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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몰 웨딩? 노 웨딩?

On August 03, 2016 0

스몰 웨딩에서 노 웨딩으로 더 작아진 결혼식 문화에 대해.

불과 3~4년 전만 해도, 스타라면 화려한 호텔 웨딩을 올리는 게 당연했다. 그 과정에서 최고급 디자이너 드레스, 맞춤 주얼리, 신혼여행지 등 스타들이 선택한 모든 요소가 화제를 모았다. 톱스타의 웨딩은 럭셔리 브랜드들이 홍보를 펼치는 장이자 웨딩 트렌드의 기준이었고, 스타들에게는 ‘화려한 미혼’에서 ‘더 화려한 기혼’으로, 즉 고급 가정용 소비재 모델로의 전환을 위한 이미지 메이킹 수단이기도 했다. 초라하면 잊히는 업계의 특성상, 이름값이 어중간한 스타라면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동원해 여기저기 손을 벌려서라도 거창한 결혼식을 올려야 했다.

하지만 이제 옛 이야기다. 1980년대 부의 상징이던 커다란 브랜드 로고가 한동안 촌스러워 보였던 것처럼, 스타들의 과시적인 웨딩 이벤트도 한물간 유행이 됐다. 비록 지난해 박수진의 결혼식이 화제를 모았지만 연예계 대표적인 부호이자 인사할 곳 많은 사업가 배용준이 신랑이라는 점에서 특수한 상황으로 받아들여졌고, 대세는 오히려 이효리 이후 시작된 ‘스몰 웨딩’이었다. 작정만 하면 엄앵란과 신성일 이후 최대의 웨딩 이벤트를 벌일 수 있었던 이나영과 원빈도 평소의 신비주의 캐릭터와 잘 어울리는 스몰 웨딩을 택했다.

결혼에서 불필요한 기름기를 빼고 뺀 끝에, 이제는 숫제 결혼식을 생략하는 스타들까지 생겼을 정도다. 올 초 박희순과 박예진은 혼인신고만 한 채 부부가 됐다. 구혜선과 안재현은 가족들만 참석한 조촐한 언약식을 치르고 사진을 공개했다. 그나마도 사진에 취미 있는 가족이 없었던지 휴대폰으로 찍은 스냅 수준이었다.

결혼에서 허례허식을 지우려는 흐름은 일반인들 사이에서도 엿보인다. 이는 ‘이케아 세대’ 혹은 ‘밀레니엄 세대’라 불리는 20~30대의 가치관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뛰어난 스펙을 가졌음에도 낮은 급여와 고용 불안에 시달리는 그들은 부모 세대처럼 미래를 위해 열심히 돈을 벌고 저축하는 대신 적당히 일하며 현재를 즐기려 한다. 그들은 주머니가 가벼워도 자기 계발이나 여행, 감수성을 북돋우는 아이템에는 돈을 아끼지 않는다. 화려하고 과시적인 라이프스타일 대신 소박하고 서정적인 ‘킨포크 라이프’에 열광하고, DIY나 리폼 등을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가미한 물건들에 애착을 느낀다.

만일 이사를 간다면 비싼 기성 가구와 직접 조립한 이케아 중에 그들은 무엇을 들고 갈까? 전문가들은 요즘 젊은 세대라면 후자가 답일 것이라 예측한다. 요 몇 년 스몰 웨딩, DIY 웨딩, 빈티지 웨딩드레스 등에 관심이 높아진 것도 이런 맥락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관혼상제는 가족 전체의 일이기도 한 터라, 몇몇 연예인이나 젊은 세대의 취향만으로 순식간에 유행이 바뀌지는 않는다. 그저 이제 막 타인의 눈치를 보지 않는 새로운 결혼 문화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었을 뿐이다.

구혜선과 안재현의 결혼 발표 이후 ‘파우더룸’이나 ‘레몬테라스’ 같은 여성 커뮤니티에는 스몰 웨딩, 혹은 노 웨딩에 대한 질문들이 올라왔다. 혹시 후회하진 않을지, 어떻게 부모를 설득할지 등의 자문을 구하는 내용들이다. 부모의 목표는 친지들에게 집안의 위신을 세우고 뿌린 축의금을 거둬들이는 것이다. 하지만 이미 혼주가 되어본 사람들은 안다. 들어오는 축의금은 얼마를 상상하든 그 이하다. 차라리 그동안은 진심으로 축하했으니 아깝지 않다고 정산하고, 우리 집안 혼사를 이렇게 넘어갔으니 앞으로 너희도 알아서 하라고 미래에 나갈 축의금이나 단속하는 편이 낫다.

일생에 한 번뿐인 중요한 날이니 화려하게 기념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박예진과 박희순의 결혼 발표 기사에는 이런 댓글이 달리기도 했다. ‘결혼식 안 하면 후회함. 지금은 뭐 좀 있어 보이겠지만 후회함.’ 실제 웨딩 사진만 간단히 찍고 양가 식사로 대신했다는 한 신부는 ‘저희 친정 엄마도 계속 후회 안 되느냐고 하는 게 함정’이라고 후기를 남겼다. 그 밖에도 ‘식을 안 올리면 주변에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거나, ‘드레스 입고 메이크업하고 화보 찍는 게 일상인 연예인은 괜찮지만 일반인은 그럴 기회가 결혼식밖에 없다’, ‘연예인은 결혼식 안 해도 언론이 알아서 결혼한다고 공표해 주지만 일반인은 식을 안 올리면 알리기가 어렵다’는 의견도 있었다.

하지만 결국 중요한 것은 신랑과 신부의 취향이다. 후회는 결혼식 후회는 결혼식 자체를 했느냐 안 했느냐보다 자신들의 뜻대로 했는가 못했는가에서 온다. 특히 신부의 의사가 중요하다. 기존 결혼식이 드레스와 메이크업, 부케, 버진 로드 등 여성을 위한 장치가 많은 만큼 결혼식을 생략했을 때 신부가 포기해야 할 게 더 많기 때문이다. 그것을 전제로 신랑과 신부의 의견이 일치한다면 다른 것들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다. 혼인 관계를 공표하는 게 문제라면 청첩장 대신 인사장을 돌리면 되고, 웨딩 사진이 아쉽다면 스튜디오를 빌려 촬영만 진행하면 된다. 누군가는 여전히 공주 같은 드레스를 입고 친지들의 박수 속에 꽃길을 걸어보고 싶고, 드레스 대신 턱시도를 입고 싶은 신부도 있으며, 결혼식 없이 피로연이나 혼인신고만 하고 싶은 사람들도 있다. 다행히도 우리의 선택지는 점점 더 넓어지고 있다. 물론 나의 취향을 위해 배우자와 부모님을 설득하는 건 정말 어려운 문제일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앞으로 부부가 함께 해결해야 할 많은 문제 중 시작에 불과한 예고편일 뿐이다.

스몰 웨딩에서 노 웨딩으로 더 작아진 결혼식 문화에 대해.

Credit Info

2016년 07월 01호

2016년 07월 01호(총권 80호)

이달의 목차
WORDS
이숙명(칼럼니스트),
EDITOR
손안나
PHOTO
YG엔터테인먼트

2016년 07월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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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숙명(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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