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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잠의 심리학, 아이의 꿈나라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On November 23, 2017 0

실전 육아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스킬을 발휘해야 하는 육아 파트를 꼽는다면 다름 아닌 ‘아이 재우기’가 아닐까요. 잠자리에 들 시간만 되면 ‘화장실 가고 싶다’, ‘목이 마르니 물 달라’는 꼬마 대장의 심부름이 시작됩니다. 결국 애꿎은 엄마 아빠만 바닥에 등을 붙였다 떼길 수차례 반복하며 시중을 들지요. 여기서 다가 아닙니다. 어두워야 잠이 잘 올 텐데 깜깜하면 무서우니 자기 잠들 때까지 절대 불을 끄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또 특정 인형이나 베개, 이불이 없으면 안 자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요. <우리 아이는 왜?> 11편에서는 내 아이의 별난 잠투정에 대해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  김이경
놀이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아동심리상담사. 놀이가 아이와 부모를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으로 <베스트베이비>, <앙쥬> 등 여러 매체에 육아 칼럼을 기고한다.

 +  박시전
궁금증, 호기심 많은 15년차 육아지 기자. 아이 키우며 궁금한 게 생길 때면 편집회의와 꼼꼼한 취재를 거쳐 기사화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육아 전문 에디터로 현재 <베스트베이비> 객원기자. 





 ->  아이에게 ‘잠’은 어떤 의미일까?

 박 기자  ▶ 아이에게 잠은 어떤 의미인가요? 잘 자야 심리도 안정될 텐데, 아이의 잠과 심리는 어떤 관련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김 소장  ▶ “애가 어제 잠을 설쳤어요.” 놀이치료실에서 만나는 아이가 평소보다 유달리 예민한 것 같아 무슨 일이 있었는지 탐색하다 보면 엄마들에게 종종 듣는 이야기입니다. 어릴수록 잠은 아이의 심리 상태에 즉각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놀고 싶기는 한데 컨디션이 나쁘니 작은 실수에도 짜증을 내거나 남 탓을 합니다. 예를 들어 고리 던지기 놀이가 마음대로 안 되면 “선생님이 밀었잖아요” 하며 다른 사람 탓을 하며 부정적 감정을 확 던지기도 하고, “나는 잘하는 게 하나도 없어” 하고 좌절해버리기도 하죠.

이럴 때는 위로보다 “다음 주에는 푹 자고 와. 그때 다시 해보자”가 더 적절한 대안일 수 있습니다.


어릴수록 잠을 자며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신생아는 하루 16~17시간을 잡니다. 뇌가 급속도로 발달하는 만 2세까지 대략 1만 시간, 그러니깐 약 14개월 정도의 기간을 잠으로 보내는 거죠.

얼핏 깨어 있는 동안 탐색도 많이 하고 배우는 것도 많으니 자는 시간보다 일어나 있는 시간이 뇌 발달에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하기 쉽지만, 뇌와 몸은 휴식을 통해 기능을 점검하고 조율하는 시간이 꼭 필요합니다.

실제로 많은 연구들도 충분한 수면이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할 뿐 아니라 인지·정서·사회성 발달과 밀접한 연관이 있다고 보고합니다.

캐나다에서 전국적으로 실시한 연구(2009년) 결과를 보면 2~3세 아이의 수면 문제가 불안이나 과잉행동, 공격성 문제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또 미국의 연구에서는 만 4세 아이의 밤 수면 시간이 짧을수록 분노나 과잉행동, 충동성 등 문제가 높다고 보고했습니다.


 박 기자  ▶ ‘잘 자야 잘 자란다’는 정설로 통합니다. 그렇다 보니 잠자리에 들 시간이면 ‘조금이라도 일찍 재우고픈 엄마’와 ‘아직은 잠들고 싶지 않은 아이’의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꽤 많은 아이들이 잠자리에 들 때면 이 핑계 저 핑계를 대곤 하는데 이유가 있나요? 심리적인 문제나 스트레스 때문은 아닌지요.

 김 소장  ▶ 어른들이 불안하거나 화가 나면 잠을 잘 못 자듯 아이들도 스트레스가 있으면 잠투정이 심해집니다. 갑자기 잠 트러블이 생겼다면 최근에 깜짝 놀랄 만한 일이나 걱정거리가 생긴 건 아닌지 점검해봐야 합니다.

특히 불안은 아이를 잠 못 들게 합니다. 이불 깔고 잠들 시간만 되면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가기 싫다며 훌쩍이기도 하지요. 괴물이 무섭고, 유치원 생활이 만만치 않은 것도 실제 이유가 되겠지만 다른 원인을 짐작해볼 수도 있는데요.

