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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티셔츠 이야기

티셔츠는 도시 남자의 생필품이다. 우리는 서울에 사는 남자 열 명에게 ‘당신에게 가장 특별한 티셔츠’를 보내달라고 했다. 새 티셔츠는 한 장도 없었고, 생각보다 심오한 사정과 사연이 있었다.

UpdatedOn August 08, 2023

Question

1- 티셔츠는 언제 어디서 구매했나요?
2- 이 티셔츠가 특별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3- 어떤 날 어떤 기분으로 착용합니까?
4- 판매한다면 적정 가격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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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 데이비슨 패러디 해적판 티셔츠

신원국 빈티지 숍 ‘옴니피플’ 매니저

1- 2020년, 빈티지 스토어 옴니피플 헤비에서 구매했다.
2- 할리 데이비슨 로고를 센스 있게 패러디한 해적판 티셔츠다. ‘할리 데이비슨(Harley-Davidson)’ 로고에 종교적인 의미를 담아 ‘헤븐리 디바인 선(Heavenly Devine Sun)’이라는 문구로 교체했다. 전 주인이 바이크를 탔는지 땀이 흐른 자국 그대로 멋지게 바랬다. 빈티지의 매력을 직관적으로 드러내는 디자인과 스토리를 가진 티셔츠다. 무엇보다 예쁘다.
3- 여름의 절반 이상 입는 것 같다. 티셔츠 하나로 강렬한 인상을 주고 싶을 때 더욱 손이 간다.
4- 얼마 전 일본에 갔을 때 똑같은 티셔츠가 30만원대에 판매되는 걸 봤다. 수긍 가는 가격이다. 당장 판매할 계획은 없다.

  • 레스토랑 ‘라 그로타’ 직원용 티셔츠

    고훈철 포토그래퍼

    1- 2022년, 이탈리아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공짜로 얻었다.
    2- 이탈리아 남부의 페스카라 지역으로 휴가를 갔다. 해수욕을 마치고 우연히 해산물 전문점 ‘라 그로타(LA GROTTA)’에 들어갔다. 음식도 맛있고 일하시는 분들도 친절했다. 그러던 중 직원들이 입고 있던 티셔츠가 눈에 들어왔다. 파란색 글씨로 새겨진 식당 이름이 너무 예뻐 보였다. 사장님께 “혹시 여분 티셔츠가 있으면 구매하고 싶다”고 했더니 “사이즈는 큰데 남는 게 있으니 선물로 주겠다”고 하셨다.
    3- 바다에 가거나 멋 내고 운동 갈 때 입는다. 평소 두꺼운 티셔츠를 선호하지만 사실 이 티셔츠는 얇다. 무더운 여름 바닷가에서 살랑거리는 촉감을 느끼며 입기에 좋다.
    4- 4만9천원. 꼭 퀄리티가 좋은 티셔츠만이 훌륭한 티셔츠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가벼운 원단과 넉넉한 핏 때문인지 입으면 마음도 함께 여유로워진다.

  • 영화 <지옥의 묵시록> 오마주 티셔츠

    심현엽 빈티지 시계 숍 ‘노스타임’ 대표

    1- 2012년, 지인에게 선물받았다.
    2-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좋아한다. 거기에 나온 프롭(영화 소품) 느낌을 살려 만든 티셔츠다. 1979년 영화 특유의 느낌을 살린 그래픽과 색감이 아주 마음에 들었다. 티셔츠를 선물해준 지인의 마음도 간직하고 있다.
    3- 대중은 없다. 영화 배경이 열대우림인 만큼 한여름 장마철에 조금 더 생각난다.
    4- 선물이라 가격을 매길 수 없다.

