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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라는 꽃

발 닿는 곳마다 눈부시게 피어나는 섬, 인천 강화에서 한 시절을 보낸다.

UpdatedOn March 27,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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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복판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강화대교를 건넌다.
 강화의 첫 번째 섬, 강화도에 입도하는 순간이다.

봄바람에 마음이 어수선할 때마다 강화를 생각한다. ‘강 너머 곶’이란 어원을 지닌 두 글자에 꽃의 심상이 아른거려서일까. 강화도, 교동도, 석모도, 볼음도, 주문도, 서검도, 동검도···. 잔물결에 흩어진 꽃잎 같은 섬들을 헤아려도 본다. 마침 고려산 진달래가 만개하고 강화산성 북문길 벚꽃이 흐드러지는 계절, 섬과 섬을 넘나드는 짧은 여행을 계획하기로 한다. 두 다리를 바지런히 움직이는 동안 머릿속 격랑은 썰물처럼 잦아들고, 가슴엔 온화한 해풍이 밀려올 것이었다.

강화도, 속살거리는 섬

서울 도심 복판에서 출발한 지 한 시간 반 만에 강화대교를 건넌다. 강화의 첫 번째 섬, 강화도에 입도하는 순간이다. 행정구역상 수도권에 속하는 섬이니만큼 도시와 제법 가깝다 하겠으나, 두 차례나 시계(서울시, 경기도 김포시, 인천시)를 넘었다는 사실이 아득한 고립감을 안긴다. 지금으로부터 1000여 년 전, 옛사람들의 지정학적 관념은 오늘날과 사뭇 달랐다. 새삼스럽지만 이곳이 한때 한반도 정세의 중심이었음을 상기한다. 강화는 1232년부터 고려의 개경을 대신한 제2의 수도로 39년이란 시간을 버텼고, 왕조가 바뀐 후에도 여전히 조정의 가시권에 자리한 정치적·군사적 요충지로서 기능했다. 강화읍 원도심은 이 땅의 내력을 증언하는 생생한 사료다. 갯벌과 해넘이의 낭만을 좇아 강화에 왔더라도 한 번쯤 원도심을 경유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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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고려도성 여행 도보 해설 투어를 이용하면 원도심 주요 여행지를 하나로 꿰어 둘러볼 수 있다. 문의 032-930-3568

강화군에서 마련한 ‘강화 고려도성 여행 도보 해설 투어’는 천년 세월을 80여 분으로 집약한 고효율의 선택지다. ‘강화 도령’이란 별명이 친숙한 조선 철종의 잠저 용흥궁이 코스의 시작점. 지금의 용흥궁은 훗날 왕이 된 열아홉 살 청년 이원범이 기거하던 초가를 헐고 새롭게 지어 올린 건물이다. 대문 아래서 투어를 인솔할 이병현 문화관광해설사와 만났다. “정치 행보에 대한 평가는 엇갈리지만, 철종은 강화 사람에게 애정을 베푼 왕이에요. 강화 지역민을 위한 특별 과거 시험과 세제 혜택을 마련할 정도였지요.” 강화에서 나고 자랐다는 그의 살뜰한 설명에서 남다른 애향심을 엿본다.

용흥궁공원 동쪽에 성채처럼 올라선 한옥 건물이 다음 목적지인 대한성공회강화성당이다. 성공회는 로마가톨릭교에서 갈라진 개신교의 종파 중 하나다. 강화에 성공회가 도착한 1893년으로부터 7년이 흐른 1900년 지금 자리에 대한성공회강화성당을 축성했다. “여기 온 영국 선교사들은 토착 문화를 적극 수용했어요. 십자가를 새긴 범종, 불교를 뜻하는 보리수, 유교의 상징인 회나무를 심어 지역민을 끌어안았지요.” 경복궁을 지은 도편수를 동원해 건물을 완공했다는 이야기에 이르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자연광이 들이치도록 설계한 높은 창문과 복층 구조, 고아한 석조 제례대, 벽면 기둥에 내리쓴 주련···. 한옥과 바실리카 양식을 절충한 건물 곳곳이 오묘하고 아름답다. “영국산 참나무로 제작한 문과 백두산 적송으로 짠 마루가 공존하는 귀한 건물이랍니다.”

