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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렸다! 포슬포슬한 이 맛

용표네 감자이야기

On June 13, 2014

하얀 꽃 피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자주 꽃 피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동요 ‘감자꽃’의 가사처럼 자연은 정직하다. 이렇게 정직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친환경으로 감자를 일구는 김용표 씨의 붉은 황토밭에는 흰 감자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분명 뿌리마다 흰 감자가 알알이 열렸으리라. 아직 초여름이지만 국내에서 하지 감자를 첫 출하하는 이곳의 감자밭은 아침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해풍을 맞고 자란 보성 회천 감자

보성 앞바다에서 불어오는 해풍이 스쳐 지날 때마다 무성하게 자란 감자 잎사귀가 햇빛에 반짝거린다. 2월 중순에 파종한 감자는 매서운 해풍에 맞서며 자라느라 꼿꼿하고 튼실하게 줄기를 뻗쳤다. 따뜻한 곳에서 잘 자라는 감자는 대개 3월이 지나 파종해서 하지 직전에 수확하지만, 이곳은 국내에서 하지 감자를 처음으로 출하하는 곳이기에 땅속에서 충분히 영양을 축적하고 맛이 들라고 한 달 일찍 파종한다. 보성 회천 마을의 흙은 신기하게도 위치에 따라 사질토와 황토로 나뉜다. 사질토는 흙이 헐거워 비가 많이 내려도 배수가 잘되기 때문에 감자가 잘 썩지 않고, 황토는 다른 흙에 비해 미네랄 성분이 풍부하다. 척박한 땅에서도 잘 크는 감자는 사실 어떤 종류의 흙에서 자라는지보다, 얼마나 건강한 흙에서 자라는지가 더 중요하다.

  • tip 맛있는 감자 고르기 & 보관하기
    수확한 감자는 ‘왕, 특, 대, 중, 소, 조림’으로 크기에 따라 분류한다. 크기에 따라 녹말 함유량과 맛의 차이는 없다. 음식점에서는 요리할 때 손질하기 쉬운 ‘왕’과 ‘특’ 크기의 감자를 애용하고, 일반 가정에서는 성인 여성 주먹만 한 ‘대’ 감자가 삶았을 때 먹기 좋아 추천한다.맛있는 감자는 껍질에 묻은 흙이 적당히 말라 있고 윤기가 흐르며 단단하다. 만약 껍질이 초록색으로 변했다면 미련 없이 내려놓자. 햇감자는 수분이 많아 금세 싹이 돋아나기 때문에 서늘하고 통풍이 잘되는 곳에 둔다. 또 사과 한두 개를 함께 두면 효소의 작용으로 싹이 잘 나지 않는다.

    info.
    용표네 감자는 우체국쇼핑, 네이버, Cj몰, 옥션, G마켓, 11번가 등에서 구입 가능하며, 5월 23일부터 2달 반 동안 판매된다.
기본에 충실한 친환경 농법으로

보성 회천 마을에서 친환경 감자 농법을 선도한 ‘용표네 감자’의 김용표 대표는 건강한 감자 재배의 노하우를 묻자 이렇게 대답한다. “특별한 노하우가 별것 없는데…. 김매기만 잘 하면 돼요.” 친환경 농법 매뉴얼을 그대로 따르는 게 비법이라면 비법라는 그.

씨감자를 심기 전에 흙에 친환경 퇴비를 뿌려 섞고 이랑을 짓는데, 김 대표의 표현을 빌리자면 ‘감자집’을 만드는 것이다. 감자집에 씨감자를 심고 성장기에 한 번, 줄기가 커질 때 한 번, 수확기에 앞서 꽃이 필 때쯤 한 번 정도 천연 액비(영양제)를 뿌린다. 유기농 재배 시 질소 성분이 부족하기 때문에 땅에 영양을 공급하는 것이다. 여기서 사용하는 퇴비와 액비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서 인증한 친환경 제품이다. 직접 만들어 쓸 수도 있지만, 안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오히려 인증 받은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실패 확률을 줄인다.

