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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아트 역사의 결정적 순간들

On November 02, 2017 0

가장 미국적인 미술이 프랑스에 상륙했다. 파리 마이욜 미술관(Maillol Museum)은 최근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의 컬렉션들로 구성된 팝아트 전시의 막을 올렸다. 총 65점의 팝아트 작품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로, 팝아트의 표면부터 내면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의미 있는 예술의 장이 될 것이다.

 

앨런 다칸젤로의 ‘성모자상’(Madonna and Child, 1963).


 

앤디 워홀의 ‘전기의자’(Electric Chair, 1971).

앤디 워홀의 ‘전기의자’(Electric Chair, 1971).

앤디 워홀의 ‘전기의자’(Electric Chair, 1971).

1964년 뉴욕, 앤디 워홀은 상업용 포장상자를 그대로 옮긴 설치미술 ‘브릴로 상자’(Brillo Boxes)를 발표하며 전 세계를 팝 문화 속에 던져 넣었다. 그는 “공장에서 만든 진짜 브릴로 상자는 왜 예술이 될 수 없는가?”라고 물으며 소비와 자본주의 문화를 미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였고, 팝아트 시대의 수장 역할로 나서게 됐다. 워홀은 “겉으로 나타나는 표면적인 것 외에는 그 무엇도 존재하지 않고 심층적 내면 같은 건 말 그대로 부재한다”고 강조하며 장르의 벽을 넘나드는 센세이션한 예술작품을 발표했다.

당시 미국 사회의 주 관심사는 돈이었는데, 복제된 것으로 복제한 작품을 만들며 소비문화를 꼬집는 한편 그 욕심을 솔직히 드러내는 워홀에 대중들은 환호했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팝아트 시대에 종말을 고한 것 역시 워홀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워홀은 작품들을 ‘찍어내는 행위’에 싫증을 느끼고 팝아트와 서서히 거리를 두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로이 릭턴스타인, 클라스 올든버그, 로버트 인디애나, 에드 루샤, 앨런 다칸젤로 등이 팝아트의 명맥을 이어나갔다.

그렇다면 이제 이런 팝아트의 역사를, 그토록 빠르게 분열돼 버린 그 시대를 어떻게 다시 이야기할 수 있을까? 모든 일이 우연하고 유쾌하게 일어나는 팝아트 부흥 시대를 어떻게 하면 다시 소환할 수 있을까? 어떻게 이들을 다시 한 번 한 자리에 모을 수 있을까?

이번에 마이욜 미술관에서 〈Pop Art - Icons that Matter〉라는 제목으로 열리는 휘트니 미술관 컬렉션 전시는 바로 이런 부분들에 대해 다루고 있다. 사실 팝아트라는 지극히 미국적인 미술에 대한 이야기를 프랑스 파리에서 써 내려간다는 건 꽤나 의미 있는 일이다. 실제로 미국의 작가 빅터 보크리스가 강조했던 것처럼, 죽음과 자살에 대한 테마를 다룬 워홀의 ‘죽음과 재난’(Death and Disaster) 연작이 본국인 미국에서는 혹독한 평가를 받았지만 파리에서만큼은 박수를 받기도 했다. 이처럼 프랑스에서는 항상 팝아트 속에서 중대한 의미를 발견하는 데 관심을 기울여왔다. 물감으로 채색된, 물감 속에 빠진 미국의 모습을 찾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휘트니 미술관의 전시 디렉터 겸 큐레이터인 데이비드 브레슬린, 그리고 보조 큐레이터이자 그와 함께 이번에 파리에서 열리는 전시를 담당하고 있는 캐리 스프링거는
“팝아트가 절정에 달했던 1964년부터 지금까지 미국의 팝아트는 미국의 모습을 조명하고, 이미지 안에 시대의 이야기를 담아내려는 특정한 방식의 방향으로 조금씩
변화되었다”고 이야기한다. 총 65점의 작품들로 채워진 이번 전시는 이들의 이런 시각과 해석이 엿보인다. 마치 팝아트는 본질적으로 무의미하며, 내면·고뇌·형체 따위가 없이 색들로 칠해져 있다는 이야기에 종지부를 찍고자 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중 눈에 띄는 그림이 하나 있다. 바로 로절린 드렉슬러의 작품 ‘죽음에 쫓기는 마릴린’(Marilyn Pursued by Death)(1963)이다. 남성에게 쫓기는 여성의 이미지가 불길하고 어두운 분위기로 표현된 이 작품은 드렉슬러 자신의 이야기를 투영한 것으로, 팝아트 세계 속에서 작가로서의 위치를 다져주는 기회를 제공했다. 올해로 90세가 된 드렉슬러는 천재적인 아티스트이자 팝아트 시대의 유일한 생존자다. 그녀는 예리한 시각을 드러내며 당대의 쟁쟁한 남성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강렬한 인상을 지닌 아티스트로 자리 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예리함은 지금까지도 변함이 없다.

