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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정재호의 육아 상담실 ⑮편

우리 아이 변비 탈출법

On March 13, 2017 0

아이 데리고 병원을 찾은 엄마들이 진찰을 받고 진료실 문을 나서기 전 머뭇거리며 묻는 질문, 이른바 ‘문고리 질문’ 중 빠지지 않는 주제가 ‘변비’입니다. 소아변비는 소아청소년과를 방문하는 이유의 5% 정도를 차지할 만큼 흔한 증상이지만 ‘그러려니’ 지켜보는 경우가 훨씬 더 많을 겁니다. 

 

변비 역시 상황에 따라 적절한 약물치료가 반드시 필요한데도 이런저런 좋다는 방법을 찾아 헤매는 건 아토피피부염 못지않지요. 이번 호에는 소아 변비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  지금 우리 아이는 변비인가, 아닌가?

음식을 섭취한 만큼 배변하지 못하는 상태가 변비입니다. 이런 상태를 따지는 일은 간단하지 않아요. 단순하게 섭취한 음식과 대변의 양을 비교해 볼 수 있지만 음식이 위장관에 머무는 시간이 연령에 따라 각각 다르고 음식의 종류나 같이 먹은 음식의 조합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성인은 주 3회 미만의 배변 횟수를 변비라고 여기지만 소아에게 똑같이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정상적인 배변 횟수도 연령에 따라 다릅니다. 신생아기에는 하루 평균 4회 정도 대변을 보지만 대장의 수분 보유 능력이 성숙해지는 만 3세가 지나면 성인과 비슷하게 하루 1회 배변을 합니다. 

 

이 시기부터는 하루 3회부터 주 3회까지를 정상적인 대변 횟수의 범위로 봅니다. 대변의 양과 배변 횟수에 따른 불편을 느끼는 정도도 아이마다 다르고 그것을 표현하는 정도도 제각각이다 보니 소아의 변비를 진단하는 것은 여러 면에서 어렵습니다.

 

가장 많이 사용하는 기준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래 항목 중 두 가지 이상의 증상이 아이에게 한 달(만 4세 이전) 또는 두 달(만 4세 이후) 이상 지속적으로 나타난다면 변비로 진단합니다.


 일주일에 2회 이하의 대변
 일주일에 1회 이상의 변 지림
 굳은 변 또는 배변 시 항문 통증
 직장을 직접 진찰했을 때 만져지는 커다란 변 덩어리
 변기 막힘


이 기준대로 변비를 진단하려면 변비가 있다는 의심하에 부모가 아이의 상태를 꾸준히 살펴야 합니다. 참고로 미국 소아소화기학회는 ‘배변과 관련된 불편 감이나 통증 또는 간격 지연이 2주 이상 지속되는 경우’를 변비로 정의합니다. 복잡한 내용보다는 일단 ‘배변에 어려움’이 있다면 변비로 보는 거지요.

 ->  ​변비는 왜 생길까?

변비가 있을 때 성인은 어떻게든 이를 해소하려고 노력하지만 오히려 아이들은 배변을 참으려는 모습을 보입니다. 굵고 단단한 대변을 보는 게 아프기 때문이지요. 굵고 단단한 변이 생기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선천적으로 장의 구조와 기능에 이상이 있을 수도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닙니다. 갑상선기능저하증이나 몇몇대사성 질환도 원인일 수 있지만 역시 드문 케이스죠. 소아 변비의 90% 이상은 특별한 질병보다는 식습관이나 일상생활에서의 사소한 일들로 인해 유발됩니다. 

 

모유에서 분유로 바꿀 때, 이유식을 시작하는 시기, 감기나 장염 등으로 적절한 음식을 섭취하지 못한 후에, 지나치게 이른 시기에 배변훈련을 시작하거나 강압적으로 진행할 때, 어린이집에 적응하는 과정 등이 흔한 원인입니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일 수 있지만 체중 증가가 더딘 아이들이 변비가있는 편입니다. 또 증상이 오래될수록 자주 배앓이를 호소하고 특히 식사 중이나 직후에 통증을 보여 끼니를 제대로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럴 때 ‘뭐라도 먹여야지’ 하는 마음으로 우유를 챙겨 준다면 상황은 더 나빠지지요.

 

우유는 변비를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식품입니다. 게다가 우유를 먹으면 식욕은 더 떨어지고 ‘밀어내기’가 가능할 양의 끼니를 먹기는 더욱 어려워집니다.처음에는 토끼 똥이나 염소 똥처럼 작고 단단한 변을 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대변의 적체가 심해져 어른 팔뚝만큼 굵은 변을 보곤 합니다. 

 

배변을 참는 일이 반복될수록 변의를 느끼는 감각이 둔해져 더욱 대변을 쌓아두는 쪽으로 장 기능이 바뀌기 때문이죠. 장에서 대변이 머무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변의 수분이 줄어들어 더 단단해집니다. 굵고 단단한 대변을 볼수록 배변 시 통증이 심해져 날이 갈수록 배변을 두려워하고 자꾸만 참으려는 악순환이 거듭됩니다


 -> 
 
​변비 해결의 두 기둥, 약물과 식습관

아이가 배변을 힘들어한다면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상의하는 게 우선입니다. 증상이 드문드문 나타나며 오래되지 않았다면 단기간의 약물 처방이나 식습관 조절만으로도 해결되지만 성장 부진이 동반되거나 배가 부풀어 보일 정도라면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일 수 있습니다. 

