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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봄/여름 서울 컬렉션 현장에서 만난 7명의 대한민국 톱 디자이너.

Top 7 Korean Designers

On November 12, 2013 0

2014 봄/여름 서울 컬렉션이 막 끝났다. 그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 디자이너들을 만나 ‘그날’의 얘기를 들어봤다.

  • 디자이너 김재현. 왼쪽은 럭키 슈에뜨, 오른쪽은 자뎅드 슈에뜨 컬렉션.

Jardin de Chouette, Lucky Chouette
워너비 스타일, 김재현


패션계에서 질투와 동경을 동시에 받는 여자가 있다. 디자이너로서, 여자로서 모두 워너비인 김재현.
2002년 쟈뎅 드 슈에뜨에 이어 2009년에 론칭한 세컨드 브랜드 럭키슈에뜨까지 성공 반열에 올려놓은 그녀가 하나도 힘들다는 쇼를 한날 연속으로 치렀다. V자를 그리며 그녀가 무대 위로 뛰어나오면서 쇼는 끝났다.
“쟈뎅 드 슈에뜨의 이번 콘셉트가 ‘애프터눈 티’여서 옛날 호텔 천장 같은 격자무늬로 무대를 장식했어요. 럭키슈에뜨의 경우에는 1980년대 나이트클럽 같은 분위기를 냈고요. 제 기억에 과거 하얏트의 나이트클럽이 이런 구조였던 것 같아요. 이렇게 경기장처럼 뻥 뚫린 무대와 경사진 좌석이 있었죠.”

자매 같은 두 브랜드는 그녀의 과거와 현재를 보여준다.
“이번 쇼를 통해 럭키슈에뜨가 티셔츠나 만드는 브랜드가 아님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있는, 완성도 있는 브랜드라는 걸 말해 주고 싶었다고 할까. 각각의 아이템보다는 우리가 추구하는 태도, 분위기, 스타일을 보여주려고 했죠. 순진하고 착하기만 한 게 아니라 반항기 있는 그런 사람들을 위한 브랜드죠.”
물론 결과는 성공적이다. 앞줄에 앉은 블로거 수지 버블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렀고, 그녀의 인스타그램에는 ‘Mega Fun’이라는 코멘트와 함께 럭키슈에뜨 쇼가 소개됐다.

김재현의 현재를 고민하게 만드는 쟈뎅 드 슈에뜨는 또 다른 모습이었다.
“쟈뎅 드 슈에뜨를 만들 때 우리는 항상 고객들이 필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해요. 제 자신에게 필요한 무엇이 저와 취향을 같이하는 고객들에게도 필요할 거라 생각했어요. 여성스러우면서도 계절에 무관하게 스타일링할 수 있는 아이템이 데이 드레스더군요. 보기엔 부담스러울 수 있는데 막상 입어보면 정말 편해요. 저는 여자들이 드레스를 어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무대도, 노래도, 심지어 모델의 표정까지도 두 쇼는 완벽하게 다르고, 또 한편 닮았다. 저 소녀가 나이 들면 이런 숙녀가 되겠구나 싶은….
“쇼에서 중요한 건 모델들의 태도예요. 쟈뎅 드 슈에뜨 때는 ‘내가 제일 예쁘고 잘났다’ 생각하라고, 그리고 가장 도도하게 당당하게 해달라고 주문해요. 늘 그래요. 럭키슈에뜨 때는 간단했어요. Crazy, Sexy, Cool!”
드라마틱한 쇼가 끝났다. 그녀는 마땅히 승리의 V를 날려도 될 만큼 멋졌다.

