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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 먹고, 적게 먹고, 많이 먹고, 먹는 게 늘 문제야~

On July 13, 2017 0

입 짧은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일 수 있을까 애간장을 태웁니다. 하지만 대식가 아이를 둔 부모라고 고민이 없지는 않습니다. 저렇게 많이 먹다가 지방 세포 수를 잔뜩 늘려놓는 건 아닌가 싶어 ‘조금 덜 먹으라’며 자꾸 참견을 하게 되지요. 편식도, 소식도, 과식도 늘 부모님들 속을 썩이는 단골 이슈입니다. 그래서 ‘편식 줄이는’ 혹은 ‘살 안 찌는’이란 수식어가 붙은 각종 요리법이나 건강 정보가 인기를 끌곤 하지요.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번지수부터 잘못 찾은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애초에 먹성은 타고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소소한 잔기술보다는 올바른 식습관을 잡아주는 게 우선입니다. 이번 호에는 편식과 과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의 꼼꼼한 조언을 들어봅시다.

 

PROFILE

PROFILE

 +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자식 입에 밥 들어가는 모습만큼 흐뭇한 풍경이 또 있을까요. 반대로 도통 먹지 않는 아이를 지켜보는 건 몹시도 괴롭지요. 또 너무 많이, 온종일 먹는 모습도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아이 키우면서 부모 뜻대로 되는 일이 과연 하나라도 있을까 싶지만 특히 식욕은 타고난 기질 몫이 큽니다. 줄이기도 어렵고 늘리기도 어렵단 뜻이지요.

그렇다고 손 놓고 보고만 있을 순 없으니 밥 잘 먹게 한다는 영양제를 물색하거나 과도한 식욕을 제한할 수 없어 살 빼는 방법을 찾아다닙니다. 부모님들의 고민 중 늘 상위권에 오르는 문제, ‘소식’과 ‘과식’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살펴보겠습니다.

사실은 대처법이라기보다는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싶은 마음을 꾹 참은 채 ‘손 놓고 있어야’ 하는 이유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  편식하는 아이에게 끌려다녀선 안 됩니다

이유식 시기에는 주는 대로 넙죽넙죽 잘 받아먹던 아이가 돌 무렵이 되면 좋아하는 재료만 골라 먹거나 마음에 들지 않는 음식은 뱉어내는 일이 잦아집니다. 유아식으로 넘어가 밥과 반찬을 따로 주면서부터 이런 모습은 더욱 뚜렷해지죠.

좋아하는 반찬만 먹고 밥은 먹지 않거나 맨밥만 먹고 반찬은 쳐다보지도 않는 아이가 드물지 않아요. ‘균형 잡힌 영양’을 절대선으로 좇는 부모 입장에서는 여간 걱정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이 자연스럽고 정상적인 발달 과정일 뿐입니다. 부모가 거기에 끌려가지만 않는다면 말이지요.


편식은 본능입니다. 골고루 먹는 어른일지라도 좋아하는 음식이 나오면 더 손이 가는 게 인지상정입니다. 다만 건강을 위해서, 체면을 위해서, 어린 시절 부모로부터 배운 습관이라, 또는 차린 사람에 대한 예의 등 여러 이유로 고르게 먹거나 그러려고 노력할 뿐입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런 것을 따질 이유가 없어요. 섞여 있다면 모를까 반찬이 따로 놓여 있다면 좋아하는 것부터 먹는 게 자연스러운 모습입니다.

어른들은 한국식 식사법으로 밥 한 숟가락 떠먹고 밥을 맛나게 먹기 위해 찬을 적당히 배분하고 조합해 먹을 수 있지만 이 또한 아이들에게는 너무나 어려운 일입니다.

같이 먹어야 더 맛이 좋다든지, 반찬만 먼저 다 먹어버리면 너무 짜고 나중에 맨밥만 먹는 게 곤란하다는 것도 알 수 없지요. 이는 배워야 하고 겪어봐야 아는 일이지 돌 지난 아이에게 밥과 찬을 내놓고 한 숟가락에 한 젓가락씩 골고루 먹기를 바라는 건 지나친 기대일 수밖에 없습니다.


 

 ->  편식은 이렇게 대처합니다

첫째, 편식은 잘못된 게 아니라 본능입니다. 혼내지 마세요. 부모가 아이의 편식에 끌려가지만 않으면 됩니다. 단기간에 편식을 고쳐보려는 시도는 대개 효과도 없거니와 결국 부모가 지는 싸움입니다. 차라리 아무 대처도 하지 않는다면 최소한 더 심해지지는 않을 겁니다.

