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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한 당신을 위한 ‘예비맘 심리 보고서’

On July 03, 2017 0

임신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 설레고 기쁜데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석연치 않은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배가 점점 불러오고 몸에 변화가 찾아오며 정체 모를 그 감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내 것인 듯 내 것 같지 않은 내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라지는 몸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마음 컨트롤 법을 정리했다.

임신을 했다.
내 몸이 더 이상 나만의 것이 아닌 것 같다.
그 사실을 확인시켜주는 상황이 자꾸만 찾아온다.
호르몬의 변화로 신체 컨디션은 이전과 확연히 달라졌고, 주변 사람들로부터 ‘임신 중인데 괜찮겠어?’라는 말을 수없이 듣는다.
임신을 하든 안 하든, 엄마가 되든 아니든 나는 여전히 ‘나’일 거라 여겼다.
그러나 귀한 생명을 내 안에 품고 있다는 그 엄중한 사실이 모든 걸 바꾸어놓았다. 주변의 염려스러운 시선, 전처럼 홀가분하게 움직일 수 없는 신체 컨디션….
임신 후 몸도 마음도 모든 게 달라졌다.
임신부로서 충분히 겪을 수 있는 일이란 걸 머리로는 받아들이고 있지만 생각만큼 적응이 쉽진 않다.

 


# 임신 테스터기를 샀다
 +  body change 한 달에 한 번씩 찾아오던 그날이 꽤 지났다. 두근두근 쿵쾅쿵쾅! 1분도 채 안 되는 짧은 순간이지만 화장실 변기에 쪼그리고 앉은 다리에도, 테스터기를 바라보는 두 눈에도 힘이 빡 들어간다. 과연 테스터기의 중앙선을 지나쳐 선명한 핑크빛 줄이 하나 더 생길 것이냐 말 것이냐!

 +  mind control 첫째냐 둘째냐, 기다렸던 임신이냐 아니면 조금 망설이고 있었느냐…. 집집마다 임신 소식을 받아들이는 사정과 상황은 다 다르지만 새 생명이 잉태되었다는 건 분명 신비로운 일이며, 뱃속 아기에게도 예비 부모에게도 축하가 필요한 순간이다. 무엇보다 엄마와 아기의 건강을 기원할 타이밍이다.



# 찰칵! 우리 아기 생애 첫 인증샷 초음파 촬영기
 +  body change 집에서 간이 테스트를 마치고 ‘임신’ 판정이 나왔다면 가장 먼저 할 일은 산부인과에 가서 아기와 엄마의 건강을 확인하는 일이다. 태아가 아기집에 튼튼하게 자리를 잡았는지, 심장은 힘차게 뛰고 있는지, 혹시 예비 엄마의 건강에 이상은 없는지 살펴야 한다.

 +  mind control 콩알처럼 자그마한 아기가 아기집에 자리를 잡았을 뿐인데 엄마 아빠의 마음속에는 콩알보다 훨씬 큰 크기의 책임감이 들어앉는 시기. 몸가짐도 조심하게 되고 먹을 것도 가리게 된다. 임신 사실을 몰랐던 어제저녁만 해도 맥주며 커피, 매운 떡볶이도 아무렇지 않게 먹었는데 말이다.

이렇게 갑작스런 변화가 임신부 입장에선 낯설고 생소하기만 하다. 뱃속 아기를 생각해서 몸가짐을 조심하고 음식도 가려야겠다고 생각하지만 앞으로 열 달 내내 커피 한 잔, 맥주 한 모금 안 마시고 버틸 수 있을지 걱정도 된다.

게다가 뱃속 ‘콩알이’는 초음파 사진 속에서 점처럼 작을 뿐인데 벌써부터 배가 부풀어 오르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 찌릿찌릿한 유방통도 썩 좋은 느낌은 아니다. 아이를 맞이하고자 자연의 법칙에 따라 몸이 변화하고 있다는 사실을 조금씩 받아들여야 한다.




# 임신부 배지 달까, 말까
 +  body change 임신 초기는 신체적으로 제일 힘든데다 아기가 자궁에 무사히 안착하기까지 몸가짐도 조심해야 하는 시기다. 하지만 겉보기에 배는 거의 부르지 않으니 ‘임신부 티’를 내긴 힘든 때다. 대중교통을 이용할 때도 앉아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지만 지하철 노약자석이나 임신부 배려석이 ‘내 자리’란 느낌은 여전히 들지 않는다.

 +  mind control 보건소에서 받은 핑크색 임신부 배지. 보란 듯이 달고 다니는 사람도 있고, 가방에만 넣고 다니는 사람, 차마 외투에는 못 달고 속에만 단 사람, 아예 집에 놓고 다니는 사람까지 다양하다.

