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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이 필요한 순간 … 사실 엄마도 겁쟁이 였어

On July 06, 2017 0

무서우니까 잘 때도 절대 불을 끄면 안 된답니다. 이제 화장실 정도는 혼자서도 갈 법한데 볼일 다 볼 때까지 엄마는 옆에 딱 붙어 있으라 하고요. 다른 애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만 보는 만화영화인데 조금만 으스스한 BGM이 깔리면 극장 밖으로 나가겠다며 울먹이는 아이도 있지요. 아이들의 공포증은 이렇듯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다 양상도 참 다양합니다. 때로는 수영장 물이, 해변가의 모래알이 무섭다며 매미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길 가다 옆에 가만 서 있는 아저씨가 무섭다며 울음을 터트려 엄마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지요. 뿐만 아닙니다.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인데 괴물 그림책이 무섭다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면서까지 끝까지 읽어달라는 건 왜일까요? <우리 아이는 왜?> 7편에서는 ‘아이의 공포증’에 대해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  김이경
놀이로 아이들과 소통하며 마음을 치유하는 아동심리상담사. 놀이가 아이와 부모를 잇는 다리가 되어줄 거라 믿으며 상담실에서 많은 부모와 아이들을 만나고 있다.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으로 <베스트베이비>, <앙쥬> 등 여러 매체에 육아 칼럼을 기고한다.

 +  박시전
궁금증, 호기심 많은 15년차 육아지 기자. 아이 키우며 궁금한 게 생길 때면 편집회의와 꼼꼼한 취재를 거쳐 기사화하고야 마는 생활밀착형 육아 전문 에디터로 현재 <베스트베이비> 객원기자. 





 ->  어디로 튈지 모르는 예측 불허 우리 아이 공포증!

 박 기자  ▶ 어른들은 두려움의 대상이 명확하잖아요? 높은 곳이 무섭다거나 벌이나 지렁이를 보면 몸서리친다거나 납량특집 영화 같은 걸 무서워하죠. 하지만 아이들은 예상치도 못한 것에 두려움을 보이곤 합니다. 가끔은 ‘도대체 이게 왜? 뭣 땜에?’ 할 때도 많죠.

 김 소장  ▶ 공감 능력이 뛰어난 부모라 하더라도 겁쟁이 아이가 답답할 때가 있습니다. 어른들이 아이가 느끼는 공포심을 이해하기란 쉽지 않아요. 어른은 세상을 살아봤으니까요. 세상을 좀 안다고 생각할 때부터 조금씩 두려움이 줄어듭니다.

‘모르면 용감하다’고 하지만 사실 몰라서, 모호해서 무서운 게 더 많아요. 어느 날 낯선 별에 불시착했다고 가정해보세요. 한창 인기를 끈 영화 <마션>이나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을 떠올려도 좋습니다.

그 별에 대해 꽤 많은 정보를 섭렵했다 해도 긴장될 텐데 어딘지 모르는 곳에 발을 내디뎌야 하는 상황이라면 기분이 어떨까요? 엄마 뱃속에서 갓 세상에 나온 아이는 불시착한 낯선 별에 익숙해지기 위해 적응 기간이 필요합니다.

‘에이~ 저거 별거 아니네’ 하고 안전하다는 걸 확인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지요. 게다가 지구 별에 처음 도착한 신생아는 시력은 좋지 않은 반면 감각은 예민합니다. 앞에 뭔가 어른거리지만 실체는 잘 모르겠고, 엄마 뱃속과 달라진 환경은 불편하지요.

아이들이 느끼는 두려움은 이런 감각적 특성과 인지 능력, 애착 안정성, 환경적 특성에 영향을 받습니다. 게다가 위험 회피 기질이 강하거나 예민한 아이들은 어떤 대상을 실제보다 더 위험하게 느끼다 보니 공포의 강도가 훨씬 커집니다.


 박 기자  ▶ 아이들이 무서움을 느끼는 시기나 대상을 살펴보면 월령에 따라 조금씩 차이를 보입니다. 자라면서 나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요.


 김 소장  ▶ 아이가 처음 무서움을 표현하는 시기는 대략 생후 7개월 즈음입니다. 주로 낯선 사람을 봤을 때이지요. 이는 나를 보호해줄 ‘애착 대상’과 ‘믿을 수 없는 사람’을 구분하면서 보이는 반응입니다.

만 3세 무렵에는 거미, 개, 물 등 특정 대상에 대해 공포를 표현하고, 만 4~5세 무렵에는 상상력이 발달하며 귀신이나 괴물 등 초자연적인 대상이나 어둠을 무서워합니다. 유아기를 지나 초등학생이 되면 좀 더 현실적인 두려움,

예를 들면 선생님에게 벌을 받는다거나 누군가에게 신체적 공격을 당할까 싶은 두려움이 커집니다. 이후 사춘기가 되면 관계에 대한 불안이 커지다 보니 따돌림이 주요 이슈가 되지요. 
 