둘째, ‘무엇을’, ‘얼마나’, ‘어떻게’, ‘얼마나 오랫동안’, ‘어디에서 먹을 것인지’는 부모가 정합니다. 여기까지는 부모가 바람직하게 세팅해두되 ‘무엇을 얼마나 먹을지’는 결국 아이가 결정할 몫입니다.


아이의 한 끼 양이 지속적으로 부족해 보인다면 중간에 간식(우유·과일 포함)을 주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아이가 골고루 먹지 않는 듯하면 유난히 집착하는 음식을 자주 내놓지 않아야겠지요. 아이가 섭취하는 영양의 균형은 한 끼를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건 아닙니다.

하루 전체를 통해서, 한 주나 한 달에 걸쳐 골고루 먹어 이뤄집니다. 아이가 잘 먹는 것만 식탁에 올리지 말고 아이에게 먹이고 싶은 음식을 꾸준히 내어놓으세요. 그리고 쫓아다니면서 어떻게든 먹이려는 시도는 다음 끼니의 식욕까지 망치니 과감히 포기하시고요.


셋째, 밥과 찬이 각각 따로 구성된 상차림을 굳이 서두르지 마세요. 밥과 반찬을 따로 먹든, 비비고 섞어 일품으로 먹든 문화의 문제입니다. 어차피 아이는 부모를 비롯해 다른 사람들이 식사하는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식탁 문화를 배우게 되어 있습니다.

아이의 편식을 바로잡고자 다른 음식 재료와 섞어 감추었다가 점진적으로 노출시키는 방법이나 새로운 식재료는 부모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처럼 만들어 아이를 안달 나게 하는 방법 등 편식을 고치는 데 도움이 되는 여러 아이디어가 소개되고 있지만, 아이의 편식을 대하는 가장 중요한 자세는 편식 때문에 겪을 배고픔을 부모가 해결해주지 않는 겁니다.

소식은 편식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차려주면 골고루 먹지만 식사량이 유독 적어 보이는 아이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 성장 속도를 따져보아 적절하다면 그게 이 아이에게 맞는 끼니 양이니 문제 삼을 부분이 없습니다.

오히려 소식은 평생 건강을 위한 좋은 식습관으로 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적게 먹는 동시에 성장 속도가 떨어진다면 편식의 경우와 같이 대처해야 하고 의사의 진찰도 필요합니다.

 



 

 ->  과식은 양보다 먹는 속도를 제한합니다

소비되는 에너지보다 더 많은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오랜 시간 이어지면 비만이 됩니다. 비만과 과식은 떼놓고 생각할 수 없는 관계지요. 어릴 때 많이 찐 살이 다 키로 간다는 말은 일부는 맞고 최종적으로는 틀립니다.

비만한 아이들은 초기에는 또래보다 키가 커지는 게 맞지만 최종 신장은 오히려 유전적으로 타고난 것보다 작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체중이 잘 늘지 않는 아이는 조금씩 자주 먹고 식사 시간도 오래 걸리는 반면, 체중 증가가 지나친 아이들은 많은 양의 음식을 자주, 급하게 먹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저 먹는 횟수를 줄이고, 늘리라는 조언으로는 목적하는 바를 이룰 수 없습니다. 이런 경우 타고난 식욕을 억제할 수는 없지만 과식을 예방하는 몇 가지 방법이 알려져 있습니다.


첫 번째는 먹는 속도를 조절하는 겁니다. 대체로 ‘포만감이 전해지는 속도’보다 더 빨리 먹는 아이들이 과식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렇기에 천천히 먹어야 하는데 아이의 손을 붙들고 먹는 속도를 조절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요.

하지만 음식을 제공하는 양과 속도는 엄마가 정할 수 있습니다. 보통 먹는 양의 절반이나 ⅓ 정도만 내어주고 더 달라고 하면 조금 뜸을 들여 또 주세요. 그 동안에 대화를 유도하고 5분에서 10분 정도 쉬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습니다.

천천히 여러 번 씹고, 씹는 동안에는 수저를 내려놓도록 가르치세요. 제대로 씹지도 않고 누군가에게 뺏길 듯 급하게 음식을 삼키는 습관을 피하기 위해서입니다.

대체로 살이 잘 찌지 않는 아이들은 이미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밥 한 숟가락 떠먹는데 세월아 네월아 걸리고 마치 뉴스 아나운서처럼 수다스럽지요.


그리고 과도한 공복감은 폭식으로 이어지기 쉬우니 끼니와 끼니 사이에 간식을 먹여 식욕을 줄이는 것도 좋습니다. 저지방 우유 한 컵과 아이 주먹 하나 분량의 과일 정도가 적당합니다.

