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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④ S.A.I.L 학습법 - I 편

Auditory Imitation! 청각적 모방이 필요합니다

On April 10, 2018 0

영어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절절매는 현실이 ‘대한민국 영어의 현주소’입니다. 그 괴로움을 잘 알기에 내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영어 동요를 불러주고 좋다는 영어 전집을 들이며 입소문난 영어 학습법을 따라하지요.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지 않던가요? 왜 이런 교수법이 좋은지, 그렇게 따라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않던가요?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지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4편은 ‘영어 두뇌’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전략인 S.A.I.L 학습법 중 세 번째 키워드에 해당하는 ‘I : Auditory Imitation(청각적 모방)!’입니다.

PROFILE

PROFILE

박순
어떻게 하면 좀 더 재밌고 효과적으로 영어를 배울 수 있을지 고민하는 영어교육자.

‘외국어로서의 영어’를 학습하는데 있어 뇌과학이 제공한 중요한 단서를 바탕으로, 신경학적 관점에서 ‘영어두뇌’에 대해 연구 중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교육과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국제영어대학원대학교에서 ‘신경언어학과 영어교육’을 강의했다.

<아이의 영어두뇌>, <뇌과학으로 알아보는 혁신적 영어 학습법>의 저자이며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서 <중학사이버영문법>과 EBSLang 등의 교재를 개발했다. KBS <스페셜다큐>, EBS <다큐프라임>의 자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초등학교 6학년생인 명훈이는 만 6년 10개월부터 영어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요즘 기준으로 보면 다소 늦은 편이라고 생각하는 분도 꽤 있을 거라 짐작합니다. 하지만 명훈이의 영어 공부는 차근차근 진행되었습니다.

여덟 살이 넘어 영어 동요 CD를 들으며 듣기 훈련을 시작하고, 이후 매일매일 꾸준히 영어 DVD를 평균 1~2시간씩 시청했습니다. 얼마 전에는 <해리 포터> 오디오북을 10개월에 걸쳐 날마다 30분씩 청취하더니 7권 전집을 모두 완결했다고 하더군요.


명훈이처럼 아직 어린 나이의 초등학생이라면 우리말과 글을 배우는 방법과 비슷한 흐름으로 외국어를 익히는 게 바람직합니다. 우리가 자라며 모국어를 익힌 과정을 떠올려보세요.

결코 글자로 시작하지 않았습니다. 주변에서 들려오는 말소리를 듣고, 기억하고, 따라하다가 점차 능숙하게 우리말을 하게 되었죠.


지난달 칼럼에서 소개한 대로 영어책을 ‘소리 내어 읽기’도 중요하지만, 텍스트를 보지 않고 ‘영어 말소리만 듣고 따라하는 활동’ 역시 꼭 필요한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  귀가 운동기관?
아기를 어를 때 위아래로 움직여주면 까르르 웃으며 좋아하지요. 아이는 물론 대다수 어른도 놀이공원의 탈것을 좋아합니다.

놀이기구를 타며 몸이 격하게 움직일 때 느껴지는 짜릿함이 즐겁기 때문일 겁니다. 이는 우리 귓속 깊은 곳에 있는 전정부(vestibule)가 자극되면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인간의 귀 : 외이, 중이, 내이

 


위 그림을 보면 사람의 귀 가장 깊은 곳에 달팽이관과 전정부가 있는데, 달팽이관은 소리를 감지하는 세포가 들어 있는 감각기관이고 전정부는 회전운동과 가속운동을 감지하는 곳입니다.

그런데 귀의 전정부와 달팽이관은 서로 연결되어 있습니다. 즉, 사람의 귀는 소리를 듣는 ‘감각기관’이자 몸의 움직임을 감지하는 ‘운동기관’이기도 합니다.

전정부가 담당하는 가장 중요한 임무는 몸의 균형 유지와 협응으로 우리 몸속에 있는 근육 움직임 대부분을 관장합니다. 특히 전정부는 척추 근육과 긴밀히 연결되어 있어요.