‘과연 자라면서 공포심이 줄어드나?’에 대한 답은 사람마다 다릅니다. 하지만 경험치가 쌓이면서 공포의 범위가 줄어드는 건 사실이죠. 또한 자기가 무엇을 편안하게 느끼고, 어떤 상황에서 힘이 드는지, 자기 기질이 어떤지 알아가면서, 특히 문제를 해결해가면서 자신감이 생기면 공포심도 자연스레 줄어들게 됩니다.

 

 ->  무서움, 두려움, 공포, 불안… 어떻게 다를까?

 박 기자  ▶ 그런데 얘기를 하다 보니 든 생각인데, 무언가를 두려워하는 감정을 두고 ‘공포’. ‘불안’, ‘무서움’ 등 다양한 말로 표현하게 되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이런 감정이 다 제각각 다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나요? 


 김 소장  ▶ 그렇죠. 미묘하지만 각각의 감정도 다르고 그에 따른 신체 반응도 다릅니다. 먼저 두려움의 대상이 ‘실체가 명확한지, 아닌지’를 살펴보면 구분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불안’은 앞으로 자기에게 뭔가 위험이 닥칠 것 같긴 한데 그 실체가 뭔지 정확히는 알지 못하는 모호한 상태에서 느끼는 감정입니다. 반면 ‘공포’를 느끼는 사람은 자기가 무서워하는 게 뭔지 그 이유를 비교적 정확하게 알고 있죠.

그리고 공포는 ‘지금 당장’ 두려움을 느낀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고요. 예를 들어 뱀 모형을 들이댔을 때 “으아악, 무서워!”라고 소리치는 건 공포에 해당합니다. 그다음 염두에 둘 것은 ‘감정이 지속되는 시간’이에요.

불안은 만성적인 경우가 많지만 공포는 두려운 대상이 눈앞에서 사라지면 이내 가라앉습니다. 불안, 공포와 달리 ‘걱정’은 생각이나 상상과 관련이 깊습니다. 걱정은 앞으로 일어날 일을 ‘더’ 부정적으로 예측하거나 상상하는 상태입니다.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고 말하곤 하는데 두려운 생각이 계속 이어지는 것이죠.


물론 상담을 하다 보면 공포나 불안, 걱정을 무 자르듯 구분하기는 어렵습니다. 실제로는 불안과 우울도 함께 공존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아이들은 한참 정서가 발달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더 모호하고요.

하지만 이런 미묘한 차이를 알아두면 아이의 감정을 좀 더 명확하게 짚어주는 데 도움이 됩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자기 정서 상태를 명확하게 이해할 때 표현이나 조절 능력도 향상됩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다 보면 엄마의 걱정, 불안이 많아지게 되는데요. 이럴 때 엄마 마음이 어떤지 스스로 알아채고 구분해보는 것도 양육에 도움이 될 겁니다.

 

 ->  무섭다면서 괴물 이야기에 홀릭되는 이유는?

 박 기자  ▶ 아이들 대부분이 해당되는 것 같은데요. 무섭다고 하면서도 끝까지 귀신 이야기를 들려달라고 하고, 겁이 나면서도 강아지를 만지고 싶어 해요. 흔히 ‘무서움으로 무서움을 극복한다’고도 하는데 정말 그런 건가요?


 김 소장  ▶ 사람이 원래 그래요. 아이뿐 아니라 어른도 무서운 것을 대하면 한 순간 회피하고 싶기도 하고 극복하고 싶기도 한 양가적인 감정이 생깁니다. 무섭다고 눈을 가린 채 손가락 사이로 빼꼼 <구미호> 같은 납량특집을 보고야 마는 경험, 우리 다 해봤잖아요.

객석이라는 안전지대에서 스크린 속 무시무시한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이런 경험의 연장선이죠. 아이들 역시 공포를 느끼는 대상을 극복해보고 싶은 도전의식, 그래서 스스로의 힘을 확인하고 자기 영역을 넓혀가고 싶은 욕구가 강합니다.

놀이치료실의 곤충 피겨가 있는 곳에 가까이 가지도 못하고 안 보이는 곳으로 치워달라고 하는 아이가 있어요. 그러다 조금 지나면 대신 만져봐 달라고 하죠. 그다음에는 저한테 곤충을 잡고 있으라 하고 자기가 무기로 물리쳐요.

그러고 난 다음에야 손끝으로 직접 잡아 던져보죠. 사소해 보일 수도 있는 이 과정이 실제 생활에서 아이에게 많은 변화를 가져다줍니다. 직면해봤다는 경험이 용기를 주고, 다른 공포 대상을 극복하는 데에도 큰 힘이 되거든요.

게다가 공포를 극복한 끝에는 카타르시스라는 엄청난 쾌감이 있잖아요. 


