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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 속 계곡에서 뿜어 나오는 맛

포항 월월이청청

On July 08, 2014

바닷가가 아닌 포항의 최북단, 산골 중의 산골로 굽이굽이 들어가면 기암괴석 사이로 시리도록 맑은 물이 쏟아져 내리는 절경을 마주하게 된다. 청정 계곡 하옥과 그 주변 오지마을에서 찾은 자연의 맛.

산속 깊이 자리한 월월이청청

포항 하면 호미곶 일출, 영덕항 대게, 죽도시장 활어, 강철 생산 공장 등 바다 산물과 제철 산업이 먼저 떠오른다. 하지만 그런 포항에도 사람의 발길이 뜸한 깊은 산골짜기가 있으니. 포항 최북단 산골 계곡 ‘하옥’이 그곳이다. 이곳은 청송군과 경계를 이루는 두메 마을로 차로 가도 죽장면 소재지에서 오십여 분, 포항 시내에서는 한 시간 반이 걸릴 정도로 시내와 멀리 떨어져 있다.

하옥계곡을 가기 위해 꼭 거쳐야 하는 상옥마을에서도 이십 리를 더 가야 하는데 하옥으로 향할수록 짙어지는 울창한 숲의 푸름과 맑아지는 공기에 점점 가슴이 설렌다. 초입의 작은 다리를 건너면 기암괴석의 비경과 긴 세월을 견뎌온 노송의 자태, 웅장한 박력과 함께 타고 내려오는 계곡의 용솟음 소리까지… 마치 그 옛날 공룡이 살던 원시 숲에 들어온 것만 같다. 마을로 들어가는 길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비포장 흙길이었기에 원시의 자연 그대로가 보존된 것이다. 깎아내린 듯한 절벽 사이로 보이는 파랗고 높은 하늘에 넋을 놓고 있노라면 ‘월월이청청’이라는 커다란 나무 입간판이 나타난다.

오래전부터 하옥계곡의 터줏대감 노릇을 한 하옥산장 사장 내외의 손맛이 널리 알려지며 농가 맛집으로 새롭게 태어나 ‘월월이청청’이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다. 월월이청청은 경상도 지역에서 정월 대보름에 여성들이 손을 잡고 놀다 마을 집집을 돌며 밥을 함께 나누어 먹곤 했던 놀이를 가리킨다. 원래 산장이던 곳이라 식당 건물을 둘러싼 숲 속의 풍경이 예사롭지 않다. 식사를 마치고 건물 옆쪽으로 내려가면 숨겨진 계곡이 나타나는데 이곳에 발 한번 담그는 것만으로도 신선놀음이 따로 없다. 이곳을 다녀간 시인이 크게 감동해 헌정시를 지어주었다니 더 할 말이 없다.

그곳에 맛이 있다

절경에 넋을 놓고 돌고 도는 산굽이에
뜬금없는 간판 하나 우두커니 서 있네
미소가 지어지는 이름 농가맛집 월월이청청

그곳에 맛이 있어 물어물어 찾아와
푸짐한 산골자연밥상 느긋이 즐기면서
온 김에 방 한 칸 잡아 며칠 묵어가고픈 곳

좀처럼 떠날 생각 하지 않는 손님과
장작 불 지피느라 눈물 빼는 쥔네가
세상사 안주 삼아서 주안상을 차리네

-이경옥

1 화덕이 워낙 커서 한 번에 몇 십 마리를 훈제하는 것도 가능하다.
2 노릇노릇 구워진 훈제 통오리는 장떡과 파채, 산초장아찌를 곁들여 먹는다.
3 먹기 좋은 크기로 오리를 발라 특수 제작한 도기 찜기에 올려 낸다. 안쪽에 물을 채워 가열하면 위쪽 구멍으로 수증기가 피어올라 먹는 내내 촉촉하고 따뜻하게 즐길 수 있다.
4 진귀한 산나물과 장아찌도 푸짐하게 나온다. 나물과 장아찌만으로도 밥 한 공기가 달게 넘어간다.

참나무 장작 화덕에 구운 오리와 산나물 장아찌

월월이청청의 뒤뜰에서 눈을 잡아끄는 것이 있으니 작은 집채만 한 큰 화덕이다. 한여름에도 뜨거운 불을 피우는 이 화덕 안에서 통오리, 통돼지고기, 수제 소시지가 지글지글 기름 쏙 빠져 구워져 나온다. 젊은 날 도자기 굽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바깥주인이 전문가와 함께 직접 지은 화덕은 그날그날 참나무 장작으로 불을 지펴 훈연으로 익혀 내는 자연 오븐 역할을 한다.

화덕에 오리를 통으로 넣고 세 시간가량 연기를 쐬며 구우면 이 집의 대표 메뉴인 ‘산속의 오리쌈’의 메인 요리가 된다. 정성스럽게 시간을 들여 구운 만큼 기름기 없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고추냉이로 알싸한 향을 낸 무소스와 함께 고춧물을 들여 얇게 부친 전병에 말아먹으면 이 집 주인 내외의 정성에 감동하게 된다. 가죽장아찌, 돼지감자장아찌, 표고버섯장아찌와 생고사리, 도투라지(명아주) 나물 등 서울 뜨내기들에게는 진귀한 밑반찬도 감동이다.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이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주인 내외가 직접 만든 수제 소시지. 돼지고기 간 것에 고두밥과 마늘 등을 더해 한국식으로 만든 특이한 소시지다. 부드러운 돼지고기와 고두밥의 찰기가 더해진 맛이 가히 특허감이다. ‘산속의 화덕구이’를 시키면 이렇게 정성들여 만든 수제 소시지를 비롯, 화덕에 훈제한 돼지고기가 함께 나온다. 질 좋은 고기에 다양한 산나물을 곁들여 먹자면 어떤 보양식이 부럽지 않다.

