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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의 육아 상담실 ⑭편

유아의 미디어 시청 가이드라인

On February 13, 2017 1

아이에게 미디어를 보여주면서 대단히 좋은 점이 있을 거라 생각하는 부모는 많지 않을 겁니다. 그저 밀린 집안일을 하기 위해, 아이의 칭얼거림을 달래기 위해, 식당에서 음식이 도대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모르는 상황을 잠시 피해보려고 ‘어쩔 수 없이’ 보여주는 것일 테지요. 

 

TV나 동영상을 틀어주는 게 아이에게 짜증내고 윽박지르고 혼내는 것보다 낫다고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차라리 아이를 좀 혼내는 게 나을 수 있습니다. 

 

미디어 노출의 해로운 점은 가이드라인이 바뀔 때마다 늘어나는 반면, 이로운 점은 없거나 아주 제한된 조건하에서만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한된 조건이란 이렇습니다. ‘아이한테 보여주기에 앞서 내용을 미리 확인한 프로그램을, 아이랑 같이 보면서 아이의 반응에 맞춰 눈앞의 상황을 설명해주고 맞장구치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뭣 하러 동영상을 틀어줘?’라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지요. 네 맞습니다. 보여주지 말아야 할 것 같군요. 2016년 10월, 미국 소아과학회(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에서 미디어 시청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Media & Young Minds)을 발표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의 미디어 노출에 관해 지금껏 알려진 내용을 정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이 키우는 부모와 소아청소년과 의사, 미디어 개발자에게 각자의 역할을 제시했습니다. 언제 어디서나 미디어에 둘러싸인 유비쿼터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지금 어디쯤 서 있고 어떤 결정을 내려야 할지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  미디어의 시청이 아이에게 ‘이로울 수 있는 조건’ 

만 2세 이전 영유아의 인지·언어·운동·사회정서적 기능을 발달시키려면 주변 환경에서 접한 것을 직접 만져보고 작동시켜봐야 하며, 아이가 신뢰하는 양육자와 사회적인 상호작용을 해야 합니다. 

 

최근의 관찰 결과를 보면 생후 15개월 이전 영유아가 미디어를 통해 얻은 지식과 기능은 이후에 다시 가르쳐야 하고, 최소 15개월은 지나야 미디어에서 접한 지식을 실제 상황에 적용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이마저도 아이용으로 특별하게 제작된 앱을 부모가 같이 사용하며 설명하고 반응해줬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이 시기의 미디어 노출은 대체로 해로운 점뿐이지만, 영상통화 정도는 가족 간의 친밀감을 쌓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는 의견은 있습니다. 

 

2~5세 아이들의 경우는 어떨까요? 2001년 앤더슨의 연구와 2013년 크리스타 키스의 연구에 의하면 <세서미 스트리트> 등 몇몇 잘 기획된 프로그램은 3~5세 아이들의 인지 및 독해 능력과 사회성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보였습니다. 

 

러나 ‘교육용’이라는 타이틀을 앞세우는 대부분의 유아용 프로그램과 앱의 효과가 실제로 입증된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교육적 효과’는 방대한 영역을 포함 하므로 ‘한글을 깨치기에 좋다’라든지 ‘아이에게 예절을 가르친다’ 같은 구체적인 효과가 아니라면 ‘건강에 도움이 되는’ 식의 막연한 개념뿐입니다. 

 

아이가 성장하면서 습득해야 하는 고차원적인 사고와 수행 능력은 단순한 지식 암기 차원이 아닙니다. ‘작업 지속력’, ‘충동 억제력’, ‘감정 조절력’, ‘창조적이고 유연한 사고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합니다. 

 

이 넷은 세부 내용을 보면 다른 개념이지만 공통적인 면이 있습니다. 당장의 욕구 충족을 미루고 앞으로 벌어질 일을 예측하며, 지금 일어나는 지루함과 불편을 견뎌내야 얻을 수 있는 능력입니다. 

 

이러한 능력은 아이와 부모의 끈끈한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 신뢰감을 바탕으로 만들어집니다. 화려한 영상, 빠른 진행, 요란한 특수효과를 자랑하는 전자서적 등은 아이를 끊임없이 자극합니다. 

 

그리고 자극이 없는 보통의 상황을 ‘보통 또는 평온함’이 아니라 ‘지루함’으로 인식하게 만듭니다. 앞서 언급한 능력을 갖추기에는 오히려 방해물이 되는 것이죠. 미디어 시청이 아이에게 이롭게 작용하려면 미디어가 아이의 주의를 이끄는 장난감이 아니라, 부모와 아이가 교감하는 공통 관심사 또는 자료로서 활용되어야 합니다.

 

 ->  미디어 시청이 어떤 해로움을 가져오나?

미디어 시청은 비만을 유발하는 것과도 관련이 있습니다. 음식과 관련된 광고 시청은 물론 음식을 먹으면서 시청하는 태도가 원인이겠지요. 배가 부른 상태에서도 ‘입이 심심해서’ 먹는 습관이 몸에 배기 때문입니다. 

 

또한 영유아기의 미디어 노출은 잠들기 어려워하거나 잠에서 자주 깨어나는 등 다양한 수면장애의 원인이 됩니다. 특히 저녁 시간에 미디어를 시청한 아이는 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야간 수면 시간이 현저하게 짧습니다. 

 

미디어 시청으로 비일상적인 빛에 노출되는 시간이 길어지는 탓입니다. 내용과 관계없이 미디어 시청 자체가 아이를 흥분시키며 견디기 어려운 심리적인 긴장 상태를 지속시키기도 합니다. 

