식 지음 | 서울문화사

지구 위에 남아 있는 최후의 모험이라 불리는 시베리아 횡단 철도 여행. 저자는 다년간 러시아를 여행하며 시베리아가 주는 문학적 영감을 바탕으로 끊임없는 연구와 성찰을 통해 올바른 여행 길라잡이가 되어준다. 설원으로 변한 바이칼호와 광활하게 펼쳐진 자유의 초원, 기나긴 사색의 시간을 즐길 수 있는 호젓한 여정의 첫 발걸음을 이 책으로 시작해보는 것은 어떨까. 시베리아 여행과 러시아 문학에 관심 있는 이들에게 특히 추천할만 하다.

태초의 자연과 가장 가까운 땅, 동시에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한 땅. 이런 아이러니를 가진 땅이 세상 어디에 또 있을까. 시베리아, 그 신비로운 지역이 가진 색채는 ‘시베리아 횡단 열차’를 탔을 때 가장 아름답게 드러난다.

Credit Info

월간 리빙센스

디지털 매거진

기획
박민정 기자
취재협조
서울문화사 출판팀
기획
박민정 기자
취재협조
서울문화사 출판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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