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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 성분 프로듀서라고 불러주세요

On March 16, 2017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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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안토니오 마라스. 니트 톱 코스.

재킷 안토니오 마라스. 니트 톱 코스.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착한 마스크 팩 찾기! 1일 1팩의 진실’ 편.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착한 마스크 팩 찾기! 1일 1팩의 진실’ 편.

많은 조회 수를 기록한 ‘착한 마스크 팩 찾기! 1일 1팩의 진실’ 편.

<그라치아> 독자들을 위해 간단하게 소개 좀 해주세요.
콘텐츠 프로듀서이자 화장품 프로듀서라고 소개하고 싶어요. 대한민국 잡지 1세대 때 뷰티 에디터로 활동했고, 편집장을 거쳤고, 그 뒤로는 뷰티에 관한 다양한 일을 해왔어요. 현 화장품 연구소 디렉터이기도 하고요. 어디서는 저를 국내 최초의 화장품 성분 순위 유튜버라고 부르던데요? 하하.

오늘은 유튜버 ‘디렉터 파이’로 만난 거니까 ‘파이 님’이라고 부를게요.

네. 저도 이제 피현정이라는 이름보다는 ‘파이 님’이 더 익숙해요.

유튜브를 시작한 후에 하루 일과가 어떻게 바뀌었나요?
잡지를 만들던 사람이니까 큰 그림은 같아요. 콘텐츠는 굉장히 익숙하지만 플랫폼이 익숙지 않아 고생이죠. 하루 종일 화장품에 둘러싸인 파워 블로거와 유튜버의 삶이랄까요? 고깃집에서 고기 굽다 말고 휴대폰으로 포스팅하고 그래요(웃음).

유튜브를 시작한 계기는 뭐예요?
시장 조사를 하려고 시작했어요. 요즘 사람들의 소비문화, 화장품을 대하는 심리를 알고 싶었거든요. 그러다 처음 만난 파워 블로거 친구의 영상 촬영이 가능하다는 말을 듣고 시작하게 됐죠. 그 친구가 PD 겸 작가 역할을 해주면서 빠르게 진행됐어요. 처음엔 이렇게 많은 분이 볼 거란 생각을 안 해서 정말 편하게 찍었죠.

1년 새에 14만 명이 넘는 구독자가 생겼어요. 언제부터 반응이 왔나요?
한 3~4회 정도 되니까 반응이 오고, 그 안에서 소통이 이루어지더라고요. 그다음부터는 제가 그 반응을 따라갔다고 해야 되나? 지금까지도 말이에요.

재미있어요?
잡지 만들 때보다 훨씬 재밌어요. 그 안에서 소비가 일어난다는 게 너무 신기하고요. 이걸 피부로 느끼니까 콘텐츠와 화장품에 대한 일이 더 재밌어졌고, 갈 길이 명확해졌죠. 그리고 더 중요한 건 소통. 블로그에 올라온 질문에 일일이 답변을 해줘요. 이름 외우는 분들도 있을 만큼 많이 친해졌죠. 온라인 세상에서의 소통이 정말 재밌어요.

마음가짐에서 진짜 시작하기까지, 걸림돌은 없었나요?
모든 게 걸림돌이었죠. 자칭 ‘최고령 뷰티 유튜버’라고 말하는 나이였으니까. 그리고 뷰티 영상은 주로 시연 위주로 이루어지다 보니까 비주얼로 승부 봐야 한다는 점이 맘에 걸렸죠. ‘말로만 하는 영상을 과연 누가 볼까?’라는 생각이 앞서서 오래 망설였어요.

그럼 성분 콘텐츠를 다뤄야겠다는 아이디어는 어디서 착안했어요?
화장품 다이어트, 착한 성분 모두 제가 칼럼으로 늘 써오던 주제예요. 글 자체로는 폭발적인 반응이 오지 않았죠. 아무래도 타이밍이 잘 맞았던 게 아닐까요? 몇몇 브랜드에서 유해 성분을 쓴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소비자들의 관심이 쏠린 게 유효했어요.

처음엔 ‘어려운 얘기하려나 보다’ 했는데, 이게 볼수록 재밌더라고요.

‘순위’가 포인트예요. 발음하기도 어려운 성분들을 재밌게 알려주고 싶었어요. 많은 사람에게 성분이 중요하단 사실을 알리는 게 목적이었는데, 여기에 순위가 큰 수단이 된 거죠.

