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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프로그램, 제가 만들었어요

On March 02, 2017 0

<비정상회담>, <미운 우리 새끼>, <쇼미더머니> 등 요즘 잘나가는 프로그램의 공통점은? 바로 메인 작가나 PD들이 여자라는 사실이다. ‘이 바닥 거친데 여자가 버틸 수 있겠어?’라는 텃세도 옛말. 소신과 신념으로 방송가 트렌드를 이끌고 있는 여성 7명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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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츠, 팬츠 모두 올라카일리. 슈즈 헬레나앤크리스티.

셔츠, 팬츠 모두 올라카일리. 슈즈 헬레나앤크리스티.

이유정 PD

MBC <비디오스타> PD 17년 차

연출 프로그램 <천생연분 리턴즈>, <느낌표>, <21세기 위원회>

<비디오스타>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요?
사실 <비디오스타>는 대형 킬러 콘텐츠로 준비한 프로젝트가 아니었어요. 그보단 포장마차 같은 데서 진솔하게 연예인의 이야기를 듣는 듯한 느낌을 살리고 싶었죠. 뻔한 대답이나 짜인 리액션 없이 말이에요. 요즘 트렌드가 그렇잖아요.

애초에 ‘여자 예능’으로 기획한 건가요?
전부터 여자들이 중심에 선 프로그램을 하나 만들고 싶었어요. 그러던 중 김숙이 <무한도전>에서 여자 예능이 너무 없다, 내년에는 여자 예능 하나 했으면 좋겠다고 말하는 걸 보고 같이하기로 의기투합하게 됐죠. 그런데 프로그램을 시작할 즈음에 박나래와 김숙이 둘 다 한창 바빠졌거든요. 그런데 여자들이 참 의리가 있어요. 출연료도 많지 않은데 광고까지 까면서 우리 프로그램으로 와줬죠. 이건 꼭 해야 한다면서요.

시청자 입장에서도 제작 분위기가 좋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미모의 작가진을 비롯해 스태프들 간의 팀워크가 정말 좋아요. 서로 신뢰하기 때문인지 MC들도 다른 방송에서는 망설이는 부분을 믿고 이야기하죠.

편집할 때 수위 조절을 잘해 주나 봐요?
방송에 내보내면 네이버 실검 1위 찍고, 기사 엄청 뜨고, 프로그램에 도움되겠다 싶은 에피소드가 참 많아요. 그런데 방송을 한 번만 하고 말 거 아니잖아요. 토크쇼를 만들 때 게스트가 또 다시 나오고 싶은 프로그램으로 만드는 게 제 철칙이거든요. 자극적이지 않더라도 다른 데서 듣지 못했던 새로운 이야기, 새로운 재미를 전하면 된다고 생각해요.

온라인 반응을 살펴보니 20~30대 여성 시청자들의 응원이 대단하더라고요.

실제로 시청률 지표를 보면 30대 여성이 압도적으로 높아요. MC뿐 아니라 작가와 PD 등 제작진 모두가 여성이고 나이대도 비슷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어요. 제가 제작진한테 늘 하는 얘기가 사심으로 방송하라는 거예요. 내가 애정을 갖고 있어야 방송도 더 깊고 재미있게 나온다고 생각하거든요.

방송판에서 특히 PD로 여자가 살아남기 힘들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어떻게 생각해요?
예전엔 그랬는데 요즘은 완전 여초죠, 아무래도 여자들이 센스 있고 빠르다 보니까 그런 것 같아요. 이제는 신입 사원 중에서 오히려 남자 보기가 쉽지 않을 정도죠.

이 바닥에서 성공한 여성들의 공통점을 꼽자면요?

기가 세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웃음). 저도 나이 먹으면서 조금 더 부드럽게 대하고 리드하는 법을 익히게 됐지만, 사실 기가 세다는 건 그만큼 자기 색깔이 명확하고 리더십이 있다는 뜻이라고 봐요. 방송국이 남녀 차별이 심한 곳은 아니지만, 그래도 여자들이 일하기에 그리 좋은 환경은 아니거든요. 그런 곳에서 많은 스태프를 한 방향으로 이끄는 역할을 하려면 기가 세지 않고는 힘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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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킷 마레. 셔츠 코스.

재킷 마레. 셔츠 코스.

