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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17일, 영화 [행복한 사전]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오다기리 죠에게 어느 관객이 물었다.

얼굴이 두껍지 못한 배우

On March 21, 2014 0

지난 2월 17일, 영화 <행복한 사전>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오다기리 죠에게 어느 관객이 물었다. “만약 ‘오다기리 죠’라는 단어가 사전에 실린다면 어떻게 정의될까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좀처럼 다루기 쉽지는 않지만 뿌리는 확실한 사람.”

얼마 전 생일이었는데 뭐 했어요?
특별히 아무것도 안 했어요. 매년 그래 왔어요. 친구들과 파티를 한다거나 연예인다운 건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연예인다운 게 뭔데요?
알면서…. 장동건 씨 같은 사람은 친구들 엄청 불러서 파티할 것 같은데요(웃음)?

<행복한 사전>은 15년에 걸쳐 사전을 완성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예요. 숭고하기도 했지만 그게 과연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일까 싶어 놀라웠어요.
그러니까요. 만약 저더러 15년간 한 영화만 찍으라고 하면 중간에 분명 한풀 꺾여버리고 말 거예요.

싫증을 잘 느끼는 편인가요?
글쎄요. 반대인 것 같아요. 싫증나도 끝까지 해버려야 직성이 풀린다고 할까요? 게임을 해도 끝까지 깨지 않으면 절대 못 벗어나요.

최근 빠져 있는 게임이 있나요?
‘몬스터헌터.’ 닌텐도 DS 게임이에요(웃음).

게임기에 정신이 팔려 있는 모습은 어쩐지 상상이 잘 안 되네요(웃음).
그렇죠? 저도 웬만하면 안 하려고 노력해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니까.

<행복한 사전>에서 연기한 ‘니시오카’ 캐릭터가 조금 의외였어요. 당신의 개성에 비해 상당히 보편적인 캐릭터잖아요. 적당히 가볍고 적당히 순수한, 정말 보통의 남자. 당신한테는 별난 구석이 있는 주인공 마지메(마츠다 류헤이)가 더 어울려 보이는데요.
확실히 그런 것 같기는 해요. 누군가 굳이 ‘어느 쪽을 택할래?’라고 묻는다면 마지메가 더 흥미롭긴 하죠. 그런데 역할의 비중으로 보면 니시오카가 좋아요. 조연으로서의 자유가 보장되니까요. 제가 이상적으로 생각하는 현장이 조연으로 출연해도 좋아할 수 있는 곳이거든요.

조연으로 있는 걸 좋아하다니. 대체로 배우들은 원 톱 주인공을 바라거든요? 신기해요.
그러게요. 제 원래 성향 때문이지 않을까요? 사람들 앞에 나서는 걸 별로 안 좋아해요. 오랫동안 밴드를 해왔지만 전 역시 드럼이 좋아요. 보컬은 절대 못할 것 같아요. 부끄럽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원 톱 같은 건 절대 하고 싶지 않아요(웃음).

직업이 배우인데, 부끄럽다는 말이 모순적으로 들리기도 해요.
어떤 상황에서도 별로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지 못하는, 얼굴이 두꺼운 사람이 있잖아요. 전 그런 사람은 오히려 배우라는 섬세한 직업에 잘 안 맞는 것 같아요.

이 영화는 ‘단어란 누군가와 소통하기 위해 존재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당신은 어떤 순간에 ‘저 사람은 나와 동류다!’라고 느끼나요?
확실히 그런 순간이 있죠. 이 영화의 마츠다 류헤이와도 그랬어요. 대기실에 나란히 앉아 있을 때, 서로 영원히 말 안 할 것처럼 굴다가 누구 하나가 대수롭지 않은 얘기를 툭 꺼내면 또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처럼 대화하곤 했어요. 작정하고 침묵한 것도 아니고, 무리해서 대화를 시도한 것도 아닌데 타이밍이 잘 맞았어요. 그게 참 편안했어요.

주로 어떤 사람에게 끌리나요?
어딘가 쓸쓸해 보이거나, 자신 없어 보이는 사람. 자신의 네거티브한 면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사람이 좋아요. 그런 사람과 실제로 잘 맞고요.

