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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에 묻어주오

On February 04, 2016 0

'캡슐 장례'라고 들어봤나? 요즘 영미권에서 떠오르고 있는 신개념 장례 문화다.

캡슐은 100%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제작된다.

캡슐은 100%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제작된다.

캡슐은 100% 자연 분해되는 플라스틱 성분으로 제작된다.

올해 1월부터 국내의 묘지 설치 기간이 15년으로 제한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지. 최대 3회, 45년까지 연장이 가능하지만 그 기간이 끝나면 1년 이내에 무덤과 그 관련 시설물을 없애고 유골을 치워야 한다. 역시 화장이 답이라고? 글쎄. 지난 20년간 전국의 화장률은 79.2%로 무려 4배나 증가했다. 이런 속도라면 빠른 시일 내에 화장 시설이 턱없이 부족해질 거라는 게 전문가들의 예측이다. 수습에 나선 보건복지부는 ‘향후 자연장 등 친환경적인 장례 문화를 확산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수목장이나 산호장 등 친환경 장례는 사실 우리에겐 낯설지만, 이미 전 세계적인 트렌드로 떠오른 지 오래다. 그중에서도 요즘 가장 주목받는 건 ‘캡슐 장례’. 생분해되는 캡슐에 담아 묻으면 나무의 거름이 되어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방식이다. 아직 상용화된 것도 아닌데, 환경 친화적이면서 동시에 낭만적인 이 장례 문화에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에서도 예약 문의가 빗발치고 있다. 솔깃하다고? 당신이 궁금해할 만한 것들을 개발자 안나 시텔리(Anna Citelli)와 라울 브레첼(Raoul Bretzel)에게 직접 물었다.

라울 브레첼(Raoul Bretzel)
산업 디자이너. 현재 로마에서 환경 디자인 스튜디오를 운영하고 있다. 1995년부터 ‘뉴욕 모마 박물관 디자인 컬렉션’에 자신의 작품 에올라 조명(Eola Lamp)을 전시하기도 했다.

안나 시텔리(Anna Citelli)
밀라노에서 비주얼 스튜디오 ASC 운영 중. 회사를 차리기 전에는 프리랜스 비주얼라이저로 활동하며 자동차, 파스타, 화장품, 아이스크림 등 다양한 제품의 광고 작업을 했다.

‘캡슐 장례’라니 솔직히 상상이 잘 안 돼요.
정식 명칭은 사실 ‘캡슐라 문디’(Capsula Mundi)예요. 생분해되는 성분의 재료로 만들어진 ‘캡슐라 문디’ 안에 고인을 모시는 거죠. 화장한 유골을 작은 캡슐에 담아 씨앗처럼 땅에 묻으면 시간이 지나면서 서서히 분해되어 거름이 되고, 그 위에 심어진 나무는 무럭무럭 자라게 됩니다. 그렇게 캡슐 위에 나무를 심다 보면 현재의 공동묘지와는 전혀 다른, 숲 형태의 공동묘지가 만들어질 테죠. 한마디로 ‘성스러운 숲’이 되는 거예요.

숲이 우거지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묻힌 나무는 어떻게 찾죠?
나무에 어떤 사인이나 표식을 달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대신 모든 나무가 GPS 시스템으로 관리되죠.

애완동물용 캡슐도 있나요?
그렇지 않아도 애완동물용 캡슐에 대한 관심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서, 조만간 개발에 들어가려고 해요.

캡슐에 연결되는 나무는 개인의 취향대로 선택할 수 있나요?
그럼요. 지역적 특색 때문에 기후나 토양에 제한은 있겠지만, 캡슐이라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나무는 없어요. 모든 나무가 가능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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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슐에 연결되는 나무는 의뢰인의 취향껏(?) 고를 수 있다.

캡슐에 연결되는 나무는 의뢰인의 취향껏(?) 고를 수 있다.

이런 장례 방식을 고안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우리 둘 다 산업 디자이너로 오랜 시간 일해 왔지만, 어느 순간부터 대량생산 체계 안에서 환경 윤리가 제대로 존중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고요. 자연으로부터 단절되고 일상에 필요한 것들로만 꽉 들어 찬 세계, 젊음에만 집중하고 죽음에 관한 것들은 금기시되는 사회잖아요. 이런 우리 사회에서 과연 디자이너의 역할이 무엇일지 고민했죠. 그러다가 비현실적이고 인기도 없는 환경 디자인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게 됐고 ‘캡슐 장례’ 아이디어를 떠올렸어요.

왜 하필이면 ‘캡슐’이었나요?
사실 관은 그동안 디자인 세계에서 완전히 배제되어 왔잖아요. 새로운 관을 디자인하고 싶었는데, ‘달걀’ 모양은 종교적이면서도 전 세계적으로 ‘삶’을 상징하니까 안성맞춤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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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아이디어 스케치.

두 사람의 아이디어 스케치.

모양도 모양이지만 자연 분해된다는 점이 가장 마음에 드네요. 지금처럼 관을 묻는 매장법은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친다고요?
관을 만들려면 나무를 베어야 하잖아요. 아무래도 환경에 나쁜 영향을 끼치죠. 나무가 성숙하게 다 자라려면 10년에서 40년이 걸리는데, 관은 3일만 쓰면 쓸모가 없어지잖아요? 우리는 나무를 베어내는 대신 심는 거고요.

정작 이탈리아에서는 ‘캡슐 장례’가 불법이라고 들었어요.
맞아요. 이 프로젝트가 만들어진 이탈리아에서는 아직 허가를 받지 못했죠. 그러나 현재 미국과 다른 유럽 국가에서는 이 ‘그린 묘지’에 대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요. 판매까지는 아직 시간이 좀 더 필요하겠지만, 열심히 노력하고 있답니다. 지역마다 다른 매장 관련법에 대해 연구도 진행 중이고요. 특히 사람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 위한 새로운 프로젝트도 구상하고 있어요. 법을 바꾸기 전에 사람들의 인식을 먼저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니까요.

사실 한국인들에겐 굉장히 낯선 장례 방식이에요. <그라치아> 독자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고 싶나요?
맨 처음 캡슐라 문디 프로젝트의 목표는 우리 모두가 자연의 일부임을 깨닫게 하자는 데 있었어요. 우리 모두 자연의 일부임을 잊지 말자고요. 이것이야말로 문화나 종교적인 전통을 뛰어넘는 ‘우주적’ 개념 아니겠어요?

Credit Info

2016년 02월 01호

2016년 02월 01호(총권 70호)

이달의 목차
EDITOR
손안나
PHOTO
cesco D’angelo e Adriano Del Ferro / Capsula Mundi

2016년 02월 0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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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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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co D’angelo e Adriano Del Ferro / Capsula Mun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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