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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Myself And I

On July 12, 2017 0

주변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는 조금 더 내게 집중하고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임을 깨달았다는 임수정의 이유 있는 고집과 신념.

 

데님 드레스 21만9천원 그레이양(Grey Yang).

 



전날까지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촬영하다 가서 더 꿀 같은 시간이었을 것 같아요.
화보 촬영하러 하와이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내내 멍했어요. 떠나기 전날까지도 마지막 방송을 보고 종방연까지 다녀왔거든요. 그 뒤로 급하게 후닥닥 짐을 쌌더니 빼놓은 게 많더라고요. 스윔슈트도 거의 챙기지 못했고(웃음).

하와이에선 어떤 시간들을 보냈어요?
드라마를 촬영하는 3개월 동안 매일 긴장하며 보냈더니, 아무런 생각도 하고 싶지 않더라고요. 일단 하와이는 모든 자연이 너무 좋잖아요. 맑은 공기 좋고, 햇살도 좋고.
그냥 그 자체를 즐겼죠. 


가장 인상적이었던 순간을 꼽는다면?
그저 바다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좋았는데, 현지인들이 자주 간다는 동쪽 해변에 잠깐 짬을 내서 들렀을 때가 가장 기억에 남아요. 라니카이와 카일루아 해변이 붙어 있는 곳으로, 사람도 거의 없고 참 아름답더라고요. ‘라니카이’는 ‘천국’이란 뜻이래요. 그 이름처럼 아름다운 자연이 가까이에 있다는 게 하와이가 지닌 매력이면서 행운 같아요.

도심에서는 느낄 수 없는 행복이죠.
아름다운 자연보다 더 좋았던 건 함께한 사람들이에요. 사실 해외 화보 촬영은 제게 그리 즐거운 일이 아니라서 꺼리는 편이었거든요. 그런데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드는지 오랜 시간 함께한 스태프들과 진지한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는 게 좋아지더라고요. 점점 함께하는 사람들의 소중함과 귀함을 알게 된 거죠. 예전엔 부끄럽다는 이유로 숨겼던 마음을 조금씩 표현하면서 저 스스로도 성숙해지는 것 같고요. 여러모로 좋은 시간이었어요.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곁에 존재한다는 건 참 좋은 일이죠.
개인적으로 셀러브리티로서의 화려함이나 갖춰야 할 것들을 잘 못 챙기는 편이라 배우로서 대중 앞에 나설 때는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래야 배우 임수정이 되죠. 솔직히 자연인 임수정은 너무 내추럴해서 특별함이 없거든요. 그런 제가 연기할 때, 또 배우로서 나설 때 특별해 보일 수 있는 건 모두 전문가의 도움 덕분이에요. 제 색깔을 낼 수 있게 해주는 귀한 존재들이죠.

‘임수정’ 하면 동안 미모의 대명사잖아요. 여전히 젊고 아름다운 모습을 유지하는 비결은 뭔가요?
사실 나이보다 어려 보이는 데는 얼굴형이나 피부 컬러 등 부모님에게 받은 유전적 요소가 큰 비중을 차지할 거예요. 특히 눈이 한몫했다고 생각해요. 제가 순수해서 그렇다기보다는 최대한 독하거나 악한 마음을 가지지 않으려고 노력해요. 맑아 보이는 눈을 가졌다는 건 배우로서도 큰 장점이고요.
 

어떻게 해야 그렇게 맑은 눈을 가질 수 있어요?
평소 하고 싶은 일들을 하는 게 큰 효과를 발휘하는 듯해요. 책을 보거나 예술을 사랑하고 즐기는 것들이오. 그리고 몇 년간 채식을 해왔는데, 예전보다 차분해지는 것 같아요. 확실히 감정의 기복이 줄어들더라고요.