강화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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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도직물 공장 터, 철골이 드러난 낡은 굴뚝이 지난한 세월을 설명한다.
밀도 높은 시간 여행의 여운은 소창체험관에서 음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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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창을 직조하는 경쾌한 기계음, 폭신하고 보드라운 직물의 촉감,
따끈한 순무차가 온 감각을 일깨운다.

기억하고 보존해야 할 강화의 이야기

세 번째 코스로 이동하는 길, 이 해설사의 입담에 귀를 쫑긋 세운다. “순무김치 좋아하시죠? 오늘날 강화의 자색 순무는 조선 고종이 강화에 해군사관학교인 통제영학당을 설립할 때 영국 해군 교관 콜웰이 들여온 영국산 순무와 토종 흰색 순무를 교배한 결과물이에요.” 영국에서는 빠르게 싹을 틔우는 순무를 전투식량으로 쓴단다. 순무김치를 먹을 때마다 주워섬길 만한 이야기 아닌가. 우리의 대화 주제는 순무에서 밴댕이로 이동했고, 걸음은 어느새 고려의 궁터이자 조선 시대 지역 행정의 중심 역할을 한 고려궁지에 멈춰 섰다. 병인양요 때 프랑스군이 건물을 불태운 탓에 왕실의 도서와 물품을 보관하던 외규장각까지 소실되어 현재는 강화유수부 동헌과 이방청만 남은 곳이다. “프랑스군은 한술 더 떠 왕이 열람하도록 제작한 어람용 의궤를 약탈합니다.” KTX 도입 당시 프랑스가 외규장각 의궤 반환을 걸고 자국 고속철도 테제베(TGV) 구매를 제안했다는 풍문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반환 과정이 굼뜨긴 했으나 현재는 한국이 임대 계약 형태로 297권 의궤 전권을 회수해 보관 중이다. 뜻하지 않은 곳에서 철도사의 편린을 마주하는 순간.

소창체험관에서는 4월 20일 벼룩시장과 조촐한 문화 체험 프로그램 등 행사를 마련해 상춘객을 맞는다. 문의 032-930-2500

투어 마지막 장소는 1947년 설립해 2000년대 중반까지 명맥을 이어 온 심도직물 공장 터다. 영화로운 강화 직물 역사의 상징으로, 철골이 드러난 낡은 굴뚝이 지난한 세월을 설명한다. 밀도 높은 시간 여행의 여운은 강화대로 건너편 소창체험관에서 음미한다. 이곳은 염색 공장 평화직물 터를 활용해 소창 제조 과정과 공예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수예 프로그램과 고려 복식 체험을 시도해도 좋겠지만, 실은 그저 머무는 것으로도 충만하다. 소창을 직조하는 경쾌한 기계음, 폭신하고 보드라운 직물의 촉감, 다실에서 내준 따끈한 순무차가 온 감각을 일깨운다.

교동도, 아득한 섬

뭍에서 조금 더 멀어진다. 버거운 일상, 자질구레한 걱정거리로부터 몇 발짝 물러난다는 뜻이다. 강화도에서 한 번 더 다리를 건너야 닿을 수 있는 교동도는 자발적 유배를 원하는 여행자에게 더할 나위 없는 섬이다. 옛 강화교가 놓인 지 45년이 흐른 2014년이 되어서야 교동대교가 생겼으니, 까마득한 세월 동안 이곳은 미답의 섬이자 미지의 세계였다. 손길을 타지 않았기에 천혜의 자연을 간직한 것은 물론이다.

다리가 생기기 전 교동도 사람들은 월선포 선착장을 드나들며 외부와 소통했다. 강화나들길 9코스 교동도 다을새길은 월선포를 출발해 교동향교, 화개산, 대룡시장, 교동읍성을 지나 원점 회귀하는 경로다. 이 코스에서 가장 우뚝한 여행지를 꼽자면 단연 화개산이다. 해발 259미터 화개산은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연산군 유배지로 이름난 곳이었다. 산 중턱에 펼쳐진 유배지를 둘러보면서 권력의 쓸쓸한 최후를 실감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지난해 봄 화개산 기슭 21만여 제곱미터(약 6만 4000평) 부지를 화개정원으로 조성하면서 완전히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났다. 현재도 정원 초입에 연산군 유배지와 관련 전시물이 자리하지만, 탐스러운 꽃밭과 생기발랄한 조형물이 고적한 옛 정취를 가뿐히 압도한다.

