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검색

CULTURE MORE+

한국의 보물

고려의 여름날 - 청동 은입사 물가풍경무늬 정병

UpdatedOn June 22, 2023

정병은 맑은 물을 담는 병이라는 뜻으로, 절에서 주로 불보살에게 공양할 때 사용했다. 고려 시대인 12세기 무렵 만든 이 병은 옆으로 돌출된 마개 달린 입 쪽에 물을 넣은 뒤 대롱처럼 솟은 첨대로 따라 쓰는 구조다. 몸체에는 표면 가득 물가 풍경을 담았다. 양쪽에 선 커다란 버드나무 사이사이로 갈대가 바람에 나부낀다. 하늘에는 새가 줄지어 날아가고, 아래쪽으로는 어부로 짐작되는 삿갓 쓴 사람들이 무언가를 하고 있다. 이리저리 헤엄치는 물새도 보인다. 각자 분주한 듯하면서도 어딘지 한가롭게 느껴지는 여름날의 광경이다. 고려 사람의 생활상을 나타낸 것일까? 자연과 인간이 어우러진 모습에서 평화로움이라는 말이 떠오른다. 그림은 청동 표면에 가늘게 홈을 내고 그곳에 일일이 가느다란 은실을 박아 넣어 완성했다. 이토록 섬세한 기법으로 제작한 국보 정병은 서울 국립중앙박물관 3층 금속공예실에서 만날 수 있다.

문의 02-2077-9000 홈페이지 www.museum.go.kr

<KTX매거진>의 모든 기사의 사진과 텍스트는 상업적인 용도로 일부 혹은 전체를 무단 전재할 수 없습니다. 링크를 걸거나 SNS 퍼가기 버튼으로 공유해주세요.

KEYWORD

CREDIT INFO

writer 허형욱(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관)

RELATED STORIES

  • CULTURE

    깨달음을 찾는 모임, 진천 영수사 괘불

  • CULTURE

    천경우, 우리 시대의 경청자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몸을 낮추어 바라본다. 미술가 천경우의 감각을 빌려 잠시나마 세상을 경청하는 시간이다.

  • CULTURE

    풍경의 안쪽으로 한 걸음

    여행 작가 노중훈이 여행 에세이를 냈다. 단순히 풍경만이 아니라 그 안쪽을 보려 애쓴 여행기다.

  • CULTURE

    번역가의 손끝에서, 시가 날아오르다

    최근 김혜순 시인의 시집 <날개 환상통> 번역본이 한국 작가 최초로 전미도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그 배경에 든든히 자리한 최돈미 번역가에게 조명을 비춰 본다.

  • CULTURE

    신간, 전시, 영상, 문화

MORE FROM KTX

  • ARTICLE

    삶을 여행처럼, 경주

    바다에서 내륙까지 경북 경주를 걷는 동안여행하는 매 순간이 삶처럼 아름다웠다.

  • LIFE STYLE

    내 손안의 유물

    유물을 본떠 만든 물품이 일상에 품격을 더한다. 여러 국립박물관이 소장한 유물을 굿즈로 만난다.

  • ARTICLE

    물 위의 비경 철원 한탄강 물윗길

    녹은 눈이 한 방울씩 모여 봄을 피워 낸다. 겨울 끝자락에서 강원도 철원 한탄강 위를 걸었다.

  • TRAVEL

    문학, 별 그리고 영월

    방랑 시인 김삿갓의 고장, 강원도 영월에서 땅과 하늘을 훑어 반짝이는 이야기를 발견했다.

  • CULTURE

    마타 수르 커뮤니티 센터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칠레 산티아고의 문화유산이 대규모 공공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로 변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