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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가 양진석 • 김찬중의

좋은 집을 짓는 새로운 경험

On March 06, 2017 0

집짓기를 계획하고 세우는 과정을 함께하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태도는 시일이 지나 실물의 ‘집’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삶을 그대로 반영한 ‘좋은 집’에 관한 생각들과 집을 지을 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을 건축가 양진석이 묻고, 건축 연구가이자 설계가인 김찬중이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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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시스템랩 김찬중 소장과 건축가 양진석.

더시스템랩 김찬중 소장과 건축가 양진석.

구 경기도지사 관사 내 굿모닝 하우스&카페.

구 경기도지사 관사 내 굿모닝 하우스&카페.

구 경기도지사 관사 내 굿모닝 하우스&카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미니 주상복합 프로젝트 다락다락.

미니 주상복합 프로젝트 다락다락.

미니 주상복합 프로젝트 다락다락.

건축가 양진석이 집 전문가와 만나서 듣는 두 번째 집 이야기는 더시스템랩 건축가 김찬중이다. 김찬중은 한남대교 앞 랜드마크로 떠오른 독특한 외형의 현창빌딩과 청담동의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를 설계한 건축가. 그는 제한된 건축 환경을 독특한 설계로 풀어내고 문제점들을 자신만의 건축학적 방식으로 해결한다.

거의 모험에 가까운 실험적인 설계에 도전을 멈추지 않는 건축가로 세간에 정평이 나 있는 그는 생소한 신소재를 건물 외관에 적용해 도시에 새로운 활기를 더한다. 흔히 모양새가 빼어나거나 구성원 모두의 바람이 구현된 집을 ‘잘 지은 집’이라 평하는데, 그는 잘 지은 집에 관한 정의를 어떻게 내릴까? 건축주의 입장에서 배려하고 통하는 건축을 보여주는 그와 함께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집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더시스템랩은 주거 지구인 분당의 마트 건물 2층에 위치해 있는데요, 꽤 독특한 곳에 오피스가 있네요.
회사 이름이 들어간 버젓한 사인물이 없어 찾기 힘드셨을 것 같아요. 사무소 자리를 찾던 중 우연히 이 근처에 왔다가 비어 있는 창고가 있다는 말에 한 번 보기나 하자고 들어왔어요. 널찍한 창고 공간을 사무실로 쓸 수 있는 데다 직접 개조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계약을 하게 되었죠. 공사 비용으로 5000만원 내외가 들었는데, 전부터 협업해온 스태프들이 십시일반 도와주었어요.

저희 사무소에 한 번쯤 방문하셨던 분들은 이곳을 반전미학이 있는 곳이라고 불러요. 밖에서 보이는 건물 외관과 안에 들어와 펼쳐지는 풍경이 확연히 달라 보여서일 겁니다. 들어올 때는 주저했던 방문객들도 일단 들어오면 공간이 썩 마음에 드는지 두 시간 이상 머무르는 경우도 생기더라고요.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다고 들었어요. 건축가로서 바쁘게 살고 계시네요.
재미있는 프로젝트들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요. 작게는 4.5평형 프로젝트부터 크게는 1만1000여 평형의 프로젝트까지 진행하고 있죠. 규모가 작은 프로젝트는 쉬울 것 같지만 생각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해요. 공간의 환경이나 조건에 따라 디테일이 곧 결과가 될 수 있으니 신경을 많이 쓰는 편이죠. 한라산 중턱에 위치한 작은 화장실과 삼성동 하나은행 랜드마크 타워, 상암동 JTBC 신사옥을 동시에 진행 중인데, 프로젝트의 규모나 새로운 건축 환경 등 진행 과정이 모두 흥미진진해서 재미있게 작업하고 있어요.

건축가 김찬중의 집에 관한 생각들이 궁금한데요.
제 작업 성향은 실험적 소재를 사용해 형태미를 갖춘 디테일에 집중하는 편인데, 집은 정반대로 생각하게 돼요. 디자인적으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을 내려두는 편이죠. 그 이유는 개인의 삶의 모습을 공간에 그대로 담아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집 안에서의 움직임과 그 궤적이 오롯이 담겨 있어야 하지만, 또 그것 자체가 멋스러워 보이는 공간이 집이라고 생각하거든요. 사람마다 라이프스타일이 다르듯 생활의 궤적이 여과 없이 드러나는 집이란 공간은 그 안에 들어가 삶을 맞춰 살게 되면 결코 멋져 보이지도, 아늑하게 느껴지지도 않아요. 자기 방식대로 무언가를 취해도 집과 자기 자신이 고스란히 어우러지는 공간이어야 해요. 물론 이런 집을 계획하고 짓는 것은 쉽지 않아요.