전은경 분장 실장

KBS <개그콘서트>, tvn <코미디빅리그> 분장사 21년 차

참여 프로그램 <춤추는 탬버린> 외 다수

가장 기억에 남는 분장은 어떤 거예요?

아무래도 박나래를 김구라로 변장시켰을 때죠. 그때가 기점이었던 것 같아요. 단언컨대 분장 업계에서 어떤 한 가지가 이렇게까지 이슈화된 적은 없었거든요. 작년은 제 인생 전체에서도 터닝 포인트였어요.

경력 21년 차라고요?
1992년에 KBS로 입사했어요. 8년 정도 근무하다가 결혼하면서 일을 그만뒀죠. 집에서 열심히 애를 키우다 2011년에 <코미디빅리그>가 론칭하면서 다시 복귀했어요.

그야말로 경력 단절 여성이었네요.

맞아요. 당시 복귀하면서 내가 분장 박스를 다시 열 수 있을까 겁도 많이 났어요. 그만큼 더 열심히 했던 것 같아요. 코미디 프로그램은 저를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니라 다시 전은경으로 살게 해준 매개체니까요. 그 후로는 쭉 이쪽으로 한 우물을 팠고요.

코미디 분장에서 가장 큰 애로사항은 뭔가요?
시간이죠. 배우가 한 코너를 마치고 내려오면 대여섯 코너 안에 완벽하게 분장을 다시 해서 무대에 올려 보내야 하니까요. 미친 듯이 집중하기 때문에 작업하면서는 농담 한마디도 할 겨를이 없죠.

손이 정말 빨라야겠군요.

대머리 분장할 때 볼드 캡을 씌우거든요. 보통 30분 걸리는데 저는 10분이면 충분해요. 아마 우리나라에서 볼드 캡은 제가 제일 빨리 씌울걸요?

아찔했던 순간도 있을 거 같은데요.

이연복으로 분장시킬 때였어요. 이연복의 사각턱을 수원에서 퀵으로 받아야 했는데, 턱이 안 오는 거예요. 분장하다 말고 뛰쳐나가서 턱을 받아 나래의 얼굴에 턱 붙여 무대에 겨우 올려보냈죠. 그때 정말 아찔했어요.

배우, 제작진 등등 방송판에서 나름 일가를 이룬 여성 크리에이터들에게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요?
자기 캐릭터가 확실하죠. 저도 그런 편이고요. 착한 사람이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 봐요. 모든 계절을 다 가진 사람이 좋은 사람이죠. 예의 바르되 자기 일 똑 부러지게 하고, 아니다 싶을 땐 기분 나쁜 표정도 지을 줄 아는 그런 사람.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분장사들을 위한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차리고 싶어요. 사실 현장에서 분장사들의 처우가 그렇게 좋지만은 않거든요. 선배로서 항상 그 부분이 마음 아파요. 복지도 좋고 후배들이 정말 마음 편하게 일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고 싶거든요.

 

고성은 작가

tvN <편의점을 털어라> 작가 9년 차

참여 프로그램 <열린음악회>, <아시아송페스티벌>, <한중가요제>, <지금은 꽃미남시대>, <행복한 家>, <나는 가수다 전설의 귀환>

풍문으로 듣기에 일이 무척 고되다고 하던데요.
저보다는 엄마가 힘들어하셨어요. <행복한 家>라는 프로그램은 특색 있는 전국 곳곳의 집과 집주인들의 사연을 소개하는 방송이었어요. 그러다 보니 산이나 바다 등 자연과 맞닿은 장소에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죠.

여름엔 아무리 약을 뿌려도 모기의 공격을 막을 수 없는데, 그렇게 다리 전체가 빨갛게 부은 상태로 녹화를 마치고 집에 왔더니 엄마가 제 다리를 붙잡고 우시더라고요. 가끔 허탈할 때가 있어요. 일반인들이 출연하는 방송이라 섭외를 하는 것도, 섭외 후 방송까지 가는 과정도 어느 것 하나 쉽지 않거든요. 섭외 및 사전 인터뷰까지 다 완료된 후에 전화 한 통으로 녹화를 취소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그야말로 멘탈이 붕괴되곤 하죠.

보람된 순간이 있다면 언제예요?