문제는 농약을 일절 치지 않다 보니 잡초가 무섭게 자란다는 것. 특히 명아주는 사방으로 뿌리를 뻗어 감자가 자라는 것을 방해한다. 그 때문에 손으로 일일이 뽑아내야 한다. 잡초를 뽑아야 흙의 영양분이 분산되지 않고, 그 덕에 감자 잎이 무성해지면 아래에 그늘이 생겨 잡초가 잘 자라지 않는다. 농사짓지 않는 사람들에게는 ‘잡초를 뽑는다’는 말이 소일거리 정도의 쉬운 일로 들리겠지만, 뙤약볕 아래 허리를 숙이고 5천 평 이상 되는 감자밭의 잡초를 뽑는 일은 전쟁을 치르는 것과 같다. 대대적으로 잡초를 뽑을 때는 일꾼들을 부르지만, 평소에도 틈틈이 잡초를 뽑고 병충해를 입지 않도록 신경 쓰는 것은 오롯이 용표 씨네 식구들 몫이다.

튼실한 감자를 키우기 위해서는 물을 충분히 주고 배수에 신경 써야 한다. 흙에 수분이 너무 없으면 단단히 뭉쳐 있어 감자가 잘 크지 않고, 반면 흙에 수분이 너무 많으면 땅속에서 썩을 수 있다. 비가 많이 내리기 시작하는 하지 전에 감자를 캐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하지 감자를 캐고 난 자리에는 녹비작물인 옥수수를 심는다. 옥수수를 심으면 질소, 칼슘 등 토양 속 깊은 곳에 있는 영양분을 뿌리까지 끌어올릴 수 있고 토양에 더 많은 미생물이 살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어 가을에 이모작을 할 수 있다. 토양을 건강하게 만들기 위해서 심은 옥수수가 맛 또한 일품이라 용표네의 또 하나의 인기 상품이 되었다.

지난 2006년 귀농한 김용표 씨는 30년 넘도록 감자농사를 짓던 부모님을 설득하여 친환경 농법으로 전환했다. 그러나 유기농 감자의 판로를 찾지 못해 제값을 못 받고 어쩔 수 없이 일반 감자로 둔갑시켜 팔기도 했다. 노력과 땀의 결실이 한순간에 바닥으로 곤두박질치는 순간이었다. 그러다 유기농산물을 전문으로 판매하는 한살림에 납품하게 되었고, 직거래를 위해 개인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차차 입소문이 나서 우수 농산물 쇼핑몰을 통해 직거래로 판매 중이다. 감자를 직접 받아본 고객이 이렇게 맛있는 걸 보내줘서 고맙다는 전화하면, 친환경 농법을 고집하느라 그동안 힘들었던 기억들이 눈 녹듯 사라진다.

포슬포슬 수미감자와 촉촉한 추백감자

보성 회천 감자가 귀한 대접을 받는 이유는 무엇보다 해마다 처음 맛보는 햇감자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른 봄에 수미와 추백이라는 품종의 감자를 함께 심는데 수미감자보다 추백감자를 먼저 캔다. 수미감자보다는 분(녹말)이 적지만 수분이 적당히 있어 삶았을 때 부드럽고, 잘 으스러지지 않아 반찬용으로 제격이다. 1년에 이모작이 가능한 감자는 봄에 파종하여 하지 전에 캐고, 가을에 파종하여 서리가 내리기 전에 캔다. 수면기가 긴 수미종은 3개월을 꽉 채워야 씨감자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가을에 심는 수미감자는 씨감자를 만들기 위함이다. 이는 즉, 수미종 햇감자를 먹을 수 있는 시기가 바로 지금뿐임을 뜻한다. 5월 말부터 하지까지 말이다.

요즘 감자는 옛 맛이 안 난다는 어른들의 말에 일리가 있는 것이, 옛날에는 남작감자를 많이 키웠는데 최근에는 수미감자 품종을 많이 키운다. 병충해에 약한 남작종을 개량한 것이 수미종인데 맛에 미묘한 차이가 있다. 하지만 남작감자처럼 분이 많아 찌면 얇은 껍질 속에 뽀얗게 분이 올라 포슬포슬한 감촉이 입안에서 사르르 감싼다. 일년 내내 밥상에 올려도 질리지 않는 것이 감자이지만, 가장 맛있을 때가 요즘이니 이 계절에 하지 감자를 놓칠래야 놓칠 수가 없다.

중남미가 원산지인 감자는 8,000년 전부터 재배되었는데 현재는 200종이 넘는다. 역사가 길고 종류가 많은 만큼 감자 요리법도 무궁무진한데, 녹말 함유량에 따라 조리 방식이 달라진다. 녹말이 많은 감자는 익으면 건조하고 질감이 폭신폭신하다. 따라서 튀기거나 또는 버터나 크림을 촉촉하게 발라 오븐 구이를 하면 포슬포슬한 질감이 더 잘 살아난다. 녹말기가 덜한 감자는 익었을 때 단단하고 치밀하며 촉촉한 식감을 갖는다. 조림, 국, 그라탱, 샐러드 등에 썰어 넣었을 때 형태가 잘 유지된다. 따라서 폭신한 수미감자는 튀김이나 오븐 구이용으로 좋으며, 단단한 추백감자는 반찬용으로 적합하다.