그럼 저도 채식해야겠어요. 최근 욱하는 일이 너무 잦거든요(웃음).
저도 여전히 욱해요. 그래도 이젠 쌓아 놓지는 않아요. 예전에는 계속 참다가 폭발하는 스타일이었는데, 지금은 욕을 할지언정 바로 표현하는 편이죠. 논쟁이 벌어지더라도 대화하고, 잘못된 건 인정하고 사과하면 되니까요. 그렇게 거침없이 표현하다 보니 마음이 평온해지고, 그런 상태가 눈빛으로도 드러나는 듯싶어요.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시카고 타자기>는 오랜만의 방송 복귀작이었어요.
여러모로 흥미를 끈 작품이었죠. 특히 유아인과 고경표 등 함께 연기하고 싶었던 배우들이 참여한 작품이라 좋았고요. 그동안 배우로서 참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며 눈여겨봤기에 제안받았을 때 크게 고민하지 않았어요. 유아인과 함께 연기할 수 있는 기회라 그냥 선택했죠.
 

방영 전에 만난 고경표도 비슷한 말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배우들끼리는 호흡이 잘 맞은 듯해요. 처음 기대한 것보다 만족할 만한 성적은 아니었지만, 출연자들이
서로 우애 좋게 잘 끌어갔던 작품이라 제겐 기억에 남는 작품이될 것 같아요.
 

만약 유아인과 고경표 중 한 명을 택해야 한다면 누굴까요?
고경표 씨에겐 미안하지만 유아인이오(웃음). 아마 같이 있었다면 ‘그럼요, 그럼요’ 하면서 이해했을 거예요. 저는 유아인 씨가 선보인 연기들도 좋았지만, 아티스트로서도 활동하잖아요. 같은 아티스트 대 아티스트로서 영감을 받는다고나 할까요? 그의 행보와 연기, 그리고 목소리가 많은 영감과 영향을 주는 스타일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이 참 대단하게 느껴지고요.

확실히 자신만의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매력적이죠.
요즘은 취향과 관심사가 선명한 사람들이 좋아요. 물론 저도 그런 사람이 돼가는 과정이라 생각하고요. 예전엔 예스맨까진 아니더라도 착하다는 이야기를 종종 들었거든요. 언제부턴가 저에 대한 오해가 생기기 시작했는데, ‘Yes or No’가 분명해지고 제 목소리를 내면서부터인 듯해요. 이젠 사람들의 반응에 크게 신경 쓰지 않으려고 하죠. 나만의 취향과 선명함을 가지고 활동하다 욕을 먹어도 그 선택에 후회하지 않겠다는 주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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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쨍한 컬러의 푸른 바다가 반겨준 하와이.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왼쪽)촬영 중 나른한지 눈을 감고 잠시 사색을 즐기는 임수정.

(위) 쨍한 컬러의 푸른 바다가 반겨준 하와이. 이곳이 바로 천국이 아닐까.
(왼쪽) 촬영 중 나른한지 눈을 감고 잠시 사색을 즐기는 임수정.


 
임수정의 취향은 어떤가요?
음악이나 영화, 음식은 물론이고 사람까지 제 취향이 아니면 곁에 두지 않아요. 예전엔 싫은 장소나 사람이 있어도 필요하면 머물곤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당장 나오죠(웃음). 아니, 아예 그런 자리에 가지를 않아요. 가식적인 사회성을 발휘하고 싶지 않거든요. 어쩌면 저를 폐쇄적인 사람이라 볼 수도 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식적인 사람으로 살고 싶지는 않아요. 


그게 저 자신에 대한 솔직함이라 생각하고요.
그를 실행에 옮기는 데는 큰 용기가 필요하죠.
분명 잃는 것도 있어요. 그래도 사람은 나이 들수록 자기답게 살아야 되는 것 같아요. 계속 나다운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을 파고드는 수밖에 없는데, 그러다 보면 진짜 원하는 것들이 나오게 되죠. ‘이왕이면 내가 잘할 수 있는 걸 하겠다’는 생각이 가능한 건 나이가 들면서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행복이자 축복 아닐까요.
 

