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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는 왜?

헤어날 수 없는 반복의 매력

On August 02, 2017 0

봤던 그림책 또 보기를 수십 번, 매일 아침이면 <딩동댕 유치원>의 인기 캐릭터 뚜앙을 따라 ‘뚜뚜 뚜앙~’을 외치며 뚜앙 체조를 반복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불멸의 고전 <뽀로로>는 분명 최근에 본 에피소드임에도 늘 같은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눈을 못 뗍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재밌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사실 같은 책을 수차례 읽어주고, 이제는 대사를 외울 지경에 이른 <뽀로로>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르도 엄마는 지겨워 죽겠는데 말이지요. 왜 아이들은 해도 해도,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걸까요? <우리 아이는 왜?> 8편에서는 무한 반복을 사랑하는 아이의 심리를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  김이경
놀이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아동심리상담사. 놀이가 아이와 부모를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으로 <베스트베이비>, <앙쥬> 등 여러 매체에 육아 칼럼을 기고한다.

 +  박시전
궁금증, 호기심 많은 15년차 육아지 기자. 아이 키우며 궁금한 게 생길 때면 편집회의와 꼼꼼한 취재를 거쳐 기사화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육아 전문 에디터로 현재 <베스트베이비> 객원기자. 





 ->  도대체 왜 그렇게 반복이 좋은 걸까?

 박 기자  ▶ <달님 안녕> 책을 거짓말 안 보태고 하루에 수십 번 읽어줬다는 엄마가 부지기수입니다. 어디 책뿐인가요? ‘블록 쌓았다 무너뜨리기’처럼 단순하기 짝이 없는 놀이도 수십 차례 반복합니다. 곁에서 지켜보는 부모는 솔직히 지겨워서 한숨이 나오죠. 아이들은 도대체 왜 그렇게 반복을 좋아할까요?

 김 소장  ▶ 같은 일을 반복하는 이유는 결국 ‘좋아서’입니다. 물론 좋은 이유는 조금씩 다릅니다. 재미있어서 좋다든지, 점점 숙달되는 느낌이 좋다든지, 뭔가 이득이 있어 좋다든지, 안정감을 준다든지 어쨌든 뭔가 좋은 포인트가 있기 마련이죠.

특히 아이들은 반복하면서 자기 힘으로 만들어내는 파장을 즐깁니다. 아이가 언제부터 반복을 시작했는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대개 처음 관심을 갖는 대상은 자기 몸입니다. 우연히 손을 입에 넣어 빨아보았더니 그 감각이 신기한 거예요.

손을 꼼지락거리고 빨면서 더욱 흥미가 유발되겠지요. 그래서 손가락 빠는 걸 반복합니다. 또 우연히 식탁의자나 유모차에서 물건을 쳤는데 그 순간 툭 소리를 내며 물건이 아래로 떨어지고, 그러면 엄마가 쪼르르 달려와 물건을 다시 올려주는 일도 있었을 겁니다.

만 2세까지 해당되는 감각운동기에는 이렇게 자기 몸을 움직여 일련의 상황을 만들어내는 게 무척 재미나고 흥미로운 일이에요. 마치 요술봉을 흔들어 주변을 변화시키는 것만큼이나 짜릿한 경험일 겁니다. 이런 재미가 계속 숟가락을 떨어뜨리는 반복의 동력이 되는 거죠.

반복을 하는 또 다른 이유는 아이가 세상을 배우는 방식, 즉 기억 체계와 관련이 있습니다. 성인은 이미 사물에 대한 수많은 틀, 도식을 기억하고 있기에 필요한 것을 그때그때 즉각 꺼냅니다. 반면에 아이의 기억력은 아직은 감각적이며 체계가 부족해요.

아이는 주로 절차기억을 통해 학습을 하는데, 절차기억은 좀 더 감각적으로 몸으로 기억하는 것을 말합니다. 절차기억의 대표적인 예로 자전거 타기가 있는데요. 일단 익혀놓으면 한참 지나서도 몸이 기억해 탈 수 있죠.

기기, 걷기, 일상적인 신변 처리는 대부분 이런 절차기억을 통해 배웁니다. 일단 해보고 감각적으로 경험하는 재미를 반복하면서 수많은 정보를 배우고 행동을 조절해나가죠.


 박 기자  ▶ 단순한 반복이야말로 아이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이자 원동력이란 말씀이죠? 이렇게 반복이 주는 장점이 더 있을 것 같아요.