마냥 훌륭하고 매력적인 설계를 한다고 좋은 집을 짓는 건축가는 아니죠.
맞아요. 그래서 집을 지을 때는 더욱 개인의 삶의 방식과 주거 방식을 연결해 설득하는 것 또한 건축가가 반드시 해야 할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의 삶을 변화시키는 ‘집’은 혁명적으로 다가가기보다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방식이 맞다고 생각해요. 집이란 많은 건축 요소들이 정제된, 건축주의 삶을 오롯이 담아내는 공간이라는 개념으로 접근하는 편이에요.

그것을 설계로 풀어낸다면요?
쉬운 예로 집의 창이나 문은 최대한 풀 사이즈가 좋다고 생각해요. 집의 요소들이 여러 기능을 겸하는 것은 원하지 않아요. 창은 집에서의 뷰와 환기 같은 본연의 역할만을 주죠. 주어진 기능에 충실한 심플한 디자인을 큰 구성으로 그린 후에 사용자의 라이프스타일이 작은 요소로 곁들여져야 완벽한 집이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가공을 하지 않은 진성 소재를 사용하면 더 멋진 집이 탄생하게 되죠. 저는 집을 설계할 땐 불필요한 장식 없이 소재 자체의 매력을 담아내는 데 집중해요. 집에 사용된 소재가 시간이 흐를수록 개인의 삶과 점차 어우러져 멋스럽게 흐르는 집을 짓고자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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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시스템랩 내부. 빈 창고 건물에 지붕을 새로 올리고 오픈된 개방감을 살려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더시스템랩 내부. 빈 창고 건물에 지붕을 새로 올리고 오픈된 개방감을 살려 리모델링해 사용하고 있다.

더시스템랩의 설계실. 건축 소재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펼쳐지는 내부.

더시스템랩의 설계실. 건축 소재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펼쳐지는 내부.

더시스템랩의 설계실. 건축 소재에 관한 다양한 실험과 연구가 펼쳐지는 내부.

사무소 안은 건축 자료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 시스템을 갖추었다. 직원들이 어느 공간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자동차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전기 릴을 설치했다.

사무소 안은 건축 자료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 시스템을 갖추었다. 직원들이 어느 공간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자동차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전기 릴을 설치했다.

사무소 안은 건축 자료들을 수납할 수 있도록 아카이브 시스템을 갖추었다. 직원들이 어느 공간에서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도록 자동차 공장에서 영감을 얻어 전기 릴을 설치했다.

건축가 김찬중이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어떤가요?
빌라에 살고 있는데, 지금 새로 짓고 있는 공동 주택으로 이사 갈 예정이에요. 예전부터 종종 내가 살 집을 지어보자 생각했는데, 그동안은 ‘아직 집을 지을 시기가 아니다’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건축가로서 제 집에 얽매여 있으면 다른 집에 집중하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이 앞섰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생각이 조금 바뀌었어요. 지금 짓는 집이 평생 살게 될 집이라고 단정하지 않기로 한 뒤부터요.

앞으로도 우리 가족이 살 집을 지을 기회가 많을 거라고 생각을 바꿨기 때문에 집에 관한 고민에서 해방되었다고 할까요. 앞으로 삶의 조건이 바뀌게 되면 더 다양한 시도를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길 거라 생각해요. 지금 짓고 있는 공동 주택은 여러 가구가 모여서 살 집이라 각 세대마다 다른 평면을 사용하고 있어요. 각 가구의 삶의 방식을 고스란히 수렴해서 맞춤 설계한 집이죠.

집을 지을 때 건축가 김찬중이 생각하는 중요한 부분은 무엇인가요?
많은 사람이 자신의 집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할말이 많아져요. 어린아이라도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 대해서는 곧잘 이야기하잖아요. 누구나 자신의 의견을 낼 수 있는 곳이 집이다 보니 철저히 맞춤형 공간이어야 하고, 디테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집 안에 계단이 있다면 사람마다 키도 체격도 다르기 때문에 편안함을 느끼는 높이가 각기 다르기 마련이죠.

집은 모두를 위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실제 살게 될 사람에 맞게 지어져야 해요. 예를 들어 욕실 속 욕조에 물이 채워지는 시간을 설정하고 그에 맞게 높이와 둘레를 맞춤 설계해달라는 사례가 있었는데요. 생각해보면 그런 요구가 꼭 필요한 거죠. 집은 그 집에 사는 사람들에게 심미적인 만족감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안락함을 느낄 수 있도록, 즉 몸에 꼭 맞는 맞춤 슈트 같은 느낌을 주어야 하기 때문이죠.

지어놓은 집에 길들여지는 것이 아니라, 집을 지을 때는 나에게 꼭 맞는 집을 짓겠다는 의지는 어쩌면 당연한 것이에요. 집을 지을 때는 그래서 디테일한 요구조차 프로그램화해서 설계에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많은 돈을 들여서 지었는데 살면서 불편함을 계속 느끼는 집이 되어서는 안 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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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시스템랩 사무소 라운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축가 양진석과 김찬중 소장.

더시스템랩 사무소 라운지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건축가 양진석과 김찬중 소장.

사무소와 연결된 테라스 공간.

사무소와 연결된 테라스 공간.

사무소와 연결된 테라스 공간.

