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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래퍼들 #언텔

힙합 문화의 미래를 이끌어갈 2000년대생 래퍼들은 어떤 생각을 할까. 귀감이 된 아티스트의 가사와 자신을 표현한 가사에 대해 질문했다.

UpdatedOn September 0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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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UMAN, the album>을 만들 당시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전부 모조리 파괴하고 싶은 독재자 같은 마음으로 만들다가
중간에 깨달음을 얻고 생각이 바뀌었죠.

 

언텔

2001년생, 경기도 안산시 출신. 다양한 장르의 힙합과 일렉트로니카를 구사한다.


랩으로 음악을 시작하지 않았더라고요.
처음에는 피아노로 음악에 발을 들였어요. 클래식 음악을 하려고 했다가 재즈로 노선을 변경했죠. 기타, 드럼, 바이올린 등 악기 연주도 즐겨 했고요. 단소에도 재능이 있어서 한때 단소 장인이 될까 고민했었어요. 드라마 <각시탈>처럼 뒷산에 가서 단소 들고 무술 연습도 하고 불기도 했죠.

그때가 언제죠?
아마 11세 때였을 거예요. 그때 음악적 방황을 되게 많이 했어요. 내가 어떤 음악을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안고 살았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음악에 관심이 많았어요?
음계의 개념을 이해한 후로 소리가 단순히 소리로 안 들리고 계이름으로 들렸어요. 그 덕에 아빠가 학원을 보내주셨고 레슨을 했죠. 선생님께 베토벤 같은 음악을 하고 싶다고 했더니 클래식은 재해석하는 행위라며 반대하셨어요. 그래서 또다시 방황이 시작됐고 그즈음 다이나믹 듀오와 도끼 음악을 접했어요. 충격적이었어요. 클래식이나 재즈와 달리 힙합은 정형화되어 있지 않다고 느꼈거든요. 특히 샘플링하는 과정이 그렇더라고요. 힙합 음악에 대한 해박한 지식 없이도 곡을 만들 수 있겠더라고요. 그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딥플로우 형의 <FOUNDER> 앨범은 밴드 사운드로 작업된 곡들로 채워졌어요. 처음부터 끝까지 밴드 사운드로 작곡한 것을 보고, 저도 그런 형태로 작업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음악에 대한 갈증으로 볼 수 있겠네요.
그렇죠. 그리고 저는 순수한 음악을 하고 싶어요. 10대 후반에 미디어에 자주 노출되면서 느꼈던 건, 랩을 하는 행위 자체가 사람들에게 평가받는 것으로 치부된다는 거예요. 대중은 점수 매기고, 저는 증명해야 하고 심판대에 오른 느낌이었죠. 제 생각이지만, 그건 음악이 아닌 것 같아요. 그 점이 안타까워요. 10대 후반에 순수한 마음으로 음악을 공부하고 파헤치고 좌절했으면 좋았을 거라는 안타까움도 느껴요.

순수한 음악이란 뭘까요?
내 표현에 집중해서 만든 음악이요. 다른 사람들로부터 압박감이나 부담감을 받는 과정에선 내면이 잘 표현되지 않아요. 그래서 누구도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내면을 바라보고 곡을 만들고 싶어요.

이전까지는 사회의 부조리에 집중했었나요?
부조리는 아니고요, 저는 예민한 사람이거든요. 그래서 음악이 비관적이에요. 다음 EP 앨범 작업을 끝마치고 나면 조금 더 제 얘기에 집중할 것 같아요.

자유도 높다는 점이 매력적으로 다가와 힙합을 시작했지만 그 매력을 즐기지 못하는 것 같아요.
<HUMAN, the album>까지는 내면이 아닌 외부에 대한 비판을 담아왔어요. 지금은 세상을 버틸 수 있을 만큼 제가 몸집이 많이 커졌고 시야도 넓어져서 나의 삶에서 일어나는 일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어요. 재미있을 것 같기도 해요. 힙합은 그냥 자기 마음대로 하는 게 맞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래서 음악의 본질에 접근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언텔을 가장 잘 보여줄 수 있는 단어나 가사가 뭘까요?
문장이나 단어는 없는 것 같아요. 다만 <HUMAN, the album>에서 표현하고 싶었던 건, 내가 지금 살짝 미쳐 있다는 거에요. 앨범 들어보면 전체 트랙이 민족성에 대해 논했다가, 갑자기 사랑을 논하고, 그러다 독재자가 되겠다고 하고, 되게 여러 가지 주제가 혼재돼 있어요. 이건 쏟아지는 정보에 피로와 불쾌감을 느낀 저를 표현한 거예요. 이 앨범을 작업할 당시 내려받았던 SNS를 모조리 삭제했어요. 사람들이 다양한 주제가 혼재된 트랙을 들으면 제가 느낀 것과 동일한 불쾌감을 느낄 것 같았거든요. 그러다 마지막 트랙에 약 10분 분량의 명상 음악을 넣었어요. 불쾌함을 느낀 리스너에게 생각을 정리할 시간을 주기 위함이었는데, 사람들이 욕을 많이 하더라고요. 저는 그 곡이 인간미 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사에 유대인을 언급하기도 했죠.
<HUMAN, the album>을 만들 당시 사람을 미워하는 마음을 갖고 있었어요. 처음에는 전부 모조리 파괴하고 싶은 독재자 같은 마음으로 만들다가 중간에 깨달음을 얻고 생각이 바뀌었죠. 극도로 혐오하는 마음은 사랑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고, 곧 예수님의 사랑과 비슷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예수님을 부정한 유대인을 언급했어요. 예수님의 사랑을 깨달은 저를 부정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사람들이 쉽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가사를 많이 수정했어요. 힙합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요.

앞서 말한 다음 EP 앨범에선 어떤 부분에 주목하면 될까요?
중간에 잘 있다는 점. 중간을 유지하는 건 굉장히 아름다운 것 같아요. 제 평생의 숙제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너무 기쁘거나 슬프지 않고, 너무 배고프거나 배부르지 않은 삶을 유지하고 싶어요. 그 마음이 다음 EP 앨범에 녹아 있을 거예요.

언텔의 목표가 궁금해요.
저는 지금은 상품처럼 소비되는 것보단 음악과 예술에 대해 깊이 탐구하고 싶어요. 인간의 욕구 피라미드에서 제일 중요한 건 의식주인데, 저는 자아실현이 최우선이거든요. 깊이 몰두하고 탐구해서, 나중에는 저 같은 생각을 하는 친구들의 음악 제작을 돕고 싶어요. 저는 아직 많이 부족해요. 제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거든요. 더 열심히 노력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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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INFO

Editor 정소진
Photography 정진우
Cooperation 노우 웨이브

2022년 0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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