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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아네 가족의 행복한 시골살이

On August 04, 2017 0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이달에는 인도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그들의 사랑스러운 딸 리아네 가족을 만났습니다.

 



일러스트레이터 김민영(37세) 씨는 인도인 남편 나게쉬 이퍼(40세) 씨와 다섯 살배기 딸 리아와 함께 강원도 춘천의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다. 그녀는 자신이 외국인과 결혼하게 될 거란 생각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단다.

 

부부의 인연이란 게 다 그렇듯 생각지도 못하게 만나서 물 흐르듯 하나가 됐다. 이들이 처음 만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다. 민영 씨는 한 달간 인도로 배낭여행을 다녀온 뒤 인도에 푹 빠졌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꾸준히 인도 관련 영화를 보고, 인도 음식을 먹고, 인도에 관련된 거라면 무엇이든 찾아다녔다. 그 무렵 나게쉬 씨는 박사 공부를 위해 한국에 왔다. 

 

타지에서 혼자 지내다 보니 적적해 친구라도 사귈 겸 한 커뮤니티에 인도어를 가르쳐주겠다는 글을 올렸는데 마침 이 글을 본 민영 씨가 연락을 한 것. 그렇게 인도어 과외를 하며 인연이 시작되었고 마음이 잘 맞아 연애를 하고 자연스레 결혼까지 이어졌다.

 

“나게쉬가 춘천에 있는 한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따느라 오랜 시간 춘천에 머물렀어요. 그래서 춘천은 나게쉬에게 제2의 고향 같은 곳이죠. 자연스럽게 춘천에서 자주 데이트를 했는데 강, 호수, 산이 사방으로 둘러싸인 곳에 있으니 마음이 편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결혼을 하면서 평생 살던 서울을 떠나 춘천으로 왔어요.”

 

식물병리학을 공부한 나게쉬 씨는 현재 회사에서 연구원으로 일한다. 주변에서는 그를 농담반 진담반 ‘대지의 신’으로 부르는데 그만큼 화초 키우는 능력이 발군이다. 민영 씨네 집 데크에 늘어선 화초도 나게쉬 씨가 씨를 발아해서 키운 게 대부분이다. 

 

“3년 전쯤이었을 거예요. 전세살이로 이곳저곳 전전긍긍하다 아이가 마음껏 뛰놀게 해주고 싶어서 전원주택을 알아보기 시작했죠. 그런데 생각보다 구하기가 쉽지 않더라고요. 어느 날 연애할 때 자주 찾았던 복숭아밭이 가득한 시골 마을에 갔더니 전원주택이 들어선 거예요.

 

리아가 아빠 직장 내 어린이집에 다니는데 오가는 시간이 10분 거리인데다 집이 산으로 둘러싸인 점이 마음에 쏙 들어서 지금의 집에 들어오게 됐어요. 시골이라고는 하지만 시내까지 나가는 데 10분 정도면 충분해서 크게 불편한 점은 없어요.”

 





그렇게 시작된 시골살이는 좋은 점이 많았다. 우선 아이가 눈치 보지 않고 뛰어놀 수 있었다. 처음 이사 오던 날 리아가 실컷 뛰다가 멈추더니 “엄마, 이제 우리 집 밑에 아무도 안 사니까 뛰어도 되지?”라며 조심스레 물었다.

 

그때 문득 아이가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겠구나 싶었단다. 요즘은 동네 과수원의 복숭아와 옥수수가 매일 얼마큼 자랐나 살펴보는 게 리아의 가장 큰 관심사다. 집으로 찾아오는 귀여운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며 마당에서 좋아하는 모래놀이도 원 없이 즐긴다. 

 

이런 모습을 보면 뿌듯하지만 주변에 또래 친구가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쉽다. 의외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집이 적어서 가끔 리아가 심심해할 때가 있다. 그래서 시내에 사는 리아 친구들을 자주 초대한다.

 

“인도 사람들은 꽤 부지런해요. 나게쉬 씨도 마찬가지죠. 새벽 일찍 일어나 마당을 둘러보고 출근 시간 1~2시간 전에 회사에 가요. 일을 일찍 시작해서 할 일을 빨리 끝내놓고 야근을 하더라도 많이 늦지 않는 편이라 평일에도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요. 

