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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가 본 대한민국 육아 현실 ②

늦깎이 아빠가 된 경제학자 우석훈 “현실적인 육아 정책이 꼭 필요합니다”

On March 16, 2017 0

마흔 줄에 두 아이를 낳으며 늦깎이 아빠 대열에 합류해 실전 육아 경험까지 쌓은 경제학자 아빠이 기에 인터뷰 내내 풀어놓은 이야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귀에 콕콕 들어 와 박혔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본 육아와 경제의 상관관계, 복지 및 육아 정책에 대한 이야기.

전문가가 본 대한민국 육아 현실 ② 


늦깎이 아빠가 된 경제학자 우석훈

“현실적인 육아 정책이 꼭 필요합니다”​ 

 

경제학자 우석훈 박사는 우리에겐 <88만원 세대>의 저자로 잘 알려져있다. 자칭 성격은 못됐고 말투는 까칠하단다. 하지만 실제로 만난 늦깎이 아빠는 아이의 건강을 걱정하고, 어린이집 하원 시간을 체크하는 소탈한 보통 아빠의 면모를 보여주었다. 

 

경제학과 사회비평서, 에세이, 소설에 이르기까지 숱한 저작 활동을 하며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경제학자라는 타이틀을 가진 그가 최근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라는 제목의 ‘육아경제학’ 책을 펴냈다. 

 

파리 10대학에서 유학한 베테랑 경제학자, 마흔 줄에 두 아이를 낳으며 늦깎이 아빠 대열에 합류해 실전 육아 경험까지 쌓은 경제학자 아빠이기에 인터뷰 내내 풀어놓은 이야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귀에 콕콕 들어와 박혔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본 육아와 경제의 상관관계, 복지 및 육아 정책에 대한 이야기​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두 푼 나가고’라는 타이틀이 재밌으면서도 강렬합니다. 부모라면 누구나 100% 공감할 말일 텐데, 어떻게 세상 빛을 보게 된 제목인가요?

TV 다큐를 보는데 평생 물질을 해온 해녀 할머니들이 나오고 있었어요. 할머니들이 자신이 살아온 삶에 대해 한 마디씩 풀어놓는데 한 분이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고…” 하시는 거예요. 그 말을 듣는 순간 가슴이 ‘두웅’ 울리는 느낌이었어요. ‘아, 저거야말로 내 심정이다’ 싶었죠.

 

한창 집필 작업을 하던 시기여서 저작권 등록 여부를 알아보고 책 타이틀로 정하게 됐어요. 자식을 키우려면 돈이 정말 많이 들어요. 부모가 되면 더 열심히 뛰어야 해요. 또 그 어느 시기보다 경제 관념을 가져야 되죠. 

 

과거 대가족이 모여 살고 공동체 문화가 남아 있던 시절에는 모두 다 같이 가난했지만 지역과 골목이 육아를 같이 분담했어요. 집에 노는 삼촌 하나쯤은 다 있던 시절이었고요. 지금은 골목이 사라졌고 육아는 고스란히 부모의 몫이 됐죠. 대부분 부모가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갈 걸 걱정해요. 


​한국에서 아이를 키운다는 건 ‘한 푼 벌어 두 푼 나가는 것’이라 요약하셨는데요. 중산층 가정에서 자녀 1명을 낳고 키워 대학까지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이 평균 2억이라죠? 직접 두 아이 키우며 더욱 체감했을 것 같아요.

아이를 키우려면 돈이 필요해요. 그것도 많이. 부모가 된다는 건 그 어느 때보다 돈에 신경 써야 한다는 얘기이기도 해요. 그런 의미에서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는 삶이 한국에 사는 평균적 부모들의 삶이에요.

 

지금의 한국이라는 현실 속에서 경제적 합리성 관점으로만 따진다면 아이를 안 낳는 게 이익이에요. 출산 후 엄마의 소득은​대개 줄어들어요. 반면에 없던 지출은 늘어나죠. 여기에다 몸은 지치고 돈 걱정, 스트레스는 불어나는 게 육아예요. 

 

게다가 요즘은 육아에 돈이 들어가는 방향으로 육아산업이 변모했어요. 고급화되기도 했고요. 마치 한국 경제가 그런 것처럼 출산과 육아에도 거품이 참 많아요. 그리고 그 거품의 상당 부분이 무의미하거나 오히려 해로운 것이에요.

