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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 키우는 남자가 부쩍 늘어난 이유

On February 02, 2016 1

TV와 SNS에서 개밥을 주고 고양이를 안은 '힙'한 남자들이 늘고 있다. 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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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예능 트렌드 중 하나는 동물 예능이다.

잠깐, <삼시 세끼>의 강아지 스타인 산체를 기대했던 MBC 동물 예능 <애니멀즈>는 ‘망작’이었는데? 최근 방영을 시작한 <마리와 나>, <개밥 주는 남자>를 보면 확실히 전작과 달라졌다. 우선 출연진이 모두 남자다. 게다가 대부분 싱글이거나 돌싱이다. <마리와 나>의 김노은 PD는 ‘동물과의 교감’에 초점을 맞췄다지만, 정확히 말하면 ‘싱글남과 동물의 교감’이다(물론 강호동처럼 유부남이 있기도 하지만). <애니멀즈>가 곰·양·타조 등 온갖 동물과 연예인을 한데 몰아넣은 혼돈의 동물 육아였다면, 이젠 남자와 애인, 아니 동물과의 밀당에 초점을 맞춘다.

<개밥 주는 남자>에서 배우 김민준은 진돗개를 키운다. 인더스트리얼한 카페를 연상시키는 김민준의 집과 진돗개의 ‘그림’은 뭔가 힙스럽다. 그는 사랑하는 개를 위해 인스턴트 통조림이 아닌 수제 간식을 만들려고 마장동에서 고기를 사 온다. 개가 싫어해서 청소기도 잘 돌리지 못한다. <마리와 나>에서 서인국은 라쿤이 어지른 집을 청소하며 한숨을 쉬지만 “이해해, 오빠가 다 치워줄게”라는 표정을 잃지 않는다. 이런 이들의 모습에서 설렘을 느끼는 건 나뿐일까? 애완동물을 기른 적 없는, 길러도 엄마가 키우다시피 했을 남성들이 서툴러도 끝까지 뒤치다꺼리를 해내는 모습에서 청춘의 남자들이 떠오른다. 사는 데가 멀다고 사귀지도 않는 남자가 아니라, 못 오를 나무를 열 번 찍던 청춘의 남자들 말이다.

남성 출연진이 동물과 관계를 맺는 방식 또한 순수하다. 고양이의 눈길을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최고의 웃긴 표정을 짓거나 강아지 집을 사기 위해 게임기를 포기하거나 아무 데나 쉬를 해서 카펫을 망치지만 이런 너의 모습까지 사랑한다는 태도 등. 냉정하게 생각하면 추억 속에도 이런 남자들은 없었지만, 여자들이 노스탤지어로 생각하는 남성의 모습들이다. “온 가족이 편안히 볼 수 있어 좋았어요”라는 시청평도 많지만, 주변 싱글 여성들의 반응은 나와 비슷했다. “모성애마저 느껴지더라니까.” 한동안 동물 예능은 가족 예능의 역할도 하지만, 동물의 사랑을 얻기 위한 남성들의 고군분투를 흐뭇하게 바라볼 여성들에게도 호응을 얻을 거다. 그러고 보니 TV뿐 아니라 주변에서 동물을 키우는 남자들의 활약상(?)이 자꾸 눈에 띈다. 캣스타그램, 개스타그램이 많아져서일 터. 단순한 동물 사진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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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아지가 누워 있는 침대, 식탁, 현관을 보면 그의 라이프스타일이 엿보이니까. 동물의 미모는 그 인테리어에서 화룡점정을 담당할 뿐 아니라 때론 주인의 이미지를 만들어주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대중문화 평론가인 차우진도 ‘애묘남’ 이미지가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동물을 키운다는 건 뭔가 책임진다는 긍정적인 이미지를 주죠. 고양이와 친해지려 신경 쓰고, 털을 청소하는 모습 말이에요. 고양이를 키우는 건 마치 인테리어에 관심이 높거나 화초를 키우거나 청소를 말끔히 하는 것처럼, 요즘 선호되는 ‘좋은 남자’의 모습으로 인식되고 있어요.” 게다가 그 남자가 무척 바쁘고 능력 있는 사람일수록 호감 곡선은 가파르게 올라간다고. “생존권의 문제예요(웃음). 요즘 여자들이 원하는 남자 이미지는 자기 일도 열심히 하고 따뜻하고 책임감 있는 모습인데, 애완동물을 키우는 것으로 그런 이미지를 피력하는 거죠.” 그 반려동물이 자리한 공간과 키우는 방식(애완동물 전문 스튜디오에서 모던한 포트레이트를 찍는 것)으로 힙한 취향까지 보여주면 호감도는 높아진다. 심리학자 장근영 역시 ‘이미지 상승 효과’를 언급했다. “반려동물과 지내면 감춰진 모습들을 보여줄 수 있어요. 이것이 매력적으로 작용함을 아는 남성들이 SNS를 통해 더 드러내려 하죠.” 흔히 ‘남성적인’ 이미지와 반대되는 예쁘고 귀여운 반려동물의 경우, 서로의 이미지를 상쇄시키면서 더 긍정적인 효과를 낸다. TV 프로그램에서 강호동이 고양이를 키우듯, 덩치 큰 남자와 작고 귀여운 동물이 짝짓는 것도 이런 맥락.

생각해 보면 남성과 반려동물 커플이 유행이라는 것도 우습다. 너무나 오래된 관계이지 않나. 심리학자 장근영은 “남성들의 로망 중 하나는 캠핑, 트레킹, 조깅을 할 때 큰 개가 동반자로 함께하는 거예요. 그런 그림을 누구나 상상해 봤을걸요”라고 얘기한다. 다만 변화라면 큰 사냥개보다는 고양이처럼 작은 반려동물을 기르는 남자들이 늘어났다는 것. ‘외로워서’를 떠나 자신의 취향을 드러내고 긍정적인 이미지를 준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이 많아졌기 때문이기도 하고, 실제로도 그렇다. 미디어는 이런 현상들을 감지하고, 남자 연예인과 동물의 ‘케미’를 끌어내려 애쓰고 있다. 이런 사랑이 넘치는 유행은 얼마든지 지지한다. 다만 지나치지만 않기를 바랄 뿐. 한 홍보 대행사의 이사는 자기 강아지가 쓰는 샴푸며 직구 간식까지 일일이 허세스러운 해시태그를 달아 많은 ‘언팔’을 자초했다. 반려동물을 자기 이미지의 도구처럼 여기는 게시물은 보기에 불편할 따름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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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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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02월 01호

2016년 02월 01호(총권 70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나랑(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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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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