  • Jardin de Chouette, Lucky Chouette

STE VE J & YONI P
놀 줄 아는 커플, 스티브J & 요니P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유쾌한 듀오 디자이너, 스티브와 요니. 얼마 전 롱 보드 숍을 오픈한 그들이니 피날레 무대에서 롱 보드를 타고 등장하는 건 예견된 일이었다.
“사실 스티브는 롱 보드 댄싱과 트릭을 보여주려 했어요. 하지만 바닥의 상태가 좋지 않아 시도조차 못했죠. 저도(요니) 너무 떨려서 제대로 실력 발휘를 못했고요. 너무 아쉬웠어요!”
그들과의 대화는 계속 보드 얘기로 흘러갔다.
“쇼를 보면서 사람들이 롱 보드를 탄 것처럼 신났으면 했어요. 모델들에게도 최대한 밝고 신나게 해달라고 주문했죠.”

래퍼 팔로알토(Paloalto)의 랩으로 시작된 런웨이 위로 ‘삐삐 머리’와 화려한 글리터링 입술로 단장을 마친 모델들이 하나둘 걸어, 아니 춤추듯 등장했다. ‘팝 유니버스’(Pop Universe)란 테마는 톡톡 튀는 네온 컬러와 우주에서 막 내려온 듯한 유니콘 프린트로 드러났다. 단지 쇼를 보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손으로 리듬을 맞추는 이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 그들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된 듯.

또한 모델들의 손에는 클러치 대신 롱 보드 회사인 래리(Larry), 배틀(Battle)과 협업으로 만들어진 보드가 들려 있었다. 다음 시즌 거리에는 롱 보드와 함께 멋진 스트리트 패션을 선보이는 이들이 여기저기 넘치지 않을까 조심스레 점쳐본다. 스티브와 요니가 만들고 있는 건 분명 패션을 넘어선, 동시대를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문화’니까.

  • STE VE J & YONI P

Studio K
탐구하는 디자이너, 홍혜진


스튜디오 K의 무대는 비상했다. 무대에 드리워진 하얀 천 위로 윈도플레이에서 볼 법한 영상이 나왔다. 뒤이어 등장한 옷에는 파동이 느껴지는 지그재그 프린트가 입혀져 있었다. 그때서야 이 쇼의 주제가 ‘음파’임을 알게 됐다. 과학 시간 같은 런웨이를 보고 나니 홍혜진에게 어떻게 디자이너가 되었냐는 뻔한 질문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전 좀 이력이 특이해요.”
그녀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박사 과정까지 밟은 타고난 모범생이었다. 워낙 독서를 좋아하고, 뭐든 파고드는 성격이어서 장래 희망이 과학자였다. 부모님 의견에 따라 패션계에 발을 들여놨지만, 실무보단 강단에 먼저 서게 된 것도 그런 이유.

“문득 실무에 대해 전혀 모르면서 학생들을 가르친다는 게 부끄러워졌어요. 디자이너가 돼야겠다고 생각했죠.”
궁금한 게 생기면 나쁜 것 빼고는 다 해본다는 홍혜진은 바로 서점으로 가 『브랜드 창업하기』라는 책부터 샀다.
“이번 시즌 음파라는 콘셉트도 음악 하는 친구 작업실에 놀러 갔다가 정했죠. 그때부터 사운드 디자이너도 찾아가고 관련 서적도 찾아봤죠.”
이번에도 그녀가 제일 먼저 향한 곳은 서점.
“전 옷을 만들 때 콘셉트와 프로세스를 좋아해요. 제 호기심을 패션에 희석시키는 과정이 즐거워요.”
앞으로 제품 디자인도 해보고 싶다는 홍혜진에게 향하는 카메라는 비단 패션계뿐이 아닐 터.

  • Studio K

LEYII
오가닉스러운 여자, 이승희


요리를 해본 사람은 다 알겠지만 조미료 없이 맛을 내는 건 보통 일이 아니다. 르이의 이승희는 현란한 프린트나 복잡한 실루엣 없이 옷의 맛을 살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모델과 관중의 무릎이 맞닿을 듯이 작은 살롱에서 쇼를 하고 싶다고 했다. 보통 자신감이 아니다.
“보면 알겠지만 르이는 자극적이고 튀는 옷들이 아니에요. 전 먹는 것이든, 입는 것이든 인공적이거나 자극적인 걸 싫어해요.”