무엇보다 시청자나 출연자에게 칭찬받을 때 가장 보람되죠. 대본 리딩을 할 때 “어떻게 이렇게 자료 조사를 잘했니?”, “내가 원하는 표현을 잘해 줬다” 같은 칭찬도 저를 춤추게 해요. 사족이지만 콘서트 같은 음악 프로그램을 할 때는 마지막 엔딩 무대에서 폭죽이나 불꽃이 터지는 순간, 확 다가오는 희열이 있어요. 물론 좋아하는 가수를 가까이에서 바라볼 수 있는 것도 행복하고요.

막내 시절에 ‘이런 고생까지 해봤다’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며칠씩 밤을 새우는 에피소드는 유별난 경험이 아니죠. 누구나 일하다 보면 3일 정도는 밤새우고, 일주일 정도는 집에 못 들어가지 않나요(웃음)? 막내 시절에 잠을 못 자는 이유는 일이 많기도 하지만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아 불안해서 그런 경우도 많아요. 회의할 때 내 아이디어가 선택받지 못하면 속상하니까요.

방송 실수를 한 적은 없어요?

한 출연자가 작은 가사 실수를 한 후, “막내 작가가 가사 프롬포트를 잘 체크하지 않아 실수를 했다. 내 명성에 누를 끼쳤다”며 화를 낸 적이 있어요. 무대에서는 실수지만 방송 사고까지는 아니었거든요. 자기 노래도 제대로 못 부르는 가수한테 따지지 못하는 제가 억울하기도 하고, 자칫하면 방송 사고로 이어질 뻔했다는 생각에 며칠 동안 마음고생을 한 적이 있어요.

방송 작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어떤 조언을 해주고 싶나요?

프로그램에 따라, 혹은 PD나 선배에 따라 작업하는 스타일을 맞춰야 하는 직업이라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는 사람, 새로운 만남을 두려워하지 않는 사람이 좋아요. 대화에 능숙한 사람이면 더할 나위 없죠. 일정이 불규칙하다 보니 체력도 중요하고요. 눈치와 순발력, 타고난 센스는 기본으로 지녀야 하고요.

 

하정윤 디자이너

KBS CG 담당자 9년 차

참여 프로그램 <청춘FC>, <우리동네 예체능>, <어서옵쇼>, <안녕하세요> 외 각종 파일럿 프로그램

CG 디자이너는 어떤 업무를 하는지 궁금해요.
촬영 현장에 나가지는 않아요. 우리는 후작업 팀이죠. PD가 촬영하고 1차 편집을 해서 그에 맞는 자막을 써서 줘요. 그러면 저희가 그 문구를 눈에 띄고 재미있게 디자인하죠. 가장 막바지 작업이다 보니 보통 방송 나가기 하루 전의 업무량이 엄청 많아요. 한 프로그램당 자막을 3천 개 정도 만들거든요. 초당 한 장씩 들어가니까요.

그러면 엄청 촉박하겠는데요?

늘 긴장의 연속이죠. 방송 몇 분 전에 끝날 때도 있고요. 자막을 미처 넣지 못해서 앞부분 방송이 나가는 동안 후반 작업을 해서 내보낸 적도 있어요.

일주일에 대략 몇 개의 프로그램을 작업하나요?
보통은 작업하는 날이 정해져 있어요. <안녕하세요>는 금요일부터 시작해요. 화요일에는 <살림하는 남자들>을 작업하고요. 한 프로그램당 이틀 정도가 걸리죠. 정규는 아니지만 연말 시상식이라든가 파일럿 프로그램까지 합치면 일주일에 세 개 정도 작업해요.

출퇴근 시간은 일정한가요?

유동적이에요. 단점이 있다면 남들 일할 때 일하고, 남들 쉴 때도 일한다는 거죠(웃음). 특히 명절에는 거의 쉬어본 적이 없어요. 정규 편성보다는 명절 특집 파일럿 프로그램이 많기 때문이죠. 그래서 우리는 명절을 두려워해요.

다양한 프로그램 중 특별히 애착이 가는 프로그램이 있다면 뭐예요?
<안녕하세요>는 제가 처음으로 메인을 맡은 프로그램이에요. 그동안 PD들이 몇 번 교체가 되었지만, 다른 곳으로 간 분들이 또 일거리를 주고 해서 계속 연이 닿고 있어요. 요즘은 파일럿 프로그램들이 많아졌는데, 반응이 좋으면 정규 편성이 되고 아니면 딱 1회로 끝나죠. 밤새 자막을 입히고 디자인을 했는데, 1회밖에 안 나가면 속상해요.