5 ‘산속의 화덕구이’. 두툼하게 썬 질 좋은 돼지 등심과 목살, 소시지를 참나무 장작에 구워 꿀맛이다.
6 ‘산속의 오리쌈’. 각종 산나물이 푸짐히 곁들여 나온다.
7 산속 밭에서 키운 열무로 담근 열무김치의 맛이 개운하다.
8 직접 키우지 못하는 식재료는 인근 상옥마을에서 받아 쓴다. 사진은 상옥참누리마을의 쌈채 전문 농원 ‘고천농원’.

청정 산골 농장

월월이청청의 주인 내외는 식당과 산장 운영 외에 농사도 짓고 있다. 식당에서 10분가량 거리에 있는 산속 농장은 7천여 평에 달하는데 그중 가장 큰 농사는 사과농사다. 낮밤의 기온차가 무척 심한 고랭지다 보니 유독 사과 알이 단단하고 향기롭다. 하옥마을이 포항 시내보다도 명품 사과로 유명한 청송얼음골과 더 가까우니 사과 맛이 남다른 것이 쉽게 이해가 간다. 봄여름에 햇빛을 듬뿍 받으며 자라나는 사과는 11월 늦가을에 결실을 맺는다. 사과 외에는 호두, 고추, 배추, 무, 감자, 콩, 고사리 등 월월이청청에서 사용하는 식재료를 키운다. 매일 새벽 다섯 시 반, 주인 내외는 새벽이슬을 맞으며 농장으로 출근한다. 그날 새벽에 수확한 농산물이 그대로 밥상에 오르니 맛이야 두말할 나위 없다.

안주인 이정희 씨, 그녀의 손은 밭에서나 주방에서나 쉴 틈이 없다. 지금의 남편을 만나 첩첩산중 산골로 들어온 새색시가 지금은 누가 뭐라 해도 손끝 야무진 산골 여인네가 되었다.

산속의 하루가 짧은 월월이청청의 주인 내외

각자 역할이 확실한 주인 내외. 남편은 화덕구이와 사과농사를 전문으로, 아내는 요리를 비롯해 모든 안살림을 도맡아 한다. 특히 밭과 산에서 각종 나물과 채소 따는 것을 시작으로 장과 장아찌 등 저장 반찬 담그기, 그날의 새로운 반찬 만들기까지 아내의 손길은 쉴 틈이 없이 바삐 움직인다. 그래도 타고나기가 재발라 반찬 하나하나 허투루 만드는 법이 없다. 포항에서 큰 음식점을 하던 총각과 살림이라곤 아무것도 모르던 처녀가 만나 산속에 들어와 산장을 운영하고 살면서 지금에 이르렀는데 부부가 얼마나 부지런한지, 할 일이 지천에 쌓인 산속에서도 새로운 작물이나 음식에 대한 도전을 멈추지 않는다.

월월이청청의 손맛 비법

돼지감자장아찌
아삭아삭, 포슬포슬한 맛이 일품으로 밥도둑이 따로 없어요. 깨끗하게 손질한 돼지감자는 반으로 자르고 키친타올 등으로 물기를 최대한 없애 밀폐 용기에 담아요. 간장과 설탕, 식초를 동량으로 넣고 촛물을 만들어 돼지감자에 붓고 돼지감자가 촛물에 뜨지 않도록 깨끗한 돌로 누릅니다. 뚜껑을 닫고 냉장고에 넣어 이틀간 익힌 뒤 촛물을 따라 내어 냄비에 담아 다시 한 번 바글바글 끓인 뒤 불순물을 걷어 내고 식힙니다. 이것을 다시 돼지감자에 붓고 또 이틀을 익혀요. 똑같은 과정을 두 번 더 한 뒤 냉장 보관해 먹습니다.

참가죽장아찌
물 10컵에 소금 1컵을 넣은 소금물에 참가죽생채 300g을 넣고 30분에서 1시간가량 절인 뒤 건져 헹군 다음 참가죽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 손질해요. 손질한 참가죽은 응달에서 물기가 완전히 마를 때까지 뒤집어가며 말립니다. 간장 1컵에 물 ½컵과 조청 ½컵을 더해 끓여 식히고 고춧가루와 고추장 1컵, 찹쌀풀 ½컵을 넣고 잘 섞어 양념장을 만듭니다. 여기에 말린 참가죽을 넣어 주물주물 버무리고 3~4개월가량 숙성시킨 뒤 다진 마늘과 통깨를 넣어 무치면 뽀독뽀독한 맛이 별미예요.

  • shop info 월월이청청

    메뉴 산속의오리쌈(3인분) 4만5천원, 산속의 화덕구이(모둠바비큐 1인분) 1만5천원
    영업시간 예약제 운영
    주소 경북 포항시 북구 죽장면 죽장로 2630(하옥리 590-1)
    문의 054-262-7885

바닷가가 아닌 포항의 최북단, 산골 중의 산골로 굽이굽이 들어가면 기암괴석 사이로 시리도록 맑은 물이 쏟아져 내리는 절경을 마주하게 된다. 청정 계곡 하옥과 그 주변 오지마을에서 찾은 자연의 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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