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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은 자신을 위해 이기적으로 하세요

On April 12, 2017 0

뷰티 크리에이터로 변신한 김기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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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님 재킷 노앙. 스카프 시스템. 화이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데님 재킷 노앙. 스카프 시스템. 화이트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화보 촬영을 하면서 보니까 무척 꼼꼼한 성격인 것 같아요.
아휴, 그럴 수밖에 없죠. 제 유튜브 채널 구독자가 5만 명이 넘어요. 영상 하나 올릴 때마다 20만 명이 보죠. 그러니까 허투루 할 수가 없어요. 제가 조금이라도 미숙한 모습을 보이면 바로 지적하는 댓글이 달리거든요(웃음).

뷰티 크리에이터, 어떤 계기로 시작한 거예요?

사실 유튜브에 첫 영상을 올린 건 악플러들과 싸우기 위해서였어요.

정말요?

진짜예요. 이 화장이 세 보이지만 사실은 무대 메이크업이거든요. 얼마 전까지는 제가 중국과 동남아시아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로 잘나가는 DJ로 활동했어요. 공연을 하기 전에 진하게 메이크업하고 셀카를 찍어 SNS에 올렸더니, 그게 기사가 났더라고요.

아, ‘개그맨 김기수의 근황’이란 기사! 저도 봤어요.
와, 악플이 정말 어마어마했죠. ‘중국 성괴 같다’, ‘트랜스젠더다’, 심지어 ‘내가 얼마 전에 누드 바에서 일하는 김기수를 봤다’는 등 말도 안 되는 루머까지 퍼졌을 정도예요(웃음).

와… 정말 어이없었겠네요.

멘탈 붕괴가 왔죠. 그래서 2주 동안 집 밖을 안 나갔어요. 그때 오늘 함께 온 저 마리오 닮은 친구가 한마디 하더라고요. “야,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네가 잘하는 그 메이크업을 아예 자랑하듯 퍼뜨려 봐.” 생각해 보니까 맞는 말인 거예요.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죄인처럼 굴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유튜브에 영상을 올리기 시작한 거예요?

처음 촬영할 때는 카메라조차 없었어요. 노트북에 달린 캠으로 촬영했죠. 조명도 없어서 공부할 때 켜놓는 백열 스탠드를 켜놓은 채 촬영했고요. 심지어 제가 컴맹이에요. 여러 사람한테 부탁하고 사정하며 편집하는 법을 하나씩 배웠죠. 그렇게 열흘 넘게 걸려서 첫 영상을 완성해 올렸어요(웃음).

처음 반응은 어땠어요?

정말 의외였어요. 내가 직접 색 조합을 하고 스킬을 보여주니까 놀라웠나 봐요. ‘자랑할 만하네!’, ‘잘한다’는 댓글이 많았죠. 그렇게 악플러들이 다시 팬으로 돌아섰는데, 가장 신기한 점은 브랜드에서도 좋아한다는 거예요.

맞아요. 얼마 전에 맥과 컬래버레이션한 영상이 화제였죠.

한국에 이렇게 ‘젠더리스’한 화장을 즐기는 캐릭터가 없었는데, 제가 단비 같은 존재였나 봐요. 어제는 SBS 8시 뉴스에서 ‘화장하는 남자들’이란 특집으로도 소개됐죠. 이게 정말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어요.

뷰티 관계자들이 왜 김기수에게 열광하는 걸까요?

너무 통쾌하게 비판을 해서 그런 것 같아요. 한번은 부르조아 파운데이션을 써봤는데 너무 별로인 거예요. 그래서 “이거 완전히 똥이에요”라고 말했더니 부르조아 담당자한테 메일이 왔더라고요. ‘우리 브랜드를 똥이라고 했는데 왜 웃음이 날까요? 기수 씨, 너무 재미있어요. 우리 브랜드의 신상품을 다 보내줄 테니까 써보고 더 직설적으로 얘기해 주세요’라고(웃음).

재킷 오디너리 피플.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오디너리 피플.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재킷 오디너리 피플. 티셔츠 스타일리스트 소장품.