 김 소장  ▶ ‘반복’이라는 말을 떠올렸을 때 뭐가 먼저 생각나나요? 어쩌면 어른들은 반복되는 일상, 반복되는 문제, 반복되는 잔소리처럼 뭔가 내 의지보다는 타의에 의해 반복되어온 좋지 않은 경험을 떠올릴 겁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반복을 자기가 좋아서 스스로 택해요. 봤던 그림책 보고 또 보기, 했던 놀이 또 하기 같은 것 말이에요.

어른들 눈에 아이의 반복은 지겨워 보입니다. 수백 번 본 그림책이 재밌을까 싶고 매일 하는 놀이가 저리 즐거울까 싶지요. 하지만 아이는 반복을 통해 숙달되고 유능해지는 기분을 느낍니다.

제가 놀이치료를 하며 한 방 먹었던 경험을 얘기해볼게요. 한 아이가 자기가 특정 가전제품 역할을 하겠다며 놀이치료 시간 내내 몇 차례나 같은 방식으로 놀이를 반복했어요. 그래서 제가 “이번에는 다른 기능이 생겼다고 하고 바꿔보는 건 어때?”라고 제안을 했지요.

아이는 “왜?”라고 물었어요. “그러면 더 재미있을 거 같아서”라고 답했더니 “아닌데? 나는 지금이 재밌는데 왜?” 하고 눈을 반짝이며 답하더군요. 순간 ‘아차, 내가 아이의 재미를 재단했구나’ 싶었어요.

아이는 가전제품의 강력한 기능을 자기가 해내며 스스로를 엄청 멋지다고 생각했을 텐데 말이죠. 반복하며 익숙해지는 경험을 쌓으며 아이는 자신감을 키워나가고 자기만의 고유한 특성도 알게 됩니다.


 

 ->  봤던 그림책을 보고 또 보는 이유


 박 기자  ▶ 가장 흔한 반복 리스트를 꼽으라면 ‘그림책 다시 보기’가 아닐까요. 아이들은 한 번 꽂힌 책은 책장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보고 또 보지요.


 김 소장  ▶ 연구에 따르면 같은 책을 반복해서 보는 것이 단어나 문장을 연결하는 능력을 키워준다고 해요. 같은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려주면 그와 비슷하게 진행되는 다른 이야기를 들을 때 다음 에피소드를 더 잘 예측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습니다.

또한 반복은 안정감을 주는 효과도 있어요. 불안할 때 예측 가능한 환경과 상황이 마음을 다독여주거든요. 세상이 예측 불가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하루는 24시간, 1년은 365일이라는 반복되는 틀이 있지요. 낮과 밤도 매일 반복되고요.

아직 세상이 낯선 아이일수록 반복되는 상황을 통해 안정감을 느낍니다. 그래서 스트레스가 많거나 불안할 때 자기가 정한 틀이나 방식을 더욱 고수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죠.

어른들도 초조하고 불안하면 괜히 방을 왔다 갔다 하거나 다리를 떨고 볼펜을 돌리는 반복 행동을 합니다. 물론 정도가 심할 때는 문제지만 ‘형태를 알 수 없는 불안’이 ‘일정한 틀이 있는 행동’으로 표출되면 어느 정도 안정감을 찾는데 도움이 됩니다.


 박 기자  ▶ 책뿐 아니라 ‘반복 리스트’는 셀 수 없이 많아요.

 김 소장  ▶ 네. 했던 놀이 또 하기, 본 거 또 보기 등이 해당돼요. 그리고 아이에 따라 같은 말을 반복하거나 매번 똑같은 길로만 가려고 하는 것, 같은 옷만 입으려 하는 것 등 반복의 종류는 정말 다양합니다.

좋아하는 반복의 포인트도 여러 가지인데 그림책의 특정 대목 하나 때문에 전체를 반복해서 읽어달라고 하는 경우도 종종 있어요. 한창 말을 배울 때에는 반향어(다른 사람의 언어를 무의식적으로 되풀이하는 증상)처럼 엄마가 한 말을 따라서 반복하거나 어떤 소리가 재미있어서 같은 말을 계속하기도 하고요.


간혹 극복하고 싶거나 치유하고 싶은 주제가 있을 때 같은 놀이를 반복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일반화하기는 조심스럽지만 엄마 아빠 역할을 정해놓고 양육 놀이를 반복하면서 애착과 관련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모습을 보이기도 하고, 병원놀이를 하며 몸과 마음을 치유하려는 경향도 있습니다.

아이가 노는 모습을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또 병원놀이를 하네?’ 싶지만 자세히 살펴보면 아이가 맡은 역할이나 전개되는 놀이 스토리에 그때그때마다 변화가 있어요.

