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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베이비 부모 응원 프로젝트

우리 집 다운 천사를 소개합니다.

On June 23, 2017 0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그 첫 번째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꿈을 꾸는 은서네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7년간의 긴 연애 끝에 가정을 이룬 33세 동갑내기 이경진·최대일 부부. 올해로 결혼 4년 차에 접어든 두 사람은 22개월 된 딸을 두고 있다. 요즘 아내 경진 씨의 취미는 딸 은서 키우는 일상을 인스타그램(@delphinium22)에 올리는 것.

해시태그를 도배(!)하지도, 게시물을 실시간으로 업로드하며 소통하는 것도 아닌데 어느 순간부터 팔로어가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지금은 무려 8380여 명의 팔로어를 보유한 인기 스타다.

“원래는 인스타그램을 즐겨 하지 않았어요. 게시물을 올리는 데도 서툴렀고요. 은서가 70일쯤 됐을 때부터 다른 엄마들처럼 아이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기록해두고 싶어서 일기를 쓰듯이 시작했죠. 그 전에는 마음이 너무 아프고 힘들어서 다른 걸 생각할 여유가 없었거든요.”

경진 씨의 ‘인스타그램 육아일기’ 주인공 은서는 다운증후군을 갖고 있다. 게시물마다 경진 씨가 빼놓지 않는 해시태그는 #육아일상, #은서야사랑해, #최은서사랑해 등.

해맑은 은서의 일상 사진과 함께 사랑이 넘치는 경진 씨의 짧은 글은 많은 엄마들에게 공감과 용기를 주고 있다. 하지만 이들 부부가 처음부터 은서의 장애를 담담히 받아들인 것은 아니다.


“제왕절개수술 후 신생아실에서 아이가 다운증후군 특징을 보인다는 말을 전해 들었어요. 당연히 믿지 않았죠. 임신 중 검진도 꼬박꼬박 다녔고, 모든 검사에서 ‘정상’이 나왔으니 의심조차 해본 적이 없었죠.

회복실에 누워 꼼짝을 못하고 있는데 이튿날 담당 의사 선생님이 전화를 주셨어요. 아이가 아무것도 못 먹고 목에 힘도 없고, 다운증후군 아이들의 외모적 특징을 보이는 것 같으니 대학병원에서 검사를 받아보는 게 좋겠다고요.

함께 아이를 기다렸던 남편과 부모님의 얼굴이 떠오르면서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죠.”


결국 태어난 지 사흘밖에 안 된 은서는 엄마 아빠 품에 제대로 안겨보지도 못한 채 중환자실에 입원해 수많은 검사를 받아야 했다. 부부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기다리는 것뿐. ‘왜 나한테 이런 일이 생긴 걸까’, ‘설마 아니겠지’ 수많은 생각이 교차했다.

검사 결과는 21번 염색체를 하나 더 가진 다운증후군 아이라는 확진이었다. 아이를 품에 안고 집으로 돌아온 지 두 달이 됐을 무렵, 은서는 다운증후군을 가진 아이들이 으레 그렇듯 심장수술을 받기 위해 또다시 입원해야 했다.

그때까지도 경진 씨는 은서가 아파할 때마다, 발달이 늦은 은서의 모습이 눈에 띌 때마다 눈물을 많이 쏟았단다. 육아 커뮤니티에서 갓 태어난 아기의 몸무게가 3.5㎏이라는 글을 볼 때면 70일이 되었는데도 4㎏이 채 되지 않는 은서가 떠올라 가슴이 찢어지는 듯했다.


“처음 심장수술을 받을 때는 아이가 너무 작고 어려서 제가 직접 안고 수술실에 들어갔어요. 혹여 아이가 제 슬픔을 느낄까 봐 이를 악물고 참았는데도 눈물이 뚝뚝 떨어지더라고요.

제 품에 안긴 은서가 눈을 깜박거리며 저를 빤히 바라보는데 ‘엄마, 울지 마세요’ 하고 위로를 건네는 것 같았어요. 품에 안은 채로 마취약이 들어갔고, 은서를 수술대 위에 혼자 두고 나오면서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그때부터였던 것 같아요.

아이의 발달이 늦은 것도, 자주 아프고 약한 것도, 하나도 중요하지 않아졌어요. 그저 은서가 무사히 제 옆에 있다는 게 한없이 감사했죠.”


은서는 복합기형인데다 우심실 크기가 작아서 이후에도 심장수술을 한 차례 더 받아야 했다. 턱없이 작고 약한 아이가 그 힘든 일을 겪고도 티 없이 맑은 얼굴로 예쁘게 웃어줄 때 경진 씨 부부는 무척 행복하다.


19개월까지는 음식을 하나도 삼키지 못했다는 은서를 위해 부부는 시도해보지 않은 일이 없다. 시판 분유를 모두 섭렵한 것은 기본. 이유식을 만들 때마다 ‘한 숟가락이라도 넘기게 해주세요’ 간절한 기도를 하기도 하고, 혹시 엄마 음식 솜씨가 형편없어 그런가 싶어 시판 이유식을 사다 나르기도 했다.

어쩌다 은서가 고구마나 단호박 한입을 삼키면 아이처럼 집 안을 방방 뛰어다니며 ‘삼켰다’고 좋아했다. 먹을 걸 달라고 처음 손을 뻗었던 날의 감격은 마치 어제처럼 생생하다.


“20개월 무렵부터 조금씩 죽을 삼키기 시작했어요. 요즘 들어 과자나 치즈, 바나나 등을 찾으며 한창 식탐에 열을 올리고 있는데 종종 손을 내밀며 ‘주세요’ 하고 애교를 부려요. 그럴 때마다 은서가 좋아하는 것을 건넸어요.

처음엔 열 번 중에 두 번 할까 말까 하더니 요즘은 입에 있는 걸 채 삼키기도 전에 ‘주세요’ 하느라 정신이 없답니다.(웃음)”


이제 세 살 된 은서는 가족의 넘치는 사랑을 받으며 누구보다 밝은 아이로 자라는 중이다. 얼마 전부터 슬슬 낯을 가리기도 하고, 장난기가 발동해 음악 소리만 나오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춤추기 바쁘다.

“은서, 코 어디 있지?” 하면 짧은 손가락으로 열심히 코를 가리키고 “아이, 예쁘다” 하면 자기 양 볼을 만지며 사랑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이런 은서의 작은 변화조차 부부는 마냥 기쁘고 감사하다.


“많은 사람들이 저를 안쓰럽다고, 또 대단하다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누구든지 아이를 키우면서 웃고, 울고, 속상하고, 기쁘고, 아프고 또 행복하잖아요. 저는 그런 감정을 똑같이 겪고 있는 평범한 엄마인걸요.

비록 다른 아이들보다 아픈 곳이 많아 조금 더 울게 되겠지만 천천히 자라는 만큼 작은 변화와 성장에 더 많이 감사하고 웃게 되는 것 같아요.”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만 같았던 은서는 힘든 수술과 치료 과정을 씩씩하게 견뎌냈다. 느리지만 누구보다 열심히 자라는 중이란 걸 경진 씨는 누구보다 잘 안다. 그런 딸을 재촉하지 않고 끝까지 지켜봐주고 힘차게 응원하는 것, 그게 지금 자신이 할 일이라는 것도 말이다.

 

베스트베이비가 대한민국의 부모들을 찾아갑니다. 그 첫 번째는 느리지만 누구보다 행복한 꿈을 꾸는 은서네 가족의 이야기입니다.

Credit Info

기획
강지수, 김도담 기자
사진
이혜원

2017년 06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강지수, 김도담 기자
사진
이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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