 

특히 이미 항문에 찢긴 상처가 있거나 대변에 피가 묻어나올 정도인데 그냥 방치하면 아이는 계속 배변을 참으려 합니다. 이럴 땐 단기간이라도 반드시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과일이나 유산균도 꾸준히 먹이는데 왜 변비가 생기는지 모르겠어요”라는 이야기를 흔히 듣는데, 아토피피부염에 의한 심한 가려움증을 보습제만으로 해결할 수 없듯이 음식 조절이나 유산균 섭취만으로 변비를 치료하기는 어렵습니다. 

 

증상이 오래될수록 악순환의 고리가 단단하기 때문에 때로는 반복적인 관장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대부분은 6개월 이상 장기간의 약물치료가 필요합니다. 진료실에서는 이렇게 비유해 설명하곤 합니다. 

 

“아이는 배변하고 싶어 하지만 아이의 똥꼬는 무서워서 참고 있어요. 이게 무서 운 일이 아니라고 가르쳐야 하는데 꽤 오랜 시간이 필요합니다. 너무 일찍 치료를 멈추면 아이 똥꼬가 느끼는 배신감은 더 커집니다. 

 

그러니 호전된 상태를 장 기간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어떻게 보면 변비 치료는 아이와 아이의 항문에게 ‘똥 싸는 일은 그렇게 아픈 게 아니야’라고 가르치는 일과 비슷합니다. 음식에도 신경 써야 합니다.

 

규칙적인 식습관과 음식 조절 없이 변비가 꾸준히 호전된 상태를 유지하고 재발을 방지하기란 어렵습니다. 식이섬유가 풍부한 음식이 변비를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영양의 균형을 맞추는 것보다 중요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미 잘못된 식습관으로 인해 성장 부진과 변비가 동반되어 아이의 끼니 양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태인데 변비를 없애겠다고 과일과 채소만 먹인다면 변비 증세는 조금 나아질지 몰라도 전반적인 건강에는 오히려 해로울 수 있습니다.

 

식이섬유는 변비를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철분, 아연 등 영양소가 우리 몸에 흡수되는 걸 방해하는 성질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 때문에 변비에 좋은 음식을 찾기보다는 악화시키는 식품을 피하고 적절한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더 낫습니다.

 

우유, 아이스크림,치즈, 바나나, 감 등이 변비를 악화시키는 대표적인 식품이지요. 정확한 배변 습관을 들이는 것도 중요한데, 발받침 없이 어른 변기에 그대로 앉혀 다리를 허공에 띄운 채 배변하는 자세도 변비를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습니다. 유아용 변기를 사용하고 발받침을 놓아줘 아이가 안정된 자세를 잡도록 도와주세요.

 ->  변비약을 오래 먹어도 안전한가?

장기간 사용시 부작용이 우려되는 변비약은 대개 자극성 하제입니다. 미디어 광고에서 볼 수 있는 성인용 변비약들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아이들에게는 아예 처방하지 않거나 만 2세 이상에서 치료 시작 시기에 단기간 사용하는 정도 이지요. 

 

소아에서 주로 사용하는 변비약은 폴리에틸렌글라이콜(PEG)이나 락툴로오스, 마그네슘 등 삼투압성 하제입니다. 수분을 끌어 모아 대변을 부드럽게 만들고 이에 더해 장운동을 촉진하여 배변을 유도하는 약들이죠. 

 

이는 그저 물을 많이 마시는 것만으로는 이끌어낼 수 없는 작용입니다. 이것도 ‘약’이니까 부작용을 걱정하는 게 당연하지만 장기간 복용해도 내성이나 의존성이 생기지 않습니다

 

변비약의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 설사를 꼽을 수 있지만, 이 또한 ‘부드럽고 약간 묽은 변’으로 나타나기 때문에 투약 양을 조절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습니다. 

 

약물의 효과로 배변하기 전까지 복부팽만이나 어느 정도 복통도 생길 수 있지만 평소 변비로 인해 겪는 정도의 불편함입니다. 정도가 심하다면 관장이 우선 필요한 경우도 있어 의사의 진찰 후에 약물의 종류와 투약 용량을 결정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소아 변비에 대해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➊ 일단 아이가 배변 시 아파한다면 의사와 상의하세요.
➋ 많은 경우 약물치료가 우선입니다.
➌ 약물을 처방받았다면 꾸준히 복용해야 합니다. 아무리 짧아도 3개월, 대개 6개월에서 1년 정도 필요합니다.
➍ 약 복용과 동시에 규칙적인 간격으로 적절한 양의 끼니와 간식을 제공하며,감, 바나나, 유제품은 피합니다.
➎ 과일이 아무리 변비에 좋다지만 끼니 때 식욕을 잃을 정도로 주어서는 곤란합니다.
➏ 식습관 조절만으로 변비를 치료하기도 어렵지만 바른 식습관 없이 변비를 치료하는 것 또한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일입니다. 

정재호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 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 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김진섭

2017년 03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김진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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