뷰티 크리에이터가 되려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조언을 해준다면 뭘까요?
강연이 되게 많더라고요. 동영상 편집하는 법, 조회 수 올리는 법 등 단순한 하우투를 알려주던데 그건 그리 중요치 않아요. 가장 중요한 건 자기만의 콘텐츠가 있느냐는 점이죠. 유튜브는 사실 라이브처럼 해야 재밌거든요. 대본화하면 티가 나요. 자료 정리한 걸 토대로 머릿속에서 나오는 대로 얘기하기 때문에 본인의 캐릭터가 그대로 드러나죠. 캐릭터가 있어야 돼요! 그건 일부러 만들 수도 없고, 숨길 수도 없는 거예요.

파이 님은 에디터나 편집장 시절에는 어떤 캐릭터였어요?
까칠했대요. 하하하. 그런 점이 지금 이렇게 성분 따지고 순위 매기는 데까지 이어진 것 같아요. 사실 까칠하게 하려고 한 적은 없는데….

정말요? 영상 속에서는 엄청 재밌던데요?

사실 저는 말만 잘해도 호감인 사람들을 부러워했어요. SNS는 그런 쪽으로 타고난 사람만 할 수 있다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재미라는 요소가 반드시 ‘Fun’한 것만은 아님을 이 일을 하면서 느꼈죠. 나만의 콘텐츠로 불특정 다수에게 재미를 준다는 게 거꾸로 제게도 재미로 돌아오더라고요. 그게 참 위로가 돼요. 댓글이나 메일을 하나하나 읽으면서 너무 큰 위로를 받아요.

구독자들로부터 위로를 받는다고요?

나이가 들면서 단순히 숫자를 올리기 위해 하는 일들, 예를 들어 매출이나 등수 같은 게 지겹고 허무했어요. 콘텐츠 역시 일방통행 식으로 저 혼자 쏟아냈던 거죠. 그런데 유튜브를 시작한 이후엔 ‘굉장히 많은 도움이 됐다’는 내용의 편지를 많이 받고 있어요.  

1천 명에게 보낼 ‘착한 박스’ 패킹 현장에서의 인증 샷. 박스를 받은 구독자들 역시 각각의 SNS에 박스 인증 샷을 올리며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했다.

1천 명에게 보낼 ‘착한 박스’ 패킹 현장에서의 인증 샷. 박스를 받은 구독자들 역시 각각의 SNS에 박스 인증 샷을 올리며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했다.

1천 명에게 보낼 ‘착한 박스’ 패킹 현장에서의 인증 샷. 박스를 받은 구독자들 역시 각각의 SNS에 박스 인증 샷을 올리며 서로의 따뜻한 마음을 확인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director_pihyunjung)을 통해 궁금했던 제품을 추천받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director_pihyunjung)을 통해 궁금했던 제품을 추천받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블로그와 인스타그램 (@director_pihyunjung)을 통해 궁금했던 제품을 추천받는 등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고 있다.

‘디렉터 파이’의 성분 노트.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디렉터 파이’의 성분 노트.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디렉터 파이’의 성분 노트. 정리된 자료를 바탕으로 자유롭게 이야기한다.

유튜브 촬영 시작 전. 액세서리 하나까지 꼼꼼히 챙긴다.

유튜브 촬영 시작 전. 액세서리 하나까지 꼼꼼히 챙긴다.

유튜브 촬영 시작 전. 액세서리 하나까지 꼼꼼히 챙긴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을까요?
한 구독자가 두피 때문에 머리를 길러본 적도 없고 어딜 가나 놀림을 받았는데, 제가 하라는 대로 샴푸를 해서 37년 만에 머리를 길렀대요. 최근에 미용실에서 두피와 모발이 정상이라는 말을 듣고 그 자리에서 울었다며 장문의 메일을 보냈더라고요. 이런 글을 보면 너무 감동을 받아요. ‘내가 일을 잘하는 사람이구나’ 같은 건 20~30대 초반까지만 뿌듯한 거고, 지금은 ‘내가 뭘 열심히 했더니 타인에게 도움이 되는구나. 이게 나눔이구나’ 같은 부분이 엄청난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래서 착한 박스 이벤트도 시작한 거예요. 브랜드에서 화장품을 많이 보내주는데, 이걸 독자들에게 전달하고픈 마음이 생겨서 1천 박스까지 만들게 됐죠. 몸은 되게 힘든데, 마음은 편하고 즐거워요.


수많은 화장품을 탈락·합격시켰잖아요. 브랜드의 반응은 어때요?
좋아해요. 하하하. 뭐 100% 다는 아니겠지만요. 탈락시켰는데도 좋다고 해서 너무 신기했어요. 저, 사실은 마음에 걸렸거든요. 브랜드에서 소송이라도 걸면 어쩌나 하고 연락도 안 받고 행사도 안 가고 위축돼 있었는데, 아직까지 항의 전화는 안 왔어요.