연기할 때 여전히 어려운 부분도 있나요?
데뷔한 지 어느덧 15~16년 차로 넘어가지만 연기는 알면 알수록 어려워요. 어느 순간 알겠다 싶다가도 아니더라고요. 몇십 년 더 연기한 선배님들을 보면 ‘나는 아직 멀었구나’ 싶어요. 매번 좋은 연기를 펼치면서도 또 다른 연기를 보여주니까. 


만약 스스로를 캐스팅할 수 있는 권한이 생긴다면 어떤 역할을 주고 싶어요?
조금 더 나이 들기 전에 이대로 박제된 연기, 이를테면 뱀파이어 같은 역할을 해보고 싶어요. 언제인지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시대를 사는, 정확한 나이도 파악되지 않는 독특한 캐릭터가 있다면 영화든 드라마든 재미있게 연기할 것 같아요.
 

그런 모습은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꼭 해보고 싶어요. 앞으로 남은 시간 동안 일상적인 연기도 좋지만, 진짜 독특한 캐릭터도 한두 번 해보길 원하죠.
 

지난 주말엔 길고양이를 돕기 위한 플리마켓에 참여했다고요. 동참하게 된 계기가 뭐예요?
몇 년 전부터 길고양이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마침 ‘상냥한 사람들’이란 자선 단체에서 플리마켓에 동참해 달라는 제안을 받아 함께하게 됐어요.
‘상냥한 사람들’은 황인숙 시인과 조은 시인, 그리고 그들을 돕기 위한 다른 시인들이 모여서 길고양이를 돌봐주는 단체죠. 제 주위에 캣맘이 유독 많기도 하지만, 제 작업실에도 길고양이가 찾아와서 매일 사료를 주고 있거든요.
 

배우가 아닐 때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요?
쉴 땐 전시를 보거나 공연장 다니는 걸 좋아해요.
워낙 다른 문화 예술계를 사랑하는지라 연기를 하지 않을 땐 이런 분야에 가장 많은 시간을 쏟죠. 평소 배우고 싶었던 레슨을 받기도 하고요. 그중 하나가 어쿠스틱 기타인데, 취미로 꾸준히 하고 있어요. 


작업실에서는 주로 무얼 해요?
일이 없을 때 제일 많은 시간을 보내는 곳인데, 요가나 채식 레시피를 배우죠. 하지만 가장 큰 목표는 집필이에요. 어릴 적 꿈이 작가였거든요(웃음). 그래서 틈틈이 에세이집 출간을 준비하고 있죠. 


임수정의 에세이라니 벌써부터 기대되는데요.
기대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웃음). 어마어마한 필력이 있어서가 아니라, 글로 저를 표현하는 것에 대한 재미를 느껴 진행하게 된 일이니까.
 

임수정이라는 배우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기 좋은 기회네요.
배우가 연기로 보여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이미 누군가에 의해 창조된 캐릭터를 잘 구현해 내는 것이 배우의 몫이니까. 온전히 배우 자신일 순 없죠. 그래서 다른 예술 분야에 눈이 가는 건지도 모르겠어요.
그림을 그리거나 음악을 하는 것도 결국엔 연기로 온전히 자신을 표현하기 힘들어 생긴 목마름의 결과라 보거든요. 전 그 출구로 글을 생각한 거죠.
 

어떤 이야기들을 담을 예정인가요?
저의 일상들을 무겁지 않게 담을 생각이에요. 몇 년간 채식을 하면서 여러 관심 분야가 생겼어요. 우선 생활 속의 모든 제품이 유기농이나 친환경 제품으로 바뀌었죠. 패션에서도 가죽 백보다는 에코 백, 화려한 옷보다는 리넨이나 면 소재 의류에 더 손이 가고요. 그렇게 조금씩 변해 가는 저의 일상을 보면서 제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이 점점 선명해지는 걸 느껴요. 그 외에도 길고양이나 기타, 좋아하는 시인들 이야기를 하면서 저도 아직 잘 모르는 저라는 실체를 보이지 않을까요?
 