여태까지 그렇게 직설적으로 리뷰해 준 사람이 없었나 봐요.
제 방송은 가식이 없어요. 시청자들한테 쓴소리도 잘해요. 얼마 전에는 ‘남자 친구가 좋아할 메이크업을 알려주세요’라는 댓글이 달렸더라고요. 지나가는 남자들 붙잡고 물어보면, 대부분 ‘한 듯 안 한 듯한 투명한 메이크업’을 좋아한다고 할걸요 그런데 그게 예뻐 보일까요? 천만에요.

그럼 어떻게 해야 돼요?
화장은 이기적으로 해야죠. 남자 친구가 좋아할 메이크업이 아닌, 본인 마음에 드는 화장을 해야 한다는 얘기예요. 저처럼 센 메이크업을 하라고는 강요하지 않아요. 그런데 제가 하는 색 조합 중에 본인에게 어울릴 만한 게 있으면 한번쯤 시도해 봤으면 좋겠어요. 본인이 예뻐질 수 있도록 말이죠.

예전에 비해 악플러는 많이 줄었나요?

얼마 전에 SNS로 메시지를 받았어요. ‘기수 형, 그동안 정말 죄송했어요. 형이 이렇게 아티스트로 활동하는 걸 보니 그동안의 제 자신이 부끄럽네요’라고. 아이디만 봐도 누군지 알 만큼 맨날 제 게시물에 사사건건 시비를 걸던 친구였죠. 그래서 저도 딱 한마디만 적어 보냈죠, “어서 오세요”라고. 나를 아티스트로 인정해 준 그 마음이 너무 고마워서요.

처음 메이크업에 입문한 건 언제예요?
중학교 때쯤일 거예요. 학교에서 체육 시간에 선크림을 발랐는데, 백탁 현상으로 얼굴이 하얘졌죠. 게다가 땀이 나서 하얀 물이 뚝뚝 떨어지니까, 친구들이 그걸 보고 엄청 놀렸어요. 그때는 남자가 선크림만 발라도 손가락질을 받던 시절이었거든요.

저도 그렇게 놀리는 사람 중 하나였던 것 같은데(웃음).
보통은 거기서 멈추고 마는데, 저는 백탁 현상이 없는 선크림을 찾아다녔어요. 결국 찾아내서 발랐더니, 친구들이 ‘왜 이렇게 피부가 반들반들하니 좋아 보이느냐’는 반응을 보였죠.

자연스럽게 화장품에 관심을 갖게 된 거네요.
본격적으로 메이크업에 관심을 가지게 된 건 연극을 하면서부터예요. 무대에서는 더 강렬해 보여야 하니까 색조를 많이 쓸 수밖에 없죠. 그때부터였어요, 그렇게 하나하나 노하우가 쌓인 게. 외국 유튜버의 영향도 받은 것 같아요. 그들은 정말 다양한데, 우리나라 유튜버들은 다 비슷비슷한 느낌?

개성이 뚜렷한 유튜버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아요.

제대로 바르지도 않고 “예쁘죠?” 하면 끝. 화장품은 떡칠하라고 만들어놓은 거예요. 저는 아끼는 법이 없어요. 그래서 각 제품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있는 거고, 그만큼 제 실력도 느는 거죠.

김기수 하면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라는 프로그램도 빼놓을 수 없어요.

그것도 신기해요. 처음에는 안 하려고 했거든요. 그래서 제작진들이 저를 섭외하려고 무려 10일을 기다렸어요.

왜 그렇게 튕겼어요?

뷰티 콘텐츠를 유튜브 채널에서만 하고 싶었어요. 방송에 나가고 그게 확산되면 얼마나 많은 안티가 나오겠어요(웃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연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뭐예요?

제작진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더라고요. 뷰티 프로그램들이 정말 많지만 한결같아요. 예쁜 여자들이 나와서 블러셔 요만큼 바르고 “너무 예뻐요!” 그러거든. 당연히 예쁠 수밖에 없죠, 원래 예쁜 사람들인데(웃음). 난 남자고 개그맨이고 망가질 수 있는 표정이 수천 가지나 돼요. 이런 내가 화장해서 예뻐질 수 있다면, 나를 따라 하는 여성들은 얼마나 더 예뻐지겠어요.