화개정원 입구에서 산 정상까지 20여 분간 운행하는 모노레일은 여기 머무는 시간을 더욱 즐겁게 한다. 완만한 언덕을 오르다가도 급경사에 몸이 기우니 예측 불가의 재미가 쏠쏠하다. 모노레일 종착지인 산 정상엔 강화의 군조 저어새 형상으로 지어 올린 스카이워크 전망대가 유려한 날개를 날렵하게 펼치고 섰다. 고구저수지에서 황해남도 연안군과 배천군까지 시선을 뻗어 나가다가 문득 교동망향대에 눈이 한동안 머문다. 망향이란 곱씹을수록 애달픈 단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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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한 바퀴 돌아 나가는 길, 지나치기 쉽지만 기억해야 할 공간이 있다. 월선포와 교동대교 사이에 자리한 초가집 한 채. 한글 점자의 아버지, 송암 박두성 선생의 생가 터다. 1888년 교동도에서 태어난 송암은 1913년 제생원 맹아부 교사로 재직하면서 한글 점자의 필요성을 인식한다. 일어 점자를 사용하던 엄혹한 시대, 7년간 한글 점자를 연구해 1926년 ‘훈맹정음’을 창안한 데 이어 한글 점자로 완성한 <조선어독본>과 <신약성서>를 펴낸 공로가 높고도 눈부시다. 4월 20일 장애인 차별 철폐의 날을 떠올리며, 한 세기 앞서 교육의 가치를 몸소 실천한 송암 선생께 존경과 감사를 보낸다.

그의 생가 터 옆에 세워 둔 점자표를 손끝으로 더듬어 ‘사랑’이란 두 글자를 익혀 본다. 세로 세 개와 가로 두 개, 총 여섯 개 점을 조합해 예순세 자를 이루는 한글 점자. 무한히 팽창하는 점과 점 사이의 우주를 만난다.

석양의 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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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랗게 기울어 가는 햇살, 갯내 어린 바닷바람,
소슬한 공기 중에 흩어지는 종소리가 시시각각으로 정신을 고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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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바다의 너그럽고 애틋한 마음,
삶이 가파르게 느껴질 때마다 꺼내어 되새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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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를 굽어보는 마애관음보살 좌상과 석굴사원 등 귀한 불교 유물을 만날 수 있는 보문사.
수백 년 수령을 자랑하는 향나무, 느티나무, 은행나무도 아름답다. 문의 032-933-8271

석모도, 사유의 섬

삼산면 석모도 낙가산 중턱, 눈썹바위 아래 서서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가파른 돌계단 때문만은 아니다. 섬과 바다와 봄볕이 자아낸 황홀경에 울컥, 목이 막히는 기분이라서다. 한동안 발을 떼지 못한 채로 반짝이는 서해 바다를 굽어보았다. 가까이는 소송도와 대성도, 멀리는 주문도가 아물거렸다. 세상을 다 가진 듯한 기분이란 아마도 이런 것일 테다. 마애관음보살의 입가에도 자비로운 미소가 묻었다.

보문사를 두고 뭇사람들은 강원도 양양 낙산사, 경남 남해 금산 보리암과 함께 한국 3대 해수 관음 도량이라 일컫는다. 제각기 동해·남해·서해를 맡아 중생의 번뇌를 해풍에 씻어 내니, 소위 ‘기도발’이 좋다는 소문이 자자할 수밖에. 하늘과 맞닿은 저 바다엔 오늘도 수백, 아니 수만 가지 간절한 소망이 흘러넘친다.

전등사, 백련사, 청련사, 적석사 등 아름답기로 이름난 절이 여럿인 강화에서도 보문사의 존재감은 특별하다. 635년, 그러니까 신라 선덕여왕 4년에 금강산에서 수행하던 회정대사가 관음보살을 친견하고 석모도 낙가산에 지어 올린 절이 바로 이곳이다. 어부가 돌덩이 스물두 개를 건져 석굴 법당에 모셨다는 나한전 설화, 깨졌다가 말끔하게 붙은 신묘한 옥등잔 전설, 부처님이 임진강 해빙에 표류하던 사람들을 보문사로 인도했다는 일화까지. 축적된 세월만큼 유구하고 풍요로운 이야기가 넘실거린다.