직접 만나 보니 굉장히 열정적인 사람이네요(웃음).
제 인스타그램이 너무 차분한가 봐요(웃음). 열정을 더 뜨겁게 드러내야겠어요.

이렇게 많은 분야에 관심을 갖고 활동하고 있는 줄 몰랐어요.
호기심이 너무 많아요. 연기를 좀 더 집요하게 탐구하고 파고들어야 하는데 자꾸 다른 데를 보게 되네요.

배우라는 직업은 그런 호기심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한데 본업보다는 이런 부수적인 관심들이 더 즐겁다는 게 문제죠(웃음). 보통 자기 일을 할 때는 싫어도 관심 있는 무언가를 할 땐 행복하잖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연기하러 갈 때는 너무 힘들어요. 하하.
 

그렇게 밸런스를 맞춰가는 것 아닐까요? 최근 꽂힌 건 뭐예요?
좀 더 나이가 들면 해외에서 살고 싶다는 꿈이 생겼어요. 1년의 반은 한국에서, 그 나머지는 가족과 해외에서 보내고 싶죠. 좋아하는 도시에서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면서.
 

살고 싶은 나라는 정했어요?
이번에 하와이 갔을 때 유심히 봤어요. 현지인들이 생활하는 곳도 구경하고, 아름다운 자연도 만끽하면서 많은 것을 눈과 마음에 담아왔죠. 또 하나 관심 있는 곳은 베를린이에요. 워낙 좋아하는 도시이기도 하고, 오가닉부터 채식 레시피나 레스토랑이 많아 개인적으로 살고 싶은 곳 중 하나거든요. 이번에 시작하는 영화 촬영이 끝나면 8월쯤 베를린에 다시 가보려고요.
 

앞서 말한 영화는 어떤 작품인가요?
다음 주부터 부산에서 촬영하는 <당신의 부탁>은 저예산 독립 영화지만 작품성이 있어요. 작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입봉작으로 주목받고 수상도 했던 이동은 감독님이 연출하는 거라 개인적으로도 기대가 크죠. 간단하게 소개하자면 죽은 전남편과 그의 전 부인 사이에서 태어난 아들을 갑자기 떠맡게 되는 30대 여성의 일상을 보여줘요. 최근 국내에서도 혈연 외의 다양한 가족 구성원이 생겨나고 있잖아요. 그런 가족의 새로운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예요.
 

임수정의 또 다른 모습을 볼 수 있겠네요.
여러모로 삶에 지친 캐릭터인데, 제가 지금 딱 그런 상황이거든요(웃음). 그냥 이대로 슛 들어가도 될 것 같아요. 하하하.
 

팬 입장에선 오래 기다리지 않아 너무 좋네요.
제 목표는 ‘열일’ 하는 거예요. 그동안은 제 속도대로 천천히 내킬 때 하는 식이었는데, 이제는 열일 하려고요. 기회가 된다면 드라마도 다시 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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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분 좋은 햇살에 취한 임수정의 아름다운 미소.

기분 좋은 햇살에 취한 임수정의 아름다운 미소.

 

블라우스 26만8천원, 데님 쇼츠 19만8천원 모두 썬쿠(Suncoo). 샌들 5만9천5백원 스티유(Stiu).

 

주변 시선에 신경 쓰기보다는 조금 더 내게 집중하고 나만을 위한 선택을 하는 것. 그렇게 사는 것이 바로 진정한 행복임을 깨달았다는 임수정의 이유 있는 고집과 신념.

Credit Info

2017년 7월

2017년 7월(총권 92호)

이달의 목차
WORDS
장정진
FREELANCE EDITOR
강지혜
PHOTO
김희준, 이준경
ASSISTANT
조성진, 정길원
LOCATION
포시즌스 리조트 오아후 앳 코올리나(www.fourseasons.com/kr/oahu)

2017년 7월

이달의 목차
WORDS
장정진
FREELANCE EDITOR
강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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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준, 이준경
ASSISTANT
조성진, 정길원
LOCATION
포시즌스 리조트 오아후 앳 코올리나(www.fourseasons.com/kr/oah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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