과식과 편식에 공통적으로 좋지 않은 습관이 있는데 바로 책이나 텔레비전을 보며 먹는 겁니다. 이는 각자 타고난 식욕을 극단적으로 만드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식하는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더 많이 먹게 되고, 적게 먹는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배가 불러 다음 끼니때 음식에 대한 흥미를 더 잃게 됩니다. 아이가 울고 떼쓸 때 달래려고, 또는 심심할까 봐 수시로 먹이는 습관도 해롭습니다. 식욕이 없는 아이는 식욕을 더 떨어트리고 식욕이 지나친 아이에게는 필요 이상의 영양을 공급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렇듯 다양한 방법을 적용해보긴 하겠지만 사실 부모의 역할은 상당 부분 제한적입니다. 눈에 띄는 효과를 보기 어렵고 지금보다 약간 개선하는 정도일 겁니다.

그러니 불안감은 내려놓으세요. 극단적인 상황이 아니라면 식욕과 아이의 성장이 항상 일치하는 건 아닙니다. 두 돌 무렵부터는 키나 체중에서 유전 형질의 발현이 뚜렷해지기 때문에 부모의 노력으로 살을 찌우고 빼는 일은 더더욱 어렵습니다.

특히 저체중아의 경우 짧은 기간 동안 어떻게든 더 먹여보려는 부모의 시도는 필연적인 역효과를 불러옵니다. 우리의 목표는 짧은 기간 동안 체중을 늘이고 줄이며 조절하는 게 아니라 건강한 식습관을 길러주는 겁니다.


그리하여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다시 기본입니다. 습관은 블록 쌓기 하듯 만들 수는 없습니다. 배고플 때 먹고, 배부르면 그만 먹고, 정해진 자리에서 제시간에 골고루 먹을 수 있는 조건을 만들어 주고 기다려야 합니다. 식사 시간에는 더 먹어라, 덜 먹어라 잔소리를 하기보다 즐거운 대화를 하는 게 훨씬 낫습니다.

 

plus tip 편식과 과식에 관해 부모가 알아두면 좋은 것

 +  식욕은 타고납니다. 부모의 노력으로 바뀌지 않는다는 사실부터 받아들여야 합니다. 편식, 소식, 과식이 병적인 상황(체중 증가 부진, 이상 증가)만 아니라면 대부분은 그냥 놔둬도 문제없습니다. 병적인 편식, 병적인 과식은 오히려 아이에게 끌려다니는 부모로 인해 생기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  아이가 잘 안 먹는다고 좋아하는 것만 먹여서는 안 됩니다. 비만이면서 편식하는 아이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평소 식욕이 넘치는 아이라면 ‘보다 건강한 음식’을 먹는 데 그 식욕을 쓰게 해야 합니다. 반면 식욕이 없는 아이일수록 오히려 ‘정말 먹어야 할 것’을 먹이는 데 신경 써야 합니다.

 +  평소에 잘 안 먹어서 배가 고플까 봐 계속 먹이는 건 오히려 아이에게 해롭습니다. 수시로 먹는 간식은 식욕 없는 아이의 식욕을 더 떨어뜨리기 때문입니다.

 +  식욕이 넘치는 아이에게 간식을 조금씩 준다면 식사량 조절에 도움이 될 수 있지만 간식도 끼니처럼 먹게 되면 오히려 문제가 생기므로 양 조절에 신경 씁니다.

 +  어린아이의 경우 잠결에 수유하는 것을 피하고, 조금 큰 아이들이라면 미디어를 시청하며 식사해선 안 됩니다. 식사량을 가늠하지 못한 채 습관적으로 먹게 됩니다.

 +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배고플 때 배부른 만큼 먹는 습관’을 들이는 겁니다. 언제 배가 고프고 배가 부른지 모르겠다면 매일 일정한 시간에 먹이면 됩니다. 처음에는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리지만 결국에는 맞춰지게 되어 있습니다.

 

입 짧은 아이를 보면 어떻게 해야 한 숟갈이라도 더 먹일 수 있을까 애간장을 태웁니다. 하지만 대식가 아이를 둔 부모라고 고민이 없지는 않습니다. 저렇게 많이 먹다가 지방 세포 수를 잔뜩 늘려놓는 건 아닌가 싶어 ‘조금 덜 먹으라’며 자꾸 참견을 하게 되지요. 편식도, 소식도, 과식도 늘 부모님들 속을 썩이는 단골 이슈입니다. 그래서 ‘편식 줄이는’ 혹은 ‘살 안 찌는’이란 수식어가 붙은 각종 요리법이나 건강 정보가 인기를 끌곤 하지요. 하지만 이런 접근법은 번지수부터 잘못 찾은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합니다. 애초에 먹성은 타고나는 부분이 크기 때문에 소소한 잔기술보다는 올바른 식습관을 잡아주는 게 우선입니다. 이번 호에는 편식과 과식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 선생의 꼼꼼한 조언을 들어봅시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추경미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추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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