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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이럴 땐 어떤 병원을 가야하나요?

On November 29, 2017 0

아이가 아플 때 보통은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에 데리고 갑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응급실을 가야 되나 싶을 때도 있지요. 또 눈이나 귀, 피부 등에 이상이 생겼다 싶을 때는 소아청소년과 대신 안과나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 특정 과를 찾는 게 더 낫나 싶어 갈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언제, 어떤 병원에 가느냐’는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종종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민일 겁니다. 병원 선택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기준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님에게 명쾌한 조언을 들어보았습니다.

 


PROFILE

PROFILE

 +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특정 진료 과목의 전문의가 되기 위해서는 수련의·전공의 단계를 밟아야 합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누구나 반드시 한 번은 거쳐 가는 곳이 있으니 바로 응급실입니다.

응급실에 배치된 수련의(또는 전공의)는 일단 응급실을 찾아온 환자의 응급처치가 끝나면, 해당 질환 진료과 의사에게 진료를 의뢰하는 보고를 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환자를 ‘어느 과’에 보고해야 할지 결정하는 게 참 쉽지 않습니다. 요즘이야 응급실마다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있어서 그 의견에 따르면 되지만, 과거에는 각 환자를 어느 진료과로 연결할지 수련의 혼자 판단하고 결정해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환자를 어느 과에 보내야 할지’ 정해야 하는 그 상황이야말로 수련의 근무 기간 중 가장 곤란했던 동시에 말도 많고 탈도 많던 경험이었습니다.


이번 호에서 다룰 ‘이럴 땐 어떤 병원에 가야 하나요?’라는 질문에 대한 답 역시 생각처럼 간단한 문제가 아니며, 따로 정해진 매뉴얼이 있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로서 갖추고 있는 지식과 쌓아온 경험치를 바탕으로 상식선에서 풀어보겠습니다.




 ->  응급실에 가야 하는 ‘응급’한 상황은?
어떤 증상이 응급실에 갈 만한 상황인지에 대해서는 일단 법으로 정해진 기준이 있습니다. ‘응급의료관리료’라 해서 응급 또는 응급에 준하는 증상이 아닌데 응급실을 이용한 경우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있는데요.

만약 이 응급의료관리료를 냈다면 응급 상황으로 인정받지 못한 겁니다.

영유아와 소아에서 응급 상황이라고 눈여겨볼 만한 부분을 살펴보면 머리에 외상을 입은 경우, 의식을 잃은 경우, 구토나 기타 원인으로 인한 심한 탈수, 약물이나 기타 물질의 과다복용 또는 중독, 심한 화상이나 골절, 응급수술이 필요한 급성 복증, 지혈되지 않는 출혈, 호흡곤란, 배뇨장애, 열성 경련, 화학물질이나 외상에 의한 눈 손상, 갑작스런 시력 소실, 공휴일이나 야간에 나타난 소아의 38℃ 이상 발열, 귀·눈·코·항문 등에 이물이 들어가 제거술이 필요한 경우 등이 해당됩니다.

발열을 제외하면 한참 생각하며 고민해봐야 할 일들이 아닙니다. 누구라도 상식적으로 ‘어이쿠, 큰일 났구나’ 싶은 상황이니까요.
위와 같은 응급 상황인데도 소아청소년과 의원을 찾아와 대기실에서 한참을 기다리다가 진료실로 들어오면 무척 곤혹스럽습니다.

정도에 따라서는 외래 진료실에서 처치할 수 있는 경우도 있지만 대개는 그대로 응급실로 이송해야 합니다. 의사가 아닌 부모 입장에서 요약하자면 ‘우리 아이는 대기 순서를 기다려서 진료 볼 수 있는 상태가 아니다’라는 확신이 든다면 응급실로 가는 게 맞다고 봅니다.



 


 ->  안과,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은 언제 가는 건가요?
여러 방법으로 진료 과목의 종류를 구분해볼 수 있지만 여기서는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과목과 ‘전문 진료’를 담당하는 과목으로 나누어 생각해보겠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무조건 ‘전문 진료’ 의사를 찾아가는 게 좋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전문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가 때로는 ‘전문’인 질병 외에는 오히려 잘 알지 못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죠. ‘전문 진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대개 ‘일차 진료’를 담당한 의사의 의학적 판단에 의해 의뢰된 환자를 진료합니다. 다른 의사가 보고 선별한 환자를 보는 게 본래의 업무이지요.

예를 들어 아이가 자꾸 눈을 깜빡일 때 엄마 생각에는 틱이 염려되지만 소아·청소년 정신건강의학과를 방문하기에는 너무 일이 커지는 것 같아 안과를 먼저 방문하는 일이 많습니다. 알레르기 결막염 등의 안과적 문제를 찾을 수 없다면 안과에서는 “안과적으로는 이상 없다”고 할 수 있어 엄마는 더 걱정이겠지요.

하지만 아이를 자주 본 소아청소년과 의사라면 그동안 알레르기 비염 여부에 따라 틱이나 알레르기 결막염 중 좀 더 가능성 높은 것을 판단할 수 있고 필요한 처방이나 진료의뢰를 적절히 내릴 수 있습니다.

여기서 정신건강의학과나 안과가 ‘전문 진료’에 해당하고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바로 ‘일차 진료’ 의사인 거지요.


일차 진료를 담당하는 진료 과목은 소아청소년과와 가정의학과가 가장 대표적입니다. ‘일차 진료’에서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해당 ‘전문 진료’ 과목으로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맡게 됩니다.

