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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을 만드는사람들

On September 29, 2017 0

대단한 독서가가 아니더라도 집에 한두 권쯤 갖고 있는 책. 기본 1000쪽은 훌쩍 넘을 만큼 두껍고 글자는 또 어찌나 깨알 같은지…. 맞다, ‘사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사전은 집필·발행·편집이란 단어보다는 늘 ‘편찬’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으며 그 무게와 책임감을 더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 한두 해로는 어림없고 여러 해가 걸려야만 간신히 세상 빛을 볼 수 있다는 사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올까. 또 세상의 많고 많은 단어를 한데 모아 그 단어에 꼭 맞는 뜻풀이를 찾아내 정의 내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결코 녹록지 않을 그 긴 여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더 이상 종이 사전이 나오지 않는 시대에 꾸준히 개정판을 내며 많은 이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보리국어사전>을 펴낸 ‘토박이사전 편찬실’을 찾아 이 시대에 사전이 갖는 의미를 물었다.

 



INTRO.
종이 사전이 사라져가고 있다. 동아, 금성, 민중…. 학창 시절 익숙했던 이름의 사전이 더 이상 개정판을 안 낸 지 벌써 20년이 되었다고 한다. 언어란 생겼다 사라지길 반복하는 게 타고난 속성인 터라 더 이상 개정판이 나오지 않는다는 건 사전으로서 생명력을 잃어가는 거라 여길 수밖에 없다.

물론 그렇다고 사전이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다. 출판사들은 연간 사용료를 받고 포털사이트에 사전 콘텐츠를 제공한다. 
종이 사전의 모습으로 존재하지 않을 뿐 인터넷 검색 시스템 편입되어 오히려 언제 어디서든 찾기 쉬운 방식으로 외형을 달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시스템은 종이 사전이 쇄를 거듭할 때마다 으레 새 단어를 추가하고 죽어가는 단어를 덜어내며 만듦새를 정비하던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 힘들어졌음을 뜻한다.

또한 사전 자체로서의 ‘실물’이 없는 ‘무형 정보’의 집합이란 사실은 사전을 보는 독자들에게 왠지 모를 허전하고 아쉬운 기분을 남긴다. 

아마도 이 논쟁은 결국 ‘종이책이냐, e-book이냐’의 문제와 맞닿아 있을 것이고, 수천 년 역사를 지닌 종이 책이 예나 지금이나 건재하며, 여전히 사람들이 책장을 넘겨 책을 보는 지금의 모습에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김미선 토박이사전 편찬실(사진 왼쪽), 윤구병 보리출판사 대표((사진 오른쪽)

박영신 이안디자인 아트 디렉터(사진 왼쪽), 김미혜 토박이출판사 대표(사진 오른쪽)

 

PROFILE.
사전을 만드는 사람들


 +  윤구병 농부 철학자로 불리는 보리출판사 대표. 변산 공동체와 파주에 위치한 보리출판사를 오가며 삶과 일이 하나 되어 어우러진 나날을 보내고 있다. 아이들 눈높이에 꼭 맞는 사전을 만들어야겠다는 사명감으로 <보리국어사전>의 최초 기획부터 편찬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했다.

 +  김미혜 <보리국어사전>의 편찬을 비롯해 매번 쇄를 거듭할 때마다 개정을 책임지고 있는 ‘토박이사전 편찬실’의 수장이자 토박이출판사 대표.

 +  김미선 2008년 <보리국어사전>이 1쇄를 찍기 시작한 지난 10년간 구판과 신판을 합해 총 27쇄의 사전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에 참여한 토박이출판사의 살림꾼. 사전에 이런 내용을 반영해달라, 이 예시보다는 이런 게 더 낫지 않겠느냐 등 ‘빠꼼이 독자들’의 애정 어린 제보 혹은 민원에 귀 기울이며 독자들과 소통 중이다.

 +  박영신 이안디자인 대표로 <보리국어사전>의 총괄 책임 디자이너. 세월이 지나도 꿋꿋하게 버틸 수 있고 트렌드에 영향받지 않는 보편적인 디자인(Universal Design)의 사전을 만들고자 고심했고, 그 결과 초판 발행 후 10년 세월이 지나도록 큰 변화없이 개정증보판을 내는 성과를 이뤄냈다. 실제로 2014년에 나온 개정증보판은 10년 전 펴낸 초판본 디자인 폼을 그대로 유지했다.