그래서 르이의 옷은 지금 그녀의 모습을 그대로 닮아 있다.
“그렇다고 심심한 옷도 아니에요. 이번엔 여러 화면이 겹쳐져 하나의 장면처럼 보이게 하는 슈퍼임포즈(Superimpose) 영화 기법을 옷에 활용했어요. 구멍이 뚫린 레이스에 단색 원단이나 패턴 직물을 덧대서 입체적인 프린트를 만들었죠. 가까이서 보면 르이의 옷이 뭐가 다른 줄 알 거예요.”
자신감은 이런 데서 나온다.

“옷을 만들 때 신경 쓰는 건 밸런스예요. 내 욕심보다는 5% 덜 보여줘요. 디자이너가 자신의 욕심을 옷에 다 담으면 그게 촌스러움의 원인이 돼요. 사람들 각각의 아이덴티티로 나머지 5%를 채워 100%의 스타일이 완성되죠. 옷이 너무 오버되면 자기 자신이 지워질 수 있잖아요.”
이승희에게 패션은 여자를 예뻐 보이게 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여자를 편안하게 하는 것이라 했다. 르이의 옷이 입고 싶어지는 건 이 대목에서다.

  • LEYII

Jain Song
파라다이스를 꿈꾸며, 송자인


쇼 시작 1시간 전 진행된 리허설 현장, 스태프들은 자리에 놓을 선물(장미 화분을 비롯해)을 준비하느라 분주한 모습이었지만 디자이너 송자인은 침착했다. 조명, 런웨이의 동선, 음악까지 차분하게 점검하고 있는 모습에서 그동안 수없이 많은 쇼를 치르며 쌓은 연륜이 느껴졌다. 시원한 파도 소리와 함께 쇼는 시작됐다. 여유로운 걸음으로 모델들이 등장했는데, 한눈에도 이번 쇼의 주제가 ‘해변’과 관계있음을 알았다.

“2010년 6월, 이탈리아의 니트 공장을 찾아가던 중 바닷가에 위치한 작은 비치 클럽을 보게 되었어요. 이곳에서 며칠만 머물다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혹시 알아요? 나중에 나이 들어 비치 클럽을 운영하며 살게 될지.”
그녀는 이번 컬렉션을 통해 ‘클럽 파라다이스’란 가상의 공간을 창조했다. 런웨이에는 여유로움이 물씬 풍기는 비치웨어가 가득했는데, 그중 하나가 각양각색의 스트라이프였다.
“앞으로 몇 시즌은 스트라이프를 사용하지 않아도 될 만큼 원 없이 써본 것 같아요.”

그녀의 말대로 심플한 블랙 & 화이트의 스트라이프부터 자카드 소재의 비비드한 스트라이프까지 다양했다. 이 멋진 바닷가에서 수영복이 빠질 순 없는 법. 이번 컬렉션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 수영복은 과감한 커팅이 가미되었고 자카드 소재의 짧은 톱과 함께 매치되었다. 파도가 넘실대는 한적한 바닷가, 백사장에 일렬로 줄지은 파라솔, 작은 요트와 서핑 보드들. 제인송 컬렉션을 보는 내내 이미 마음은 그곳을 향해 있었다.

  • Jain Song

Johnny Hates Jazz
찰리 채플린에 빠지다, 최지형


쇼가 시작되기 직전, 디자이너 최지형은 모델들의 의상을 마지막으로 점검하기에 바빴다. 실루엣은 괜찮은지, 옷의 피트는 적절한지, 사뭇 긴장된 표정이었다. 컬렉션의 포문을 연 강소영이 퉁명스러운 표정에 딱딱한 걸음걸이로 나왔다. 화이트 가죽 톱과 플레어스커트, 컬러도 실루엣도 단순했다. 이번 시즌 쟈니헤잇재즈의 테마는 <모던타임스>.