이 일을 하면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자막 좋았다’, ‘디자인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때요. 시청률이 잘 나오면 조금은 도움이 된 것 같아 뿌듯하죠. 가족이나 친구들이 엔딩 크레딧에 올라가는 제 이름을 사진 찍어 보내주기도 해요. 정말 찰나의 순간에 휙 지나가버리는 이름이지만, 그렇게 세상에 제 이름이 남는다는 게 흐뭇하죠.

그러면 반대로 힘들 때는 언제예요?

바쁠 땐 화장실도 못 갈 만큼 정신없어요. 1차 편집본이 올 때까지 한없이 기다릴 때도 있고요. 하루 종일 컴퓨터 앞에 앉아 있다 보니 근력이 많이 떨어지는 것도 힘들고, 디자인적으로도 고민이 많죠. 동료들끼리 ‘이거야말로 3D 직업이다’라고 이야기하곤 해요. 프리랜서다 보니 바쁘면 건강을 잃고, 안 바쁘면 돈이 없는 것도 힘들고요(웃음).

자막을 넣을 때 가장 신경 쓰는 부분이 있다면 뭔가요?

성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해요.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도 남녀 차별이 존재하니까. 디자인할 때 여자는 핑크색, 남자는 파란색같이 남녀를 구분 짓는 행위를 지양하려고 애쓰죠.

방송 하루 전날, 1차로 편집된 영상에 전쟁처럼 CG 자막을 넣는다. 한 프로그램에 들어가는 자막은 대략 3천 개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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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희정 PD, 최효진 PD, 최소형 PD
김희정
의 코트 시스템. 셔츠 쿠메. 팬츠 보브. 슈즈 지니킴. 최효진의 재킷 퍼즈. 터틀넥, 팬츠 모두 에스카다. 슈즈 레이첼콕스. 이어링 폴리폴리. 최소형의 코트 에고이스트. 셔츠 벨주. 팬츠 그레이 양. 슈즈 마시모두띠.​

김희정 PD

JTBC <비정상회담>, <#인생메뉴, 잘 먹겠습니다> 12년 차

연출 프로그램 <신화방송>, <패티김쇼>, <神의 한 수>, <뮤직 온 탑>, <엠카운트다운>

일한 지는 얼마나 됐어요?

올해로 12년 됐어요. 저는 캐나다에서 일을 시작했는데, 한국에 오자마자 MTV 코리아에 입사했죠. 그다음이 Mnet, 지금은 JTBC에 몸담고 있습니다. 최근까지 <비정상회담>을 연출하다가 얼마 전에 시즌 1을 끝내고, 지금은 다음 작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캐나다와 한국의 방송 시스템이 많이 다른가요?

많이 다르죠. 캐나다는 완전 세분화되어 있어요. 제가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매일 한 시간씩 진행하는 데일리 프로그램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9시에 출근해서 5시에 퇴근했어요. 제가 퇴근하면 저녁조가 와서 제 업무를 이어받았죠. 요일마다 프로듀서가 다 다르기도 하고요. 우리나라는 하나부터 열까지 다 PD가 해야 돼서 칼퇴근은…(웃음).

<비정상회담>을 하면서 어떤 점이 가장 힘들었어요?
사실 확인 작업이 가장 힘들었어요. 오락성뿐 아니라 정보성이 큰 프로그램이잖아요. 예를 들어 가나에서 무슨 사건이 일어나면 가나 현지 신문을 다 찾아서 샘 오취리에게 번역해 달라고 요청했죠. 그런 걸 출연자 12명에게 모두 확인해야 했으니까.

프로그램을 하면서 가장 뿌듯했던 순간이 있다면 언제인가요?

제 SNS로 ‘잘 봤어요’, ‘재미있게 보고 있어요’라는 쪽지를 받을 때죠. 제가 프로그램을 만들 때 염두에 뒀던 기획 의도가 있는데, 그 부분에 시청자들이 재미있어 하고 감동받으면 최고죠.

예전에 비해 여자 PD들이 많아졌다면서요.

제가 처음 일을 시작한 2006년도만 해도 여자 PD가 그렇게 많지 않았어요. 지금 신입 사원들을 보면 거의 반반, 혹은 여자가 더 많아지는 추세예요. ‘여자라서 힘든 일이다’라는 편견은 없어요. 오히려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느냐가 더 중요하죠. 프로그램이라는 게 참 신기해요. PD의 성향에 따라 같은 프로그램도 확확 변하니까요.