# 첫 번째 이야기 사전이 사라져가는 시대에 종이 사전의 가치를 외치다

검색 몇 번으로 궁금한 단어의 뜻은 물론 비슷한 말, 반대말, 용례까지 순식간에 찾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다. 수십 년간 종이 사전을 편찬해오던 대부분 출판사들은 결국 인터넷 검색 시스템으로 콘텐츠를 이전했고, 이를 관리할 최소한의 인원만 남긴채 아예 부서를 해체했다.

2017년 대한민국 사전 업계의 현실이다. 이렇게 시대가 달라지고 있다지만, 그럴수록 역설적으로 종이 사전이 더욱 필요하다고 역설하는 이가 있다. 보리 출판사 윤구병 대표는 사전의 중요성을 이렇게 비유한다.


“종이 사전 없이 인터넷 사전만 쓴다는 건 쉽게 생각해서 플러그가 없는 곳에선 사전이 사라진다는 의미예요. 사전 한 권만 있으면 산속에서도, 촛불 밑에서도 원하는 걸 찾아볼 수 있어요.

하지만 컴퓨터나 스마트폰은 전원이 없으면 무용지물이죠. 인터넷이 효율적이고 빠르다고들 생각하지만 전기라는 에너지가 뒷받침될 때나 그래요. 플러그가 뽑혔을 때를 생각하면 종이 사전의 가치를 알 수가 있죠.”


제4차 산업혁명을 논하는 시대에 종이 사전의 가치를 묻자 오히려 선생은 전기가 없는 곳에서 살게 되었을 상황을 되묻는다. 극단적인 가정일 수 있지만 사실 스마트폰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당장 생활의 많은 부분이 막막해지는 건 사실이다.


종이 사전의 가치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한 장 한 장 종이를 넘기다 보면, 우리는 찾고자 했던 그 단어만 보지 않는다. 앞뒤에 자리한 단어도 읽어보고 눈길을 끄는 일러스트가 있으면 해당 단어도 찾아서 살피게 마련이다.


“한 초등학교에서 <보리국어사전>을 200권 넘게 대량 주문한 적이 있어요. 반마다 아이 몇 명이서 한 권씩 볼 수 있게 해주고 싶다고 하더군요. 그러고 나서 학급에서 좀 다른 현상이 나타나더래요.

그 전만 하더라도 모르는 게 있으면 전과를 펼쳐 
보고 해결되면 끝이었는데, 국어사전은 애들이 자꾸만 펼쳐보더래요. 눈높이에 맞게 뜻풀이가 되어 있고 그림이 뒷받침을 해주니 한 단어만 찾고 끝나는 게 아니라 이것저것 뒤적이며 스스로 공부를 하더라는 거죠. 사전이 ‘알고 싶다’는 욕구를 자극한 거예요.”

 



# 두 번째 이야기 아이들에게 반드시 사전이 필요한 이유
‘사전이 왜 필요하냐’라는 두 번째 질문에 윤구병 대표는 사전은 말과 글의 기본이 되는 ‘알맹이’라는 답을 내놓았다. 알맹이가 단단해야 말이 바로 설 수 있다며 한글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세종대왕이 훈민정음을 만들 때 한글을 공통어로 삼고자 했어요. 한글은 며칠이면 누구나 쓸 수 있는 쉬운 글이거든요. 그런데 20년을 배워야 간신히 익히는 한자어를 쓰던 사대부들이 자기네 특권을 잃을까 두려워 훈민정음을 배척했어요.

세종대왕께서는 말은 ‘움트는 것’이라 하셨죠. 아이들이 자라는 걸 보세요. 걸음마 다음으로 익히는 게 말이에요. 말이란건 혼자 익힐 수 없고, 서로 주고받으며 배우게 돼요.

우리말과 글을 잘 가꾸다 보면 보다 평등한 사회가 이루어지고 우리네 살림살이가 넉넉해져요. 이때 사전이 말과 글의 기본이 되어줘요. 기본이라 할 수 있는 알맹이가 단단하고 여물면 말이 바로 설 수 있어요.”


1983년 이오덕 선생이 이끄는 ‘한국 글쓰기교육연구회’에 들어간 윤구병 선생은 당시 아이들을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을 많이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하나같이 아이들 눈높이에 맞는 사전이 없다고 한탄하더란다. 그래서 초등학생 눈높이에 꼭 맞는 좋은 사전이 나오길 손꼽아 기다렸다.


“우리말을 제대로 글로 옮겨야 해요. 기회가 되면 1960~70년대 교과서를 한번 살펴보세요. 글이 엉망진창이에요. 당시 글쓰기교육연구회에 학교 선생님이 많이 계셨어요. 근데 학교에서 찾아보는 국어사전이 너무 어렵더래요.

