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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와 개, 한옥에 살다

On September 04, 2017 0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이번 달에는 한옥에서 아이와 반려견을 함께 키우고 있는 최병석·신은아 부부를 만났습니다.

 



바야흐로 반려동물 인구 천만 시대, 우리나라 국민 5명 중 한 명꼴로 반려동물과 같이 살고 있다. 반려동물도 어린아이처럼 꾸준히 사랑을 줘야하고 손이 많이 가는 만큼 아이와 함께 키울 생각이라면 고려해야 할 게 무척 많다.

설치미술작가인 최병석(37세) 씨와 아기 신발 DIY 키트(크노프피플)를 만들어 판매하는 아내 신은아(36세) 씨는 성북구 삼선동의 아담한 한옥집에서 아들 지웅이(21개월), 아메리칸 불도그 루크(30개월), 임시 보호 중인 유기견 규리(1세)와 함께 살고 있다.

루크는 결혼하기 전부터 병석 씨가 키워온 반려견. 두 사람 모두 강아지를 워낙 좋아해 결혼해서도 함께 키울 생각으로 루크를 입양했다. 지금은 몸집이 산만 한 루크지만 작고 귀여운 시절이 있었다.

인형 안고 다니듯 항상 품에 끼고 다니고 잘 때도 함께할 만큼 사랑스러웠다. 그런데 결혼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지웅이가 태어나며 상황이 바뀌었다. 갓 태어난 아기와 새끼 강아지를 함께 돌보기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사실 루크를 키우기 전에는 대형견이 아이 옆에 얌전히 앉아서 아기를 지켜주는 그런 모습을 꿈꿨어요. 그런데 루크도 아직 어려서인지 지웅이를 지켜주기보다 같이 놀자고 달려들곤 하더라고요.

루크에게는 애정 표현이지만 지웅이와 체격 차이가 많이 나서 어쩔 수 없이 둘을 떼어놓아야 했죠. 그래서 지웅이가 태어나고 1년은 둘이 만날 일이 거의 없었어요. 루크가 방 하나를 차지했지만 격리되어 있다 보니 안쓰러운 마음이 들어 고민 끝에 마당 있는 집으로 이사 가기로 마음먹었죠.”


루크와 지웅이가 함께 마음껏 마당에서 뛰놀 수 있는 꿈의 집을 부지런히 찾은 끝에 지금의 작은 한옥을 발견했다. 리모델링을 마치고부터 네 식구의 한옥살이가 시작됐다.

소형 한옥이라 이전의 살림살이를 전부 다 가져올 수 없어 최소한의 물건만 들였다. TV도 없다. 그 덕분에 가족이 살을 비비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늘었다.


“마당이 있어 아이와 강아지의 공간을 분리해 키울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아요. 실내에서 함께 키우면 반려견의 배변 문제가 큰 골칫거리거든요.

루크는 격리되어 생활해서 잘 몰랐는데 얼마 전부터 규리를 키우다 보니 지웅이가 멋모르고 규리의 배설물을 만지거나 밟곤 했어요. 위생상 걱정될 수밖에 없죠. 그래서 강아지를 실내에서 키울 땐 배변 장소를 펜스로 분리하고 정해진 곳에 배변하도록 훈련하는 게 중요해요.

지금은 마당 전체가 루크의 공간이 되었어요. 아이랑 루크가 마당에서 뛰놀며 행복해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이곳으로 이사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은아 씨 집은 한옥의 특성상 담이 낮아 방범에 취약하다. 하지만 마당에 루크가 있어서인지 사람들이 무서워서 쉽게 접근하지 못한다. 사실 불도그는 인상이 험상궂어 사납고 무서운 개라는 편견을 받곤 한다.

주변에서도 대형견과 아이를 함께 키우면 위험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알고 보면 불도그만큼 온순하고 점잖은 개도 없다. 길을 가다 다른 개가 짖거나 다가와도 개의치 않는다.

감정 기복이 별로 없고 하루의 대부분은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그래서 아이와 함께 키우는 데 크게 어렵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다. 다만 털이 많이 빠지는 종이라 꾸준히 청소를 해야 한다.


“루크와 함께 지낸 지 벌써 2년이 넘었어요. 사람들이 아이와 강아지를 함께 키워서 좋은 점이 뭐냐고 묻곤 하는데 루크는 그냥 가족 같은 존재라서 특별히 좋은 점을 잘 모르겠어요.

지웅이나 남편을 ‘우리 가족’이라고 하는 것처럼 그냥 자연스러운 거예요. 가족 중에 누가 있어서 좋다기보다는 존재 자체가 든든하고 좋은 거죠. 개와 아이를 함께 키우면 아이 정서에 좋다고들 하잖아요.

루크는 지웅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함께 있어서 그런 건 잘 몰랐어요. 그런데 이번에 규리가 온 뒤로 지웅이가 장난도 많이 치고 웃는 일이 부쩍 많아진 걸 보면 정말 그런 거 같아요.”


요즘엔 외동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많다 보니 아이가 외로울까 싶어 반려견 입양을 고려하는 사람이 꽤 많다. 하지만 무턱대고 입양했다가 감당하지 못하고 돌려보내는 경우도 부지기수. 이런 상황이 안타까운 은아 씨는 아이 있는 집에서 반려견을 입양하기 전에 몇 가지 고려할 게 있다고 조언한다.

“주변에 아이와 강아지가 함께 잘 지내는 가정을 보면 대부분 나이 차가 많더라고요. 아기도 강아지도 둘 다 어릴 땐 통제가 잘되지 않아요. 어린 강아지는 혈기왕성해서 아무나 보고 달려들거나 이갈이 때문에 깨물기도 하거든요.

성견은 그나마 점잖게 아기들과 잘 지내죠. 아이가 부모의 말을 잘 이해하고 따를 수 있을 때 반려견을 입양하는 것도 괜찮은 것 같아요. 지웅이는 강아지를 좋아하지만 아직 어려서 만지는 게 서툴러 강아지 털을 쥐어 뽑는다든지 본인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괴롭히는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럼 강아지도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아이를 슬슬 피하다 보면 교감하기 어려워져요.”





지웅이네 가족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베스트베이비> 인스타그램(@bestbaby_magazine)에 9월 8일(금) 업로드됩니다. 


만약 강아지 입양을 고려 중이라면 유기견 센터에 아이와 함께 가서 마음이 가는 반려견을 입양할 것을 권한다. 유기견들의 마음 아픈 사연을 하나하나 듣다 보면 아이도 책임감이 생겨 강아지와 잘 지내려고 노력한다.

루크는 펫샵에서 데려왔지만 최근 강아지 산업의 잔혹성을 알게 된 은아 씨 부부는 유기견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규리처럼 유기견을 임시 보호하는 일도 계속하려고 한다.

지금 은아 씨의 뱃속에는 새 생명이 자라고 있다. 반려동물과 아이들이 서로를 의지해가며 일상의 선물 같은 순간을 더 자주 만들어갈 것이다.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이번 달에는 한옥에서 아이와 반려견을 함께 키우고 있는 최병석·신은아 부부를 만났습니다.

Credit Info

기획
강지수 기자
사진
안현지

2017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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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강지수 기자
사진
안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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