  • 존 시몬스 무지 티셔츠

    최태순 패션 디자이너

    1- 2019년, 런던 칠턴 스트리트의 존 시몬스(John Simons) 남성복 셀렉트 스토어.
    2- 중학교 때부터 여름 교복 안에 입는 흰 티셔츠에 집착했다. 목둘레가 늘어나지 않고 세탁 후에도 원형이 유지되는 티셔츠를 찾아 떠돌았다. 우연히 쇼윈도에서 찾은 이 티셔츠가 나의 멀고 먼 무지 티셔츠 여행의 종착지다. 굿웨어 클래식 핏 포켓 티셔츠. 목을 감싸는 리브 폭은 1.25인치, 7.2온스 중량의 미국 면사를 사용한 튼튼한 원단. 이제 더 이상 새로운 무지 티셔츠를 찾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3- 매일 입는다. 흰 티셔츠 위에 셔츠를 입기 때문에 내게 흰 티셔츠는 소모품이다. 여러 개를 사서 돌려 입는다.
    4- 팔기에 적절한 제품인지 모르겠다. 아직 생산되는 제품이 많다. 직구가 가능한 링크를 알려드리고 싶다.

  • 롤라스 워싱 티셔츠

    고현 ‘무용소’ 대표 및 프리랜스 에디터

    1- 2015년, 호주 골드코스트 출장 중 한 편집숍에서 구매했다. 동행한 사진가가 “서퍼스 파라다이스까지 와서 이런 칙칙한 티셔츠를 입으려고?”라고 핀잔했음에도 굳이 구입했다. 심지어 태극 문양이 앞뒤로 박혀 있어 ‘나는 침울한 한국인이야’ 하는 뉘앙스도 풍겼다.
    2- 워싱이 과한 티셔츠는 자칫 ‘날티’가 날 수도 있는데 이 티셔츠는 딱 정도를 지킨다. 이때 나의 어두운 피부 톤과 그레이 컬러가 제법 잘 어울린다는 사실을 처음 자각했다. 이후로 그레이 컬러의 워싱 티셔츠를 꾸준히 모으고 있다.
    3- 출근할 때는 물론이고 여행이나 캠핑 갈 때도 1순위로 챙겼다. 사이즈가 다소 줄었고, 작은 구멍도 하나 생겼다. 지금은 체형이 그때보다 다소 비대해진 탓에 예전처럼 즐겨 입지는 못한다.
    4- 나중에 찾아보니 롤라스(Rolla’s)라는 호주 데님 브랜드의 티셔츠였다. 6만원 정도에 구입한 것으로 기억한다. 혹시라도 내놓을 일이 생긴다면, 감가상각을 고려해 2만원 정도면 어떨까 싶다.

  • ‘마이티 모핀 파워레인저’ 빈티지 티셔츠

    건퍽 타투이스트

    1- 2022년, 홍대의 한 빈티지 숍에서 구매했다. 일단 그래픽이 마음에 들어서 샀다. 여자친구에게 선물했는데 안 가져가길래 아직 내가 갖고 있다.
    2- 내 기억 속 가장 오래된 히어로가 새겨진 티셔츠다. ‘마이티 모핀 파워레인저’는 1세대 파워레인저다. 헬멧은 공룡에서 모티브를 얻어 후세대 파워레인저보다 화려하고 강력한 느낌이다. 남자는 어렸을 때 공룡이나 자동차 좋아하지 않나. 나는 공룡파여서 단숨에 파워레인저에 빠져들었다. 지금은 공룡보다 차를 더 좋아한다.
    3- 작아서 못 입는다. 볼 때마다 기분이 좋긴 하다.
    4- 7만7천7백원. 특별한 이유는 없고 숫자 7을 좋아한다. 양심상 10만원 이상 받을 수도 없다. 여자친구가 빈티지 티셔츠를 워낙 좋아하는데 이 정도 가격이면 마음에 드는 다른 티셔츠를 사줄 수 있을 것 같다.