 


# 뽀로로를 보다 말고 용 캐릭터 통통이가 등장하자 무섭다면서 의자 뒤로 쏙 숨네요. 무섭긴 무섭고, 보고 싶기는 하고….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요. - 오현숙 (사진_왼쪽)
# 우리 딸은 변기 물 내리는 소리, 청소기 소리도 무섭답니다. 게다가 동물 그림책은 그렇게 좋아하면서 막상 동물원의 침팬지는 무섭다며 아빠한테 안겨 내려올 생각을 안 하네요. - 이다겸 (사진_오른쪽)

 



 박 기자  ▶ 아이가 무언가 두려워하고 무서워하면 그 모습을 지켜보는 부모도 같이 긴장하게 되죠. 아이의 공포심을 줄여주는 방법이 있을까요? 


 김 소장  ▶ 공포나 두려움도 자연스러운 감정 중 하나예요. 살아가는 데 필요한 감정이고 성장에 도움이 되지요. 무섭고 걱정이 되어야 문제를 해결하려고 준비를 하니까요. 무서움을 타지 않는 아이는 일단 덤벼들었다가 사고도 많이 냅니다.

그렇기 때문에 공포심이나 두려움을 없애려 애쓰기보다 ‘두렵지만 용기 내어 해보자’ 식의 접근이 필요합니다. “무서우니까 이건 안 해도 돼”라는 식의 과잉보호는 경계해야 하고 무서워도 도전 해보고 싶은 아이의 갈등을 읽어줘야 합니다.

예를 들면 “좀 무섭지만 그래도 궁금하지?”라고 운을 뗀 뒤 어떻게 하면 좋을지 함께 고민해보는 겁니다. 해내기 쉬운 것부터 차근차근 도전해보고 과업을 해낼 때마다 격려하며 이따금 적절한 보상을 주세요.

그리고 엄마도 어른이란 이유로 무조건 강한 척 하기보다 일상생활에서 맞닥뜨리는 다양한 상황 속에서 도전해보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좋습니다. 실은 저도 누구 부럽지 않은 겁쟁이라 아직도 놀이치료실에 있는 뱀 모형을 만질 때 움찔해요.

그럴 때 “사실 나는 뱀을 무서워해”라고 말하면 웃으면서 도와주는 아이도 있고, 재밌다는 듯 놀리는 아이도 있습니다. 상담실에서 아이 덕분에 없던 용기를 짜낸다는 엄마들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예를 들어 물놀이 좋아하는 아이와 바다에서 놀기 위해 물 공포증을 극복하고 있다는 거죠. 아직 덜덜 떨리는 가슴은 어쩔 수 없더라도 ‘엄마도 겁쟁이였는데 조금씩 해보니까 괜찮아지더라’라는 메시지를 준다면 아이도 한 번 더 시도해볼 용기를 자연스레 배울 겁니다.
 

plus tip 우리 아이 공포증 해소법

과잉보호식 태도는 아이를 더 약하게 만든다. 무섭지만 도전해보고 싶은 아이의 갈등을 이해해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까?”하며 함께 해결책을 찾아보자.

무섭지만 도전해볼 수 있도록 5단계 정도로 세분화해 시도해보자. 종이에 사다리를 그리고 각 단계를 해냈을 때 스티커를 붙인 뒤 보상을 주는 식.

무서운 그림책을 함께 보며 긴장과 이완, 카타르시스를 경험해보자. 괴물들은 생김새나 성격이 ‘보통’이라는 범주에 벗어나 있고, 억압된 감정의 방출물이기도 하다. 감정을 이입해보고 상상 속에서 싸우다 보면 심리적 힘을 키울 수 있다.

특정 소리, 모양, 놀이기구 등을 무서워하는 아이는 감각이 예민하거나 감각 전달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촉각 놀이를 하거나 놀이터에서 여러 종류의 놀이기구를 타보는 등 다양한 감각 활동을 즐겨보자.

무서우니까 잘 때도 절대 불을 끄면 안 된답니다. 이제 화장실 정도는 혼자서도 갈 법한데 볼일 다 볼 때까지 엄마는 옆에 딱 붙어 있으라 하고요. 다른 애들은 아무렇지 않게 잘만 보는 만화영화인데 조금만 으스스한 BGM이 깔리면 극장 밖으로 나가겠다며 울먹이는 아이도 있지요. 아이들의 공포증은 이렇듯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는데다 양상도 참 다양합니다. 때로는 수영장 물이, 해변가의 모래알이 무섭다며 매미처럼 달라붙어 떨어지지 않으려 하고, 길 가다 옆에 가만 서 있는 아저씨가 무섭다며 울음을 터트려 엄마 아빠를 당황하게 만들지요. 뿐만 아닙니다. 싫으면 안 보면 그만인데 괴물 그림책이 무섭다고 이불 속으로 파고들면서까지 끝까지 읽어달라는 건 왜일까요? <우리 아이는 왜?> 7편에서는 ‘아이의 공포증’에 대해 다룹니다. 알다가도 모를 아이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기 위해 <베스트베이비> 박시전 기자가 묻고, 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김이경 소장이 답했습니다.

Credit Info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추경미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글
박시전 기자, 김이경(관악아동발달심리센터 소장)
사진
추경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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