‘임신부니까 배려받고 싶은 마음’, 반면에 임신부란 이유로 ‘또 다른 시선’으로 보이고 싶지 않은 양가적인 감정이 존재하기 때문인데 사실 배지 착용 여부에 정답은 없다. 본인이 달고 싶으면 달고 싫으면 마는 수밖에. 다만 임신은 이제 곧 부모가 될 거라는 증거이며, 배려받고 축하받을 일이란 걸 스스로 잊지 않도록 하자.


세상에는 많은 사람이 있다. ‘임신이 뭐가 대수야?’라는 듯 눈을 흘기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임신부만 보면 가족이라도 되는 양 미소를 건네며 팔을 잡아끌어 여기 앉으라고 자리를 양보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따지고 보면 후자에 해당하는 이들은 임신부든, 노인이든, 아이든 누구에게나 친절한 미소를 보여주는 사람들이다. 이 말인즉슨 친절을 베풀어온 사람들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워낙 그런 습관이 몸에 배었다는 뜻.

즉, 내가 ‘임신부’란 이유 때문에 홀대받은 것은 아니니 잘 모르는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따뜻한 친절에는 그저 감사의 미소로 화답하면 된다.




# 생애 최대 가슴 사이즈를 경신하다
 +  body change 평생 글래머하고는 거리가 멀었다 하더라도 임신을 한 덕분에 제법 풍만한 가슴을 가질 수 있는 시기. 하지만 아시다시피 ‘호르몬 빨’이다. 그리고 가슴만 예쁘게 풍만해지면 옷태도 날 텐데 현실은 가슴 포함 온몸 곳곳에 골고루 지방이 붙는다는 사실.

 +  mind control 임신 8~10주만 되어도 몸 곳곳에 살이 붙기 시작한다. 만약 경산부라면 임신 3개월밖에 안 되었는데도 5개월은 족히 된 복부를 마주할 확률이 높다. 날이 지날수록 생애 최대 몸무게를 경신할 거라는 사실도 각오해야 한다.

체중계에 올랐을 때 숫자 앞자리가 바뀌는 순간이 찾아올 것이며, 어쩌면 남편 몸무게를 넘어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이 모든 과정은 아기를 맞이하기 위함이다. 신체 곳곳에 지방이 붙는 것도 아기의 쿠션 역할이 되어주기 위한 일종의 ‘몸집 불리기 리뉴얼 공사’인 셈이다.




# 격한 메스꺼움과 격렬한 허기, 그대의 이름은 입덧
 +  body change 초기 임신부를 괴롭히는 1순위는 단연 입덧이다. 울렁울렁 멀미라도 할 듯 메슥거리고, 평소에 느끼지 못하던 세상의 오만 가지 냄새를 구별할 만큼 ‘개코’가 된다.

임신부의 70~80%가 경험하는 입덧의 원인은 태반이 생기면서 수정란을 발육시키기 위해 분비되는 ‘융모성선’ 호르몬이 구토중추를 자극해 생기는 것으로 추측한다. 임신 중 혈액의 당 수치가 낮아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입덧은 임신의 대표 증상이지만 사람마다 겪는 정도는 모두 제각각 다르다. 입덧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도 있고 거의 만삭이 될 때까지 입덧이 멈추지 않는 사람도 간혹 있다.

하지만 보통은 임신 9주경부터 시작해 호르몬 분비가 가장 왕성한 임신 11~13주 무렵 절정에 이르다가 4개월째 접어들며 몸이 호르몬의 변화에 적응하면 점차 가라앉는 게 일반적이다.


 +  mind control 너무너무 먹고 싶어 애써 공수해 온 음식인데 한 젓가락 들려는 순간 ‘웩’ 하고 메스꺼움이 밀려온다. 화장실로 뛰어가 변기통을 부여잡고 ‘일’을 치르고 나면 서러움이 밀려든다. 먹고 싶은 것도 마음대로 못 먹고, 입덧이 심해질수록 일상생활을 제대로 못하게 되니 마음까지 덩달아 위축된다.

입덧은 사실 치료법이 없다. 입덧은 증상의 하나일 뿐이지 병이 아니기 때문이다. 다만 입덧 기간이 길어져 대사 이상이나 탈수 증상을 보인다면 링거로 전해질을 보충하는 수액요법을 처방받기도 한다.

몸에 기력이 나면 마음에도 평온이 찾아오게 마련이니 많이 힘들다면 전문의의 처방을 받도록 하자. 입덧이 심하다고 누워만 지내면 몸도 마음도 오히려 처지니 가까운 공원을 산책하거나 친구와 수다를 떨거나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마음을 편하게 갖자.

입덧은 결과적으로 지금 아기가 뱃속에 잘 있다는 ‘신호’이며 보통은 일정 시기가 지나면 사그라들게 마련이니 마인드 컨트롤을 하며 기운을 내보자.