  • 영국군 와플 크루넥

    김정열 빈티지 숍 ‘수박 빈티지’ 대표

    1- 2018년. 도쿄를 실컷 돌아다니다가 밤 9시 30분쯤 숙소로 들어가는데 작은 반지하 가게에 불이 켜져 있는 게 아닌가? 일본 가게는 보통 오후 8시면 문을 닫는다. 시부야에 있는 브라켓이라는 빈티지 숍이었다. 옷은 ‘빡센’ 밀리터리 위주였는데, 결국 그곳이 수박의 첫 해외 거래처가 돼버렸다. 아무튼 이 언더셔츠는 그곳에서 샀다.
    2- ‘와플 크루넥’이라고 불리는 이 티셔츠는 군인의, 그리고 노동자의 내복이었다. 우리에게 흰쌀밥 같은 옷이랄까. 특별할 것이 없어 이걸 특별하게 좋아하는 사람들이 적은데 그래서 내게 특별하다. RRL에서도 자주 복각하는데 이건 오리지널이다.
    3- 헤비코튼 체크 셔츠를 입는 날 이너로 입는다. 그냥 흰 면 티셔츠 입었을 때보다 훨씬 따뜻하다.
    4- 오리지널이니까 RRL 복각보다 비싸게 파는 게 맞지만 그러면 아무도 안 사겠지? 그래도 보통 사람들이 느끼기에 좀 비싼 가격이면 좋을 것 같다. 한 8만원?

  • 터널 레코드 기념 티셔츠

    김병기 ‘프릳츠’ 대표

    1- 2022년, 샌프란시스코 음반 가게 ‘터널 레코드’.
    2- 롱플레이 이상순 대표, TRVR 정승민 대표와 함께 여행했다. 두 분은 워낙 LP로 음악을 많이 듣고 해외에 가면 LP 디깅도 많이 한다. 나는 이때 처음 LP 디깅을 해봤고 그날부터 LP 디깅은 내게도 새로운 취미가 되었다. 그때를 기념하는 마음, 새 취미를 알려주신 분께 고마운 마음으로 티셔츠를 세 장 샀다. 두 장은 선물했고 한 장은 내가 가지고 있다.
    3- 막상 입어보니 어울리지 않았다. 티셔츠에게는 미안하지만 기념으로만 가지고 있다.
    4- 신선한 질문이다. 선물과 기억을 위해 구입한 거라서 판매보다는 역시 선물로 줄 것 같다. 이 티셔츠는 간직할 것이다.

  • 바나나 리퍼블릭 비품 티셔츠

    황재환 남성 토털 패션 ‘바버샵’ 대표

    1- 1997년, 가리봉동 서광모드 팩토리 아웃렛.
    2- 당시 한국 봉제업체는 미국발 SPA 브랜드에 제품을 공급했다. 품질 기준에 불합격된 일부 제품을 자사 공장 한편에서 판매했다. 그 제품들은 국내 시장에서 보기 어려운 색감과 원단으로 만들어져 이국적이었다. 나는 종종 그 공장에 갔다. 해외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볼 법한, 아직 한국에 론칭하지 않은 브랜드를 갖는 기쁨이 있었다. 이 티셔츠는 그때 거기서 샀다. 검은색이라도 톤이 조금 다르고 원단은 무거울 만큼 튼튼했다. 20년도 더 지났지만 아직도 애용한다.
    3- 이 옷은 아직 현역이다. 평소에 갖고 있는 티셔츠와 구분해서 입지 않는다. 검은색 티셔츠가 필요한 날 입는다.
    4- 구멍도 나지 않았고 원단도 해지지 않았지만 타이트했던 목둘레가 조금 늘어나서 누가 살까 싶다. 굳이 가격을 책정한다면 3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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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얌스데이’ 기념 브이론 협업 티셔츠

무드잔잔 그래픽 디자이너

1- 2020년, 패션 브랜드 브이론과 ‘얌스데이’ 기념으로 작업한 티셔츠. 프렌드 & 패밀리로 제작한 거라 공식 판매된 적은 없다.
2- ‘얌스데이’는 26세에 세상을 떠난 에이셉 얌스를 추모하는 날이다. 나는 ‘얌스데이’ 기념 티셔츠에 들어가는 아트워크를 만들었다. 에이셉 라키와 드레이크가 입어 유명해졌다. 단순히 상업성이 아닌 의미를 담은 그림과 티셔츠라 더 기억에 남는다.
3- 평소에도 자주 입는다. 티셔츠는 입지 않으면 갖고 있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4- 판매한다면 1천만원 단위는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워낙 소량 제작한 티셔츠고 주변에서 쉽게 볼 수도 없다. 나중에 같은 그림의 티셔츠를 개인적으로 제작하면 그때 사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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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박찬용, 주현욱
Photography 박도현

2023년 08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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