지오 셰프의 쿠킹 팁 햇감자 더 맛있게 먹으려면…

쪄 먹을까? 삶아 먹을까?
햇감자는 수분이 많기 때문에 물에 삶기보다 찜기에 찌면 더욱 포슬포슬하고 맛이 좋다. 감자를 찔 때 뚜껑을 자주 열면 열기가 빠져나가므로 거의 다 익어 구수한 냄새가 올라오면 뚜껑을 열어 익었는지 확인한다. 만약 감잣국, 조림같이 감자 모양을 살려야 하는 경우, 찬물에서부터 넣고 삶는다. 감자 속까지 익는 동안 겉 부분은 너무 많이 익어 부서질 가능성이 큰데, 찬물에 감자를 넣고 삶기 시작하면 천천히 온도가 올라가므로 그 사이에 감자의 세포벽이 강화되어 단단하게 모양을 유지한다. 또한 바글바글 끓이는 물에 삶으면 겉면이 쉽게 바스러지므로 약한 불에 80~85℃를 유지하며 삶으면 더 예쁘게 형태를 유지할 수 있다. 또 소금은 취약한 겉 부분을 빨리 물러지게 하므로 삶는 물에 넣지 말아야 하며, 마지막에 소금을 넣어 간한다.

튀기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감자튀김을 만들기 위해서는 높은 온도의 기름에서 튀기면 안 된다. 감자의 수분이 날아가고 녹말이 녹아 나와 겉면이 바삭해지려면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120~163℃의 비교적 낮은 기름 온도에서 8~10분간 천천히 튀긴 다음 기름 온도를 175~190℃까지 올려 3~4분간 더 튀기면 갈색빛이 돌아 더욱 먹음직스럽고 파삭한 감자튀김이 된다.

오븐에 굽기
오븐에 감자를 구울 때는 반드시 올리브유 등을 겉면에 발라 굽자. 이 과정은 빠져서는 안 될 중요한 포인트다. 감자에 기름을 발라 오븐에 구우면 얇은 기름막 때문에 수분이 증발하지 않고 열기가 고스란히 음식물의 온도를 높이는 데 쓰인다. 따라서 기름을 바르지 않았을 때보다 감자 표면이 더 뜨거워지면서, 익히는 시간이 빨라지고 맛을 좋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파워블로거 줄리아의 음식잡방 수미감자의 매력을 팍팍 살린 주말 별미

감자샐러드
“포슬포슬하게 오븐에 구운 통감자를 방망이로 꾹 눌러 담백한 감자와 아주 잘 어울리는 새콤한 요구르트드레싱을 부으면 요리 초짜도 멋진 메뉴를 완성할 수 있어요.”

믹스베리매시트포테이토
“수분을 완전히 날린 삶은 감자에 생크림과 버터를 넣어 부드럽게 으깬 매시트포테이토예요. 건강에 좋은 드라이드 베리를 다양하게 넣으면 영양 간식으로 제격입니다.”

감자전
“감자를 곱게 갈아 건지는 걷어 내고, 앙금을 가라앉혀 녹말만 받아 냅니다. 감자 건지와 녹말을 섞은 반죽을 기름에 지지면 감자떡같이 쫀득한 맛이 일품입니다.”

차돌박이 감자탕
“양념한 차돌박이를 달달 볶다가 육수를 넣고 탕을 끓인 뒤 미리 익혀둔 감자를 넣어 보글보글 끓이면 깔끔하고 입맛 돋우는 즉석 감자탕이 됩니다.”

하얀 꽃 피면 하얀 감자, 파보나마나 하얀 감자. 자주 꽃 피면 자주 감자, 파보나마나 자주 감자’ 동요 ‘감자꽃’의 가사처럼 자연은 정직하다. 이렇게 정직한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며 친환경으로 감자를 일구는 김용표 씨의 붉은 황토밭에는 흰 감자꽃이 흐드러지게 피었다. 분명 뿌리마다 흰 감자가 알알이 열렸으리라. 아직 초여름이지만 국내에서 하지 감자를 첫 출하하는 이곳의 감자밭은 아침부터 달아오르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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