# 만삭 임신부가 거쳐야 할 높은 산 ‘잠’
 +  body change 눈 감으면 누가 업어 가도 모를 정도였던 당신. 배가 불러올수록 밤새 뒤척이는 시간이 늘어난다. 임신 9~10개월 차에 접어들면 이제는 똑바로 누워도 모로 누워도 그 어떤 자세도 편치 않다.

이리저리 자세를 바꿔보지만 숙면을 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도대체 깨지 않고 길게 숙면을 취해본 게 언제인지 까마득하다. 복부에 아기 체중은 물론 양수 무게까지 더해 2ℓ 생수병 2~3개 정도는 거뜬히 올라가 있는 셈이니 말이다.


 +  mind control 초기 임신부를 괴롭히는 게 입덧이라면, 만삭 임신부를 괴롭히는 건 다름 아닌 ‘잠’이다. 늘어난 체중 탓에 그렇지 않아도 허리도 아프고 골반도 뻑적지근한데 배는 남산같이 불러오니 이젠 잠조차 편히 잘 수 없다.

제일 격한 괴로움이 잠 못 이루는 괴로움이라 했다. 그리고 잠 못 이루는 밤이 길어질수록 몸과 함께 마음도 지쳐간다. 이 고통에서 해방되는 유일한 방법은 결국 ‘출산’뿐이다. 하지만 ‘그날’이 오기 전까지는 소소한 잔기술을 쓰는 수밖에 없다.

약간의 운동은 피로감을 유발해 숙면에 도움이 되니 낮 시간에 충분히 햇볕을 쪼이며 산책하기, 따뜻한 물로 가볍게 샤워하고 잠들기 전 데운 우유 한잔 마시기, 죽부인이나 임신부 전용 보디 필로우는 제법 효과를 볼 수 있는 숙면 효자템 등을 적절히 사용해볼 것.




# 내 몸과 내 마음이 ‘내 것’이 맞는 걸까?
 +  body change 임신을 하면 에스트로겐과 프로게스테론의 수치가 높아지고 이에 따라 감정 기복이 생기며 알 수 없는 짜증과 우울감, 불안에 사로잡히기도 하는데 누구에게나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다.

 +  mind control 체내 호르몬 분비가 달라지면서 몸은 물론 심리 상태에 변화가 오는 건 당연하다. 임신으로 인한 호르몬 변화로 인해 20% 이상의 임신부가 우울증을 겪는다. 임신 초기에는 가벼운 우울증이 나타나다 후반기에 접어들수록 증세가 다소 심해질 수도 있다.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당연한 증상이다. 다만 불안의 원천이 무언지 생각해볼 필요는 있다. 임신 중 막연하게 느껴지는 불안감이 앞으로 다가올 출산과 육아에 대한 알 수 없는 걱정 때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누구도 아기를 낳기 전에는 엄마가 되어본 적이 없으며, 가보지 못한 길에는 두려움을 갖는 게 당연하다. 이럴 때 선배맘들의 조언을 받는다면 한결 마음이 편해질 것이다. ‘나 혼자만 느끼는 감정’이 아님을 확인하는 순간 무거운 마음이 절반은 줄어들 것이다.


 

PLUS INFO. 일하는 임신부라면?
출산 후 아이와 하루라도 더 보내려면 마지막 순간까지 일하다 휴가에 들어가는 게 낫다는 선배맘들의 조언에 직장인 예비맘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열일’ 중이다. 하지만 날이 갈수록 달리는 체력은 어찌할 도리가 없다.

임신 초기에는 으슬으슬 몸살이라도 난 듯 피곤하고 하염없이 졸음이 쏟아져 책상에 엎어져 있고만 싶다. 함께 점심을 먹거나 간식 타임이 되면 웩웩거리며 입덧하는 것도 민폐를 끼치는 것 같아 민망해지곤 한다.

외근, 야근이 필요한 순간 체력이 달려 내 몫을 해내지 못하면 죄책감이 들어 미안하고, 동료들이 ‘배려’해준다고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되면 그건 더 속상하다. 하지만 임신을 한 이상 감내해야 할 과정이며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챙기는 수밖에 없다.

점심시간을 이용해 10분이라도 휴식을 취하거나, 책상 밑에 발을 뻗을 수 있게 보조의자를 놓고 자세를 편하게 하는 것도 좋다. 입맛 돋우는 신선한 과일 간식이나 카페인이 없는 티를 즐기며 시시때때로 기분을 전환하도록 하자.

 

임신을 했다는 사실은 분명 설레고 기쁜데 마음 한구석에 왠지 모를 석연치 않은 감정이 자리 잡고 있다. 배가 점점 불러오고 몸에 변화가 찾아오며 정체 모를 그 감정은 더욱 커져만 간다. 내 것인 듯 내 것 같지 않은 내 몸과 마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달라지는 몸의 변화 그리고 그에 따른 마음 컨트롤 법을 정리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사진
이성우

2017년 07월호

이달의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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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시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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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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