어른들 말을 그대로 옮겨놓았으니 그럴수밖에요. 아이들이 낱말의 뜻을 알려고 사전을 펼쳤는데 오히려 그 뜻풀이를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 거죠. 그래서 기다렸어요.

남이 해주겠거니 하고요. 언젠간 나오겠지, 나오겠지, 우리가 아니라도 남이 해주겠거니 했죠. 그렇게 10년을 기다리고 20년을 기다려도 안 나오는 거예요. 그제야 이건 우리가 해야 되는 일이구나 싶더군요.”


2001년 1월 첫 작업을 시작할 때만 하더라도 5년이면 사전이 나올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웬걸, 두 해 반이나 더 지나서야 <보리국어사전>은 세상 빛을 볼 수 있었다.

게다가 한창 사전 작업이 진행되던 2000년대 초반은 오히려 있던 사전들도 포털사이트에 콘텐츠를 팔아버리던 시기였기에 주위의 반대에 부딪히는 상황이었다.

이제 인터넷으로 누구든 찾아볼 수 있게 되었는데 누가 종이 사전을 사겠느냐고. 혹자는 정말 많이 나가봤자 8000부라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초판으로 찍은 3000부가 일주일 만에 동이 났고, 10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는 동안 25만 부의 판매고를 올리는 큰 성과를 이루어냈다.






# 세 번째 이야기 한 권의 사전이 세상에 나오기까지 과정
사전은 수만 개 단어가 사이좋게 모여 사는 낱말의 집이다. 정해진 순서와 규칙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자기 위치에 자리한 단어를 보면 왠지 모를 경건함마저 느껴진다.

우리는 사전을 보며 몰랐던 것을 차츰 알아나간다. 명확하게 정의내리지 못한 것의 의미를 알아나가며 지식의 세계를 확장한다. 사전을 통해 낱말의 뜻을 알아가는 모습은 사뭇 아이들이 세상을 배워가는 모습을 닮았다.

그런데 사전에 어떤 단어를 올릴지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 그 뜻은 어떻게 정의 내리는 걸까. 이렇게나 방대한 분량의 사전을 집대성한 사람은 누구일까? 토박이출판사의 김미혜 대표가 사전 제작 과정을 들려주었다.



① 표제어(올림말) 뽑기
“<보리국어사전>의 경우 2008년 5월에 초판이 나왔어요. 표제어를 뽑고 풀이말을 정리하는 데까지 꼬박 6년이 걸렸어요. 2001년부터 작업을 시작했는데 표제어 뽑는 작업만 2~3년이 족히 걸렸죠. 연세라든지, 지학사라든지, 금성 같은 기존 사전의 표제어는 일단 다 살펴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지 않는 말이 많이 담겨 있었죠. 민둥산 이런 말은 그 당시에도 안 쓰던 말이거든요. 그래서 실제로 아이들이 쓰는 말을 표제어로 올리려고 구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자료를 모았어요.”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나온 2만7400개 낱말과 한국어린이도서연구회를 비롯해 여러 단체에서 추천한 아동 도서에서 단어를 추려냈다.

특히 일상생활에서 쓰는 생생한 단어를 넣고자 초등학교 학급 문집은 물론 아이들이 쓴 일기까지 참고해 4만 개의 낱말을 모았다. 북녘의 말을 고를 때는 <조선말대사전>은 물론 북한자료센터에서 소장한 북한 교과서, 문집과 도감 등을 살피며 공을 들였다. 이 과정에서 간추려진 단어가 총 7만 개였고 여기서 추리고 또 추려 4만 단어로 줄일 수 있었다.





② 뜻풀이
그다음 작업은 풀이말을 쓰는 것. 어린이용 사전인 만큼 눈높이에 맞는 뜻풀이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

사전 집필을 도맡아 해온 전문가는 물론 ‘한국 글쓰기교육 연구회’에 소속된 초등학교 교사 등 수 많은 사람들을 필진으로 구성해 뜻풀이를 서로 바꾸어가며 검토하고, 다른 사전의 풀이와 비교해보고, 다시금 쉬운 풀이로 고치는 과정을 수차례 반복했다.

또한 전문 용어는 그 분야 전문가의 검수 과정을 한 차례 더 거쳤다. 
어느 정도 풀이 작업이 완료된 단어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학부모’, ‘초등학생 자녀가 있는 출판사 사전팀 출신 전문가’, ‘한국 글쓰기교육연구회 회원’ 이렇게 세 그룹이 교차로 검수했다.

부모들에게는 직접 자녀에게 뜻풀이를 읽어주고 반응을 살피게 했는데, 아이들이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는 듯 보이면 다시금 고치고 또 고쳤다. 완성본은 초등학교 선생님들이 다시 읽어봤다.