메디힐 시트 마스크를 탈락시켰는데, 이번에 나쁜 성분을 뺐다고 연락이 왔다면서요?
제가 ‘슈렉이(쓰레기)’라고 했거든요. 메디힐 배신이라고(웃음). 그런데 메디힐 담당자한테 연락이 온 거예요. 영상 잘 봤고, 소비자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아서 아예 일부 라인을 리뉴얼하며 그 성분을 뺐다고요. 게다가 저한테 연구 지원비도 후원하고, 더 나아가 화장품 성분 디렉팅도 해달라는 거예요. 이거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잖아요.

그렇죠. 성분으로 컬래버레이션하고 디렉팅하는 경우는 없었으니까요.
성분을 바꾸고 싶은데 도와달라는 브랜드가 여럿 있어요. 제가 생각했던 가장 긍정적인 방향이죠. 구독자들은 스스로 성분 보는 법을 터득해서 피부 좋아지고, 브랜드들은 성분 배합을 착하게 해서 좋은 제품 만들고. 이런 조짐들이 보이니까 또 뿌듯함도 생기고요.

타 유튜브 채널에서도 성분에 대해 왈가왈부하는 일이 잦아졌더라고요.

일단 성분 얘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반대 입장도 생겼고. 좋은 움직임 아닐까요? 저 혼자만 떠드는 게 아니라 다른 시각에서도 성분 얘기를 하는 거니까. 그런데 몇몇 분들은 단편적인 것만 보고 비난을 하더라고요.

가령 어떤 식으로요?

제가 늘 성분은 공식이 아니란 얘기를 해요. 어디에 어떻게 쓰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거든요. 그런데 “방부제 안 들어간 화장품이 어떻게 좋냐, 방부제 없으면 썩는데?”라는 식이에요. 방부제 안 들어간 제품이 무조건 좋다는 말도 안 했는데, 좀 안타까워요. 비난을 위한 비난 대신 건강한 비판을 통해서 정보와 지식을 나누는 식으로 흘러갔으면 좋겠어요.

‘합격템’으로 뽑힌 착한 화장품 매출이 급등한 사례도 여러 건 있었죠?

싸이닉 퍼스트 에센스요. 진짜 예전 제품인데, 작년 8~9월부터 지금까지 10만 병이 팔렸대요. 또 매진돼서 못 샀다는 이니스프리 시트 마스크랑 캔메이크 컨실러도 유명하고요. 식물나라 토너, 마녀공장 클렌징 오일, 아토팜 선크림이랑 수분 크림 등도 뜨거웠어요. 위치하젤 토너는 원래 로즈 향이 1위였는데, 무향으로 1위가 바뀌었고요.

저는 라이스 페이퍼가 기억나요.
맞다! 작년 여름 ‘마트템’ 때 소개했던 라이스 페이퍼도 수많은 인증 샷을 양산했어요. 참, 그때 같이 소개했던 도브 비누 사태. 방송 이후 도브가 성분을 리뉴얼하면서 제가 나쁜 성분이라고 했던 게 몇 개 첨가되었더라고요. 발견하자마자 자백(?)을 했고, 유니레버 회사랑 메일 주고받은 거 공개했던 에피소드도 있었죠. ‘당신 때문에 한 박스씩이나 샀는데 어쩔 거냐!’라는 반응도 있어서 더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마지막으로, 파이 님에게 화장품이란 뭔가요?
저는 화장품을 제 아이라고 불러요. 성분이 안 좋은 ‘슈렉이’들도 사랑하고, 착한 화장품들도 사랑해요. 부족한 애는 고쳐주고 싶고, 잘해 주고 싶고, 싫은 애도 안 버려요. 걔가 더 잘됐으면 좋겠어요. 자식들한테 그러잖아요(웃음)? 제 뷰티 라이프는 우리 딸이랑 화장품이에요.

유튜버로서 올해 목표가 있다면요?
화장품이든 저든 구독자든 모두 위로받고, 모두 착해지고, 모두 행복해지자는 목적을 갖고 유튜브를 하고 싶어요. ‘착한 박스’ 한 번 해보니 너무 좋더라고요. 다음에 할 땐 진짜 소외된 쪽, 화장품을 접할 수 없는 사람들에게 전달되었으면 해요. 그게 진짜 착한 박스 아닐까요?

Credit Info

2017년 3월호

2017년 3월호 (총권 88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임현진
PHOTO
김효석, Youtube, Instagram

2017년 3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임현진
PHOTO
김효석, Youtube, Instagr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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