그 많은 메이크업 비법들은 누구에게 배웠어요?
독학했어요. 내 얼굴을 스케치북이라고 생각하고 시도 때도 없이 그렸죠. 시행착오도 많았고 화장품 사느라 돈도 어마어마하게 썼고요. 그런데 롤 모델은 있어요. 영국 배우 자니 시우스. 누구보다 화장을 잘하고, 그 모습이 남녀 성별을 떠나 정말 섹시해요.

가장 자신 있는 메이크업은 뭔가요?

센 캐릭터 메이크업. 대부분의 사람이 서양인의 메이크업을 하려면 외국 브랜드를 사용해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어요. 저는 70~80%를 로드 숍 제품을 사용하죠. 한국 제품들을 써도 이 정도의 아이 홀을 잡을 수 있고, 발색력이 뛰어나며, 화려한 메이크업도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 조언 한마디 해주세요.
캐릭터가 확실한 분들이 도전했으면 좋겠어요. 고만고만한 데일리 메이크업을 하려면 하지도 말고요. 그런 메이크업을 하는 뷰티 유튜버들은 쌔고 쌨어요. 그 사람들보다 더 잘할 자신 없으면 덤비지도 마세요. 차라리 그 시간에 다른 기술을 배우는 게 더 빠를 수도 있죠(웃음).

다시 개그를 할 생각은 없어요?

전 지금 개그를 하고 있어요. 저는 뼛속부터 개그맨이고 희극인이거든요. 내 영상, 다들 재밌어서 보잖아요. 저는 그냥 인생이 희극이에요(웃음).

김기수의 첫 유튜브 영상 ‘버건디 메이크업 편’. 첫 시도라 화질도 좋지 않고 음향도 들쑥날쑥하지만, 무려 27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김기수의 첫 유튜브 영상 ‘버건디 메이크업 편’. 첫 시도라 화질도 좋지 않고 음향도 들쑥날쑥하지만, 무려 27만 조회수를 기록하며 화려한 데뷔를 알렸다.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의 ‘뷰러 편’. 700원짜리 편의점 뷰러로 속눈썹을 올리는 꿀팁을 소개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김기수의 <예쁘게 살래? 그냥 살래?>의 ‘뷰러 편’. 700원짜리 편의점 뷰러로 속눈썹을 올리는 꿀팁을 소개해 네티즌들 사이에서 화제가 됐다.

김기수가 메이크업할 때 사용하는 수십 개의 브러시들.

김기수가 메이크업할 때 사용하는 수십 개의 브러시들.

김기수의 시크릿 아이템

1 페이스 롤러
편의점 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3천원대의 제품을 애용한다. 림프샘을 풀어주면 혈액순환이 원활해져 얼굴 혈색이 돌아오고 메이크업도 잘 받기 때문.


2 수분 패드
세안 후나 화장 전에 이마와 볼, 턱 등 유분이 많은 부위를 수분 패드로 닦아준다. 피지에 의한 번들거림을 방지하고, 피부 결을 정돈하는 데 안성맞춤. 수분 패드가 나오기 전에는 화장솜에 스킨을 묻혀 비닐 랩에 싸가지고 다녔을 만큼 아주 오래전부터 애용해 왔다.


3 아이브로 펜슬
현재 가지고 있는 펜슬만 해도 수백 가지. 관상학적으로 눈썹은 지붕에 해당하므로 복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 부적처럼 가지고 다닌다. 자신의 피부 톤과 눈썹에 맞는 컬러를 고르고, 눈썹을 빗은 뒤 결을 따라 빈 곳을 메운다는 느낌으로 쓱쓱 발라준다.

Credit Info

2017년 4월호

2017년 4월호 (총권 89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한빛누리
PHOTO
박성제
STYLIST
이준미
ASSISTANT
조성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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