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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초에 VITSOE

On September 13, 2017 0

Less but better, 시대가 변해도 남는 것은 결국 디자인.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606 유니버설 선반 시스템과 ABR21 시그널 라디오.

 

가끔 비초에의 제품을 말할 때는 ‘좋은’이란 형용사로 말을 얼버무리곤 했다. 이달엔 그 말의 기저에 담긴 브랜드와 디자인의 역사를 구구절절 설명해본다. 1959년 영국에서 시작된 브랜드 비초에. 판매하는 제품은 선반, 의자 그리고 테이블 딱 3가지. 50여 년의 세월 동안 비초에는 ‘평생 가구’라는 개념에 대해 말해왔다. ‘새로운 것보다 나은 게 있다면 그건 오래된 것이고, 오래된 것이 새로운 것보다 나은 경우 보통은 ‘진짜’ 좋은 것들이 실타래처럼 얽혀 역사에 뿌리내린 경우가 많다’는 것을 알리고자 하는 그들만의 어법이다.

 

디터 람스가 말하는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조건
1 Good design is innovative 좋은 디자인은 혁신적이다.
2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seful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유용하게 만든다.
3 Good design is aesthetic 좋은 디자인은 심미적이다.
4 Good design makes a product understandable 좋은 디자인은 제품을 이해할 수 있게 만든다.
5 Good design is unobtrusive 좋은 디자인은 요란스럽지 않다.
6 Good design is honest 좋은 디자인은 정직하다.
7 Good design is long-lasting 좋은 디자인은 오래간다.
8 Good design is thorough down to the last detail 좋은 디자인은 마지막 디테일까지 철저하다.
9 Good design is environmentally-friendly 좋은 디자인은 환경 친화적이다.
10 Good design is as little design as possible 좋은 디자인은 디자인이 최소화되어 있다.

원하는 사이즈와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디터 람스의 선반 디자인.

원하는 사이즈와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디터 람스의 선반 디자인.

원하는 사이즈와 용도에 맞게 사용할 수 있는 디터 람스의 선반 디자인.

50여 년간 이들이 세상에 내놓은 건 ‘디자인이 없는 디자인’. 이를 구현해낸 것은 한 명의 디자이너다. 이름을 딴 브랜드가 아님에도 한 디자이너의 이념이 브랜드 전체를 아우를 만큼 뛰어난 인물이다. 이름도 멋스러운 디터 람스(Dieter Rams). 1932년생, 독일 출신, 20세기 최고의 산업 디자이너. 여기저기서 쓰이는 ‘Less but better’는 그가 입에 달고 살던 말이다. 더 나은 삶을 지속성 있게 유지하기 위해 덜어내는 것을 선택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우리는 단순히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로 함축해왔다. 애플의 디자인이 대성공하고, 애플이란 거대 기업이 세상에 떨친 업적들을 찬미하며 생겨난 일종의 종교적 관념과도 같다. 그것들 이전에 이미 디터 람스가 있었다.
의미를 담기 위해 글을 쓰는 사람들이 ‘인용’이란 소통 방식을 택하는 것처럼, 그는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인용을 통해 본질에 가까이 다가서는 경험을 하게 하는 존재로서 역사에 남았다. 생각이 깊은 디자인, 자신의 디자인에 모든 것을 내던질 수 있는 디자이너로서의 용기와 책임감을 갖춘 위인이었던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그가 내린 ‘좋은 디자인의 10가지 조건’만 보아도 짐작할 수 있다.

 620 의자 프로그램.

620 의자 프로그램.

620 의자 프로그램.

621 테이블.

621 테이블.

621 테이블.

디터 람스는 비초에와 함께 만든 ‘좋은 디자인의 요건’들에 꼭 들어맞는 가구들을 만들었다. 왜 비초에였을까. 이들이 함께 만든 브랜드 사명에는 에토스(ethos)라는 개념이 있다. 에토스가 뭐냐고? 오래 전 윤리 시간에 들어봤던 철학자의 이름들 중 그걸 말한 이가 있다. 바로 철학의 아버지 아리스토텔레스. 설득의 3요소에 대해 감성을 뜻하는 파토스(pathos), 논리를 뜻하는 로고스(logos), 그리고 가장 중요한 요소로 이성에 대해 말하는 에토스를 꼽았다. 에토스를 이미지화한 그들의 제품들은 인간의 이성이 가진 힘에 대한 예찬에 가깝다. 1960년 디자인된 606 유니버설 선반 시스템(606 Universal Shelving System)은 내가 원하는 사이즈로, 내가 원하는 공간에 둘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선반이다. “그 이후로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동화가 아니라, “그렇게 계속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지속성을 이야기한다.

이들의 의자는 어떤가. 의자(chair)의 어원이 ‘앉는 것’을 의미하는 라틴어 ‘cathedra’에서 유래했듯, 의자는 본래 앉는 행위가 집약된 제품이다. 그러나 한발 나아가 인류에게 ‘앉는 것’이란 뭘까. 1962년 디자인된 ‘620 의자 프로그램(620 Chair Programme)’은 의자에 앉는 행위에 ‘정착’이라는 의미를 부여한다. 오프 화이트, 블랙 컬러의 외부와 레드, 초콜릿, 올리브 브라운, 시나몬 등 고전적이고 물림 없는 컬러로 채택된 것 역시 오래도록 편안하게 앉을 수 있는 의자에 대한 고민의 산물이다. 같은 해에 디자인된 621 테이블(621 Table)은 티 테이블, 사이드테이블, 다이닝 테이블 등으로 한정하는 것에 반한다. 소파 옆에 두면 소파 테이블, 침대 옆에 두면 사이드테이블, 침대 위에 두면 베드트레이, 줄지어 늘어선 2개의 테이블이 가진 기능과 역할은 무궁무진하다. 필요하다면 스툴의 역할까지 한다. 순수예술의 경지에 이른 가구, 무던하게 오래 쓸 수 있는 가구, 유행이 지나면 바꾸면 그만인 가구. 백이면 백 취향이 다르니 어떤 것이 좋은 선택인지에 대해서는 말을 아껴야 한다. 그러나 절대적인 가구라는 것이 있다면, 그건 본질을 꿰뚫는 이성의 힘으로 디자인을 마친 무엇이어야 마땅하지 않을까. 비초에의 ‘좋음’에 대해 누구나 동의하는 것은 아닐지언정, 그 자체로 편안한 데 의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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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디터 람스의 디자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논현동 ‘미니멀아날로그’. 이곳에서는 비초에의 선반뿐 아니라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Braun)의 전자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국내에서 디터 람스의 디자인 제품을 만나볼 수 있는 논현동 ‘미니멀아날로그’. 이곳에서는 비초에의 선반뿐 아니라 디터 람스가 디자인한 브라운(Braun)의 전자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Less but better, 시대가 변해도 남는 것은 결국 디자인.

Credit Info

기획
박민정 기자
취재협조
비초에(www.vitsoe.com), 미니멀아날로그(minimalanalog.com)

2017년 9월

이달의 목차
기획
박민정 기자
취재협조
비초에(www.vitsoe.com), 미니멀아날로그(minimalanalo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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