PD로서 목표가 있다면 뭔가요?

제가 프로그램을 맡았을 때 사람들이 ‘아, 그래. 김희정 PD가 만드는 건 이래서 참 좋아’라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그게 뭐 재미있는 코미디든, 감동적인 이야기이든 상관없어요. 포맷은 여러 가지가 될 수 있겠죠. 어쨌든 이게 다 사람 사는 이야기잖아요.

본인이 생각하는 좋은 콘텐츠의 조건은 어떤 거예요?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 우리끼리 만들어서 우리끼리 재미있다고 깔깔대는 건 좋은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없잖아요. 사람들이 공감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최효진 PD

Mnet <쇼미더머니5>, <2016 MAMA> 12년 차

연출 프로그램 <100초 전>, <MUST 밴드의 시대>, <슈퍼스타K 4>, <엠카운트다운>

<MAMA>는 이제 글로벌 시상식으로 자리 잡은 것 같아요.
맞아요. 그래서 더 힘들어요.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4시간짜리 쇼 & 시상식이라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죠. 그 4시간을 위해 무려 3개월을 준비해요. 리허설만 해도 4일 정도 걸리거든요. 컨디션은 물론이고 운이 따라주지 않으면 준비한 것보다 못 나올 때도 있죠.

아찔한 순간도 많았을 것 같아요.

엑소가 스케줄이 너무 바빠 연습할 시간이 부족했어요. 공연에 스토리텔링을 넣기 위해 백현이 인공심장을 달고 무대에 올랐는데, 마지막에 그게 탁! 켜지면서 ‘알고 보니 이 친구가 사이보그였다’는 메시지를 전할 계획이었거든요. 그런데 인공심장에 불이 안 들어온 거예요. 아무래도 땀이 스며들었나 봐요. 다 끝나고 켜보니까 또 되더라고요. 백현도 속상해하고 우리 연출팀도 모두 안타까워했죠.

이번 2016년 <MAMA>를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뭔가요?
체력이오(웃음). 홍콩에서 거의 5일 동안 잠을 못 잤어요. 그리고 무대에 계속 서 있다 보니까 종아리부터 골반, 허리까지 안 아픈 곳이 없죠. 조명이 밝기 때문에 실내가 무척 건조해서 끝나고 나면 목소리도 안 나오고 입술도 부르트고 그래요.

그럼에도 좋았던 점은 뭐예요?
공연 중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 4시간짜리 쇼가 끝나는 마지막 순간에는 엄청난 희열이 몰려와요. 온몸의 피로가 다 풀리면서 ‘이제 술 마실 수 있다!’는 그런 느낌(웃음)?

<MAMA> 규모만큼이나 회식도 어마어마할 것 같아요.

삼겹살 먹었어요. 보통 이렇게 큰 공연을 하고 나면 대략 150명 정도가 모여요. 그날은 거의 반 정도밖에 안 왔어요. 너무 힘든 스케줄이다 보니 회식에도 못 올 만큼 녹다운된 거죠.

여자 PD로서 힘든 점이 있다면 뭔가요?
쉽지는 않아요. 거친 세계이기도 하고요. 남자 PD들은 촬영감독이나 매니저들과 술자리를 가지며 쉽게 ‘형, 동생’ 사이가 돼요. 그렇다고 우리가 그 사람들에게 ‘오빠’라고 할 수는 없잖아요. 처음에는 그런 부분들이 힘들었어요.

그래도 방송국에서 PD가 최고잖아요.
전혀요. 방송이 끝나면 자막으로 스태프들 이름이 올라가요. 연출 이름이 제일 마지막에 있어요. 우리끼리 이야기해요. PD 이름이 제일 마지막에 나가는 이유는 그 위에 올라간 모든 스태프를 떠받들고 챙기라는 의미라고(웃음).

그중에서도 막내 PD 일이 그렇게 힘들다면서요?
사실 막내 PD는 주로 허드렛일을 해요. 예를 들면 편집하는 선배들을 위해 밥 사오기, 스태프들 짐 들고 있기, 선배들이 편집할 수 있도록 테이프 복사하기 등이죠. 몸은 피곤해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는 지금보다 적죠(웃음).

그럼 언제쯤 컴퓨터로 편집 작업을 할 수 있는 거예요?

