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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효인의 뷰 포인트

당신의 운은 어떻습니까

On October 26, 2017 0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에 부쳐

 


첫째 아이는 특수학교 유치원에 다닌다. 일반 학교의 특수학급에 보내 통합교육을 받게 할지, 특수학교에서 우리 아이에게 맞는 교육을 일찍부터 받을지 고민이 많았다. 우리 부부는 끝내 특수학교에 첫째를 보내기로 결심했는데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학교폭력과 따돌림의 피해자가 뉴스에 버젓이 전시되는데, 그러한 환경에 장애인인 우리 아이를 밀어 넣을 수 없었다. 또한 초등학교 때까지는 어떻게든 버틴다 하더라도 본격적인 입시 준비가 시작될 때 특수학급의 학생은 수업 분위기를 헤치는 천덕꾸러기가 되기 십상이었다.

여기에 더하여 유치원이나 초등학교에서부터 특수학교에 진학하지 못하면 중등 교육과정에서 편입하는 건 더욱 힘들다는 정보도 우리의 이른 판단에 도움을 주었다.


아이 키우는 일이 모두 그렇듯 우리의 결정이 최선이었는지, 혹은 최악인지 알 수가 없다. 보통 최선도 최악도 아닌 그사이에서 공전하며 삶에 영향을 미칠 것이다. 어쨌든 지금으로서는 특수학교에 보낼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에 안도한다. 게다가 꽤 가까운 거리에 학교가 있다.

다른 초등학교처럼 아파트 단지 바로 옆에 붙어 있는 건 아니고 둔덕 위 한가한 공원 한가운데 조금은 생뚱맞은 곳에 위치하지만 그저 다닐 수 있다는 게 다행한 일이다.

그마저 다니지 못하거나 1시간 이상 통학하는 장애인 학생이 너무나 많다. 선천적인 유전자 이상으로 인해 장애를 가진 아이를 낳은 사람이 ‘운’을 운운하는 것이 이상하게 들릴 수 있지만 나는 여러모로 운이 좋은 편이다. 강서구에서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며 무릎을 꿇은 부모들보다는 확실히 더.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벌인 토론회 영상으로 며칠 괴로웠다. 장애 학생과 그 부모를 향해 험악한 고성과 혐오 발언이 쏟아졌다. 그들에게 부끄러움은 없었다. 무엇이 그들에게 부끄러움을 빼앗아 갔나. 누군가는 집값을 말하고, 어떤 이는 이기적인 님비 현상이라 혀를 찬다.

그러나 확실히 할 것은 강서구에 새로 들이고자 하는 시설이 핵폐기물 처리장이나 생활 쓰레기 매립지가 아니라는 점이다. 인간의 욕망이나 자본주의의 민낯이라는 그럴싸한 핑계를 댈 일이 아니다.

특수학교는 그저 ‘학교’다. 덧붙이자면 특수한 교육이 필요한 장애 학생도 그저 ‘학생’이다. 더 말할 것도 없겠지만, 장애인도 사람이다. 험한 말로 특수학교는 딴 데 짓고 한방병원을 내놓으라는 이들은 인정하기 싫겠지만, 너도 나도 사람이고 주민이다. 혐오스러워 눈앞에서 치워버려야 할 존재가 아니다.

오늘도 첫째 아이는 학교에 갔을 것이다. 아이는 가정 어린이집에 다닐 때보다 부쩍 활동적으로 변했다. 학교에는 헌신적이고 전문적인 선생님과 장애 아동에 맞는 시설이 있다. 우리 아이는 운이 좋아 학교에 다니고 어떤 아이는 운이 나빠 학교에 다니지 못한다.

운은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영역에서 벌어진 일에 대한 평가일진데 학교에 다니는 것까지 운에 기대야 하는 걸까. 서울에는 특수학교가 15곳이 있고 그 가까이에 사는 장애 학생은 운이 좋은 걸까? 이 질문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야만적인 사회에 장애가 없이 태어난 당신은 과연 운이 좋은가? 그 운이 어디까지 갈 것 같은가? 나는 내 딸로 인해 내가 불운하다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다만 바뀐 질문에 대한 답변은 가능하겠다. 우리는 운이 없다. 우리 모두는, 대한민국은 어떤 정서적 장애 상태이고, 그것을 치유하는 데에는 허준이 아닌 허준의 할아버지가 오더라도, 쉽지 않을 것만 같다.

 

서효인 씨는요…

 >  서효인 씨는요…

시인이자 은재·은유 두 딸을 키우고 있는 아빠. 남들보다 염색체가 하나 더 많은 첫째 딸 은재를 키운 기록을 담은 산문집 <잘 왔어 우리 딸>을 펴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주목한 사회적 이슈를 그만의 시선으로 전달하고 있다.

강서구 특수학교 설립 논란에 부쳐

Credit Info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2017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황선영 기자
서효인
일러스트
게티이미지뱅크(www.gettyimageba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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