 

 1990년대 후반에 육아산업 쪽에서 조만간 아기 울음소리가 줄어들 거라는 사실을 일찌감치 전망했죠. 아이들은 줄더라도 수익을 내려면 고급화 전략을 가져갈 수밖에 없었어요. 살아남기 위해서 더 비싼 것을 만든거예요.

 

결국 엄마 아빠가 지갑을 열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됐어요. 중산층 가정에서 아이 한 명 낳아 대학까지 보내는 데 평균 2억이 든다죠. 하지만 금수저가 아닌 이상 부담스러운 액수예요. 그렇기 때문에 아이에게 꼭 필요한 걸 주기 위해선 불필요한 것에는 지출하지 않아야 합니다.

 


​직접 육아를 하면서, 이런 정책은 꼭 필요하다고 새삼 느꼈던게 있다면?

태어나서부터 키우는 과정 내내 지출되는 육아비가 정말 만만치 않죠. 워낙 늦깎이 아빠라 제 친구들 자녀들은 다 컸거든요. 그래서 쉽진 않았지만 아이들 옷이며 장난감이며 주변에 수소문해서 물려받았어요.바자회에서 저렴한 값에 사오기도 하고요. 

 

출산 당시엔 젖병, 기저귀 같은 소모품만 구입했어요. 아이를 둘 낳고 직접 육아의 주체가 되고 보니 산후조리원을 이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영어유치원 보낼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실질적인 것부터, 육아 철학에 이르기까지 모든 걸 고민하게 되더군요. 

 

산후조리원만 하더라도 전 세계에 한국에만 있는 제도예요. 사회제도를 조금만 정비 한다면 필요 없는 시설이고요. 일본처럼 출산 후 입원 기간을 일주일이나 열흘 정도로 늘리고 여기에 의료보험을 적용하면 산후조리를 대신 할 수 있거든요.

 

아이 키우며 필요한 건 결국 소신이고 줏대예요. 선택하고 집중해야 하고요. 우리나라 부모님들을 보면 마음이 참 다급해요. 아이가 공부를 늦게 시작하면 스타트 라인이 달라진다고 생각해요. 정작 세계의 흐름은 달리 가고 있는데 말이죠.​ 

 

​결혼 후 9년 만에 아빠가 되셨어요. 게다가 직접 육아를 전담 하고자 하던 일도 줄였다고 들었는데 아이가 생기기 전과 후 어떤 게 가장 크게 달라졌나요?

부모라면 다 그렇겠지만 아이가 생기기 전과 이후의 삶이 확연히 구분 돼요. 결혼 9년 만인 2012년에 첫째를 낳고, 2014년에 둘째를 낳은 후 집에 들어앉았어요. 직접 육아를 하려고요. 둘째가 태어났을 때 많이​아팠거든요.

 

아내가 출산휴가를 마치고 더 이상 육아휴직을 쓸 수 없는 터라 회사를 그만뒀어요. 돈은 더 필요한 상황인데 회사를 관두고 아이가 아프다 보니 저도 함께 육아를 해야겠기에 일을 줄였죠. 

 

그렇게 같이 두 아이를 보는데도 쉽지 않더라고요. 육아가 얼마나 힘든 일인지 매순간 느꼈어요. 아침이면 아이들이 와서 인정사정없이 깨우는데 삭신이 쑤시고 육체적으로 늘 피곤하더라고요. 아이 둘 어린이집에 등원시키고 나면 정신이 혼미해져요.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죠. 

 

그러다 이게 삶이고 행복이라는 생각이 언뜻 언뜻 들어요. 애들은 틈만 나면 웃어요. 집에 웃음이 끊이질 않죠. 오늘 한 푼 벌면 내일 애들한테 두 푼 나가겠지만 그렇게 하루하루 정신없이 지내고 보면 어느덧 아이들이 자라 있겠죠?

 

​정부의 육아정책, 어떤 점이 개선되어야 할까요? 경제학자이자 두 아이 아빠로서 보는 관점은?

현재 대부분 육아정책이 다둥이에 포커스가 맞춰져 있어요. 거의 셋째 아이부터 적용되죠. 셋 이상 낳으면 집(임대주택)도 제공하고, 자동차 값도 깎아 주겠다는 식인데 그야말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에요. 