병이 나을 듯하다 다시 재발하기를 반복하더니 어느 날은 실력 있는 의사가 되어 어려운 수술을 무사히 마치고 치유하는 내용으로 변하는 식으로요. 다른 반복 역시 얼핏 보면 똑같아 보이지만 그 속에 미묘한 변화가 나타날 가능성이 큽니다.



 


다음 호 <우리 아이는 왜?> 칼럼의 사진 공모 주제는 카카오스토리 베스트베이비 채널에 공지합니다. 소식받기(story.kakao.com/ch/bestbaby)를 꾹 누르고 응모하세요. 응모하신 사진 중 선정해 <베스트베이비> 매거진(온라인 또는 오프라인)에 소개하고 소정의 선물을 드립니다.



 

 ->  경계해야 할 반복 증상이 있다면?


 박 기자  ▶ 아이가 어떤 일을 지나치게 반복하는 게 아닌가 싶어 걱정하는 부모님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유독 자동차 놀이만 반복한다든지, 공룡책만 집착해 읽는 행동들이요.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할 ‘반복’이 있다면요?


 김 소장  ▶ 반복하는 행동 자체만 보기보다 아이의 전반적인 발달 상태를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아이는 같은 그림책을 반복해서 보는 와중에도 자기가 기대하는 대목에서 엄마의 반응이 어떨지 살피며 엄마 아빠가 공감해줄 때 더 신나합니다. 아이가 자동차 놀이를 반복할 때는 자동차를 ‘자동차답게’ 가지고 노는지 살펴보세요. 예를 들어 자동차를 갖고 놀다가 엄마가 구조 요청을 하면 소방차가 출동할 수 있겠지요. 반면 혼자서 자동차의 줄만 세운다거나 엎드려서 바퀴가 굴러가는 것만 바라보는 반복 행동울 한다면 사회성이나 감각 발달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또 펄쩍펄쩍 뛰어오르거나 눈앞에서 손을 펴서 움직이기, 허공에 손 흔들기 같은 행동을 맥락 없이 반복한다면 발달 문제를 점검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외의 경우라면 아이의 반복에 기꺼이 동참해주세요. 아이가 이렇게 ‘반복의 재미’에 빠져 있는 날도 그리 길지 않거든요. “○○이가 어딨나~? 까꿍!” 하며 수없이 자기 이름을 불러주길 원하던 아이가 이름 두 번만 불러도 “아~ 왜?” 신경질 낼 날이 옵니다. 대화 좀 할라치면 “또또 잔소리”라며 질색하는 시기도 오겠지요. 그 전에 ‘딱 한 번만 더!’라는 아이의 요구에 흔쾌히 ‘콜!’해주세요.

 

plus tip 아이의 반복에 대처하는 부모의 자세

반복을 함께 해보자
유아용 애니메이션이나 학습 동영상은 내용이 좋아도 쌍방향 소통이 어려워 아이가 시각과 청각 위주의 감각 자극에만 몰입할 수 있다. 한 번에 20분을 넘기지 않는 등 시간을 정해놓고 보여준다.


다양한 활동으로 확장한다
한 가지 그림책만 반복해서 보려 할 때 그림을 그려보거나 등장인물을 점토로 만들어보는 식으로 연계된 놀이를 해본다.


약속을 정해놓자
애초에 ‘딱 한 번만 더’라는 약속을 지키는 아이는 드물다. 한두 번 혹은 그보다 더 놀거나 책을 읽어주게 마련이니 이를 감안해서 약속 시간이나 횟수를 정해두면 아이도 엄마도 마음이 편하다.


아이에게 마스터 역할을 맡겨본다
어떤 놀이를 반복하다 보면 아이가 전문가가 된다. “이 책은 우리 집에서 네가 제일 잘 아니깐 어떤 얘기인지 들려줘”라는 식으로 아이가 숙달한 내용을 직접 펼쳐보게 한다.

봤던 그림책 또 보기를 수십 번, 매일 아침이면 <딩동댕 유치원>의 인기 캐릭터 뚜앙을 따라 ‘뚜뚜 뚜앙~’을 외치며 뚜앙 체조를 반복합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불멸의 고전 <뽀로로>는 분명 최근에 본 에피소드임에도 늘 같은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며 눈을 못 뗍니다.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볼 때마다 ‘정말 재밌나?’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게 됩니다. 사실 같은 책을 수차례 읽어주고, 이제는 대사를 외울 지경에 이른 <뽀로로>를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르도 엄마는 지겨워 죽겠는데 말이지요. 왜 아이들은 해도 해도, 봐도 봐도 질리지 않는 걸까요? <우리 아이는 왜?> 8편에서는 무한 반복을 사랑하는 아이의 심리를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Credit Info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추경미

2017년 08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추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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