김찬중 소장 하면, 주어진 예산 안에서 최대한 합리적인 솔루션을 내는 건축가로 알려져 있는데요.
더시스템랩이라는 이름으로 설계를 한 지 5년 정도의 시간이 흘렀네요. 돌이켜보니 일년에 3, 4개 프로젝트를 진행해왔어요. 정해진 예산 범위 안에서 넘치지 않는 최선의 디자인을 완성하자는 게 저의 작업 철칙이에요. 하지만 예산에 꼭 맞추다 보면 클라이언트의 만족도가 떨어지기도 하더군요. 그래서 선택 가능한 다른 제안을 대비해놓는 편이에요.

특히나 일반적인 건축 조건이 아닌, 주어진 상황의 한계를 해결하고 풀어내는 새로운 방식의 도전을 늘 꿈꿔요. 좁은 골목에 놓인 비정형 건물이나 집이 그런 예죠. 주어진 예산안에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방안을 고민하고 연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흥미로운 도전이라고 생각해요.

건축의 물성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른 듯해요.
기본적으로 저는 감각을 깨우는 것 들에 흥미가 많아요. 애니메이션 <스누피>의 라이너스는 손에 늘 담요를 가지고 다니는데, 저도 그랬어요. 어린 시절부터 촉각에 예민한 편이었거든요. 저는 사람들이 한 번쯤 만져보고 싶은 건물을 만들려고 해요. 일반적으로 건물을 쓰다듬듯 만져보는 경우는 흔치 않은데, 전 그런 감각을 살리는 커뮤니케이션 방법을 선호하는 편이에요.

실제로 청담동에 지은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가 그런 경우죠. 만져보고 두드려보는 건물을 통해 사람들과 소통하고 관계를 맺는 건물을 설계하고 싶었어요. 접근이 어려워 거리감을 둔 건물보다는 사람들에게 먼저 말을 거는, 앞으로도 어떤 건물이든 건축으로 도시에 작은 이야기를 만들어내고자 해요.

사람들이 집을 지을 때 갖게 되는 잘못된 상식 혹은 마음가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자신의 인생에서 가장 좋은 시기에 이르렀을 때 집을 지을 마음이 들고, 이를 기회로 만들기 마련이죠. 하지만 집을 짓는 동안 이를 즐기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아요. ‘그동안 얼마나 기다려왔던 집인데, 이런 기회는 다시 없을 것’이란 생각을 먼저 하게 되죠. 그렇게 되면 집은 더 이상 자신을 위한 집이 아니라 감옥이 돼버리고 말거든요. 집을 지을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기에 여유를 갖지 못한다면, 온전히 자신의 의견을 반영하지 못할 수도 있어요.

집을 짓는 과정 자체를 즐기지 못하고 유일한 기회라는 생각에 모든 것을 담으려고 시도하는 것 자체가 마음의 병이 되기도 하고요. 이 때문에 집을 지으면서 괴로움을 느꼈다는 분들을 많이 봤어요. 다시는 이런 기회가 없을 것이란 생각을 앞세운 의욕보단, 집을 짓는 좋은 경험이 앞으로의 삶에 새로운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마음가짐이 좋은 집을 지을 수 있는 동력이 되지 않을까요?
 

건축가 김찬중

건축가 김찬중

2006년 베이징 국제건축비엔날레에서 ‘주목받는 아시아 젊은 건축가 6인’으로 선정된 더시스템랩 대표 건축가. 하버드대학교에서 건축학 석사학위를 받고 서울과 미국 등지에서 실무 경험을 쌓았다. 현재 경희대학교 건축대학원 설계 전공 초빙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 폴 스미스 플래그십 스토어, 래미안 갤러리, 한강 보행자 터널 등 다수의 프로젝트로 대중과 만나고 있다.

건축가 양진석

건축가 양진석

교토대학교 건축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와이네트워크, 와이그룹 대표이사로 건축, 인테리어, 디자인 작업 외에 건축 강연을 통해 일반인에게 건축에 대해 알리고 있다. 건축업계의 발전과 소비자의 긍정적인 소통을 기대하며, 러브하우스 플랫폼 앱을 개발했다. 서울시 건축위원회 심의위원이기도 한 그는 JTBC <내 집이 나타났다>에서 주택 설계를 선보이며 건축가로서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집짓기를 계획하고 세우는 과정을 함께하는 건축주와 건축가의 태도는 시일이 지나 실물의 ‘집’이라는 결과로 나타난다. 삶을 그대로 반영한 ‘좋은 집’에 관한 생각들과 집을 지을 때 꼭 필요한 마음가짐을 건축가 양진석이 묻고, 건축 연구가이자 설계가인 김찬중이 답했다.

Credit Info

기획
김미주 기자
사진
김준영, 김용관(건축)
취재협조
더시스템랩, 와이네트워크

2017년 3월

이달의 목차
기획
김미주 기자
사진
김준영, 김용관(건축)
취재협조
더시스템랩, 와이네트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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