마애관음보살을 알현하고 내려와 숨을 돌리려는 찰나, 저녁 예불을 알리는 법고 소리가 산줄기를 가득 메웠다. 둥둥거리는 북소리에 이어지는 목어와 운판 소리가 불심을 고양한다. 이내 범종이 울렸다. 노랗게 기우는 햇살, 갯내 어린 바닷바람, 흩어지는 종소리….

수평선을 향해 빠르게 내려앉는 붉은 해를 마주하며 생의 유한함을 되새긴다. 그렇다 해도 슬퍼할 까닭은 없다고 저 바다가 속살거린다. 석모도에서 유일한 해수욕장인 민머루해변, 장구너머항이란 별칭을 지닌 장곳항에 머무는 동안 오래도록 잊지 못할 해넘이를 마주했다. 바다의 잔주름 같은 갯고랑이 그 무엇보다 살가운 위로로 다가왔다.

장곳항에서 빠져나오는 길에 맞닥뜨린 식당 이름 ‘바다의 마음’. 입간판에 세로쓰기한 글씨가 지금도 눈에 선하다. 강화 바다의 너그럽고 애틋한 마음. 삶이 가파르게 느껴질 때마다 꺼내어 되새기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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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Flower Called Ganghwa

With each step you take, Incheon’s Ganghwa County captivates you with its dazzling beauty.

Every time the spring breeze stirs my soul, my thoughts drift to Ganghwa. Perhaps it’s the poetic allure of its name, carrying the meaning of “cape beyond the river.” With azaleas painting Goryeosan Mountain and cherry blossoms adorning the path to Ganghwa Sanseong Fortress’s northern gate, I feel compelled to plan a brief island-hopping adventure. As I set out, the tumult in my mind ebbs away like the tide, replaced by the soothing embrace of a gentle sea breeze.

Ganghwa Island, the Capital of Goryeo

The “Ganghwa Goryeo Capital Walking Tour,” prepared by Ganghwa County, offers an efficient itinerary condensing millennia of history into just over 80 minutes. Starting at Yongheunggung Royal Residence, which served as King Cheoljong’s residence during his exile, the tour winds through various landmarks. From the hanok-style Ganghwa Anglican Church symbolizing diversity and inclusivity, to the Goryeogung Palace Site echoing the footsteps of ancient kings, and finally to the glorious Simdo Textile Factory Site, emblematic of Ganghwa’s rich textile history. The immersive journey through time culminates at the Sochang Experience Hall. Here, visitors can indulge in activities like pottery programs and trying on traditional Goryeo attire. However, simply soaking in the ambiance proves fulfilling enough. The rhythmic hum of looms weaving Sochang fabric, the soft texture of textiles, and the warmth of freshly brewed turnip tea awaken all the senses, leaving a lasting impression of Ganghwa’s charm.

Across the Bridge to Gyodongdo Island

Just a bridge away from Ganghwa Island lies Gyodongdo Island, which underwent a rejuvenation last spring with the establishment of Hwagae Garden, spanning over 210,000 square meters (approximately 64,000 pyeong) at the foot of Hwagaesan Mountain. At the summit, where the monorail track ends, stands the Skywalk Observatory, shaped like the black-faced spoonbill that has been spotted on the island. As you admire the expansive views stretching from the Gogu Reservoir to Yeonan-gun and Baecheon-gun of Hwanghaenam-do, your gaze will eventually reach the Gyodong Manghyangdae Observatory. An easily overlooked place on the island is the traditional thatched house nestled between Wolseon Port and Gyodong Bridge. It marks the birthplace of Park Du-seong, whose pen name was Songam. He is the father of Korean Braille, formed by combining six dots in various arrangements. The infinite expanse between each dot echoes the vastness of the universe.