한국의 의료 여건상 동네에서 ‘의원’이라는 명칭을 내걸었다면 이비인후과나 내과도 ‘일차 진료’를 한다고 봐도 틀리지는 않습니다.

부모가 딱 보기에도 눈의 문제나 피부의 문제다 싶다면 안과나 피부과를 찾아가도 됩니다.

하지만 ‘알레르기 결막염’이나 ‘바이러스성 결막염’ 등은 대개 알레르기 비염이나 기타 호흡기 질환과 연관된 경우가 많아 결국은 소아청소년과 진료를 또 봐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마찬가지로 아토피피부염도 알레르기 비염이나 천식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아서 결과적으로 두 걸음을 할 수 있지요.


아이가 감기에 걸리거나 중이염에 걸렸을 때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의 처방약이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흔히 피부과나 이비인후과의 약이 소아청소년과에 비해 ‘독하다’는 말들도 하는데요. ‘독하다’는 개념이 뭔지 다시 따져볼 일이지만, 그래서도 안 되고 그럴 리도 없습니다.

어떤 증상이 있을 때 어떤 과의 진료가 적절한지는 의사 개개인의 진료 원칙에 좌우되는 면이 더 크다고 봅니다. 적어도 한국의 의료 환경에서는 그렇습니다.

드물게는 소아청소년과 전문의지만 감기나 중이염, 폐렴, 장염 등 흔한 질환 이외에는 모두 대학병원 해당 과로 의뢰하는 의사도 있을 수 있고, 이비인후과 전문의지만 일차 진료를 맡은 이상 소화기나 비뇨기 문제에 대해서도 공부하고 열심히 진료하는 의사도 많습니다.

이것은 도덕적인 옳고 그름보다는 의사 스스로가 자신을 ‘일차 진료’ 또는 ‘전문 진료’ 중 어느 쪽으로 더 마음먹었는지에 따른 결과입니다.


이렇듯 여러 예외 상황이 있음에도 기본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는 모두 소아와 청소년에 대한 전문적인 ‘일차 진료’를 할 수 있도록 수련 받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한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눈이든 피부든 심리 문제든 일단 소아청소년과 전문의를 찾는 것이 가장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  소아청소년과는 몇 세 청소년까지 갈 수 있나요?
‘소아청소년’이라는 명칭상 신생아기부터 청소년기(남자 12~20세, 여자 10~18세)의 환자를 대상으로 진료한다고 볼 수 있지만 대상 연령에 대한 명확한 정의나 법적인 기준은 없습니다.

요즘은 초등 고학년만 되어도 아기들 많은 소아청소년과 대기실에 같이 있기 싫어하는 아이도 많습니다. 반면에 고등학생이 되어서도 어릴 때부터 본 의사선생님이라 더 편하다며 찾아오는 일도 종종 있지요.


물론 증상에 따라 경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대학생이나 성인이지만 기침도 오래되고 코 막힘, 침 삼킴도 불편하고 가래도 많아 불편한데 내과에 가보니 코 안쪽은 자세히 봐주지 않는 것 같고 그렇다고 이비인후과에 가자니 청진은 안 하는 것 같아 애매한 경우, 조카가 다니는 소아청소년과를 찾아오는 경우도 드물지 않습니다.

소아청소년과가 다른 과에 비해 호흡기, 소화기는 물론 비뇨기 질환 등 일반적인 건강 문제와 관련해 두루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건 어떤 전문 과목 의사인지보다는 앞서 말했듯 의사 개개인의 진료 원칙에 따라 달라지는 부분일 겁니다.


저는 아이들이 자라서 스스로 원할 때까지 소아청소년과를 다녀도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되어서 계속 다녀도 문제없습니다. 제 진료실만 하더라도 아이 돌보느라 따로 병원에 갈 상황이 되지 못하는 엄마와 할머니를 진료하는 일이 다반사입니다. 소아청소년과 의사는 기본적으로 내과 의사니까요. 그리고 해결할 수 없는 환자를 무리하게 붙들고 있을 의사 역시 없습니다.

만약 아이가 소아청소년과는 가기 싫다고 한다면 성인과 마찬가지로 해당 전문 과목을 직접 판단해 골라 다녀야 합니다. 하지만 직접 결정하기 애매한 것 같다면 아이를 설득해 소아청소년과에 한 번은 들러보는 게 나을 겁니다.

여러 이야기를 한 것 같지만 결국 ‘어떤 때, 어떤 병원을 찾아가야 하는지’는 의사에게도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행여 의사로부터 ‘이런 일로 여기에 데려오면 어떡하느냐’라는 핀잔이라도 들어 마음 상한 경험이 있다면 고민이 더 깊을 겁니다.

같은 의사 입장에서는 아마도 급박한 상황인데 시간을 지체한 데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표현한 것이라 이해할 수 있지만, 그래도 바람직한 대처는 아니라고 봅니다.

다만 적어도 ‘아이들’의 건강 문제라면, 의식을 잃거나 부러지고 수술이 필요한 응급 상황이 아니라면 일단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해 상의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아이가 아플 때 보통은 가까운 소아청소년과에 데리고 갑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응급실을 가야 되나 싶을 때도 있지요. 또 눈이나 귀, 피부 등에 이상이 생겼다 싶을 때는 소아청소년과 대신 안과나 이비인후과, 피부과 등 특정 과를 찾는 게 더 낫나 싶어 갈등하기도 합니다. 이렇게 ‘언제, 어떤 병원에 가느냐’는 아이 키우는 부모라면 종종 마주할 수밖에 없는 고민일 겁니다. 병원 선택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 기준에 대해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님에게 명쾌한 조언을 들어보았습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이성우

2017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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