그래서 자세가 꾸부정한 사람은 전정부의 기능이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못하다는 뜻이고 남의 말을 제대로 못 듣고 있다고 해석해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무엇보다도 전정부는 말을 자연스럽게 구사하는 데 있어서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소뇌 등의 신경 구조물과 밀접히 협조하기 때문에 외국어 학습에 있어서도 중대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귀로 ‘말하고, 노래하고, 읽고, 그림도 그린다’고 할 수 있지요. 그리고 운동 기능은 즉각적이고 자동적입니다.




 ->  운동으로 익히는 청각적 모방(듣따)과 소리 내어 읽기
영어를 익히는 활동이 일종의 ‘운동’이라고 말할 수 있는 가장 유력한 근거는 귀의 이러한 생리해부학적 메커니즘에서 비롯됩니다. 그렇다면 말소리를 듣고 따라서 말하는 청각적 모방과 소리 내어 읽기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  첫째, 말소리를 듣고 따라서 말하는 청각적 모방은 모국어 습득 과정에서 예외 없이 관찰되는 자연스러운 활동입니다.
엄마 아빠가 하는 말을 귀로 듣고 따라 말하면서 아이는 모국어를 익힙니다. 문자를 배우는 것은 그다음이죠. 따라서 아이가 영어를 배울 때, 소리 내어 읽기 활동과 청각적 모방 활동이 함께 진행되는 것이 가장 자연스럽습니다.


 +  둘째, 말소리를 귀로 듣고 따라서 말하려면 상당한 작업기억 능력이 요구됩니다.
그래서 귀로만 듣고 따라하는 ‘듣고 따라하기(듣따)’ 활동은 모국어가 거의 완성된 후 영어를 배운 아이들의 대부분이 부담감을 느낍니다. 작업기억에 담을 수 있는 정보의 양은 대개 ‘매직 넘버 세븐±2’로 표현합니다.

이 용어는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심리학과 조지 밀러 교수의 논문에서 유래했는데, 대부분 사람들이 7개 내외의 정보만 작업기억에 잠시 담을 수 있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원숭이-사과’ 정도는 누구나 쉽게 외우지만, ‘원숭이-사과-바나나-기차-비행기-백두산’처럼 길게 연속된 단어는 동요처럼 멜로디와 박자를 붙이거나 스토리 형식으로(‘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서로의 연상 관계를 구체화하지 않으면 금방 외우기 쉽지 않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듣따’ 활동으로 영어를 익히는 데 단점이자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단점은 귀로 들은 정보를 입으로 낼 때까지 잠깐 저장하는 것이 상당히 부담스러워서 영어 말소리에 익숙하지 않은 학습자의 경우 쉽게 포기한다는 것이고, 장점은 영어를 묶음으로 기억해 익히도록 촉진하여 이른바 ‘청킹(chunking: 덩이짓기)’ 하는 습관을 들여준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Once upon a time, there lived a girl named Dorothy’와 같이 10개 단어로 이루어진 문장의 경우, 영어가 생소한 아이라면 한 번 듣고는 외울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Once upon a time], [there lived], [a girl], [named Dorothy]라고 묶음으로 영어 소리를 입력하면 덩어리가 네 개에 그치기 때문에 작업기억의 부담이 획기적으로 줄어듭니다.

듣고 따라하기 활동은 암기해야 하는 단위 수를 줄여 부담을 덜어주므로 학습자가 자연스럽게 청킹을 하도록 유도합니다.



 +  셋째, 말소리를 듣고 따라하면 문자를 눈으로 읽으며 읊조리는 것에 비해 리듬, 박자, 음조, 인토네이션 등 비분절적 언어 요소를 그대로 모방하게 됩니다.
제 아이도 텍스트를 눈으로만 읽을 때는 무미건조하게 영어를 읊조리지만, ‘듣따’를 시키면 영어 특유의 소리 특성을 살려 말하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두뇌 속 신경 고속도로인 ‘궁형속(arcuate fasciculus)’를 DTI 기법으로 촬영한 것으로 Raf는 우반구 궁형속, Laf는 좌반구 궁형속이다.

 +  넷째, 청각적 모방 활동은 영어를 ‘운동’으로서 몸에 배게 하는 신경학적인 효과가 있으며 의사소통의 순발력을 키워줍니다.
귀는 운동기관이자 감각기관으로서 소뇌를 비롯해 절차적 기억과 관련된 두뇌 부위와 신경회로로 탄탄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절차적 기억은 자동적이고 즉각적이어서 실생활에 적합한 언어적 반응 능력을 발휘하기 위해 필수적입니다.