괴물에게 잡혀가거나 어린이집에 가는 것 모두 ‘엄마와 분리’된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결국 잠드는 것도 엄마나 익숙한 것들과 헤어짐을 뜻하는데, ‘잠’이라는 분리의 문 앞에 다다르니 분리와 관련된 여러 불안이 연달아 떠오른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원래 불안과 걱정은 꼬리에 꼬리를 물거든요. 그런데 잠 안 자는 아이를 달래는 대신 “이렇게 안 자면 경찰 아저씨가 잡으러 온다”, “망태 할아버지가 데려간다”고 겁을 주거나 “지금 거실에 나가면 괴물 있어서 안 돼” 하고 엄포를 놓으면 효과도 없거니와 악순환이 계속되기 쉽습니다.

극적인 효과는 덜할지라도 잠자리 그림책, 자장가, 애착인형 같은 것들이 불안을 다독여 잠으로 이끄는 좋은 안내자가 됩니다.


평소 우리는 ‘피로’라는 효과 빠른 잠자리 안내자 덕분에 잊고 살지만 많은 사람들이 은연중에 잠과 죽음에서 공통점을 느끼곤 합니다. 의식을 내려놓으며 잠들면서 우리는 매일 죽음을 미리 경험하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죽음의 신 타나토스와 잠의 신 히프노스는 쌍둥이 형제입니다. 고대부터 사람들은 ‘죽음과 잠’이 맞닿아 있다고 여긴 것이지요.

물론 잠잘 때마다 죽음의 공포를 느끼는 건 아니겠지만 잠들기 전 아이는 어느 때보다 예민해집니다. 그러나 잠이 들면 곧 천사 같은 모습을 보여줄 테니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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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흔한 ‘잠 트러블’과 그 대처법

 박 기자  ▶ 돌 전에는 주로 보채고 칭얼대는 식으로 잠투정을 하고, 조금 자라서는 악몽이라도 꾸는지 소리를 지르는 양상으로 잠 트러블이 이어지는 경우가 꽤 있습니다. 연령에 따라 잠 트러블의 양상이 어떻게 달라지나요?

 김 소장  ▶ 만 1~3세에는 잠드는 것 자체를 힘들어하거나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자주 깨곤 합니다. 특히 만 2~3세에는 야경증을 호소하며 상담실을 찾아오는 경우가 꽤 많아요.

자다가 갑자기 비명을 지르며 무섭게 노려보고 공포를 느끼는 듯 호흡이 가빠지는 게 특징입니다. 명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심리적인 이유일 거라 짐작하며 대개는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레 좋아집니다.


악몽을 꾼 것처럼 보이지만 야경증은 악몽과 많이 달라요. 가장 큰 차이는 깼을 때 아이의 상태입니다. 야경증은 말을 시켜도 듣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고 달래도 소용이 없습니다.

반면에 악몽은 처음에는 깜짝 놀라 울더라도 다독이면 차츰 진정이 되지요. 다음은 기억의 유무입니다. 악몽이라면 아이가 기억을 하지만, 야경증은 울고 소리쳤던 것 자체를 기억하지 못합니다. 세 번째는 시간입니다.

야경증은 비교적 이른 시간, 보통 잠든 이후 4시간 이내에 나타납니다. 밤 12시에서 새벽 2시 즈음 갑자기 깨어 울며 야경증 증상을 보이는 아이가 많습니다.


이에 비해 악몽은 잠 후반부에 나타나죠. 이렇게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야경증과 악몽이 나타나는 수면 단계가 다르기 때문인데요. 야경증은 수면 전반부에 해당하는 비렘수면 단계에서, 악몽은 후반부인 렘수면 단계에서 주로 보입니다.

대체로 꿈은 뇌 활동이 활발해지는 렘수면 단계에서 꾸기 때문에 주로 잠 후반부인 새벽 시간대에 악몽을 꾸고 깹니다. 악몽과 야경증은 연령에서도 차이를 보입니다. 야경증은 만 3세 전에 많지만 악몽은 보통 만 3~6세에 시작됩니다.

 박 기자  ▶ 웅얼웅얼 잠꼬대를 하길래 “무슨 꿈 꿨어?” 하고 물으면 잘 모르겠다는 대답이 돌아오곤 하지요. 금세 까먹은 것일 수도 있고, 또 아직 어리니까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무의식의 세계인 꿈에 대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걸 수도 있고요. 아이가 악몽을 꾼 것 같을 땐 어떻게 응대해주는 게 좋을까요?