결국 사전에 올라갈 수만 개 단어를 고르는 일도, 뜻풀이를 하는 것도 ‘사람의 일’이다. 또한 어린이 사전인 만큼 ‘아이 눈높이에 얼마나 잘 맞추느냐’ 역시 순전히 집필진의 노고에 달려 있다.


“3학년 정도 아이가 이해할 수준의 쉬운 말로 풀이를 한다는게 원칙이었어요. 처음에 자문을 구하고자 국립국어원을 찾아갔어요. 그런데 ‘저희는 어른 사전을 주로 다뤄서 도와드리기 좀 힘들어요’ 하시더군요.

낱말의 뜻을 쉽게 풀이하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이었어요. 보통 사전들이 뜻풀이를 문학 작품에서 뽑거든요? 하지만 저희는 최대한 아이들이 현장에서 쓰는 말을 넣으려고 애썼지요.”






③ 디자인 작업
다음 작업은 디자인. 총괄 디자인을 맡은 박영신 대표는 그림이 많은 <보리국어사전>의 디자인 작업이 유독 어려웠다고 회고한다. 보통은 뜻풀이를 해놓은 본문 안에 그림을 삽입하는 형식인데, 그 툴을 그대로 답습했다가는 개정 작업을 할 때마다 낭패를 볼 터였다.

단어를 넣고 뺄 때마다 페이지가 하염없이 뒤로 밀릴 텐데 그렇게 되면 몇 백 페이지, 몇 천 페이지가 바뀌고 그만큼의 수정 작업을 감당할 수 없을 게 불을 보듯 뻔했다.


그래서 낸 묘안이 2단으로 나뉜 보통의 레이아웃을 벗어나 가운데 공간을 비워두는 것. 가운데에 그림이 들어갈 공간을 확보해둠으로써 새로운 단어와 그림이 추가될 때 여백을 활용할 수 있게 했다. 당시로서는 획기적인 편집 디자인이었다.


“고민을 한창 하다가 그야말로 불현듯 떠오른 생각이었어요. 가까운 곳에 그림을 넣으면 눈으로 낱말을 찾아갈 수 있으니까요. 사전의 편집 디자인은 일반적인 책과 달리 훨씬 더 단순하고 합리적이어야 해요.

그래서 디자이너가 손을 댈 수 있는 범위가 오히려 적어요. 가장 기본적이고 단순한 틀 안에서 아름다움과 보여줘야 할 것을 제대로 보여줘야 하니깐 디자이너로서는 운신의 폭이 적죠.

판형과 여백에 대한 부분, 서체에 있어서 올림말과 유사말 각각의 내용을 어떻게 농도 조절을 해 제대로 알아보게 하느냐가 중요한 부분이었어요. 그 기본적인 것을 잘 세워놓음으로써 오랜 기간 동일한 디자인 폼을 유지할 수 있게 해야 해요. 그래야 개정판이 무리 없이 나
올 수 있거든요.”

그 결과 초판 발행 후 10년 세월이 지나도록 큰 변화 없이 개정증보판까지 폼이 유지되고 있으니 초기의 노고가 헛되지 않은 게 분명하다.





# 네 번째 이야기 생겨나고 사라지는 낱말들의 삶
말에는 생명이 있다. 있던 말이 어느 순간 사라지고, 없던 말이 새로이 생겨난다. 사람들이 사용하는 것이기에 당연한 이치다. 그리고 사전은 말의 운명을 그대로 반영하기에 쇄를 거듭할 때마다 넣어야 할 단어와 빼야 할 단어가 자연스레 생긴다.

“저희가 초판을 낼 때만 해도 ‘스마트폰’이란 단어가 없었어요. 당시만 하더라도 테이프 레코더, CD 정도를 새로운 말로 넣어야 할까, 말까 고민할 정도였죠.

그러던 것이 지금은 ‘USB’를 넣어야 하는 상황이 되었어요. 감사하게도 사전을 찾는 분이 많아서 1년에 3쇄 정도를 찍다 보니 쇄마다 고쳐나 가고 있어요.”

신조어와 사라지는 단어도 반영해야 하고, 행정구역이 통합되거나 바뀔 때, 없었던 문화재 이름이 생기거나, 동식물의 분류 기준과 방식이 바뀌면 그 기준에 따라 정보를 고치거나 보태는 일도 허다하다.

특히 정권이 바뀔 때면 으레 정부기관의 명칭도 바뀌는 터라 개정판에 반드시 그 내용을 반영한다. 특히 올 2017년은 예고된 대선 때문에 1월에 나올 개정판을 조금 미루었다가 정부가 바뀌는 시점에 맞춰 제작했다.