 

생각해보세요. 두 명 낳은 사람이 셋째를 낳는 게 쉬울까요, 하나도 낳지 않은 사람이 하나 낳는 게 더 쉬울까요. 일단 하나라도 낳는 것, 그러고 나서 둘째도 생각해보는 게 보통 사람들의 상식이잖아요?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고 싶다면 정책이 ‘첫아이 출산’에 집중되어야 해요. 

 

지금 우리나라 합계 출산율이 1.24명이라고 하는데, 현재 상황을 고려하면 그 수치도 정말 높은 거예요. 앞으로는 더 줄어들 가능성이 커요. 우리보다 복지가 훨씬 잘되어 있고 육아 조건도 좋은 프랑스의 합계 출산율이 2명이에요. 독일, 스웨덴 같은 선진국도 2명이 채 안 되고요.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에서 발표한 자료가 있는데요. 유급휴가가 적용되는 ‘남성 육아휴직 기간’이 제일 긴 나라가 어딜까요? 정답은 대한민국! 그것도 자그마치 53주(1년 2개월)예요. 52주인 일본을 앞질렀죠. 3위가 프랑스로 28주예요. 그리고 OECD 가입국의 평균 남성 육아휴직 기간은 9주고요.이 이야기 들으면 얼떨떨해하는 분이 많아요.

 

그런데 역시나 육아휴직률은 10% 미만이에요. 이유야 뻔하죠. 동료 눈치 보이고 승진에도 불이익을 받으니까요. 남자가 육아휴직서 쓰는 순간 정리해고 0순위라는 말은 공공연한 이야기죠. 

 

이런 불합리한 사회 분위기 탓에 육아는 엄마의 책임으로 돌려져요. 우리 사회는 여전히 육아를 엄마에게만 맡겨놔요. 엄마를 배려하는 육아야말로 최고의 정치경제학인데 그걸 놓치고 있죠. 우리나라 아빠들의 육아 참여가 거의 이슬람 국가수준이랍니다​  

 

​열심히 육아 최전선에 몸담고 있는 두 아이 아빠로서 독자에게 한마디 전한다면?

아이 교육에 있어 조금만 넓은 시각으로 바라보면 좋겠어요. 주변에 외국인과 교포가 많다 보니 해외에서는 뭘 가르치고 뭐가 유행인지 들여다보게 돼요. 미국만 하더라도 몇 년 전 시작되어 점점 더 각광 받고 있는 스템(STEM)이 핫한 교육 트렌드에요.

 

과학(Science), 기술(Technology), 공학(Engineering), 수학(Mathematics)의 머리글자를 딴 용어인데요. 얼마 전 <인터스텔라>, <마션>, <그래비티> 같은 과학영화가 쏟아져 나왔잖아요. 이미 한창 이슈가 되던 스템 붐을 모티브로 한 영화였어요. 

 

다가오는 인공지능 시대에 이런 교육이 필요하고 세상이 ​바뀌고 있는데 부모님들은 영어 조기교육에 매달리는 것 같아 안타까워요. 육아 기간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에요.

 

매 끼니 이유식을 만들고 분유와 유모차를 고르고, 잠과의 전쟁을 벌이고, 경제적으로도 힘들어지고…. 생각했던 것보다 몇 배는 더 힘들었지만 그렇다고 아이 낳고 키우는 거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요. 

 

항상 애들 덕에 웃어요.애들이 노래 부르고 춤출 때가 제일 행복하죠. 아이를 낳으면 천국문과 지옥문이 동시에 열린다는 거, 부모라면 공감할 거예요. 행복이 시작되는 것과 동시에 돈 걱정 시작이지만 이렇게 사는 게 삶 아니겠어요.​  

마흔 줄에 두 아이를 낳으며 늦깎이 아빠 대열에 합류해 실전 육아 경험까지 쌓은 경제학자 아빠이 기에 인터뷰 내내 풀어놓은 이야기가 하나부터 열까지 귀에 콕콕 들어 와 박혔다. 경제학자의 시선으로 본 육아와 경제의 상관관계, 복지 및 육아 정책에 대한 이야기.

Credit Info

기획
박시전·전미희·심효진 기자
사진
추경미, 안현지

2017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전미희·심효진 기자
사진
추경미, 안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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