Seokmodo Island, Simply Breathtaking

At the foothills of Nakgasan Mountain in Samsanmyeon, I found myself pausing beneath the Eyebrow Rock, catching my breath. It wasn’t just the steep stone steps that left me breathless, but rather the breathtaking beauty crafted by the island, the sea, and the warmth of spring. Even the statue of Avalokitesvara seemed to wear a compassionate smile. Bomunsa Temple stands out among the numerous beautiful temples on the island, such as Jeondeungsa Temple, Baengnyeonsa Temple, Cheongnyeonsa Temple, and Jeokseoksa Temple. As the sun turned crimson and swiftly descended towards the horizon, the sunset served as a reminder of the finite nature of our lives. This scene I witnessed on Seokmodo Island, home to the solitary Minmeoru Beach and the picturesque Janggot Harbor, is something I will cherish for years to come.

강화에서 여기도 가 보세요

  •  즐길 거리  고려산 진달래 꽃구경

    강화읍과 내가면, 하점면, 송해면에 걸친 해발 436미터의 예부터 산세가 수려하기로 이름났다. 적석사, 백련사, 청련사 등 고찰이 이 산에 자리 잡은 이유다. 이 계절엔 분홍빛 진달래가 물결을 이루며 어느 때보다 눈부신 풍광을 자랑한다. 등산로가 비교적 완만한 편이라 산책하듯 느긋하게 꽃구경을 즐길 수 있다. 고려산 자락에 솟아오른 낙조봉에서 바라보는 일몰도 놓쳐선 안 될 장관이다. 진달래가 만개하는 4월 6일부터 14일까지 9일간 질 좋은 강화 특산물을 판매하는 지역 상생 부스도 만나 본다.
    문의 032-930-9340

  •  즐길 거리  북문 벚꽃길 꽃구경, 강화 봄 콘서트

    고려가 몽골의 침입을 막기 위해 지어 올린 건축물 강화산성. 이곳 북문길에 벚꽃이 피어날 무렵, 원도심 걷기 여행은 더없이 충만해진다. 벚꽃 잎이 함박눈처럼 내려앉은 언덕길을 소요하며 계절의 축복을 온몸으로 느끼는 시간이다. 4월 1일부터 10일까지가 하이라이트로, 소규모 버스킹 공연과 야간 경관 조명 등을 마련해 낭만을 더할 예정이다. 흥이 많은 상춘객에게는 4월 20일 강화공설운동장에서 열리는 강화 봄 콘서트를 추천한다. 다채로운 부대행사는 물론 봄날 정취를 돋우는 무대가 이어진다.
    문의 032-930-3569(북문 벚꽃길 꽃구경), 3623(강화 봄 콘서트)

  •  먹거리  강화풍물시장 밴댕이

    강화 하면 밴댕이, 밴댕이 하면 강화다. 청어목 멸칫과의 생선 밴댕이는 산란 직전인 늦봄 무렵에 제철을 맞는다. ‘밴댕이 소갈딱지’라는 관용구로 유명하지만 고소하고 부드러운 풍미를 지녀 임금님 수라상에 오르는 귀한 몸이었다. 조선 정조는 신하에게 각별히 밴댕이를 하사하기도 했다. 올봄, 밴댕이 전문 식당가가 늘어선 강화풍물시장에 방문해 푸짐한 한 상을 맛봐도 좋을 것이다. 싱싱한 회와 달콤한 회무침, 바삭한 구이까지 취향껏 골라 먹는 즐거움이 있다. 인삼동동주와 기막힌 궁합을 이룬다.
    문의 032-934-1318

  •  먹거리  더리미장어마을 장어구이

    한강 민물과 서해 해수가 교차하는 강화. 이곳은 뱀장어와 갯벌장어를 동시에 만나는 흔치 않은 어장이다. 특히 선원면 해안동로 더리미장어마을의 장어는 쫀득쫀득하면서도 혀에 착 감기는 맛이 매력적이다. 장어를 제대로 맛보려거든 역시 구이가 가장 적당하지만 여행 중에 간단히 허기를 달래기엔 장어덮밥도 충분하다. ‘선창집’ ‘더리미집’ ‘별미정’ 등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켜 온 식당들이 모여 있어 훌륭한 맛을 보장한다. 산과 들, 바다를 쏘다니는 동안 체력이 급격히 떨어졌다면 더리미장어마을로 직행하자. 여독을 풀고 지친 몸을 보양하기엔 장어만 한 고단백 음식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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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EYWORD

CREDIT INFO

editor 강은주
photographer 신규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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