“우연히 찰리 채플린의 <모던타임스>를 보게 됐어요. 여러 번 봤던 영화인데 처음 보는 것처럼 흥미로웠죠. 바로 이거다 싶었어요.”
1930년대 공장 노동자들의 모습 속에 풍자를 담은 <모던타임스>, 매니시함 속에서 위트를 보여주고자 하는 쟈니헤잇재즈와 어딘가 닮은 구석이 있다. 모델들의 딱딱한 워킹도 공장의 노동자처럼 걸어 달라는 최지형의 특별 주문이었다. 후반부는 프린트로 분위기를 바꿨다.

“나사, 못 등 공장의 연장과 부품을 그래픽적으로 재해석해서 만든 프린트들이에요.”
일상생활에서 쉽게 보는 못이 이렇게 쓰일 수 있다니, 신선한 발상의 전환이다. 쟈니헤잇재즈의 2014 봄/여름 컬렉션은 마치 한편의 흑백영화를 보는 듯 잔잔하고 무거웠다. 하지만 무거운 현실을 풍자로 풀어냈던 찰리 채플린처럼 무거움 속에 위트가 담겨 있었다.

  • Johnny Hates Jaz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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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 도전, 박승건


한때 모델이었고, 가수 활동도 했으며, 심지어 잡지도 만드는 끼 많은 디자이너 박승건. 그의 7번째 쇼의 프런트 로에는 공효진, 김나영, 이영진, 박지윤 등 ‘패밀리’라 불러도 좋을 푸시버튼의 조력자들이 줄지어 앉아 있었다.

“모두 패션 때문에 맺어진 인연이에요. 공효진의 경우 친하다 보니 그녀가 입고 싶어 하는 옷을 만들어주기도 하고, 같이 컬래버레이션 작업도 하면서 더 돈독해졌어요. 우리 둘의 패션 취향이 같았다는 게 이 관계의 시발점이었죠. 김나영은 우리 쇼룸에 옷을 자주 사러 왔었어요. 하루는 절 보더니 옷을 잘 입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되느냐고 묻더군요. 그때부터 전 그녀의 스타일 디렉터가 되었죠.”

그러고 보면 박승건을 따르는 사람들 사이에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뭐라 단정 지을 수 없는, 비범하지만 멋진 취향을 가졌다는 것. 패션에 대한 왕성한 도전 정신도 그들만의 공통점이다.
“이번 쇼의 주제는 ‘문 스타일 파워’(<세일러 문>의 주문)예요. 왜 <세일러 문>의 주인공이 늘 귀여운 소녀에서 섹슈얼한 여인으로 순식간에 변하잖아요. 그런 여자 안의 다양성과 의외성 같은 걸 패션으로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언더와 오버, 페미닌과 매스큘린, 섹슈얼과 스포티 등 상반된 콘셉트를 섞어봤죠.”

그가 생각한 <세일러 문>은 잘빠진 다홍색 팬츠 슈트와 풍성한 원피스 등으로 드러났다. 아, 특유의 패턴 플레이도 빠지지 않았다. 자신이 생각하는 현실적인 <세일러 문>은 어떤 모습이냐는 질문에, 그는 김예림 얘기를 꺼냈다.
“그녀에게선 소녀의 수줍음도, 여인의 농염함도 동시에 느껴져요.”
다음 시즌 푸시버튼의 프런트 로에선 김예림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 Push Button

2014 봄/여름 서울 컬렉션이 막 끝났다. 그 기운이 사라지기 전에 디자이너들을 만나 ‘그날’의 얘기를 들어봤다.

Credit Info

2013년 11월 02호

2013년 11월 02호(총권 18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민정, 전선영

2013년 11월 02호

이달의 목차
EDITOR
김민정, 전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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