말수가 별로 없는 편인데 평소 사람들과 어떤 방식으로 소통하나요?
그래도 역시 ‘말’보다 좋은 건 없는 것 같아요. 제가 말수가 적은 이유는 따로 있어요. 말을 하면 그 사람의 센스가 완전히 드러나 버리잖아요. 그래서 가끔은 차라리 입을 다물고 있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거예요.

영화에서 니시오카가 ‘후지다’(ださい)라는 단어의 정의를 내리잖아요. 당신은 일상에서 어떤 사람을 볼 때 후지다고 느끼나요?
강한 척하는 사람이오. 약한 모습을 곧이곧대로 드러내지 못하는 사람.

당신은 언제나 솔직한 면만 보이고 사나요?
대체로요. 적어도 전 ‘척’은 안 해요. 들킬까 봐요.

들키는 게 무서운가 봐요. 자꾸 들키기 싫다는 표현을 쓰네요.
아, 그런가요? 왜 그럴까요. 아무래도 전 사람이 무서운 것 같아요. 믿지 못한다고 할까.

혹시 입버릇처럼 자주 쓰는 말이나 단어가 있나요?
있어요. ‘아, 그래.’ 특히 매니저에게 가장 많이 해요. 으하하. 그런데 이게 되게 흥미 없어 보이는 걸로 들리나 봐요. 누군가 저한테 화낸 적도 있어요. “너, 내 얘기 듣고 있긴 한 거야?”라고.

작품 선택의 기준이 뭐예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내가 출연하지 않아도 나중에 극장에 가서 꼭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작품이오. 배우이기 이전에 영화 팬으로서 작품을 대하는 것 같아요. 그런데 가끔 이런 것도 해요. 시나리오를 보고 ‘와… 이거 최악 아니야?’라고 생각했어도 돈을 많이 주는 작품(웃음).

차기작이 올여름 일본에서 개봉 예정인 나카시마 테츠야 감독의 <갈증>과 2분기 드라마 <리버스엣지 오카와바타 탐정사>예요. 이 작품들을 선택한 이유는요?
무엇보다 <갈증>은 시나리오가 정말 재밌어요. 최고라고 생각해요. 현재 일본 영화 제작 환경에서 상당히 도전적인 작품이에요. 드라마는 ‘이제 또 슬슬 TV 드라마로 돈 좀 벌어볼까?’ 싶어서 하는 거고요(웃음).

가장 오래된 기억이 뭔가요?
두세 살 무렵이었던 것 같아요. “너 말 안 들으면 엄마 집 나가버린다!” 하고선 진짜 방을 나가버린 거예요. ‘우앙’ 하고 울음을 터뜨렸는데 거실로 나가보니 엄마가 옆방에서 키득거리고 있었어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에게 당한 배신이라고 할까요? 아무리 장난이라고 해도 부모가 자식한테 그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요(웃음)?

잊을 수 없는 나의 영화
<유레루>(2006)

“터닝 포인트가 된 작품이에요. 원래 상업 영화보다 작가성이 짙은 독립 영화를 좋아했어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정말 무서운 작품이라 생각했죠. 연기를 공부할 때부터 꿈꿔온 작품이었어요. 저는 <춤추는 대수사선>의 오다 유지 같은 연기를 하는 배우가 되고 싶지 않았거든요(웃음).

완벽한 시나리오에 제작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연출은 니시카와 미와 감독, 거기에 상대 배우는 가가와 테루유키! 이건 도무지 좋지 않을 수가 없는 영화잖아요. 내 의욕과 경험, 지식 모두를 쏟아내자고 생각했죠. 난 그때 촬영 현장에서만 살아 있다고 느낄 정도였어요. 그런 작품을 일찍 만나버렸다는 게 행운인 건지 불운인 건지는 잘 모르겠어요. 이후 그렇게까지 전력 질주해 본 적이 없거든요.”

EDITOR : 김현민
PHOTO : 김영훈

발행 : 2014년 26호

지난 2월 17일, 영화 <행복한 사전>을 홍보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오다기리 죠에게 어느 관객이 물었다. “만약 ‘오다기리 죠’라는 단어가 사전에 실린다면 어떻게 정의될까요?” 그는 이렇게 대답했다. “좀처럼 다루기 쉽지는 않지만 뿌리는 확실한 사람.”

Credit Info

2014년 03월 02호

2014년 03월 02호(총권 26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현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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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03월 02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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