드렉슬러는 최근 <그라치아> 프랑스판과 나눈 인터뷰에서 당시 팝아트 문화의 분위기를 되짚으며 모두가 서로의 작업실을 오가던 초기 시절의 매력이나 뉴욕 바워리 지역을 가득 채우던 보헤미안 라이프에 대한 뜨거운 열망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 모든 것이 변하기 시작한 것은 언제였냐는 질문에 “모두가 뿔뿔이 흩어지던 때”라고 답한 그녀는, 아티스트들이 유럽이나 미서부 등지로 이동하던 때를 의미하냐고 되묻자 고개를 가로저으며 “다운타운에서 업타운으로 이동하던 때”라고 덧붙였다. 당시 팝 아티스트들은 뉴욕의 하류층에서 가장 높은 상류층 지역으로 거점을 옮겨갔다. 돈이 그들의 유일한 컬러가 되던 때였다.

이제, 그 뿔뿔이 흩어졌던 그때의 그 팝아트 아이콘들이 다시 한 자리에 모인다. 팝아트의 결정적 순간을 다루는 이번 전시는 그런 맥락에서 충분히 의미가 있다. 시대적 배경과 함께 현대 미술사에 큰 획을 그은 팝아트. ‘과연 우리는 팝아트에 대해 얼마나 제대로 알고 있을까?’ 자문해 본다. 대량 생산, 소비 자본주의에 순응하는 예술 장르 한 가지 면으로만 조명해 온 것은 아닐까? 다시 한 번 팝아트 문화의 전성기를 꿈꿔본다. 팝아트의 과거와 현재를 잇는 예술의 장, 전은 파리 마이욜 미술관에서 내년 1월 21일까지 계속된다.




 

멜 라모스의 ‘토바코 로다’(Tobacco Rhoda, 1965).

 

로절린 드렉슬러의 ‘죽음에 쫓기는 마릴린’(Marilyn
Pursued by Death, 1963).

로절린 드렉슬러의 ‘죽음에 쫓기는 마릴린’(Marilyn Pursued by Death, 1963).

로절린 드렉슬러의 ‘죽음에 쫓기는 마릴린’(Marilyn Pursued by Death, 1963).

알렉스 카츠의 ‘알렉스’(Alex, 1968).

알렉스 카츠의 ‘알렉스’(Alex, 1968).

알렉스 카츠의 ‘알렉스’(Alex, 1968).

가장 미국적인 미술이 프랑스에 상륙했다. 파리 마이욜 미술관(Maillol Museum)은 최근 뉴욕 휘트니 미술관(Whitney Museum)의 컬렉션들로 구성된 팝아트 전시의 막을 올렸다. 총 65점의 팝아트 작품이 한 곳에 모이는 자리로, 팝아트의 표면부터 내면까지 모두를 아우르는 의미 있는 예술의 장이 될 것이다.

Credit Info

2017년 11월

2017년 11월(총권 96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루비
PHOTO
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2017년 11월

이달의 목차
EDITOR
김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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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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