“해양수산부가 해양부가 되는 건 위치가 크게 바뀌지 않아 큰 어려움이 없어요. 그런데 ‘중소벤처기업부’처럼 신설된 부서가 있을 때면 기존에 있던 예문과 풀이말을 다듬어서 공간을 확보해야 하죠.”

이 또한 사전 만드는 사람들만 아는 고충일 것이다. 바뀐 정보만 사전에 반영하는 것은 아니다. 사전에 애정을 가진 독자들의 제보 또한 꾸준히 반영한다. 토박이출판사의 살림꾼 김미선 씨는 소위 독자들의 AS와 제보를 10년째 담당해 오고 있다.

“독자가 참 다양해요. 한번은 시골에서 농사짓는 할아버지가 전화를 주셨어요. 사전에 있는 지게 그림을 보니 새끼줄 달린 위치가 틀렸다는 거예요. 답답해하시면서 ‘우리 집에 내려와라, 내가 보여주마’ 하시더군요.

그래서 ‘네, 알겠습니다.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하고 자료를 찾아 그림을 수정했어요. 또 한번은 외국에 계신 교포 분께서 그 나라의 수도가 바뀌었다며 연락을 주셨어요. 그래서 또 수정을 했죠.

사실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보면 저희는 아마추어잖아요. 그런 만큼 가장 무서운 사람도 독자, 그리고 또 가장 고마운 이들도 독자인 것 같아요. 이제 사전이 10년째 되니까 오류는 거의 수정됐어요.


초창기만 하더라도 전화벨만 울려도 가슴부터 떨렸는데 말이죠.(웃음)” 
다행히 사전이 잘 팔려서 쇄를 거듭할 때마다 내용을 손볼 수 있어 더없이 감사하단다.

하지만 책이 많이 팔린다는 건 그만큼 책임을 져야 한다는 뜻이기에 또 그만큼 사명감을 갖게 된다고 이야기한다. 
앞으로도 <보리국어사전>이 독자들과 함께 살아 숨 쉬는 사전으로 남아 든든한 ‘우리말’ 지킴이가 되어주길 기대해본다.


 

 


Books 보리 국어사전
초등학교 전 학년, 전 과목 교과서에 걸쳐 나오는 낱말, 초등학생들이 주로 보는 책과 글에서 고른 낱말을 포함해 총 4만7000개가 넘는 단어의 뜻을 담고 있는 본격 초등학생용 국어사전.

쉬운 우리말과 입말로 뜻풀이를 하였으며, 한자어나 외래어를 쓰지 않아 아이 혼자서도 낱말의 뜻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남녘과 북녘의 초중등 학생들이 함께 보는 사전’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남북이 조금 다르게 쓰는 말 2500여 개를 함께 실은 것도 특징.

또한 20여 년간 보리에서 공들여 작업해온 3000여 컷의 세밀화와 정보를 고스란히 옮겨 담았다. 단순히 단어의 뜻풀이만 하는 국어사전을 넘어 자연관찰 백과사전이자 전통문화 백과사전이라는 점도 돋보인다. 토박이사전 편찬실 지음, 윤구병 감수, 6만원, 보리출판사.

 

 

대단한 독서가가 아니더라도 집에 한두 권쯤 갖고 있는 책. 기본 1000쪽은 훌쩍 넘을 만큼 두껍고 글자는 또 어찌나 깨알 같은지…. 맞다, ‘사전’을 두고 하는 말이다. 워낙 방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보니 사전은 집필·발행·편집이란 단어보다는 늘 ‘편찬’이라는 단어가 따라붙으며 그 무게와 책임감을 더한다. 결코 쉽지 않은 작업, 한두 해로는 어림없고 여러 해가 걸려야만 간신히 세상 빛을 볼 수 있다는 사전은 어떤 과정을 거쳐 나올까. 또 세상의 많고 많은 단어를 한데 모아 그 단어에 꼭 맞는 뜻풀이를 찾아내 정의 내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결코 녹록지 않을 그 긴 여정은 어떻게 이루어질까. 더 이상 종이 사전이 나오지 않는 시대에 꾸준히 개정판을 내며 많은 이들의 사랑과 지지를 받고 있는 <보리국어사전>을 펴낸 ‘토박이사전 편찬실’을 찾아 이 시대에 사전이 갖는 의미를 물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안현지
취재협조
토박이사전 편찬실, 보리출판사

2017년 10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안현지
취재협조
토박이사전 편찬실,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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