저는 좀 일찍 시작한 편이에요. 입사하고 6개월 정도부터 간단한 편집 작업을 했거든요. 벌써 12년 전 일이네요. 요즘은 워낙 인원도 많고 평균 연령도 높아져서 2~3년은 돼야 편집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막내 때 하는 허드렛일이 무척 중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해요. 그걸 다 경험해 봐야 파트별로 해야 할 일과 돌아가는 시스템을 알 수 있거든요. 막내의 서러움도 알 수 있고요(웃음).
 

최소형 PD

SBS <미운 우리 새끼> 12년 차

연출 프로그램 <오프더레코드>, <엠카운트다운>, <런닝맨>, <신의 목소리>, <도시의 법칙 in 뉴욕>

PD를 하면서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뭔가요?

어렸을 때 H.O.T.의 문희준 팬이었어요. 학교가 일찍 끝나는 날이면 음악 방송에 가거나 심지어 문희준 집 앞에서 기다린 적도 있죠. 음악 프로그램을 하면서 그를 실제로 만나고 부끄러워했던 기억이 나요. 지금은 토니안과 같이 방송을 하고 있고요. 주변에서 ‘성공한 덕후의 올바른 예’라고 말하죠(웃음).

반대로 정말 힘들었던 기억도 있을 것 같아요.
<도시의 법칙 in 뉴욕>이라는 프로그램을 한 적이 있어요. <정글의 법칙> 도시 버전이죠. 총 10회 방송이었고, 그걸 위해 한 달을 뉴욕에서 살았어요. 도시에서 고생하는 콘셉트답게 뉴욕의 한 스튜디오에서 김성수, 존박, 이천희, 정경호, 에일리 등을 포함해 스태프 40명이 침낭을 깔고 지냈죠. 협소한 공간에 화장실도 달랑 하나, 게다가 한 3명 샤워하고 나면 온수가 끊겨요. 눈앞에는 화려한 뉴욕의 모습이 펼쳐져 있는데 우린 사서 고생을 했죠(웃음).

그래도 그 뒤로 맡은 프로그램들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잖아요.

<미운 우리 새끼>는 시작하자마자 반응이 너무 좋아서 깜짝 놀랐어요. 무엇보다 같이 출연하는 어머님들이 무척 만족해하세요. 이건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과는 별개죠. 어떤 어머니는 ‘인생의 빛이 되었다’고 문자를 주기도 했어요. 그래서 요즘 정말 행복해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는군요.

예전에 <런닝맨>을 연출할 때는 해외에 나가면 구름처럼 몰려드는 팬들 때문에 깜짝 놀랐어요. 베트남의 오지를 가도 몇백 명이 몰려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정도였거든요. 프로그램의 인기를 피부로 느껴본 게 처음이었어요. 내가 하는 일이 이렇게 큰 영향력이 있음을 새삼 느꼈죠.

방송을 하면서 아찔한 실수를 했던 경험은 없어요?
처음 제 이름을 걸고 연출했던 프로그램의 첫 방송에서 방송 시간을 못 맞춰 11시 방송을 12시로 미뤘죠. 심지어 뒤의 1/3 정도는 음악 효과도 못 넣은 채 방송이 나갔고요(웃음). 지금은 이렇게 웃으면서 이야기하지만, 그 당시의 자괴감은 말로 할 수 없을 정도였어요.

크리에이터로서 앞으로 어떤 콘텐츠가 인기를 끌 것 같아요?
일본에서는 시사, 정보, 뉴스 프로그램에 예능인들이 나와 이야기를 해요. 우리는 뉴스면 뉴스, 예능이면 예능 딱 구분이 되어 있잖아요. 우리도 슬슬 그 경계가 무너지지 않을까 싶어요.

재미있는 콘텐츠의 조건은 뭘까요?

사람들이 부담 없이 편하게 볼 수 있어야 할 것. 억지스러움이 없어야 할 것. 그리고 신선해야 할 것. 어디서 봤던 그림, 익숙한 포맷은 이제 시청자들이 싫어하더라고요.

Credit Info

2017년 2월호

2017년 2월호(총권 87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한빛누리, 손안나
PHOTO
김효석
HAIR & MAKEUP
김원숙
STYLIST
류시혁, 박선용

2017년 2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한빛누리, 손안나
PHOTO
김효석
HAIR & MAKEUP
김원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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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시혁, 박선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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