 

제가 식사 준비를 하는 동안 아이를 씻기거나 마당에 나가 놀아주죠. 시골길을 산책하거나 인도식 빵인 짜파티 반죽을 하며 놀거나 텃밭에서 채소를 따기도 하고요. 저는 아이가 좋아하는 장난감을 사 주려는 편인데 남편은 장난감이 너무 많아서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며 그닥 좋아하지 않아요.”

 

인도는 워낙에 넓은 땅이라 지역에 따라 언어도 다르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언어를 듣고 자란 나게쉬 씨는 새로운 언어 배우는 걸 크게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다. 

 

실제로 한국에 온 지 2년 만에 한국어를 능숙하게 말하기 시작했다. 빠른 언어 습득의 비결은 한국 드라마 시청과 길을 걸으며 눈에 띄는 간판을 읽는 것이다. 리아에게도 같은 방식으로 언어를 가르친다. 

 

어린이집에서 친구들과 지낼 때는 한국어로 말하지만 집에서는 아빠와 영어로 대화하고 TV 프로그램도 영어로 나오는 것만 보여주는 편이다. 말을 배우기 전부터 이런 식으로 해서인지 리아도 그걸 당연하게 여기고 우리말만큼 유창하지는 않지만 영어도 곧잘 한다. 

 




리아네 가족 이야기를 영상으로 만나보세요! <베스트베이비> 인스타그램 (@bestbaby_magazine)에 8월 1일(화) 업로드됩니다.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는 민영 씨의 대표 작품은 ‘타라’ 인형인데 리아를 모티브로 만들었다.

 

“타라는 인도어로 별이라는 뜻이에요. 임신 초기에 남편이랑 산책을 자주 했는데, 어느 날 하늘에 별이 총총 떠 있는 거예요. 그 자리에서 남편이 태명을 타라라고 지어줬어요. 

 

아이가 태어난 뒤로는 한동안 그 이름을 잊고 지냈는데 언젠가 어린이집 선생님이 리아 머리를 양쪽으로 묶어준 거예요. 곱슬머리가 습기를 머금어 마치 솜사탕을 머리 양쪽에 붙여놓은 것 같았죠. 

 

자꾸만 그 모습이 떠올라 그림으로 남겼고 인형으로도 만들게 됐어요. 그 다음 해에 개인전을 열며 인형도 함께 전시했는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좋아해주더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꾸준히 작업하고 있어요.”

 

요즘 그녀에게는 한 가지 고민이 있다. 리아를 바라보는 주변의 시선이다. 사실 그녀는 ‘다문화둥이’라는 표현 자체가 선입견이라고 생각한다. 강원도에서 태어난 아빠와 서울에서 태어난 엄마가 낳은 아이를 부르는 말은 따로 없다. 

 

타라도 마찬가지다. 인도에서 태어난 아빠와 한국에서 태어난 엄마 사이에서 태어난 똑같은 아이일 뿐이다. 가끔 아이들이 리아를 보며 자기 부모에게 “왜 얼굴색이 달라요?”라며 묻기도 하는데, 그럴 때 부모들은 자리를 피하거나 “그런 말 하면 못 써”라고 얼버무린다. 

 

그보다는 리아의 아빠와 엄마가 태어난 곳이 다른 것뿐이라고, 세상에는 다양한 민족과 문화가 있다고 자연스레 다양성을 이야기해주는 부모가 많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육아란 마치 여행과 같다고 말하는 그녀. 낯선 곳을 여행한다는 건 두려움 가득한 일이지만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거움을 찾는다. 

 

우리는 부모가 됐고 아이와 함께 낯선 길을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부모가 아니었다면 절대 느끼지 못했을 행복을 주는 리아가 더 좋은 세상에서 살 수 있기를, 민영 씨는 오늘도 바라본다.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이달에는 인도인 아빠와 한국인 엄마, 그들의 사랑스러운 딸 리아네 가족을 만났습니다.

Credit Info

기획
강지수 기자
사진
이혜원

2017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강지수 기자
사진
이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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