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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육아일기

천방지축 남매, 막내 동생을 만나다

On February 08, 2018 0

 


아이가 셋이다 보니 태어날 때 풍경도 제각각이었다. 첫째 때는 분만실에서 아내의 진통이 올 때마다 나도 함께 숨이 꼴딱꼴딱 넘어가는 경험을 했다.

아내가 미간만 조금 찡그려도 곧 아이가 나올 것처럼 호들갑을 떨며 간호사를 불렀으며, 새벽 3시부터 다음 날 낮 12시까지 장장 9시간 동안 아내의 손을 부여잡고 함께 힘(!)을 주었다.

둘째 때는 영화 <베테랑>이 인기였다. 큰아이를 처가에 맡긴 채 심야영화를 보고 극장 문을 나서는 순간 아내가 급 진통을 느껴 곧장 산부인과로 향했다. 자정이 조금 못 돼 병원에 도착한 아내는 생면부지 당직 의사의 도움으로 4시간 만에 둘째를 낳았더랬다.

두 번의 경험 덕에 셋째 때는 여러모로 여유가 있었다. 아내는 출산 며칠 전까지 회사를 다녔고, 나는 나대로 ‘둘째는 4시간이었으니 셋째는 2시간이면 태어나겠지’라는 막연한 희망을 갖고 있었다.

앞서 두 아이가 예정일보다 보름 정도 일찍 세상에 나왔던 기억 때문에 셋째도 그러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예정일 한 달 전부터 밤마다 “애가 나올 것 같다”며 엄살을 피워 나를 긴장시켰던 아내가 무안하리만큼 셋째는 예정일이 가까워도 도무지 조짐이 없었다.


긴장 속의 나날을 보내던 중 드디어 기다리던 진통이 왔다. 문제는 깊이 잠든 두 아이였다. 하필이면 그날 부모님이 지방에 볼일이 있어 자리를 비우신 터라 급한 대로 다음 날 아침에 출근하는 아이들 고모에게 SOS를 요청했다.

아내가 먼저 병원으로 출발한 뒤 초조하게 아이들 고모를 기다리는데, 시간은 왜 또 그렇게 안 가던지…. 1분이 1시간처럼 느껴진다는 말을 제대로 공감했다. 30분쯤 지나 헐레벌떡 도착한 여동생에게 다음 날 어린이집에 챙겨 보낼 것을 당부하고 급히 차를 몰아 산부인과로 향했다.

정신없이 병원에 도착했는데 태아가 커서 자궁에서 산도로 내려오지 못하고 있다는 비보를 접했다. 아내는 사색이 되어 자연분만이 가능한지 되물었고, 무려 8시간의 진통 끝에 4.05㎏ 우량아를 무사히 출산했다.


아내가 조리원에 있는 2주 동안 아이들은 할머니, 할아버지와 생활했다. 집에서는 잘 보여주지 않던 케이블TV 만화를 보며 더없이 즐겁고 자유로운 시간을 보낸 것 같다.

그렇게 2주가 흘러 다섯 식구가 상봉하던 날, 엄마 보러 가자며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던 둘째와 달리 큰아이는 만화에 푹 빠져 할머니집에 며칠 더 있다가 가겠노라 고집을 부렸다. 어르고 타일렀더니 “그럼 막내 동생 얼굴만 잠깐 보고 다시 할머니 집으로 올래”라는 신선한(?)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다행히 요즘 막내는 형, 누나의 사랑과 관심을 듬뿍 받고 있다. 큰아이는 남자 동생이 생겨서 그저 좋은 모양이고, 둘째는 새로운 장난감 인형이라도 생긴 양 매일 안고 만지고 싶어 한다.

두 녀석이 서로 자기가 분유를 먹이겠다, 안아주겠다 티격태격 다투는 게 일이다. 동생을 아끼는 마음이야 더없이 기특하지만 굳이 잘 자는 아기 옆에서 울고불고 싸우니 그 광경을 보는 나와 아내는 혈압이 상승할 수밖에.


세 아이가 동시에 삐악삐악거리는 통에 나는 막내가 우는 소리에 맞춰서 머리가 지끈거리는 신기한 경험을 하고 있고, 아내는 “애들을 대할 때 기본적으로 울화를 장착하고 소리를 지르게 된다”며 하소연한다.

부모의 고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아이들은 아침에 눈뜨자마자 해맑은 목소리로 “막내 동생아~” 부르며 셋째가 자고 있는 방으로 들어가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형과 누나의 과격한 아침 인사에 잠이 깬 아기의 “응애” 소리에 아내의 고함이 뒤따라 들려온다. “누가 동생 깨웠어~??!!” 아아, 오늘도 활기찬(!) 하루가 시작되는구나.

 

김성욱 씨는요…

김성욱 씨는요…

5세, 3세, 신생아 세 아이의 아빠로 육아휴직 중. 라테파파를 꿈꾸었으나 육아휴직 일주일 만에 주부 습진 예방용 핸드크림 바를 여유조차 없다는 걸 깨달은 이 시대의 참육아인이다. 

Credit Info

기획
김도담 기자
김성욱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2018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김도담 기자
김성욱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 (www.gettyimages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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