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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넬이라는 패션 판타지

On September 09, 2016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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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을 쇼에 참여시키는 게 참신한 아이디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들도 모습을 드러내는 게 마땅하죠.” 칼 라거펠트는 지난 7월 5일 선보인 2016~17 가을/겨울 오트 쿠튀르 컬렉션을 공방 장인들에게 헌정하며 함께 피날레 무대에 올랐다. 그의 마음도 이해가 간다. 장인들이야말로 칼 라거펠트의 머릿속에 존재하는 샤넬이란 디테일과 판타지를 현실로 실현시키는 이들이니까.

120명이 넘는 샤넬 하우스 소속 재봉사들 중 78명이 그 자리에 함께했다. 샤넬을 대표하는 장인들은 물론이고 그들의 작업대부터 재봉틀, 거울, 핀, 옷감, 색색의 실, 리넨, 마네킹까지 샤넬의 드레스가 탄생되는 공방 풍경을 고스란히 파리 그랑 팔레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무대 위로 옮겨왔다. 그들이 탄생시킨 의상을 입은 모델들이 워킹하는 동안 무대 한쪽에서는 또 다른 누군가가 재단을 하고 바느질을 계속했다. 패션이란 결국 누군가의 손끝에서 탄생할 수밖에 없다는 본질을 상기시키는 생경한 풍경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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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5년 샤넬 아뜰리에 풍경.

1935년 샤넬 아뜰리에 풍경.

1935년 샤넬 아뜰리에 풍경.

대체 옷이란 건 뭘까. 쿵쾅거리는 음악 속에서 조금만 중심을 잃어도 앞으로 고꾸라질 것 같은 힐을 신고 캣워크를 전진하는 모델들을 보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패션위크 기간이면 문득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현실 자각 타임이랄까. 전 세계에서 몰려든 이 수많은 프레스와 패션 피플들은 대체 어떤 옷을 기대하며 이 자리에 모인 걸까.

마음만 먹으면 순식간에 복제가 가능하고, 심지어는 공공연히 대량 생산 시스템을 갖춘 브랜드에서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유사 디자인으로 한철 장사를 하는 게 일반화된 시대에, 디자이너들이 쏟아붓는 패션과 쇼에 대한 정성은 과연 어떤 의미가 있는 걸까.

글로벌 브랜드들의 플래그십 스토어가 밀집된 도쿄의 긴자 한복판에 위풍당당하게 자리 잡은 샤넬 부티크. 그 안에서 불과 2주 전 파리의 쇼를 마치고 다시 바쁜 일정으로 전 세계 주요 도시(애석하게도 아직 서울은 그 리스트에 속하지 않는다)를 돌고 있는 샤넬의 오트 쿠튀르 컬렉션 의상들을 직접 만져보고 가끔은 몸에 걸쳐보면서 다시 한 번 그런 생각을 했다.

아니, 좀 더 정확히는 이걸 그냥 옷이라고만 불러도 되는 걸까라는 생각. 영국의 장식 미술가인 오브리 비어즐리(Aubrey Beardsley)의 작품에서 영감받아 완성했다는 하이웨이스트 라인의 드레스에는 단과 어깨 부분에 섬세한 깃털 장식이 가득했다.

600시간을 들여 트위드처럼 보이도록 효과를 냈다는 드레스와 무려 22만 개의 조각들이 장식된 현란한 드레스를 만질 때는 저절로 손길이 조심스러워졌다. 가격을 매긴다면 결코 뒤지지도 않겠지만, 마치 갤러리의 설치 작품들을 마주할 때처럼 말이다. 물론 22만 개의 반짝이는 조각들은 모두 파리의 샤넬 공방에서 수십 년 동안 같은 일을 반복해 온 장인들의 손에 의해 한 땀 한 땀 장식됐을 것이다.

무대 위의 주인공으로서, 그것도 까다로운 조건을 만족시키는 아주 소수의 디자이너들에게만 허락되는 오트 쿠튀르라는 이름과 샤넬 하우스라는 명성이 무색하지 않은 옷들. 쉽게 모방할 수도 없거니와 그런 마음조차 들지 않을 것 같은 디테일들. 찬찬히 한 피스씩 살펴보면서 이렇듯 실용성을 떠나 어쨌든 꼭 갖고 싶은, 욕망의 대상인 옷을 만드는 이들이 지구 어딘가에 계속 불노장생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옷을 입는 순간 전혀 다른 사람이 될 것 같은 꿈을 꾸게 하는 패션, 그것이 바로 오트 쿠튀르가 존재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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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트 쿠튀르 컬렉션이 시작되기 7~8주 전쯤, 칼 라거펠트가 그린 일러스트레이션은 이렇듯 각 공방의 담당자들 이름이 적힌 채 그들에게 전달된다. 그때부터 본격적인 오트 쿠튀르 컬렉션 준비가 시작되는 것. 이번 2016-17 가을/겨울 샤넬 오트 쿠튀르 컬렉션은 특히 매끈하고 군더더기 없는 재단으로 실루엣을 표현한 게 특징이다. 구조적이면서도 그래픽적인 컬렉션의 완성은 물론이고 그 디테일도 장인들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Credit Info

2016년 09월호

2016년 09월호(총권 82호)

이달의 목차
EDITOR
박소영
PHOTO
Getty Images, ©Chanel, ©Photo D.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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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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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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