 김 소장  ▶ 수면 연구학자 데이비드 폴크스는 3~10세 아이들을 대상으로 5년간 꿈에 대해 연구를 했습니다. 이때 렘수면 상태에서 깨운 뒤 꿈을 이야기하게 했을 때 어릴수록 회상률이 낮았다고 합니다.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서일 수도 있지만 아직 어른만큼 ‘맥락 있는’ 꿈을 꾸지 못해서이기도 하겠지요. 그러니 꿈을 얘기하지 않는다고 걱정하거나 자주 물어볼 필요는 없습니다. 꿈의 내용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달라집니다.

5세 이하 아이들의 경우 동물, 가족, 먹고 자는 것 같은 단편적인 장면을 많이 이야기했답니다. 5~7세 아이들은 신체 활동을 하거나 줄거리가 있는 꿈을 꿨는데, 놀이터 등 배경이 명확해지고 기분 좋은 꿈을 꿀 때 행복감을 느끼기도 했고요.

또 7~8세 아이들은 꿈속에서 자기가 주요하게 활동하는 인물로 나타났습니다. 자기가 주요 인물도 아닌 꿈이 아이에게 큰 의미가 있지는 않겠지요.


만일 아이가 무서운 꿈을 꿨다고 말하면 잘 들어주되 그 의미를 깊게 파고들기보다 달래서 안심시켜주세요. 또 꿈과 현실을 잘 구분하도록 “아, 꿈에서는 그런 일이 있기도 해. 하지만 지금 여기서 그런 일은 없어” 하고 명확하게 얘기해주시면 됩니다.

그리고 꿈 때문에 기분이 나빠보인다면 그 감정이 꽤 오래 지속될 수 있으니 기분 전환할 방법을 함께 찾는 것도 좋습니다. 더불어 그날 있었던 일이 꿈에 반영될 가능성이 많으므로 잠자리에서는 아이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같이 보거나 즐거운 이야기를 나누며 잠들게 하세요.


몇 년 전 나쁜 꿈을 걸러낸다는 ‘드림캐처(dreamcatcher)’가 한 드라마의 에피소드로 등장해 크게 유행을 했지요. 아이와 드림캐처를 함께 만들어보거나 잠들기 전 재미난 주문을 만들어 서로 이야기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밤, 잠, 꿈의 여정에는 어떤 논리적인 설명보다 마법적인 놀이가 더 어울릴 테니까요.
 

plus tip 꿀잠이 힘든 아이를 위한 대처법

돌봄 받는다는 느낌 주기 아이가 잠투정을 부릴 때는 부드러운 목소리로 어르고 스킨십하며 다독여주세요. 편안한 기분과 안정감을 갖게 되면 심리적 애착이 강화되고 잠으로 인한 ‘분리’를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편안한 잠자리 환경 만들기 기질이 예민한 아이는 신생아 때부터 잠투정이 시작되어 쭉 이어질 확률이 높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이불, 실내 온도, 조명 등으로 편안한 잠자리 환경을 만들어주세요.

과격한 활동 삼가기 잠들기 전에 흥분하거나 장난이 심해지는 아이들이 있는데, 이런 경우 숙면을 취하기 어렵습니다. 낮 시간대 활동량을 늘리고, 잠들기 1시간 전쯤 목욕시켜 몸이 노곤한 상태를 만드세요. 그리고 잠잘 시간이 되면 조명을 어둡게 하고 조용히 그림책을 보는 식으로 규칙적인 잠자리 의식을 행하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실전 육아에서 가장 고난이도의 스킬을 발휘해야 하는 육아 파트를 꼽는다면 다름 아닌 ‘아이 재우기’가 아닐까요. 잠자리에 들 시간만 되면 ‘화장실 가고 싶다’, ‘목이 마르니 물 달라’는 꼬마 대장의 심부름이 시작됩니다. 결국 애꿎은 엄마 아빠만 바닥에 등을 붙였다 떼길 수차례 반복하며 시중을 들지요. 여기서 다가 아닙니다. 어두워야 잠이 잘 올 텐데 깜깜하면 무서우니 자기 잠들 때까지 절대 불을 끄지 말라며 신신당부를 하고 또 특정 인형이나 베개, 이불이 없으면 안 자겠다고 고집을 부리기도 하지요. <우리 아이는 왜?> 11편에서는 내 아이의 별난 잠투정에 대해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Credit Info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이성우

2017년 11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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