 

재미있는 내용을 못 보게 되어 내는 짜증이 아니라 ‘눈을 뗄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보고 난 뒤 피곤해서 보이는 모습입니다. 이 모든 것이 수면을 유도하는 호르몬의 분비를 억제합니다.

 

과도한 미디어 시청은 인지, 언어, 사회성, 감정 발달을 지연시킵니다. 영유아기 미디어 시청시간의 증가는 부모와 교감하는 시간과 반비례합니다. 아무리 좋은 내용이라 하더라도 부모와 함께 노는 것만큼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될 수는 없어요. 폭력적인 내용이라면 문제 행동을 유발하기도 합니다.

 

나이가 어릴수록 미디어의 상황과 실제를 구분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또 미디어 수준에 달하는 자극 없이는 집중하기 어려운 아이로 만드는 데에도 일조합니다. 미디어 시청은 아이의 성격 형성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특히 어린 시절부터 아이를 달래는 용도로 미디어를 활용한 경우 아이는 더욱 까다로운 기질을 드러내며, 자기 조절력에 문제를 보이고 사회성과 감정 발달에 지연을 보일 수 있습니다. 

 

울고 떼쓰는 아이에게 미디어를 내미는 일은 높은 이자로 돈을 빌리는 일과 같습니다. 문제를 해결한 게 아니라 잠시 눈길을 돌렸을 뿐 아이의 불만은 막연한 기억 속에 계속 쌓여가기 때문입니다.

 

 ->  유아의 미디어 시청 열 가지 원칙

생후 10개월 아기에게 동영상 한 번 틀어줬다고, 20개월 아이가 유모차로 이동 하는 내내 태블릿을 눈앞에 달고 있었다고, 40개월 아이가 지루해서 짜증낼 때마다 만화영화를 10편씩 연속해서 보여줬다고 앞서 말한 문제점이 모든 아이에게 항상 일어나지는 않겠지요. 그러나 ‘그래도 괜찮아’, ‘어쩔 수 없잖아’ 하며 보여줄 일은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알려드립니다.


하나, 18개월 이전에는 영상통화 이외에는 동영상 등 미디어에 노출되지 않아야 합니다. 영상통화도 부모가 조절해준다는 전제하에 사용해야 합니다. 때 이른 미디어 시청은 아이에게 더 일찍, 더 많이, 더 오랫동안 악영향을 끼칩니다.

 

둘, 18~24개월 아이에게 미디어를 보여주고 싶다면 해당 프로그램의 내용을 부모가 미리 훑어본 다음 아이와 함께 시청해야 합니다. 아이 혼자 보는 상황은 절대 금물입니다.


셋, 새로운 미디어 이용을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조작 기술이 점차 발전하므 로 아이가 아무리 늦게 미디어를 접하더라도 금방 익숙해집니다.
 

넷, 2~5세 아이라면 하루 1시간 이내의 시청이 적절합니다. 이때에도 부모가 먼저 내용을 확인한 뒤 아이와 같이 시청하며 내용을 설명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단, 1회 시청 시간이 20분을 넘기지 않도록 하세요. 

 

아이가 어릴수록 더 짧은 시간 접하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시청 시간이 길어질수록 아이의 뇌는 내용을 이해하는 데 쓰이지 않습니다. 긴장과 피로만 늘어날 뿐입니다.


다섯, 빠른 진행, 폭력적인 내용 또는 눈길을 끄는 효과가 많은 앱이나 전자서적, 동영상은 적절치 않습니다. 아이가 내용에 집중하고 이해하는 데 오히려 방해만 될 뿐 아니라, 결국 이러한 효과가 없는 종이 책을 재미없는 것으로 여기게 됩니다.


여섯, TV나 다른 미디어 재생 장치는 사용하지 않는 동안 꺼둡니다. 특히 아이와 노는 동안 ‘그냥’ 켜놓은 TV는 아이를 부모에게 집중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일곱, 미디어를 아이 달래는 유일한 수단으로 만들어선 안 됩니다. 아이가 미디어 없이는 진정되지 않는 모습을 이미 보이고 있다면 당분간 시청을 완전히 금 하는 것도 고려해야 합니다.

 

여덟, 아이가 시청하는 동영상, 사용하는 앱을 꾸준히 모니터합니다. 부모가 먼저 사용해보고 같이 시청하면서 내용을 아이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확인합니다.


아홉, 식사 시간, 아이와 부모가 놀이하는 시간, 침실에서는 미디어를 이용하지 않습니다. 아이랑 노는 시간에는 스마트폰을 ‘방해 금지 모드’로 설정해두는 게 어떨까요.


열, 잠들기 1시간 전부터는 미디어를 시청하지 않습니다. 아이가 잠들기 어려워하 거나 자다가 자주 깨는 등 이미 수면 문제를 보인다면 시청을 금하길 권합니다.

정재호

정재호

두 아이의 아빠이자 대전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소아청소년과야말로 부모들이 마음껏 육아 상담을 할 수 있는곳이길 바라며 친근한 ‘동네 병원 선생님’이 되고자 노력 중이다. ‘정재호의 육아상담실’ 코너를 통해 아이들의 질병·성장·발달·훈 육 등 보편적이지만 가장 중요한 육아의 기본을 짚어주고 있다.

Credit Info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김진섭

2017년 02월호

이달의 목차
기획
박시전 기자
정재호(대전 엠블아동병원 소아청소년과 원장)
사진
김진섭

1 Comment

샤플레 2017-02-14

유용한 정보 감사합니다~ 안그래도 아이가 종종 원치 않게 시댁에서 친정에서 또는 다른 공간에서 미디어에 노출될 때가 있는데 조심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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