신경학계의 최근 문헌에 따르면 몸으로 기억하는 절차적 기억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시각적인 정보 처리 능력에 비해 청각적 처리 능력이 월등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영어를 귀로 듣는 상황에서 아이는 영어 특유의 문법적 단위를 익히고 의미상의 비언어적 단서를 자연스레 체득하게 됩니다.

위 사진은 두뇌의 언어 관련 영역을 앞뒤로 연결하는 궁형속(arcuate fasciculus)이라는 ‘신경 고속도로’를 DTI 기법으로 촬영한 것입니다.

소리를 듣고(감각), 입으로 발성(운동)하는 과정을 연결하는 이 길은 ‘듣따’ 활동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회로 중 하나인데, 이곳이 손상되면 상대방의 말을 듣고 따라하지 못하는 ‘전도성 실어증(conductive aphasia)’이 나타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러한 사실을 역으로 생각해 보면 영어 말소리를 귀로 듣고 따라하는 활동이 이 회로를 튼튼하게 훈련시키는 ‘운동’인 셈이며, 이는 영어로 대화하며 순간적인 반응을 요하는 상황에 필요한 순발력을 키우는 데 특효라는 사실을 충분히 짐작할 수 있습니다.



 ->  ‘듣따’ 훈련 방법
청각적 모방 훈련을 하는 원칙은 CD 플레이어나 컴퓨터, 태블릿PC 등으로 영어책 읽는 소리를 아이에게 들려주고 따라 읽게 하는 겁니다. 단, ‘매직 넘버 세븐±2’ 법칙에 따라 아이의 영어 실력 수준에 맞춰 들려주면서 단위 수를 적절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안데르센 동화에 나오는 문장 중 ‘In the garden all the apple-trees were in blossom’은 아홉 개의 단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한 번에 듣고 따라하기 어렵겠지요.

이때 [In the garden], [all the apple-trees], [were in blossom] 세 묶음 정도로 각각 나누어 말하도록 하다가 아이의 작업기억 용량이 차츰 늘어나면 [In the garden], [all the apple-trees were in blossom] 정도 단위로 들려주고 직접 따라 읽어보게 하는 것이죠.


아이가 부담스러울 정도로 길어서도 안 되고, 너무 자잘하게 한 단어씩 쪼개어 들려줘도 안 되는 게 포인트입니다.

처음에는 짧은 묶음으로 시작하고 서서히 덩어리를 늘려가는 방식이 바람직합니다.

책 소리 내어 읽기와 말소리만 듣고 따라하는 청각적 모방 활동을 꾸준히 하면 아이는 이제 스스로 영어책 읽을 준비를 갖추게 됩니다. 영어책을 즐기면서 많이 읽는 아이의 두뇌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대해서는 다음 칼럼에서 이야기하겠습니다.  

- 박순의 영어 두뇌 만들기 ④편 끝

 

영어 사교육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들이지만 정작 외국인을 만나면 ‘제대로 된 영어’를 구사하지 못해 절절매는 현실이 ‘대한민국 영어의 현주소’입니다. 그 괴로움을 잘 알기에 내 아이만큼은 영어로 고통받지 않길 바라며 지금 이 순간에도 아이에게 영어 동요를 불러주고 좋다는 영어 전집을 들이며 입소문난 영어 학습법을 따라하지요. 그런데 뭔가 조금 아쉽지 않던가요? 왜 이런 교수법이 좋은지, 그렇게 따라하는 게 정말 맞는 건지 의문이 들 때가 있지 않던가요?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에서는 ‘외국어로서’ 영어를 학습하려면 우리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 어떤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효과적인지 신경학적 관점에서 분석했습니다. <박순의 영어두뇌 만들기> 4편은 ‘영어 두뇌’를 만들기 위한 세부 전략인 S.A.I.L 학습법 중 세 번째 키워드에 해당하는 ‘I : Auditory Imitation(청각적 모방)!’입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박순
일러스트
이현주

2018년 04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박순
일러스트
이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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