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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사라지고 쇼만 남았다

On November 10, 2016 0

뉴욕 패션위크 중 에디터들을 적잖이 당황시켰던, 차마 패션이라고 할 수 없었던 ‘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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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카니예 웨스트가 만든 ‘이지 시즌 4’ 컬렉션을 입고 FDR 공원에 섰다.

다양한 인종의 모델들이 카니예 웨스트가 만든 ‘이지 시즌 4’ 컬렉션을 입고 FDR 공원에 섰다.

머리와 얼굴에 질척한 크림을 바르고 가슴은 훤히 내놓은 채 워킹을 했던 후드 바이 에어의 모델.

머리와 얼굴에 질척한 크림을 바르고 가슴은 훤히 내놓은 채 워킹을 했던 후드 바이 에어의 모델.

머리와 얼굴에 질척한 크림을 바르고 가슴은 훤히 내놓은 채 워킹을 했던 후드 바이 에어의 모델.

패션쇼는 단순히 옷만 보여주는 장이 아니다. 경험 그 자체가 쇼의 일부가 되기도 하고, 그로 인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패션쇼에서 패션이 사라지고 ‘쇼’에 무게중심이 실리기 시작했다. 부가적인 요소에 집중한 나머지 정작 중요한 걸 잊은 거다. 특히 지난 9월 뉴욕 패션위크에선 극단적인 예가 난무했다.

선두 주자는 카니예 웨스트의 네 번째 ‘이지’ 컬렉션. 장소는 무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1941년 ‘네 가지 자유’(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궁핍으로부터의 해방,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선언한 루스벨트 섬의 FDR 공원이었다. 장소가 장소이니만큼 기대치가 높을 수밖에 없었다.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에디터들은 버스에서 1시간, 도착 후 1시간을 기다려 쇼장에 입장했다. 거기까진 괜찮았다. 어차피 패션 에디터들은 기다리는 데 익숙하고, ‘빅 쇼’는 제시간에 시작하는 법이 없으니까.

하지만 그만한 보상이 있어야 한다. ‘카다시안 패밀리’가 등장하고 나서야 시작된 패션쇼는 지루하기 그지없는 데다 ‘몸매 보정 속옷’ 같은 옷을 입은 모델들이 잔디밭에 픽픽 쓰러지기까지…. 쇼가 시작되기도 전에 에디터들은 자리를 박차고 나갔고, 이날의 악몽은 각종 SNS를 통해 잔인하게 생중계됐다. 그리고 그 어디에도 옷에 대한 호평은 없었다.

그로부터 며칠 뒤, 후드 바이에어의 쇼가 열렸다. 커다란 쇼장을 가득 채운 엄청난 인파와 전자 음악 그리고 불편한 신음 소리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지금까지 후드 바이 에어는 힙한 음악, 독특한 장소 그리고 요상한 차림새의 손님들을 구경하는 ‘전위적 요소’만으로도 브랜드의 매력을 충분히 표현해 왔다. 하지만 그날은 정액을 뒤집어 쓴 듯한 끈적한 헤어스타일과 정부, 창녀라는 단어가 쓰인 옷들 그리고 섹스를 하는 남녀의 신음 소리만 가득했다.

카니예 웨스트가 이지 시즌 4를 선보인 날, 톰 포드는 뉴욕 포시즌스 호텔에서 디너쇼를 진행했다. 톰 포드 특유의 기품 있는 컬렉션은 뉴욕을 상징하는 호텔 볼룸에 완벽하게 들어맞았다. 퍼포먼스 아트에 가까운 ‘쇼’를 한 카니예 웨스트에게 던지는 일침 같았다. 춤을 추는 모델들에게 페인트를 뿌리는 쇼를 한 알렉산더 맥퀸, 음악 대신 옷에 대한 설명을 택한 에디 슬리먼의 마지막 생로랑 컬렉션이 많은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준 이유는 하나. 결국 모두 패션을 위함이었음을 잊어선 안 된다.

* 트위터, 인스타그램, 그리고 발 빠른 디지털 에디터들은 각종 ‘컴플레인’을 다양한 방식으로 업로드했다. 그중 가장 와 닿았던 <뉴욕 타임스> 캐시 호린의 트윗, <뉴욕 매거진>의 스텔라 버그비의 일침, <워싱턴 포스트>의 로빈 기브한의 인스타그램, 수지 멘키즈와 <패션 언필터드>의 헤드라인을 뽑아봤다.

뉴욕 패션위크 중 에디터들을 적잖이 당황시켰던, 차마 패션이라고 할 수 없었던 ‘쇼’들.

Credit Info

2016년 11월호

2016년 11월호(총권 84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민지
PHOTO
Getty Images, Imaxtree, Instagram @jacobgallaher, robingivhan, Twitter @stellabugbee, cathyhoryn

2016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민지
PHOTO
Getty Images, Imaxtree, Instagram @jacobgallaher, robingivhan, Twitter @stellabugbee, cathyhory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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